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업데이트 : 19/03/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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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우리동네 문화공간

    <갈산나빌레> 심꽃례 센터장, 고관배 사무장 인터뷰   갈산나빌레를 찾은 날, 아홉 명의 밴드부 친구들은 ‘나는 나비’라는 곡을 연습하던 […]
Written by: doo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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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산나빌레> 심꽃례 센터장, 고관배 사무장 인터뷰

 


갈산나빌레를 찾은 날, 아홉 명의 밴드부 친구들은 ‘나는 나비’라는 곡을 연습하던 중이었다. 심꽃례 센터장은 “아이들에게 최신곡은 아니지만, 곡의 멜로디와 가사가 좋고 연습하기 적당한 난이도라 애용하는 곡”이라고 말한다.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라는 가사처럼, 아이들은 동네의 품 속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아름다운 꿈을 펼쳐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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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떻게 동네에 문화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나요?

부평북초등학교는 갈산1동에 있는 유일한 학교다. 부평북초 총동문회 회의를 옆 동네에 있는 <청천극장>에서 한 적이 있는데, 동문들이 동네 문화공간이 가진 취지와 내용이 너무 좋았다는 감상을 받아 “우리 동네에도 직접 만들어 보자”고 회의 안건으로 상정하게 되었다. 그 이후 2013년 중순부터 부평북초 총동문회, 주민자치위원회, 갈산1동 주민센터, 주민, 학부모, 자생단체들이 함께 준비과정을 거쳤고, 11월 말 개관공연을 시작으로 문을 열었다. <갈산나빌레>의 ‘나빌레’는 나비를 의미한다. 나풀나풀 예쁘게 나는 나비처럼 갈산동 아이들이 생기 있고 유쾌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다.

 

Q) 공간 마련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공간은 동문이 운영하는 빌딩 지층을 임대하여 마련했는데, 처음엔 폐허 같았다. 지하라서 그런지 냄새도 많이 났고, 귀신이 나올 것만 같았다.(웃음) 열심히 보수를 했다. 곳곳에 회원들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제습기도 없었는데 작년 한해는 큰 문제없이 잘 보냈다.

갈산동에는 3만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나빌레>가 있다는 걸 아직 잘 모르신다. 이곳은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편한 공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수막도 달고 홍보 자료도 배포해야 한다. 후원을 통해 운영하기 때문에, 주민이나 자생단체 등 자발적인 기금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는 회원 확대를 위해 홍보를 많이 하려한다. 비영리 형태이기 때문에 수입은 오롯이 아이들과 공간에 쓰인다.

 

Q) 공간을 거점삼아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작년 10월, 12월에 두 차례 공연을 했고 11월과 12월에 각각 강연도 진행했다. <나빌레>에게 2014년은 지역 주민, 어머님들, 어른들에게 공간을 알리는 해였다. 이웃과 만나고, 연락처를 공유하면서 소식을 알려 나갔다.

공간에서는 주로 아동·청소년 음악교실을 운영하는데, 현재 일주일에 두 번(목요일, 일요일) 진행하고 있다. 나머지 5일은 비어 있는데, 필요가 생기면 회의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총동문회나 주민자치단체의 회의, 동창회, 송년회 등을 진행했었다. 특히 송년회 때 노래방 기계가 빛을 발했다.(웃음)

 

Q) 동네에 문화공간이 필요할 배경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갈산동사무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갈산2동은 “굴포천 통과지역, 대단위 아파트단지 형성지역”이라고 소개된 반면, 갈산1동은 “상가, 중소공장, 주택(단독주택, 빌라 등) 혼합지역, 경인고속도로 등 교통의 요충지이나 주민 휴식공간 및 녹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함.”이라고 나와 있다. 슬프게도 너무 객관적으로 써 놓았다.(웃음) 갈산1동은 부평의 대표적인 구도심 지역이다. 재개발 제한과 인근 공장으로 인해 갈수록 상주인구도 줄어들고 지역경제규모도 줄어들고 있다. 자연스럽게 문화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공간의 필요성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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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궁금합니다.

<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이라는 모 단체가 있고, <청천극장>과 <갈산나빌레> 두 곳의 청소년 놀이마당 공간이 운영되고 있다. 외곽에 선생님들과 마을 단체들이 함께하고 있다. 지금은 법인을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함께하는 사람들로는 대표와 부대표 외에 센터장, 사무장이 있고 이 외에 4명의 드럼, 보컬, 기타 선생님이 있다. 이들은 이제 막 대학교에 들어간 20대 초반의 선생님들이다. 이 친구들은 중학교 때부터 청천극장에 왔던 터라 동네의 공간이 자기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자기가 가장 잘 안다. 그래서 지금은 자원봉사 선생님으로 와서 활동한다. 마치 묘목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나무가 잘 자라 이담에 아름드리 나무가 되어 주변에 산소를 내뿜듯, 아이들이 동네에서 자기가 받은 좋은 영향을 다시 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물도 그냥 보면 지나칠 수 있는 투박한 간판과 외관을 가지고 있지만, 학생들이 진심을 담아내 꾸민 공간이라 더 의미가 있다.

 

Q) 일부러 시간과 마음을 내서까지 이곳에 있게 만드는 동력이 무엇인가요?

고관배(이하 고) : 글쎄. 뭘까? 아마 아이들을 보면 예전 내 모습 같아서인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노래하는 걸 좋아했는데, 내게도 이런 공간과 이웃, 선생님이 있었다면 피아노라도 칠 줄 아는 어른이 되었을 텐데. 나땐 없었지만 지금은 있으니 잘해주자는 마음인 것 같다.

그리고 다 내 후배들이다. 지금 친구들은 부평북초 46회 졸업생인데, 나는 28회 졸업생이다. 그리고 교생실습을 나갔다가 느낀 건데 교사에게 아이들은 40명이지만 40명의 아이들 각각에게 교사는 한명이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 내가 들어가게 되었으니까 좋게 기억될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인 것 같다. 그래서 이 아이가 나중에 넉넉한 마음을 가진 어른이 되고, 사회 전반적으로 이런 게 반복되다 보면 더 좋아질 것이다. 어머니께서는 “네 할 일이나 해라”라고 하신다.(웃음) 그럼 나는 “이게 내 일이야” 라고 말씀드린다.

 

심꽃례(이하 심) : 결론은 아이들인 것 같다. 신문에서 읽은 건데, 한 교사가 퇴직을 하면서 “말도, 탈도 많은 교직생활을 관두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만나는 보람 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는 감상을 남겼었다. 난 그만큼 오래 하지도 않았지만, 처음엔 아이들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많이 울었는데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아이들 덕인 것 같다.

 

Q) 원래 아이들을 좋아했나요?

고 : 그건 아닌 것 같다.(웃음) 근데 이상하게 예뻐지는 순간이 있다.

심 : 말 안들을 때 힘들다.

 

Q) 어떻게 말을 안 들으면 힘든가요?

심 : 여기가 학교나 학원은 아니니까, 어떤 강제성을 갖기 어렵다. 그러니까 학교면 하지 않았을 단순한 문제가 힘들다. 예를 들면 지각이라던가, 핸드폰을 수시로 만지는 문제, 기본적인 연습시간 및 쉬는 시간 등의 시간약속 지키지 않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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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밖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

고 : 퇴근한 뒤 쉬고 싶거나, 주말에 나와야 하는 등의 일은 문제가 안 된다. 다만 여자친구가 너무 바쁘다고 느껴서 문제긴 하다.(웃음) 한주에 한두 번 교육을 하면 그때뿐인 것 같아보여도 아이들 부모님이 걱정하시지 않게 연락드리는 것 등 준비할 것이 많고, 시간을 많이 내야 한다. 또 애들이다 보니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해야하는 것도 많고.

 

Q) 그럼에도 아이들이 예쁜가요?(웃음)

심 : 지금 기타를 치는 중학생 친구는 원래는 기타를 하나도 연주할 줄 몰랐다. 그런데 공연을 위해 2주간의 방학 동안에 매일 나와서 내내 혼자 연습하더니 이제는 후배들을 가르쳐주고 있다. 무척 대견하다. 그리고 기존 연습곡을 오늘 비로소 다 끝냈다. 오늘처럼 곡이 완성될 때 성취감을 느낀다. 함께 얻는 성취감이긴 하지만 오히려 내가 더 얻는다고 느낀다.

청소년이었던 친구들이 성인이 되면 자원봉사 선생님으로 다시 참여한다. 그렇게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고, 후배가 다시 선배가 되면 선생님이 되는 순환구조를 강조해 왔는데, 올해부터 그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런 시스템으로 오래 갈 수 있었으면 한다. 실력이 뛰어난 것보다 우애 있게 잘 지내는게 중요하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이곳이 부평의 청소년 문화중심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Q) 올해 계획이 있다면.

심 : 4월 첫 주에는 청소년가요제 예선진출을 한다. 청천극장과 팀을 합쳐서 나간다. 6월에는 정기공연, 11월에는 합동공연 또는 갈산동 주민과 함께하는 음악회를 할 예정이다. 공간은 이웃 주민들이 많이 사용해 주셔서 활성화되면 좋겠는데, 장비 때문에 완전히 개방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관리를 해야 하는데, 상근자를 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문을 열고 닫는 관리 일을 누군가 하기에는 아직 여건이 어렵다.

 

Q) 바라는 점이 있다면.

고 : 우리가 말할 땐 ‘사업’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인생에 한번 있는 일이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 후배들이기도 하고. 요즘 애들이 우리 때보다 더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애들이 커서 마음이 넉넉한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모난 마음을 갈고 닦아서 둥근 사람이 되어 이웃과 지역을 위한 일을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이곳이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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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 이광민(사업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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