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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지원조직, 이대로 될까 – 근본적인 질문들

마을정책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8-25 12:17
조회
841

글 | 박상우(한국마을연합 상임이사)

중간지원조직의 등장
주민 스스로 말하고 행동하고 연대하고 해결하는…

중간지원조직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 제도적으로 도입되고 확산되기 시작한지 어언 10년이다. 기억을 더 거슬러 보니 시민사회가 중간지원조직에 대해 논의했던 시기가 2006년쯤이 아닌가 싶다. ‘개혁적 엘리트 주도의 시민단체’, ‘대의의 대행’을 넘어설 시민운동의 내적 한계와 변화를 요구받던 시절이다.

일부 논란은 있겠지만, 이 시기는 전통적인 시민운동단체(CMO)들의 주창운동(Advocacy)을 넘어서기 위한 시민사회의 또다른 도전과 실험이 있었던 때라 할 수 있다. 일상의 생활 속에서 맞닥뜨리는 문제와 과제를 중심으로, 마을(현장)에서부터 주민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찾아 행동하도록 촉진하고 돕는 풀뿌리 조직이 생겨나던 때다. 시민을 서비스해주는 대상(고객), 문제의 피해자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문제해결의 주체로서 ‘시민’을 발견하고, ‘협치’에 주목하게 된 시기라 할 수 있다.

“과거에 시민운동 단체들이 권위주의 국가에 대한 비판적 ․ 저항적 태도를 취함으로서 정치적 정당성을 얻어왔다면, 이제는 시민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수평적 차원에서 합의해야 하는 다음 단계의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공석기, 유지연. 「한국 비영리 섹터 분석」(2017) 중에서 갈무리

 

중간지원조직의 시대(?)

사회가 점점 다원화되고 복잡한 문제가 많아지는 상황 속에서 공공의 힘만으로는 난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되었다. 공동체적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전문성과 시민참여가 더욱 필요해졌고, 2000년대 후반 정부는 영역별 중간지원조직을 설치․운영함으로써 급속히 전국에 확산하게 된다.

마을만들기(공동체) 영역도 2005년 광주 북구청이 행정직영으로 개소한 후, 경기 안산시와 강원 강릉시(2008), 전북 완주군(2010), 경기 수원시와 서울 성북구(2011)가, 광역 단위는 2009년 전북을 시작으로 서울(2011), 인천, 대전과 부산(2013) 센터 등이 개소한다. 2020년 12월 기준으로 보면 전국 244개 지자체 가운데 211개 지역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이 중에서 169개 지자체가 중간지원조직 설치 근거를 명시하고 있다.

마을만들기(공동체) 영역 외에도 사회적경제(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농어촌공동체회사, 6차산업 등), 공익활동(NPO센터, 인권센터, 노동권익센터 등), 도시재생, 마을교육공동체, 사회혁신, 청년ㆍ노인 등 각 영역에서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중간지원조직이 설치․운영되고 있다. 최근 ‘농촌신활력플러스’나 ‘농촌협약’ 같은 중앙정부 정책 영역의 지원센터까지 포함하면 과히 ‘중간지원조직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개념과 원칙, 위상과 역할 여전히 모호

중앙정부나 지자체, 시민사회 모두의 영역에서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양적으로 많아진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 본다. 다만 제도권에 편입된 중간지원조직은 행정이 짜놓은 프레임에 맞춰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에 조직의 자생력과 혁신성, 확장과 유연성이 부족해지는 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정책 전달과 계몽 수준을 넘는 중간지원조직 본래의 존재 이유에 대한 논의와 확장이 더이상 깊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10여 년 전, 어느 까칠한 연구자의 말을 빌리자면, “정부 보조금 중심의 수직적 위계 구조 사이에 있는 중간지원조직은 자칫하면 새마을지도자 완장을 찬 ‘중간지랄조직’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높고, 또 너무 많이 생겨나면 ‘온갖지원조직’이 될 조짐도 없지 않으며, 그 최악의 시나리오는 ‘온갖지랄조직’으로 변질될 수 있으니 항상 경계하라”는 말이었다.

이 업(業) 주변에 복무하는 자로서 지금도 유효한, 애정어린 지적이라 생각한다. 10여 년이 흘렀지만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개념과 원칙은 여전히 모호하다. 그 실천방안에 대한 민(民)과 관(官), 민(民)과 민(民) 사이에 합의와 동의도 여전히 똑같은 상황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행정과 민간이 같은 용어를 말하면서도 개념적으로는 별로 정리된 것 없이 쉽게 사용하는 경향이다. 실제로 보조금/위탁금 등을 통해 중앙정부 부처나 지자체가 운영코자 하는 효율 중심의 중간지원조직과 민간 자조역량을 넓혀가고자 하는 효능 중심의 중간지원조직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정부와 시민사회가 긴장 관계에 놓이며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도시재생, 자치, 협치 등 비영리 생태계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 특정 정파의 입장을 넘어서는 정책까지 진영논리로 흡수하여 전국 곳곳에서 중간지원조직을 재단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 지역 사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며 버티고 있는 중간지원조직들에게는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지적과 비판들, 그리고 되물음
현장에 치이고, 행정에 치이고, 사업에 치이고…

중간지원조직의 확산은 마을만들기를 비롯한 지역공동체 사업에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촉매가 되었고, 사회적경제 기업의 양적인 성장에도 크게 기여했다. 반면에 정부에게 재원 전부를 의존하게 되면서 행정 하부조직의 하나로 인식되었고, 센터 운영에 있어서도 행정의 속도와 방식이 그대로 답습되어 ‘행정보다 더한’ 또 다른 갑질 기관이 되었다고 평가하는 이도 있다. 동시에 현장 활동가들의 자원 유출로 인해 시민사회 지원 역량은 크게 축소되었다고 비판한다.

또한 지원조직이 주민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현장을 오히려 약화시킨다고 한다. 안정적인 재원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현장과 경쟁하며, 공모사업에 기생하는 민간조직을 양산했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자율적인 수다보다 프로포절 중심의 사업 기획 중심으로, ‘돈 받으면 하고, 안 받으면 안 하는 풍토’가 확산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보조금 개선에 따른 민간 칸막이로 인해 다른 영역 간 연계ㆍ협력이 더 잘 안 되었다고 비판한다.

실무자 역량과 전문성에 대한 평가도 적지 않다. 한마디로 현장보다 현장을 더 모른다는 것. 안정된 직장으로 기득권화되면서 현장과 격차가 더 커졌다는 평가다. 이와 반대로 중간지원조직은 행정과 불합리한 갑을 관계로, 언젠가는 종료되는 민간위탁 기관이기에 정치환경에 따라 매우 불안하다는 것이다. 고용 불안 속에서 급여 수준 대비 활동량은 일반직장 몇 배의 몫을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장에 치이고, 행정에 치이고, 사업에 치이고… 한마디로 못해먹겠다는 말이다.



중간지원조직 존재 이유나 본연의 역할을 위한 노력부터
하냐(유지), 마냐(종료)의 문제가 아니다


중간지원조직의 역사가 길지 않아 여전히 정체성과 역할, 사회적 성과 등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또한 ‘사업만 보이고 일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은 ‘열심히’ 보다는 ‘제대로’에 대한 주민의 요구며, 그만큼 중간지원조직이 숙성될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아래 그림과 같이 지속 가능한 협치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는지? 이를 위해 행정지원체계는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민간네트워크는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 중간지원조직은 제대로 기여하고 있는지? 안되었으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제도적인 한계인지? 시스템의 문제인지? 하나하나 점검하고 채워가는 과정이 다시 필요해진 시점이 아닐까 싶다.

“중간지원조직은 행정과 시민사회의 가교 및 민간과 민간의 연결과 협력을 활성화하는 제3자적 조직적 위상을 갖고 있으며 시민참여와 사회혁신의 원리를 통하여 사회적 가치 증진 및 공익적 활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오길수. 「마을자치 중간지원조직의 역할과 기대」(2021) 중에서





구자인.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길라잡이 ; 제도편」(2022) 중에서 갈무리

 

그리고 다시, 원점에서의 질문부터 시작해보자. 중간지원조직이, 정녕 사회 곳곳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과 촉진자 역할을 ‘제대로’ 감당했는지?, 시민사회(현장)의 역량을 강화했는지?, 지역(마을)의 난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했는지?, 행정과 파트너십 관계를 형성하고 행정혁신과 권한 위임에 기여했는지?, 지속 가능한 토대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등등을



사라지기 위해 존재하는 중간지원조직
아직은 필요

정치적 환경도, 정책적 환경도 암울한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정치탓, 행정탓만 할 것도 아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벗어나 왜곡도 오해도 많고, 또 구조적인 문제도 적지 않다. 사실 이쯤되면 중간지원조직의 존재 이유나 역할에 대한 진지한 논의나 주장이 있어야 하는데 (구도에 대한 분석도, 전략도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전과 똑같이 ‘열심히’ 사업/활동만 반복하고 있는 게 작금의 모습이다. 좋은 말을 할 수는 있겠으나, 현실적으로 변화의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는 게 맞겠다 싶다.

아무튼 관건은 중간지원조직(센터)을 ‘하냐(유지), 마냐(종료)’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온전히 건강한가?’에 대한 공감과 성찰, 변화와 혁신, 연대를 위한 뭔가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러한 상황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시민사회의 진짜 위기는 이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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