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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 이웃의 평범한 이야기를 라디오에 담다
공동체라디오 서구FM
때 이른 아침 출근길 또는 등굣길에 버스에서 듣는 라디오 방송에 추억이 있다면 좋겠다. 1인 미디어 시대에서 사는 요즈음, 같이 듣는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서구에는 “공동체라디오 서구FM”이 있다. 인천 서구 노인복지관을 기반으로 주민들이 모여 라디오 방송을 한다. 서구 노인복지관과 서구 민중의집이 함께 어르신들에게는 친숙한 미디어가 라디오여서 지역사회주민과 소통하는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을 만들었다.
서구 노인복지관 1층(서구 신석로 121)에 위치한 작은 방송실은 인테리어업에 종사하는 주민의 도움으로 마련되었다.
공동체라디오 서구FM은 PD나 작가가 없다. 진행하는 주민이 기획하여 직접 대본을 쓰고, 출연자를 섭외하는 일을 손수 한다. 마을 이웃과 함께 듣는 방송을 위해 한 달에 한두 번 녹음을 하고 팟캐스트에 올려 방송을 온라인 송출하는 방식이다.
벚꽃이 막 피기 시작한 4월 봄날, 서구노인복지관 라디오 방송국을 찾았다. 서구 노인복지관 팀장 박성후(이하 박), 홍보 담당 사회복지사 이연주(이하 이), 서구FM 라디오 DJ 송미선(이하 송), 정은선(이하 정)님을 만났다.
라디오 방송의 매력은.
정 – 누구나 한번쯤 라디오 DJ가 되고 싶은 꿈들을 꾸기도 하는데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라디오라는 미디어를 통해 나를 맘껏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 – 숲 해설가로 활동 중인데 흙과 풀 이야기는 주로 나만 알고 있다가 사람들과 같이 이야기해보고 키우는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다른 사람처럼 방송은 잘 못하지만 준비하면서 공부도 많이 되어 매력 있고 재미있다.
박 – 인천 지역은 팟캐스트 매체 자체가 많지 않다. 우리가 첫, 두 번째로 남구에 미추홀 라디오가 있다는 것으로 안다. 방송을 열심히 하지만 많으면 300여명에서 적으면 100여명 정도가 듣는 어디에서도 전하지 않는 마을 이웃 이야기, 일반적으로 살아가는 평범함을 전달하는 게 방송의 매력이다.
어떤 방법으로 기획하며 대본을 쓰고 라디오 프로그램을 구성하는지.
정 – 서구FM에서 ‘리즈의 만나요, 맛나요!’를 진행한다. 게스트를 초대해서 맛있는 음식점도 소개하거나 먹방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보니 대본을 미리 써 놓지는 않는다. 방송하기 직전에 이슈가 있으면 메모를 하고 정리해 두었다가 하루 이틀 전에 게스트에 맞춰서 이야기를 구성하는 편이다.
내 멘트와 게스트와의 이야기가 연결되기 때문에 섭외는 주로 서구에 관련된 분들을 한다. 처음에는 서울에 있는 친구에게도 출연섭외를 했는데 서구방송인데 서울에 사는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냐며 거절을 하더라. (웃음) 서구FM이지만 서구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 들어도 괜찮을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홍보는 지역 커뮤니티 카페와 개인 SNS 등을 통해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 나 혼자만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많은 이들이 들으며 소통하고 싶어서 서구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선택하는 편이고, 게스트 섭외는 지인 외에 소개받기도 하고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서 나와 주십사 부탁하기도 한다.
한 시간에서 한 시간 십 분가량 방송을 하는데 질문 목록을 미리 만들어 놓는다. 그래도 게스트와 말하다보면 시간이 부족할 때가 많다.
송 – “흙이랑 풀이랑 나 사이” 그 사이에 서서 개인적인 소소하게 연구하는 과정 이야기로 주로 풀어나간다. 주민들이 “도시농부”를 많이 하는데 교육만 받고 끝나고 나서는 활동이 정지된 느낌이다. 농사짓는 분들과 지속해서 이야기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먹을거리가 중요한 문제인데 내가 최대한 키울 수 있는 유기농 식물과 자라는 이야기, 먹는 이야기 등을 한다.
요즘엔 문제가 된다고 하는 백가루 이야기로 밀가루와 쌀 이야기, 설탕 이야기를 녹음 했고 소금에 관련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설탕이 우리 몸에 나쁘니 오십여 가지의 비슷한 설탕 대용식물을 심어 보자 하여 사탕수수도 심어보고 스테비아 식물을 씨앗을사서 밭에 심으려 준비 중에 있다.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정 – 방송 마지막 부분에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노래 부르기 싫어하는 게스트가 간혹 있다. 그럴 때 설득하느라 살짝 애를 먹은 적도 있었고 깜박 잊고 기타와 악보를 가져오지 않아 급하게 어떻게 빌려서 하기는 했는데 당황한 적이 있었다.
송 – 치아를 발치해서 발음이 제대로 안 나오면서 말이 헛 나오더라. 이 때문에 방송도 연기하고 청취자들에게 죄송했다.
팟캐스트의 형식이지만 라디오 방송을 찾아서 듣는 것이 아날로그 감성이다. 최근 매체가 “보다”에 집중되어 있다면 라디오는 “듣다”인데, 애청자들은 주로 어떤 분들인가.
정 – 나와 같은 또래 30대에서 50대 주부들이 많이 듣는다. 애들 키우는 엄마들이 많다보니 육아 방송도 했다. 질문을 미리 받아 진행했고 교수님을 초청했다. “인간극장” 촬영감독님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방송한 적 있는데 방송 출연 후 궁금한 분들의 이야기를 대신 질문해 주니 호응도 매우 좋았고 서구FM 다운로드 1위라고 하더라.
송 – 10회 넘게 진행했지만 아직도 쑥스럽다. 복지관에서 때 마침 명함을 만들어주셨는데 홍보를 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차라리 누가 안 들어주었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다. (웃음)
“공동체라디오 서구FM”을 듣는 청취자 또는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 바람이 있다면.
정 – 직장 다니는 분들은 듣는 게 힘들 수 있지만 주부들은 지역 방송이기 때문에 듣는 여건이 낫다. 내 이웃이지 않나. 친근감을 더 느낄 수 있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여 소속감을 가지며 들으면 공감을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송 – 요즘 아이들이 달고 고소하고 기름진 음식을 고집하고 채소를 멀리 한다.
제철에 나오는 채소나 청정 지역에서 자라는 야생의 들풀로 차를 만들어 오고 있는데 지금 57가지 차를 만들어 보았다. 365일 차 “채움차”를 만드는 게 목표이다.
요즘엔 ‘맛’ 도서관을 준비하느라 투명한 유리 주전자와 예쁜 잔도 몇 개 사 놓은 상태다. 도시농부들이 텃밭을 하는데 적은 양의 씨앗만이 필요한데 종묘상에서 한 봉지 사면 많은 양의 씨앗이 남게 된다. 이때 씨앗을 서로 나눔 하는 공간을 만들어 봄에 씨앗을 3개 나눔했다면 가을에 5개를 돌려받는 것으로 인천에 씨앗 은행을 만들고 싶다. 지금은 토종 씨앗이 몇 가지 없지만 차츰 토종 씨앗을 중심으로 씨앗을 차츰 바꿔 나갈 계획을 라디오 방송을 통해 홍보하고자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박 – 지난 2015년 개국하여 주민과 어르신들에게 교육을 진행해서 30여명이 수료했다. 이제는 수료생을 늘리기보다는 더 많은 방송을 만들고자 한다.
마을에서 수다를 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면 그런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방송도 방송이지만 이 공간을 살려서 마을 안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정 – 10개월 동안 약18회 정도 방송을 했는데 많은 주민들이 더 관심을 갖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해 보겠다.
송 – 발음을 정확하게 하려는 연습이 많이 필요하고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하면서 듣기 편한 방송이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이 – 오늘 인터뷰하시는 분들은 방송을 10회 넘어서 꾸준히 하는 분들이시다. 하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방송을 접는 분들이 많다. 서구FM에서 10회 넘은 방송이 세 개다. 이 세 분들이 쭉 이어갈 수 있게 지지하는 것과 어르신 DJ가 나오셨으면 한다. 게시판에 홍보를 하지만 어르신들이 대본을 직접 써야 한다는 것에 부담스러워 하신다. 어르신과 지역주민과의 교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으면 한다.
진행하면서 아쉬운 점과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정 – 방송을 하고 누군가는 듣는데 방송에 대한 피드백과 통로가 없어서 아쉽다. 더 좋은 방송을 위해 제안이나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데 다른 팟캐스트 방송은 후기를 많이 올리는데 비해 우리는 없다.
<리즈의 만나요 맛나요>는 게스트를 초대하는 방송이기 때문에 만나서 식사도 하고 차를 마시는 것이 사전 인터뷰를 하면서 필요하다.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지만 주부로서 부담이 되기도 한다.
송 – 작년에 남구의 “행복한 골목학교”에서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갤러리를 운영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활동을 했는데 올해는 못 하고 있다. 요즘 골목에서 아이들 만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어떤 것을 했으면 좋을까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어르신들이 방송에 참여해 인생 살아온 이야기, 세상의 지혜가 담긴 노하우를 들을 수 있는 방송으로 풀어내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 라디오 DJ 양성과정을 두 번 했는데 수료하신 분들은 꽤 되는데 막상 하시는 분들은 적다. 서로 자극이 되면 더 나아가는 힘이 될 텐데 선생님들이 묵묵히 나아가시고 계시지만 지치게 될까봐 걱정이다. 개인적인 생각은 1, 2회 방송을 하신 분들이 조금 활성화되면 DJ 분들끼리 방송할 수 있고 방송국이 마을공동체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한다.
2015년 개국한 ‘공동체라디오 서구FM’은 서구 지역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만든 팟캐스트 방송이다. 마을에서 듣는 이들이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이웃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만들고자 한다.
’공동체라디오 서구FM’을 듣고자 하는 분들은 스마트폰 팟빵 앱과 아이튠즈에서 ‘서구FM’을 검색하거나 PC로 팟빵 홈페이지를 통해 들을 수 있다.
글 홍보담당 / 사진 “공동체라디오 서구F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