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업데이트 : 17/11/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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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과 도시도 세월을 머금어야

마을탐방인터뷰 11월 건축물과 도시도 세월을 머금고 반영해야 진짜 매력 – 2부 <아카이브 카페 빙고> + <건축재생공방> 이의중 님을 만나다   […]
Written by: doo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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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탐방인터뷰 11월


건축물과 도시도 세월을 머금고 반영해야 진짜 매력 – 2부



<아카이브 카페 빙고> + <건축재생공방>

이의중 님을 만나다



  지난 <인천, 마을을 잇다> 29호에 실렸던 내용에 이어 30호에서는 <빙고(氷庫)>를 만들기까지의 과정과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 이의중 님의 이야기를 따라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 <빙고>를 만들면서 과정은 어떠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일본의 전통마을에서도 이런 일을 했기에 어렵지 않게 200-300년 된 건물들에 들어가서 먼지 만지면서 일하는 과정은 부담스럽지 않아요. 야네우라(지붕속)라고 하는데 저희는 도면을 그리는 사람들이고 도제식이다 보니 신참은 지붕으로 올려요. 천장을 뚫고 올라가서 하루 종일 그 도면을 그리는 거예요. 먼지 속에서 그린 도면을 계속 지우고 하니까 도면도 완전 걸레가 되고. 하지만 거기에서 하루 종일 며칠씩 하면 목조구조가 머리에 빨리 들어오거든요. 먼지를 뒤집어쓰고 이런 건 문제가 전혀 되지 않았어요. 먼지를 손에 묻힌 것에 대해 거부감은 없었는데, 그런 것보다 제가 힘들었던 것은 우리나라가 지금 이런 분야에 대한 배려가 대중적이지 않다보니 인식도 그렇고 가장 힘들었던 건 목수라든지 이걸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한다는 거였어요. 이분들이 빌라 고치듯이 고치려는 생각이 있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빨리 끝낸다, 그게 아니고요, 라고 제가 설명하면 그 분들은 설득이 안 되는 거예요. 이 분들이 나이도 있으시고 30여년 일을 하셨지만 이걸 하려는 의도는 그게 아닌데 이 건물에 대한 이해를 잘 못하시는 거예요.


요즘 한국은 시간을 들이고 손을 쓰면서 작업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일본에서는 그런 문화가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면 척척 알아듣고 본인들도 더 몰두하고 나름대로 고민해서 일을 하는데 한국은 새마을운동 이후로 계속 간편하고 간략하게 효율적으로 그렇게 가고 있잖아요. 건축시장도 그렇고. 이렇게 뭔가 시간을 들이고 손을 쓰면서 하는 작업에 대한 가치라 할까, 그런 중요함을 모르는 것 같아요. 이런 분들과 같이 일하는 게 쉽진 않아요. 지붕에 올려서 지붕 고치라고 하면 당장 집에 가겠다. 내가 빌라 가서 하면 하루에 방을 몇 개 치고 하는데 여기에서 먼지 뒤집어쓰고 뭔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이야기하시는 부분에 있어서 어려웠어요.

  또 하나는 우리나라는 이런 건축 목자재가 더 비싸요. 새마을운동 이후로 우리나라가 계속 목조건물을 안 짓고 지붕도 슬레이트이니 목재 산업 자체 유통이 망가졌어요. 우리나라 목조 산업이 미국에서 들어오는 투바이포 경량벽 구조는 수입되는 것은 많은데 옛날 방식의 중목구조들은 시중에 유통되지 않아요. 그래서 직접 강원도에 가서 나무를 골라서 벌목해서 개별주문을 넣어서 사이즈를 맞추고 가공해 오는 과정을 거치는데 3개월이 걸리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퀄리티가 좋다, 나무가 질이 좋다 그것도 아니에요.

  숲을 계속 관리하면서 생산하니 일본에 있는 편백나무가 퀄리티도 좋고 가공 상태도 좋으며 가격은 절반 밖에 안돼요. 아직도 일본은 80-90 퍼센트는 목조로 짓고 있어요. 대도심에 있는 고층건물은 콘크리트로 가끔 짓지만 가끔 거의 대부분 일본은 지진이 많기 때문에 그런 영향이 있고.

  이런 일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이런 네트워크나 현장들이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들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존의 건물을 고치는 거라 획일적으로 뭔가 할 수 있는 경향이 거의 없어요. 규격도 말 그대로 딴 집 가면 다르고 그러니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가야 하고요. 효율적이지는 못해요. 목재시장과 같이 연동이 된다면 이런 쪽의 일들도 가격을 내리면서 계속 지켜질 수 있는 가능성도 큰 것 같아요.

  또 하나 얻은 점이라 한다면,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독립해서 하는 첫 일을 많이 알아주시는 부분이 있어서 의외로 본인들은 용기를 내지 못하지만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꽤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사람들의 인식이 아직 현실과 거리가 있다 뿐이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지는 않다 라는 생각이 들어 그 부분은 검증되었다는 생각과 느낌을 받고 있어요.



건물이나 도시도 세월을 머금고 반영해야 진짜 매력이 있어


– 이 공간을 만들거나 향후 다른 계획에서도 가슴에 새긴 철학, 지침 등이 있어 작업을 하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으신가요.


  저희도 어떻게 보면 디자이너에요. 디자이너로 재해석 하는 부분에서 아카데믹함으로 하면 이 시장이 사장(死藏)될 수도 있어요. 새로운 요소가 들어가고 새로운 요소가 그 대신 과거의 것을 존중하고 그것들에 뒤치지 않는 디자인 퀄리티로 가야지만 이것들이 지켜지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건물을 대할 때는 재료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오랜 시간을 버텨왔고 오랜 시간을 가야한다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재료를 쓴다면 – 예를 들어 – 페인트를 바르면 몇 년 못가요. 바닥에 요즘 유행하는 에폭시나 화장실에 많이 쓰이는 플라스틱제품도 많이 있어요. 하지만 작업을 해 놓고 나서도 30-40년 세월의 흔적들을 머금을 수 있는 재료를 쓰려고 하는데, 그런 재료들은 다 자연이에요.

  이 나무 탁자 같은 경우에도 합판을 만들어 놓으면 시간이 지나면 세월을 먹기보다는 지저분해지고 그래요. 본드로 붙여놓은 것이라 뒤틀리거나 벌어지거나 또는 지저분해져요. 그러나 원목으로 만들어놓은 것은 계속 닦고 그러면 그런 세월들이 묻거든요. 건물들이나 도시도 모든 부분들이 역시 세월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지 세월이 반영된 게 진짜 매력으로 나타납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작업을 할 때에는 세월들을 머금을 수 있는 천연재료를 쓰려고 해요. 허용하는 범위가 돌, 흙, 나무, 그리고 유리. 유리도 어떤 한계는 있지만 그래도 유리, 철정도 이 정도 범위에서 하려고 해요.


– <아카이브 카페 빙고>을 알리면서 커뮤니티 행사나 모임 등 행사를 소소하게 했는데 거점으로써 연 행사들은 어떤 게 있었는지 소개해주세요.


  처음부터 어떤 행사를 하겠다 정한 것은 없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모이고 이 공간을 기억하며 이 공간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이벤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분들이 때마침 오셔서 같이 해보자라는 의미로 정의석 작가의 도마 전시회도 있었고 인천대에서 하는 인문학강의도 있었고 “빙고탱고”, “사운드바운드”라는 축제도 있었고 지원센터에서 하는 마을 집담회도 있었고요. 그리고 일본에서 스승님이 한번 오셔서 동네에 고쳐진 오래된 공간들에 대해서 투어하는 것도 있었고.

  보시면 알겠지만 이렇게 좁은 공간에 원 테이블을 놓고 장사한다는 게 조금은 비효율적일 수 있어요. 아무래도 처음 생각했던 것들이 이게 커뮤니티나 이런 것들이 없어졌다 하면 형성되고 조금 더 다져지면서 옛것을 지키는 것들이 관에서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 안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자그마한 무브먼트인데. 여기 오시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보며 그런 인식을 갖으시고 자연스럽게 이런 공간들을 지켜줘야 한다 라는 생각이 마음속에 일어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어떤 행사에 대한 제약이 없어요. 모든 다 할 수 있고 가능하다면 이 좁은 공간에서도 다양한 것들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빙고>를 통해 동네 주민뿐만 아니라 중앙동에 일터를 둔 직장인들까지 지역과 함께 느끼고 얻어갈 수 있었으면


– <아카이브 카페 빙고>에서 앞으로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


  앞으로 할 일이 많지요. 사실은 빙고는 이제 시작단계예요. 제가 처음에 1단계로 봤을 때는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은 3년을 보고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주도적으로 무엇을 하지는 않지만 같이 어울리면서 3년을 두고 보고 있었고, 길게 생각할 수 있던 것도 처음에 했듯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 <빙고>를 매입을 한 거였고 플랜을 길게 보고 있으니까.

빙고에 있는 지금 이 카페 공간도 한 번 더 진화할 예정이고. 개인적인 <건축재생공방>이라는 작업실로도 다시 한 번 진화할 예정이에요. 지역에 묻어가면서 지역을 많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니 본격적으로 <빙고>카페도 그렇지만 <건축재생공방>도 조금 더 적극적인 계획을 갖고 있긴 해요.

  지금은 단순하게 카페를 열고 차 마시고 가끔 이벤트하는 것이지만 이다음 <빙고> 카페는 같이 참여하여 만들거나 할 수 있는 것들을 구상하고 있고 내년쯤에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 이 공간을 만들었을 때의 의도가 있다면 동네가 젊은 사람들이 별로 없잖아요. 제가 판단하고 분석하기로는 동네에 직장인들이 식사 하러 많이 오시는 동네에요. 평일에 점심시간만 빤짝하고 주말에는 점심시간에만 빤짝이는 동네인데 그런 분들도 같이 뭔가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동네 주민들도 물론 함께 하셨지만 그런 부분 플러스, 내 동네ㆍ 내 고향이 아니더라도 내가 일하는 삶의 터전에서 터전이 어떤 동네이고 그 동네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고. 이런 건물, 공간들이 있고 나도 무미건조하게 버스타고 왔다갔다 말 그대로 일만 하고 돌아오는 게 아니라 일터에서 지역과 함께 느끼고 얻어갈 수 있는 같이 할 수 있는 뭔가를 계획하고 있어요. <건축재생공방> 같은 경우에는, 처음 했던 의도대로 마을의 가치들을 찾고 재해석해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하려고 하는 일들도 아카이빙도 충실히 하면서 계획하고 있어요.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며 지지하는 공간으로 

 

– 아카이브 카페 <빙고>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빙고>를 어떤 공간으로 기억하셨으면 좋으시겠어요.


  카페 자체를 말 그대로 유명한 카페를 만들어서 뭔가를 하겠다는 그런 생각은 크지는 않고요. 그것보다는 처음부터 한 지역에 베이스로 하는 건축활동과 다양한 문화활동을 통해 공간이 유지되는 것을 생각했어요. 동네 자체가 급박하게 돌아가지는 않고. 어차피 그렇게 알고 있었어요. 이런 의지를 가지고 지속하려고 하면 최소한의 버틸 수 있는 것들은 일단은 카페에서 해 주고 있는 부분이 커서 그런 부분은 고맙지만 이 부분이 진짜 목적은 아니고요. 그것보다는 <빙고>라는 공간, 골목길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과 자신이 살던 곳에서 추억의 장소와 빗대어져서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점이에요.

  또 하나는 현재진행형으로 만약에 지역에서 가능성을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 젊은 사람들이건, 나이 많은 사람이건 – 본인이 추구하고 싶은 것들이 이 지역에 있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간, 누가 와서 여기에 전시를 하고 싶어요, 라고 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데 마땅히 두드릴 공간이 없다면, 그런 도화(導火)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두들기면 같이 고민해보고 주위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서 오히려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일본에 있는 마을 만들기를 하는 곳이었는데. 마을에서 자라다가 학교 졸업하면 외지로, 도시로 취업해서 나가잖아요. 근데 보통 다들 3년 주기로 한 번의 시련이 찾아오잖아요.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는지,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그럴 때 내가 내 고향에서 뭘 해볼까 라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씩은 하게 될 것 같아요.

  일본에 어떤 마을에는 청년회장이라는 분이 계셔서 나는 마을에 마음 놓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 사람과 상담을 하면 뭔가는 된다. 일이 없어도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 일자리를 찾을 수 있고. 내가 뭔가 동네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준다던지 하면서 어떻게든 얻을 수 있고. 최소한 제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 공간을 찾거나 공간을 고쳐서 무엇을 한다거나 그럴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29호에 이어 <인천, 마을을 잇다> 30호에 <아카이브카페 빙고>와 <건축재생공방> 이야기를 들으며 내내 생각한 점은 ‘마을’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좁은 의미의 마을보다는 보다 넓고 깊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마을은 결국 나와 이웃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마을의 작은 부분이라도 나를 비롯한 모든 이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곳이다. 중앙동이 가진 지역적 특수성 또는 감수성을 잘 살려나가며 새로이 하되, 세월을 지키고자 하는 <빙고>와 <건축재생공방>. 앞으로 이의중 님의 이야기처럼 어떤 진화가 이루어질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후에 다음 세대에게 원도심이 주는 세월의 단면을 잘 전해줄 수 있길 바란다.



· 사진 : 홍보담당 양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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