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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대 갯벌이며, 생물 다양성에서는 최고를 자랑하는 인천, 강화 갯벌의 주인은 누구일까?
칠게, 농게, 풀게, 방게, 세스랑게, 펄털콩케, 길게, 무늬발게, 엽낭게, 흰이빨참갯지렁이, 두토막눈썹참갯지렁이, 털보집갯지렁이, 갈색새알조개, 가무락조개, 바지락… 그리고 철마다 그 종류를 달리하며 갯벌을 찾는 새들이 우리보다 먼저 이곳의 주인이었다.
주말이면 강화대교와 초지대교는 수많은 도시 사람들이 밀물처럼 들어왔다 썰물처럼 나가곤 한다. 무엇이 강화를 이토록 찾게 하는 걸까?
그 이유를 안다면 강화 갯벌과 멸종위기 동물 1급으로 지정된 저어새와 그 친구들을 알리는 생태교육허브 물새알 협동조합이 얼마나 뜻깊은 공동체인지 깨닫게 될 것 같다.
생태교육허브 물새알이 만들어지기까지
외지에서 강화의 자연을 좋아하고 관련업에 종사하며 이곳에 둥지를 틀게 된 주민들이 우연히 만나 탐주(酒)를 하던 중 강화에 새가 많다는 것을 알고 탐조(鳥)클럽을 만들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니, 회원 중에 디자인, 생태박제표본, 생태교재교구 판매, 생태교육 기획자 등의 인프라가 형성되었다.
따로 또 같이! 서로의 재능을 엮어내고 묶어내면 재밌는 뭔가가 나오겠다는 생각에 허브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생태여행과 생태교육을 하는 단체를 만들어 운영해 오다, 지난 2020년 3월에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물새알은 자연을 주제로 하는 교육이나 프로그램은 개인의 지불 능력에 따라 누리는 것이 아닌 누구나 다 자유롭게 누릴 수 있도록 공공에서 그 예산을 지급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환경부나 각종 국가기관에서 지원하는 사업들이 많아 지속해서 프로포절을 내고 예산을 받아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물새알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을 소개한다면?
강화 빅버드레이스(Bic Bird Race)는 1박2일 동안 새를 찾아 강화 구석구석을 누비며, 이들이 강화를 지속해서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을 함께 고민하는 새로운 유형의 모니터링 프로그램이다. 가장 많은 종의 새를 관찰기록한 팀을 선발하는 탐조대회로 4년째 진행되고 있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이 예산을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 차원에서 출발, 이듬해부터 독자적으로 운영하다가 작년부터 조직위원회(강화탐조클럽, 사단법인생태지평, 생태교육허브물새알협동조합, 인천광역시,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구성하였다.
저어새 선상 탐조 프로그램은 분오포구의 어촌계사무실에서 저어새의 생태와 동정 방법, 저어새 보호 활동 등에 대한 ‘무척’ 재미있는 프레젠테이션 교육과 쌍안경 사용법을 먼저 배운다. 그리고 안전 교육 후 배를 타는 데 이때 낚싯대를 챙겨야 한다. 유어선은 낚싯배이기 때문에 낚시하는 사람만 타야 하기 때문이다. 생태관광, 생태교육이 유행처럼 이뤄지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대중적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프로그램과 연계해서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린이 저어새 수호대를 2019년부터 모집하여 매월 모니터링과 보호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조류 보호가 환경보호의 지표인 이유는?
새는 일단 다른 동물에 비해 이동성이 크기에 새가 오다가 안 오면 그곳의 환경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리는 환경 지표종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우리나라 갯벌은 지구 남반구와 북반구 사이로 이동하는 철새들의 중요한 영양 공급처가 된다. 호주에서 ‘붉은어깨도요’를 연구했던 대학은 새만금 물막이 공사 이전에 오던 월동 개체 수의 90%가 이 공사 후 사라졌다고 한다.
환경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개인과 공동체의 노력은 매우 소중하고 이들의 의식과 활동이 전제되어야 하는 건 맞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해양오염의 큰 제공자는 기업이고 이들을 규제하지 않으면 개인만의 노력은 한계가 있다.
2020년 1월 ‘갯벌 및 그 주변 지역의 지속 가능한 관리 및 복원에 관한 법률’ 일명 갯벌법이 시행되었다. 갯벌 보호법이기보다는 갯벌 활용법이다. 외국처럼 철저하게 갯벌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서 관리하는 수준의 법이 아닌 좀 더 덜 훼손하며 활용하자는 법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생태교육을 하며 느끼는 보람은?
교육 중에 저어새 알을 훔쳐가는 장면에서 2천만원 정도의 벌금을 받았다고 하면 어른들은 “와~ ”하고 놀라는데 아이들은 “에계, 그 정도예요? 저어새 알 13개를 가져갔으면 더 많은 벌금을 받던가 사형을 시켜야죠”라고 말한다. 경제적 효과보다 그 중요성을 더 공감하는 아이들을 보며 더욱 이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사람들을 재밌게 하고 몰랐던 자연을 같이 알아가는 활동이 행복하다. 새를 전공하는 아이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미래의 환경 지킴이들을 키워가고 있다는 것도 사회에 이바지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치열하지 않지만 건강하게 성장하는 물새알
물새알은 환경운동에 치열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말의 행간에는 환경을 사랑한다는 애정이 읽힌다.
인터뷰 내내 자연과 교감하는 마음을 보여준 물새알의 여상경 대표는 먹고사는 이야기를 하고 재미있는 삶을 이야기했다. 협동조합을 만들었지만, 회원들 모두가 아닌 한 두 명 정도가 이곳에서 먹고 살 수 있는 최소 생계를 유지하고, 각자의 터전에서 살아가며 너무 빡빡하지 않게 느슨하지만 즐겁고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생태보존에 관한 관심은 더욱 높아가고 있지만, 환경보호가 주된 목적이 되는 공동체는 정말 찾기 어려웠다. 멸종되거나 훼손하면 복원이 쉽지 않은 저어새와 갯벌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물새알에 감사했다. 그리고 누구나 해야 할 일을 누군가 해주고 있다는 고마움과 안도감이 밀려오며, 많은 공동체가 생태교육에 참여해보면 좋겠다.
인터뷰 – 생태교육허브 물새알협동조합 여상경대표
글 – 마을교육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