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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보는 노인들의 삶은 그 모습이 천차만별이다.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힘겨운 이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상실감과 소통할 사람이 없는 외로움일 것이다.
노인들의 상실감과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공동체’이다. 어쩌면 노인의 건강한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할 지도 모른다. 혼자 무엇인가를 하기엔 예전같지 않고 힘이 들지만, 여럿이 함께 한다면 그만큼 힘과 수고를 덜 수 있어 애로사항이 줄어든다. 외로움 또한 공동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소통으로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계양구 효성1동에 있는 ‘효성꿈마을공동체’의 손형도 대표는 노인들의 행복한 삶을 만드는 방법으로 마을공동체를 생각했다. 22년 동안 파키스탄에서 선교사로 활동을 하다가 은퇴를 준비하면서 인천에 자리잡게 되었고, 효성도서관에서 일하던 중에 지역주민이자 노인인 사람들을 만나 친해지게 되었다. 그렇게 관계를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고령층의 노인들이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외로움을 알게 되었다.
손 대표는 “은퇴 후 뭘 할지 고민을 하다가 효성동에 왔는데 낙후되어 있는 동네의 모습을 보고 할 일이 많다고 생각했다”며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주민들과 지역을 좀 더 이해하고자 노인 분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마을도 몇 바퀴씩 돌아보았다”고 말했다. 이후 마을 속 교육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2017년 7월에 새별이 작은도서관을 열었다.
손 대표는 새별이 작은도서관이 주민들의 쉼터이자 교육 및 대화의 장이 되기를 원했다. 손 대표는 “새별이 작은도서관이 교회 건물에 있지만, 온전히 복지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교회와 완전히 분리를 시켰다. 그래서 마을대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전혀 교회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새별이 작은도서관은 확연히 구분되어 있었다.
손형도 대표를 비롯한 마을 안 노인 분들로 구성된 효성꿈마을공동체는 새별이 작은도서관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한다. 먼저 노인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부품 조립이나 실밥 따기, 열쇠고리 제작 등을 하여 소소한 수입을 낸다. 그리고 그 수입의 일부를 사회 공헌 프로그램에 사용하여 환우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위로하고 마을 사진전시회도 하는 등 지역 사회와 어울리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또한 노후생활의 질적 향상을 위해 건강프로그램도 진행을 하고 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서 손 대표는 “이웃을 위한 나눔, 봉사, 배려를 통해 지역 노인의 어려움을 같이 해결하는 효성꿈마을공동체를 형성하고 주민들과 같이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예산이나 공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프로그램 등을 계속 개최하여 참여와 자치 의식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주민 역량 강화도 효성꿈마을공동체의 목표 중 하나이다.
그럼 공동체 활동을 같이 하고 있는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손형도 대표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효성꿈마을공동체의 활동에도 강사로 참여하고 있는 강효순(예그리나 공동체) 대표의 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강 대표는 “주민들의 호응도가 좋다. 처음에는 60여 분이 오실 정도로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공간이 모든 인원을 수용하지 못해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사 자리도 마련을 해서 주민 분들의 참여를 독려했는데 자체적인 부담도 많이 들어갔지만 주민 분들이 좋아하시니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손형도 대표는 “활동을 통해 닫혔던 마음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처음에는 마을공동체 사업이나 서류 절차 진행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었던 사람들이 마음을 열어서, 이제는 회원들이 따라와주고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모습들을 보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과정이 기쁘고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마을 안에는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있고 그 중에는 일을 진행할 수 없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못하고 각자의 의견만을 주장하여 심한 갈등을 조장하는 경우를 겪다보면 슬프기도 하다는 것이 손 대표의 소감이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사람 간의 관계니까 그 사이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이 반복되면서 점차 변화하는 그 모습 때문에 활동을 계속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효성꿈마을공동체의 손형도 대표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미래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가장 먼저 대표의 의지가 있어야 공동체도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자기 발전을 위해 마을 관련 교육을 많이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실제로도 손 대표는 인천마을지원센터에서 열었던 제10기 주민자치인문대학에도 단 한 번의 결석도 없이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 다음 목표는 재정 확보를 위해 노인과 젊은이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마을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다. 노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 연륜과 젊은이의 활동력이 합쳐지면 마을공동체 활동이 더욱 발전하고 지속가능하다는 취지이다.
인터뷰 말미에 마을공동체가 지속되고 발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마을 현장에서 직접 활동하고 있는 한 주민이자 대표로서 손형도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조직이라는 것은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유능한 인재를 양성해야 돼요. 그러려면 마을활동에 대한 교육이 필요해요.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까지 교육을 마쳐야 유능한 인재가 나오듯이 마을에 있어서도 교육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사람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또 마을공동체와 동장, 주민자치위원회가 서로 협력체제를 잘 구축해서 협치를 통한 마을 주민의 자치를 구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손형도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 문화를 형성하는 것은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다”면서 마을의 수많은 소리들을 행정공무원이나 중간지원조직들이 많이 들어주고 고민을 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진심을 들으면서 기쁨과 함께 지원센터가 함께 해야하는 고민거리를 안고 인터뷰를 무사히 마쳤다.
글 홍보담당 / 사진 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