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업데이트 : 28/10/2014
조회수 :

<동네 인문학> 배다리마을 정자 이야기

      민 운 기 l 스페이스 빔 대표    인천 동구 금창동 배다리마을에 가면 경인철로 변 주택가 한 […]
Written by: doogak
  •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table of contents

 

 

 

민 운 기 l 스페이스 빔 대표

 

 인천 동구 금창동 배다리마을에 가면 경인철로 변 주택가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다소 휑한 곳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네모난 정자(亭子)가 한 쪽에 멀뚱히(?) 서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얼핏 보면 어디에서나 있음직한 평범한 시설물 같지만 그 이면에는 남다른 의미와 역할이 있습니다. 저는 이 정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애초 이곳은 인근 주택가와 다를 바 없었던 평범한 곳이었습니다. 그러던 곳이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한 신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2000년대 초부터 야심차게 진행해오고 있던 인천경제자유구역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송도와 청라지구를 잇는 가장 빠른 직선 길을 내기 위한 계획을 세웠는데, 그 길이 배다리마을 중간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06년에 공사를 본격화하면서 해당 부지에 포함된 주택들을 모두 철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문제는 해당 부지의 주민들은 일정 비용 보상을 받고 떠났지만 도로 부지에 인접한 주민들은 폭 50미터 8차선 산업도로로 인해 발생할 각종 소음과 매연, 분진 등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고, 큰 도로로 인해 오랫동안 오고가던 길이 끊기고 철로 변에 높게 설치한 육교를 힘겹게 이용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이 마을이 지닌 역사 문화적 가치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시민문화단체 및 활동가 분들은 이 도로 공사가 어떤 파괴와 훼손을 가져올지 우려하였습니다.

 

 

 이에 2007년 초부터 이 공사의 무효화를 요구하는 지난한 싸움이 시작되었고, 결국 지하화라는 성과를 끌어내었습니다. 그러나 공사는 인천시의 재정난으로 인해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까지 이 공간을 두고 관리주체인 인천시 동구와 저를 포함한 ‘배다리사람들’ 사이의 생각이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동구는 코스모스나 유채꽃밭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예쁜 모습을 보여주면서 쓰레기도 버리지 못하게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주민들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며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와는 달리 배다리사람들은 생태계의 자연스런 복원을 기대함은 물론, 이곳을 마을 또는 주민 공동체를 더욱 돈독하게 할 수 있는 다각적인 실험의 장소로 활용하며 갈라진 두 마을과 주민들을 새롭게 잇고자 하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코스모스 꽃밭에 재활용 창작 허수아비를 만들어 세우기도 하고, 알록달록 바람개비를 꽂기도 하고, 이른 봄에는 우각로와 맞닿은 부지에 벼룩장터를 열기도 하는 등 조심조심 개입을 시도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정월대보름 달맞이잔치의 일환으로 달집태우기와 쥐불놀이 행사 등을 이곳에서 갖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2012년 6월부터는 구청장의 허락을 얻어 일부 부지를 텃밭으로 가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텃밭이 좋은 이유는 다들 아시겠습니다만, 마을 주민 분들이 서로 만나 얘기를 나누며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음은 물론, 소일거리도 생기며 건강도 챙기고, 텃밭 작물을 키워 먹게 됨으로써 가게에도 보탬이 되고, 이웃에 나누어 줌으로써 오고가는 정도 싹트게 되지요. 또한 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에게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게 되기도 하고, 나아가서는 도시 속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는 청량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마을 주민 분들이 이 텃밭에서 그 동안 감추어 놓았던 온갖 경험과 재주, 생활의 지혜를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텃밭이라는 무대 위의 멋진 주인공이 되고 있는 셈이죠.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정자는 바로 이 텃밭을 가꾸게 되면서 배다리사람들이 바로 옆에 세운 것입니다. 주민 분들이 텃밭 일을 하다가 비나 햇빛을 피할 수도 있고(물론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얼마 전 보강을 했지만), 누구나 이곳에 나오거나 지나가다 쉴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음료수나 막걸리를 한 잔 걸칠 수도 있답니다. 배다리사람들은 더 나아가 이곳을 활용하여 다양한 생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대안적인 마을 또는 도시의 미래적인 가치를 경험 및 공유하는 장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자를 둘러싸고 좋은 일만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분은 노숙자가 생긴다고, 남녀가 보기 민망한 애정 행각을 벌인다고, 또 어떤 분은 한밤 중 이곳에서 떠드는 사람들 때문에 옥상의 개가 짖으며 주민들 잠을 방해해서 민원을 받게 된다는 이유로 이동 또는 철거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경우는 요긴하게 사용을 한 후 뒤처리를 하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합니다.

 

 결국 이 정자는 배다리 마을 구성원들 서로 간에 이해와 소통의 폭을 넓히는 가운데 구 행정의 단순한 ‘관리’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는 도로 부지에 대한 주민 및 배다리사람들의 권리를 되찾으며 주체로 나서게 됨은 물론 책임의식 또한 무한히 느끼고자 하는 문화적 ‘거점’ 내지는 ‘교두보’의 역할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20세기 산업화의 상징인 도로와 차량 대신 생명과 생태 등 지속가능한 가치로 대체하려는 패러다임의 전환과도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정자를 주목해주시고, 앞으로도 이곳을 매개로 도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다양한 실험들을 벌여나갈 계획이니 만큼 많은 관심과 성원, 활용을 부탁드립니다.

 

 

 

 

답글 남기기

RELATED POSTS

Check other posts you may like
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의 새로운 소식을 가장 빠르게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crosschevron-downchevron-down-cir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