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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구에 있는 경신마을은 주민의 말을 빌려서 한 문장으로 특징을 설명할 수 있다. ‘도심 속의 농촌’이 바로 그것이다. 정말 그렇기도 한 것이 아파트와 큰 도로가 쭉 펼쳐져 있는 곳에서 경신마을 입구와 연결되어 있는 길로 접어들면 바로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비닐하우스와 재배하는 식물들이 길가에 늘어서있고, 낮은 건물들이 길을 따라 여기저기 세워져있으며 자동차의 소리도, 왁자지껄 떠는 군중의 소리도 없이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한적한 길을 따라 조금 들어가자 어느 한 장소에서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쪽에서는 끊임없이 짐을 나르고, 다른 쪽에서는 노래 공연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그 날은 경신마을의 마을 행사가 있던 날이었다.
경신마을은 2018년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에 선정된 마을공동체로서 마을의 모습을 주민 스스로 바꿔보고 마을 주민들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마을 행사도 그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 날 마을 행사는 사회자의 밝은 인사로 시작되었다. 행사장에는 이미 주민들로 가득했고, 행사 전 주민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반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마을 행사는 경신마을 대표의 인사말과 어린이 댄스 동아리·실버대학 댄스팀·하모닉스 팀의 공연, 그리고 소통과 갈등해소에 대한 강연을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마을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곳에 모인 마을 주민들은 공연을 보며 박수도 치고, 때로는 흥에 겨워 춤도 추기도 했고, 강연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강연 후 마을 주민이 모두 함께 한 식사시간은 서로가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
특히 이런 마을 행사가 더욱 편안하고 즐겁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마을 주민이 좋은 장소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마을공동체 운영의 자발성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마을 행사를 마친 후에 경신마을 이명재 대표님과 행사를 준비했던 주민 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마을 주민들 중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을 준비한 계기는 마을의 상황과 관련이 있었다.
이명재 대표는 “만 11년 동안 경신마을에서 살면서도 그동안 마을 사람들끼리 소통도 잘 안되는 면이 있어서 불편했다”며 주민 몇몇이 찾아와 마을공동체 공모사업 얘기를 하며 마을공동체 사업을 이야기했을 때 굉장히 반가웠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주민들 또한 “이런 동네면 서로 길가다가 인사도 하고 훈훈한 분위기가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만큼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하지만 마을이 싫었다면 계속 마을에서 살거나 이런 마을 활동들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의 인터뷰 내용 속에서 마을에 대한 애정을 확실하게 엿볼 수 있었다. 이 대표는 “공기도 좋고 봄이 되면 마을 곳곳이 꽃으로 뒤덮여서 여기처럼 꽃천지인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구의원을 하시던 분도 경신마을에 대해 ‘한 번 경신마을에서 살면 다른 곳 못 간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주민 또한 “도시가 아닌 마을이 개인적으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렇게 사랑하는 마을을 직접 바꾸기로 마음을 먹은 계기는 안산에서 열린 마을공동체 사업 발표회를 본 것이었다. 이 대표는 “그곳에서 마을공동체 주민들이 마을을 스스로 운영하고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마을 간 소통이 되고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공동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 이후부터 경신마을을 직접 바꿔보기 위해 뜻있는 마을 주민들이 나서게 된 것이다.
경신마을에서는 주민 간 소통을 이끌어내기 위해 여러 가지의 마을공동체 사업을 구상하고 있고 몇 가지는 이미 진행 중이다. 과수원 품앗이 같은 경우는 옛날 마을에서 서로 일손을 도우며 교류를 하던 것을 떠올려서 경신마을 내에서도 배농사를 도와 품앗이를 하는 활동이다. 반응은 꽤 좋았고, 앞으로는 도움을 더 많이 주고받도록 확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주민 단합대회나 주민과 함께 하는 가족교육도 처음은 미약하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해서 주민들의 참여를 높이고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것이 향후 과제이다.
경신마을은 앞으로 더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큰그림도 그리고 있다. 이명재 대표의 말에 의하면 “더 많은 주민들의 화합과 소통을 이끌어내고, 배를 이용해서 마을의 특색을 살리고 그것을 이용해 다른 마을공동체와도 교류하고 싶다”고 말했다. 만약 이대로 된다면 어느 순간부터인가 사라졌던 배꽃축제도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경신마을은 그동안 소통의 부재로 인해 서로 간의 관계가 단절된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마을 행사나 여러 마을 활동을 통해 마을 사람들에게도 소통하고 화합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알을 깨고 나오고 싶지만 힘이 없어 알에서 나오지 못하는 병아리처럼 마을 주민들도 단지 계기가 없어서 표출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앞으로도 계속 마을공동체 활동이 지속되어 이명재 대표와 마을 주민들의 바람처럼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마을 사람들이 서로 인사하고 손잡는 마을, 새로 이사 온 사람도 소외되지 않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그런 경신마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글 홍보담당 / 사진 경신마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