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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구밭 청년길에서 듣는 중앙시장 이야기
박진성 동인천 중앙 시장 청년사업단장, 이미소 가문비나무대표
▶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바라본 동구밭 청년길
인천시 동구에 있는 중앙시장은 한복거리 및 이불가게 등 천에 관련된 특화 시장이다. 80년대에서 90년대에만 해도 한복은 특별한 날에 반드시 입어야 하는 우리네 예복이었지만, 지금은 한복 대여 또는 다른 서양식 예복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 하루 유동인구가 100명이 채 안 되는 시장이 되었다. 재개발지구로 선정되는 것과 함께 중앙시장은 예전의 영화로움은 사라지고 빈 점포가 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소기업청의 ‘2015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 지원사업에 공모, 최종선정된 청년 창업가 10명은 중앙시장에서 가문비나무(핸드메이드 페브릭 공방), 아는사람(컨셉 사진관), 아키팩토리, 칸스터디센터, 동인천 아지트, 갤러리 YO, 지사랑’두 번째 이야기‘, 카페 빙고, 라온제나, 음주는19금에블리바뤼떡볶이가게를 열었다.
박진성 동인천 중앙시장 청년사업단장에 따르면, 중앙시장에 총 102개의 점포 중 10개의 상점에 청년 상인들이 중앙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4월 1일 오픈데이로, 10개의 점포가 첫 셔터를 올렸고, 홍보를 위해 5월 5일 어린이날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박진성 사업단장과 함께 인터뷰에 응한 이미소 가문비나무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터에 중소기업청에서 지원하는 청년지원사업 공모에 관심을 기울여, 창업을 하게 되었다.
▶ 사진 왼쪽부터 이미소 가문비나무 대표, 박진성 동인천 중앙시장 청년사업단장
# 1. 청년 상인과 청년사업단장이 바라보는 중앙시장
– “동구밭 청년길”이라는 이름은 누가 지었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박진성 – 지금 이 사업을 청년상인들이 창업하는 사업인데 대부분은 특정 이름이 없어서 그냥 무슨 청년몰, 청년상인 이렇게 부릅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저희만의 네이밍이 필요하다 생각해서 10명의 창업자와 회의를 했어요. 수많은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사실은 ‘동구밖 과수원길’에서 따온 거구요. 중앙시장은 몰(mall)의 상태가 아니고, 몰은 모여 있는 상태를 말하잖아요. 저희는 시장 길에 흩어져 있었기 때문에 몰 개념이 아니라 길 개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동구 지역이다 보니 힌트를 얻어서 <동구밭 청년길>로 10명의 청년 상인들과 회의를 해서 결정하게 된 거지요.
▶ 중앙시장 옆길에 있는 양키시장과 중앙시장 풍경
– 청년 상인들이 보았을 때 중앙시장 첫 느낌은 어떠셨나요? 청년단장님은 어떠세요.
이미소 – 저도 중학생 때 동인천에 꽤 자주 왔었어요. 그 때만 해도 활성화되었던 시장이었고 당시에 유행하던 옷을 사러 양키시장에 왔었거든요. 하지만 그때 이후로 동인천이 점점 잊혀졌고 저도 친구들이랑 거의 구월동에서 자주 만나고 하니 중학생 이후로 한 번도 안 와봤던 거에요. 모집공고를 보고 처음에 답사하러 왔었는데 사실 천막을 보고 음산하다고 해야 하나. 시장이 활기찬 느낌이 아니고 처음에는 어두운 느낌을 받았어요.
박진성 – 저도 마찬가지에요. 제가 시장사업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전국의 여러 시장을 조사하러 많이 다녔어요. 하지만 사실 이정도의 시장 상황을 처음 봤고요. 시장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둡고 그런 것을 떠나서 제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상인 분들이 문을 잘 안 여세요. 시장에서 제일 위험한 게 빈 점포가 생기는 것인데 현재는 빈 점포가 아직도 많이 있고 그러다보니 영업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셔터가 내려와 있는 가게가 굉장히 많지요. 그러다 보니 손님들이 여기 장사를 하는 건가 안하는 건가 이 정도로 느낄 정도니까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는 거예요. 손님이 그나마 찾아왔을 때 시장 전체 인상 자체가 가게 셔터가 많이 내려와 있으니 그런 인상을 더 주는 거지요. 저도 처음 왔을 때 시장 전체가 청년창업이 가능할까 걱정했는데 주변 상권 조사를 하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하면서 어떻게 보면 여기가 더 성공가능성이 있겠다, 라는 결론을 최종적으로 내렸지요.
– 중앙시장이 다시 활성화되는 희망적인 요소는 없을까요?
박진성 – 배다리나 동인천역 주변에 있는 학교들을 희망적인 요소로 본 거고요. 가장 문제가 되는 게 결국은 이 친구들이 창업을 해서 최종목적은 자생력을 갖는 것인데 사업기간 내에 잠깐 하고 빠질 것은 아니니까요. 본인들이 지원비가 없어지면 그 중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월세거든요. 임대료 같은 경우에는 저희는 정말 싸게 얻었어요. 워낙 시장이 죽다 보니까 임대료에 특정 기준 등이 설정되어 있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최근 몇 년간에 매매 임대 형성 자체가 안 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건물을 임대할 때 활성화차원에서 싸게 주시라 해서 건물주인분들이 저렴하게 가게를 내 놓았지요. 다른 곳 같은 경우, 서울은 임대료가 150만원이래요. 그러면 지원기간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나중에 사업기간이 끝날 때 과연 청년 상인들이 150만원 씩 월세를 내고 되겠나.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중앙시장은 청년 상인들이 오히려 정착하고 자생력을 가지는 게 쉬운 구조가 아닐까 생각해요.
이미소 – 저는 원래 전통시장 사업이나 청년 창업에 관심이 많아서 사실 몇 군데 사전설명회 할 때 갔었어요. 서울에도 가보고 인천 다른 한 군데를 봤는데 거기에서 특별한 메리트를 느끼지 못했어요. 사실 역세권이라는건 무시할 수가 없잖아요. 중앙시장은 동인천역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가장 큰 메리트라 생각했어요.
# 동구밭 청년길이, 중앙시장이 만나 변화하다
– 함께 하는 단체나 동네가 있는지
박진성 – 준비하는 과정인데 저희 시장 컨셉은 청년들이 창업을 했기 때문에 주타겟이 학생들하고 직장 초년생들 위주가 많거든요. 저희가 처음으로 연결된 것은 <청소년 센터>와 조인이 되었어요. 5월 달부터 시작을 하는데 청소년들이 여기로 와서 청년 창업한 선배들의 가게도 한번 구경하고 저랑 면담을 할 거에요. 청년창업에 관심이 있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이런 친구들에게 상담을 해드리고. 점포를 이용하고 프로그램을 5월부터 운영할거고 그걸 인근의 학교와 점점 확대를 할 거예요. 청소년들이 청년창업에 관심을 갖고 접근하기 쉽게 저희가 지도를 할 예정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이루어질 것은 <중부경찰서>와 이야기하고 있는데 학교 학생들 중에서 문제 학생들이 있는데 그런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 동구밭 청년길 <미술갤러리 요>선생님이 아동과 성인 미술치료를 해요. 이 가게하고 문제 학생들과 연계해서 심리 치료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고요. 나중에 최종적으로는 패키지를 만들 거예요.
여기 <추억 극장 미림>과 조인을 하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오셔서 영화 한 편 보시고 만든 것을 한지체험 한 번 하시고 식사하시고 후식으로 빙수를 드시던지 하는 것을 테스트 진행해보았고요. 그런 패키지도 점차 확대할 예정이고 커플패키지를 새로 만들어보려고 해요. 수익보다는 홍보성으로 소셜 커머스에서도 한번 판매를 해보려고 해요. 예를 들면 커플이 와서 여기서 커플체험을 하고 옆에 사진관에서 커플 사진을 찍고 그 액자를 한지공예 가서 만든다거나 마지막으로는 식사나 커피를 마시는 그런 패키지를 개발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주변에 학교들과 공기업들, 사회 공헌을 하는 기업들과 조인을 많이 할 예정이에요.
– 시장 상인 분들과 만나시면서 내적인 변화가 있었나요? 만일, 부족한 부분이 있었는데 채워진다는 느낌이 있으셨는지요.
이미소 – 제가 오전에 동대문에 원단을 떼러 가야 해서 한 며칠 가게 문을 조금 늦게 연 적이 있었어요. 옆집에 할아버지께서 ‘어제 왜 안 나왔어’, 하시면서 말씀하시더라고요, 계속 문을 안 여는 게 궁금해서 그러시나보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장사는 되건 안 되건 문을 무조건 항상 열어놓아야 해. 장사라는 게 손님이 적던 많던.”
사실 저도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몇 십 년 동안 노하우를 가진 할아버지가 한 번더 강조해서 말씀해주시니 그 뜻이 좀 더 단단해지는 느낌이었어요.
박진성 – 상인들이 계속 둘러보세요. <아는사람 사진관> 같은 경우에는 나중에 공사가 끝난 후에 다른 공사를 진행했어요. 거기도 여사장님이 혼자 오픈하다 보니까 무거운 걸 나른다던지 할 일이 많잖아요. 그런데 시장 남자상인분들이 다 뛰어나와서 날라주시고. 그리고 조언을 해주세요. 옆에 가게가 멘토링 해주듯이 장사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주시고 예를 들어 세금 문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절약할 수 있는지 하다못해 전기세 어떻게 하면 아끼는지 그런 부분까지 다 소소한게 알려주시는 거지요. 여기 밥 먹을 곳이 어떤지 어디에다 시켜먹어야 하나 전화번호라도 알려주시고. 그 정도로 청년 상인들이 그런 딸, 아들 같아서 여러 가지로 많이 도와주셔요. 장사의 어떤 노하우도 있지만 정말 하다못해 점심은 어디 가서 먹어라. 어디가 맛있다 맛집 정보까지. 그만큼 관심이 많으시고 도와주시려 하는 거지요.
– 중앙시장에 청년 상인이 함께 하면서 마을이 변화했다면 어떤 모습인가요.
박진성 – 많이 변했어요. 첫 번째는 아까 전에 말씀드렸지만 상인 분들이 취미생활로 시장에 나오시는데 그냥 앞 가게 지인과 식사 같이 하시고 커피 마시고 수다 떠시고 본인들 가게 안에서 하루 소일거리를 하면서 보내시다가 들어가세요. 가게 영업에 대한 절실함이 없는 상태에요. 왜냐하면 손님 자체가 없으니까. 그래서 항상 약간 우울하시고 본인들끼리는 웃으시지만 조용하고 어둡고 우울해요.
어쨌든 청년상인들 열 명이 오픈을 했고 청년 상인들만 해도 일인 창업도 계시지만 두 명 의 창업 등 결국은 젊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잖아요. 그리고 이곳에 관련된 사람들이 오고 손님도 있고 유동인구가 늘었고. 더 좋은 것은 젊은 사람들이 늘었다는 거예요.
지금 여기서 특히 건물주 분들이 월세 받는 게 사실 그 분들 생활에 크게 도움이 안 되세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분들이 저희한테 말씀하시는 것은 ‘건물을 마음껏 써라, 내가 이 돈을 받고 얼마나 형편이 나아지겠냐. 시장이 다시 옛날처럼 시끌시끌해졌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해 주세요. 가문비나무 사장님 가게 주변에만 해도 나와서 쓱 보세요. 오늘 출근 잘 했는지. 지나가면서 보시면서 손님은 있는지. 청년길 열 개의 가게를 마실 삼아 쭉 보세요. 관심들을 많이 갖고 계시고 커피도 사 드시니까 청년 상인들이 화두가 되어서 ‘정착을 잘 해야 될 텐 데부터 쟤네들이 장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그런 화두가 생기니까 대화를 많이 나누시고 점차적으로 시장 분위기가 많이 밝아지고.
또 하나는 이분들이 장사가 안 되시고 하니까 눈치를 보고 계셔요. 청년 상인들이 들어와서 활성화되면 내가 가게를 접겠다 그리고 자식들에게 업종을 바꿔서 물려주고 호프집이나 식당을 열든 다른 업종으로 전환 등 여기 분위기에 편승하시려는 분들이 계셔요.
저한테 오셔서 또 사업을 하게 하면 내 가게부터 해 달라. 이 아이템으로는 안 되니까 이불 파시는 분들, 한복하시는 분들은 이거는 내 업종이고 자식들에게 젊은 친구들이 찾아올 수 있는 아이템으로 해서 물려주겠다. 이런 분위기가 조금씩 형성되는 거지요.
# 3. 중앙시장의 따뜻한 감성과 청년상인의 신세대 감각을 동시에 살리고 싶어요
▶ 이미소 대표의 가게인 <가문비나무>, 좋아서 하는 핸드메이드 공방
– 개인적으로 시장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어떤 걸 남기고 싶으신가요?
박진성 – 제가 어렸을 때는 오히려 시장만이 있었고 마트가 없던 시절이었어요. 엄마 손 잡고 시장을 가는 게 그 때 그 시절에 저한테는 가장 큰 즐거움이었어요. 가서 엄마 저녁 반찬거리 사면서 저는 졸라서 옆에서 하나씩 얻어먹고. 엄마랑 같이 떡볶이를 사 먹는 그 재미. 시장에 가면 그 자체가 재미가 있었지요. 뭐가 많고 생선도 팔고 그런 게 신기했었는데. 그런데 사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이제 카트 족이지요. 마트를 거의 자주 이용하니까. 물론 마트도 장점이 있지요. 제가 사실 시장사업을 하고 있어도 저도 마트를 이용해요. 그래도 다만, 시장이 마트에서 못 느끼는 정서들이 있잖아요. 제가 시장사업을 하는 이유도 사실은 그 감성과 정서를 어린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거예요. 이 상태로 가면 시장 개수가 줄고 있고 어쩔 수 없이 앞으로도 더 줄 거예요. 마트나 이런 사업 때문에 시장이 줄어들 건데 그래도 아주 어린 친구들에게 그런 시장만이 가진 감성들을 물려주고 싶어요.
이미소 –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집도 학교도 모래내시장 근처였어요. 저는 심심하면 제 동생들이랑 모래내시장에 가요. 마트보다 편한느낌이 들거든요. 시장이 구경할 것도 많고, 친근해요. 같은 품목을 파는 여러 가게들을 구경할 수도 있고요. 중앙시장도 시장의 편안하고 따듯한 감성은 유지하고, 청년상인들의 신선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중앙시장을 이용하시는 손님들에게 이런 점은 좀 도와달라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이미소 – 저는 핸드메이드 제품이다 보니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가격 책정을 그렇게까지 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핸드메이드 취급하시는 분들에 비해서는 30-40퍼센트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르신들이 지나가다가 이거 보고 예쁘다 하시는 것까지는 좋은데 ‘비싸다, 왜 이렇게 비싸.’라고 말하시면 살짝 속상해요. 제가 디자인을 직접 하고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서 이렇게 된 거라고 일일이 그 분들께 설명해드릴 수 없잖아요.
박진성 – 전체적으로 손님들이 보시고 가면서 두 가지 반응이 있어요. “야, 시장 활성화하는 거구나, 젊은 친구들이 와서 기특하다.”라는 분들도 계시지만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계세요. “여기 다 망하는데 여기다 왜 차렸어, 이런 부분이 얼마나 가겠어?” 그렇게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시는 것도 걱정이 되서 그러시는 건데 그래도 이왕이면 젊은 사람들이 하는 거니까 좋은 시각으로, 기특한 마음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시장의 또 다른 말은 곧 사람이 아닐까. 사람이 오가는 길목에서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시장에서 사람은 독립적인 개인이 아니라 관계망 속에 이음이다. 전통시장이 온 생애를 다 해 청년들에게 답하고 묻는 과정을 느릿느릿 이어나가는 것처럼 청년 역시 오래된 시장에서 시장살이를 하는 것이 함께 살기 위한 작은 바람과 희망일 수도 있겠다. 전통시장의 역사를 이어나가는 것, 그리고 청년 상인들의 소박한 꿈이 이루어지려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응원해주는 힘들이 모이고 모여야 한다. 우리는 얼마나 오래된 시장과 청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을까?
글
·사진, 인터뷰 정리/홍보지원 양지나
<가문비나무> 사진 / 이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