최종업데이트 : 26/04/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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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인문학]

                  마을만들기의 뿌리는 주민자치   l 인천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 이혜경  흔히들 마을만들기와 주민자치는 분리된 것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주민자치운동은 빈민운동, […]
Written by: doo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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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만들기의 뿌리는 주민자치  


l 인천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 이혜경

 흔히들 마을만들기와 주민자치는 분리된 것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주민자치운동은 빈민운동, 재개발과 철거 반대운동, 공부방운동, 생활협동조합운동, 공동육아,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작은 도서관 운동 등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이는 주민 스스로 공동체 활동을 하는 ‘자치’가 뿌리로 살아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활동이 지금도 지속이 되고 있고, 기존의 행정체계 밖에서 하던 일들이 정책화 되어 공공의 영역으로 재편되어 활동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시민사회에서 다양하게 일어나던 마을만들기 활동도 정부가 나서서 마을만들기를 지원하는 정부정책을 각 부서별로 생산하고 있다. 정부지원뿐만 아니라 각 도시마다 마을만들기 중간지원조직이 생기고 공모사업이 활성화되다보니 그에 따라 주민들의 공모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더 높아져가는 것 같다. 대신에 마을을 지속할 수 있는 방향 찾기, 마을의제발굴과 실천활동 등을 논의하는 주민토론의 장, 공론장들은 점점 줄어들고 사업을 위한 활동으로만 마을만들기가 표출되고 있다.

  사업 중심의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의 생각을 들어볼 겨를도 없이 사업에 집중해야한다. 마을의 장기적과제를 도출할 수 있는 장을 만들 수도 없고, 주민들과 자유롭게 둘러앉아 밥을 한 끼 먹을 시간도 없다. 외려 사업결과를 작성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하는 시간만 많이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마을만들기는 사람을 남기는 일이다. 마을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민주주의실현의 과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 사이에 관계를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자연스럽게 요구되는 일에 더디더라도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실천을 위한 시간들이 더해져야 한다. 그 사이에 다양한 주민모임에서 오가는 얘기들에 좀 더 집중하고 이러한 수다와 이야기의 장들을 더 많이 만들어야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다양한 요구나 바람이 나올 수 있고, 이를 자연스럽게 마을의 사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마을사업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의 고민도 주민들의 토론과정에서 다루어야할 사안이다. 어렵긴 하지만 토론의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사업과 재원은 제대로 실천이 되고 제대로 쓰일 수 있다. 즉 준비과정은 오래 걸리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주민자치의 과정이며 마을을 지속할 수 있는 자치력을 기르고 훈련하는 과정이다. 사업의 결과나 성과에 주력하기보다는 마을의 발전방향과 실천을 논하는 공론장, 토론장, 수다의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것이 바로 민주적 결정과정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있다 보면 당연히 느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마을활동은 마을에 ‘살면서’하는 것이다. ‘살아가면서’하는 것이다. 뭔가 완결점을 남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록새록 변화해나가는 마을에 사는 재미를 일상에서 가지기 위함이다. 그 과정이 민주적이어야 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마을에서 서로 만나야한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배척할 것이 아니라, 단체 중심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마을의 변화를 위한 결정에 함께 참여하면서 역할분담을 해나가면 좋을 것이다.

 마을의 변화와 아울러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마을만들기의 주된 과제이다. 자기 마을에만 자족할 것이 아니라 이웃마을과도 연대를 하고 만나야 한다. 마을을 마을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변화의 기초 거점단위가 되어야한다. 정치와 멀어져서도 안 된다. 좋은 정치가 무엇인지, 정치의 본질을 알고 마을에서 살아야한다. 정치와 마을의 관계, 정치와 나의 관계, 다른 나라에서의 정치가들은 마을에서 어떻게 활동을 하는지 알아야한다. 정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게해서 주민들이, 혹은 시민들이 정치에 대해 혐오감이나 무관심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 마을만들기 활동은 주민자치를 기반으로 한 마을에서의 생활정치활동이다. 주민들이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때, 주민 토론장에서 마을사업의 주제를 잡을 때, 공익적인 일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 또한 생활정치이다. 이러한 활동이 쌓일 때, 마을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날마다 불안해져가고 있는 사회문제를 마을에서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다만 마을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가 사는 사회가 어떠해야 하는지 공감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마을에서부터 실천을 할 것이다. 그 모든 뿌리는 우리 스스로 하는 ‘자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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