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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지역사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 <나비짓> 김향자 대표 인터뷰
▲의미있는 지역사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 <나비짓> 회원들. 가을걷이를 하는 모습
Q)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관심을 갖는 사람들끼리 만나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모일 수 있었나요?
시에서 만든 ‘행복한 가정만들기 상담원’이라는 제도가 있다. 그래서 각 동사무소마다 배치된 상담원들이 상담을 해왔다. 직업이 간호사였던 나는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상담을 해왔는데, 10년간 상담을 하다 보니 다른 상담원들과 교류가 생기고, 중구에 있는 미가엘복지관에 상담원이 필요로 할 때 다른 상담원들을 연결해서 지역사회 일들을 많이 했다.
중구에서 태어나서 쭉 중구에서 살았다. 대학 다닐 때와 서울에 있는 병원에 근무할 때를 제외하곤 계속 인천에서 살았다. 그러다 보니 중구를 위한 마음이 남다르다. 외국에 나가서도 “우리 대한민국은요”가 아니라 “우리 인천은요” 가 먼저 나올 정도다. 회원들도 대부분 인천에서 오래 산 사람들이다.
지역에서 10년간 일하다 보니 상담원 외에도 나처럼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저렇게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중구가 개발되면서 생기는 아쉬움을 비롯해 지역이 가진 문제점을 구석구석 이야기하다 보니 “우리 이러지 말고 의미 있는 일을 같이 해보자.”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발산이 된 것이다. 그렇게 주위에 함께할 사람들을 아름아름 추천해 가며 <나비짓>이라는 모임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다들 지역에 애정과 관심이 있으니까 가능했던 것 같다.
▲회원들이 직접 농사지은 작물로 야채 장아찌를 만들어 나누었다.
ⓒ의미있는 지역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 <나비짓>
Q) 함께하는 분들은 어떤 분들이신지 궁금해요.
나비짓에는 사회복지사 분들이 많다. 미가엘복지관을 중심으로 한 상담원 모임이 있었는데, 복지관에서 어르신들께 도시락을 가져다 드리는 사업을 하게 되면 이미 지역에서 사회복지 일을 하고 있었기에 해당 지역의 현장이나 주민들을 파악하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일이 쉬웠다. 실태를 잘 알고 있으니 다른 곳에서 추천한 곳보다 더 정확히 사회서비스가 지원될 수 있었고. 그러다 보니 기관에서도 우리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회의도 자연스럽게 미가엘복지관에서 하다 보니 이곳을 중심으로 활동하게 됐다.
상담을 하는 선생님들, 복지사 분들께 모임의 취지를 전달하니 너무 좋다고 기꺼이 참여해 주신 덕분이다. 그렇게 관계된 사람들이 하나 둘 이어지게 되면서 모임이 생긴 것이다. 지금 회원은 20명이 조금 안 된다. 회원을 많이 모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는데 우리같은 색깔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도, 회원으로 함께하는 것도 사실 쉽지는 않다. 지금은 단체가 재도약하는 시기다. 회원구조를 탄탄히 만든 다음에 내년에는 조금 더 밀도 있게 일을 진행하고 싶다.
Q) 나비짓이 ‘의미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인데, 모임에서 만들고 싶었던 의미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나비짓은 ‘나비효과’에서 나비의 날갯짓을 뜻한다. 이 말은 어디에선가 일어난 작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뜻인데, 아주 작은 차이가 결과에서는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중구 지역에 오래 몸담고 살았던 사람들이 의미와 보람을 위해 시작한 작은 일들.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나비짓이 찾는 의미는 우리가 모여서 지역을 위한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볼 때 생긴다. 브레인스토밍을 하듯 이야기하고, 뭐부터 할지 논의하다가 우리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먹거리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대부분이 주부고, 여자들이라서 그런지 가족들과 아이들이 먹는 음식부터 관심이 갔다. 자연히 친환경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고, 유기농 재배는 어떻게 하는 것이며, 윤리적 소비는 무엇인지 교육을 많이 받았다. 그러다가 회원들이 같이 공부해서 건강관리사 자격증을 함께 취득하기도 했다.
지역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다 보니 동네 집집마다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이 있더라. 몇 주 전에는 집집마다 씨앗 모종을 나눠 줬다. 가을에 심어서 걷을 수 있는 배추모종 등이다. 동네 사람들이 심은 작물을 가져와서 판매도 하고, 집에 감나무가 있으면 감을 가져오게 해서 수익을 가져가게 하는 마켓이 10월 말에 열릴 예정이다.
▲회의하는 모습. 공동체의 의사결정은 회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의미있는 지역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 <나비짓>
Q) 작년 마을 텃밭(Talk밭) 사업을 하면서 여러 사람이 만나고, 수확물을 나누었다고 들었습니다. 올해는 공모사업을 통해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하려 하셨는데, 공모사업을 반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작년에 공모사업을 할 때 굉장히 힘들었다. 지원금을 7월에 교부받아 11월까지 활동을 끝내고 12월에 보고해야 하는 정해진 일정에 맞추려니 쉽지 않았다. 우리는 공동체기 때문에 어떤 결정이라도 회원들의 동의가 필요하고, 조금 느릴지라도 함께 가야한다. 공모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회원 중에 사업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여긴 사람이 있었다. “지원금을 받았다고 해서 목적에 우리를 끼워 맞춰야만 하는 걸까?”, “우리가 급하게 서둘러서 사업을 할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고, 그런 의미에서 반납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이라도 다수의 의견 때문에 배제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즐겁지 않고 하기 싫은 일인데 공동체이기 때문에 맞춰 가야 하는 상황은 좋지 않다고 본다. 즐겁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면 오래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항상 전체의 이름으로 같은 일을 해야만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동의하는 사람끼리 진행하고, 참여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은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있으면 충분히 나비짓의 이름으로 갈 수 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공동체의 이름으로 다함께 일을 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하고 싶은 일을 따로 또 같이 즐겁게 할 수 있는 공동체이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온 것 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합의가 필요하다. 3년차인 지금 공모사업으로 인해 잡음이 생겨나기도 하는 걸 보면 우리가 다음 단계를 모색할 때가 온 것 같다. 이미 공모사업을 두고 실랄한 토론을 주고받으며 회원들이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그래서 속도가 늦어도 이렇게 가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린 행복하려고 이 일을 시작했는데, 하기 싫은 일을 하면 행복할 수 없다. 공모사업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포기를 한 것이다. 급하게 서두를 것 없이, 교육사업을 통해 점검해 가며 가려 한다.
Q) 나비짓의 프로그램을 보면 일, 학습, 노는 것이 조화롭다는 감상을 받았습니다.
맞다. 우린 노는 것도 잘 논다.(웃음) 공모사업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하다보면 끌려가는 경우가 많아서, 작년에도 “내년엔 절대로 하지 말자”고 했는데 텃밭 사업을 하다 보니까 거점공간이 없는 게 아쉬워서 신청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회원 간에 불신이 남는 것 보다 한 템포 느리게 가더라도 단단히 가는게 낫다는 결정을 하게 되었다. 한두 해 하고 말 일이 아니기 때문에 천천히 가면 된다고 본다.
나비짓에는 ‘지역운동 분과’, ‘교육 분과’, ‘먹거리 분과’, ‘텃밭 분과’ 이렇게 4개 분과가 있다. 회원들이 많진 않지만 4개 분과로 사업을 진행하고, 한 개 사안이 있을 때 해당 분과가 주도하되 다른 팀 전체가 도울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먹거리 분과에서는 1년 단위 계획이 있다. 봄에는 딸기잼을 만들고, 바질을 키워서 바질 페스토를 만들기도 한다. 텃밭 분과에서는 작물을 심고 재배하고, 교육 분과에서는 회원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고민하고 강사를 섭외한다. 지역운동 분과에서는 씨앗 나누기 행사 등에서 홍보물을 나눠주거나 우리 활동을 알리고 있다.
▲먹거리 분과에서 복숭아 잼 만들기를 하는 모습. 친환경 재배 작물을 도농 직거래로 구입해서 진행했다.
ⓒ의미있는 지역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 <나비짓>
Q) 요즘 관심이나 계획이 있다면요?
대표가 해야 할 일은 여러 의견 중에서도 지역에서 의미 있는 일이 뭔지 찾고, 방향을 설정하는 일을 하는 것인데 이게 쉽지 않다. 우리가 함께 세운 원칙들이 있는데 그런 것과도 맞는지 합의를 끌어내야 하니까. 어떻게 하면 잘할지 늘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이라면 우리가 사람들에게 전해줬을 때 정말 유익한 물건을 만들고 싶다. 아직 뭐가 될지는 구상 중이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게 뭘지 고민하고 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거라도 우리는 정직하게, 우리 노력만 들여서 만든 좋은 먹거리를 전하고 싶다. 사람들이 봤을 때 “나비짓에서 나온 거니까 믿을 수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면 좋겠다. 그래서 나비짓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내년에 하고 싶은 일이다.
판매라는 것은 수익도 있어야겠지만 우리는 수익이 아니라 나눔이 목적이다. 예를 들어 잼을 만든다고 하면 잼을 잘 파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잼을 만들어 나누는 것이 목적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공임을 제하고 재료비만 계산해도 시중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더라. 그래서 정말 좋은 먹거리라는 확신을 전할 수 있으면서도 우리가 모여서 했기에 이런 걸 할 수 있었다는 보람을 얻고 싶다. 참 어려운 일이다. 일례로 우리가 어르신들께 무상으로 급식을 만들어 나눠드리기도 하고, 장아찌를 만들어서 나눈 적이 있는데 어느 순간 “이걸 사업화하면 수익이 많이 생기겠다”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 취지가 이게 아니었다는 걸 다시금 상기시키기 위해서도 교육이 중요한 것 같다.
Q) 교육을 놓치지 않고 가려 하는 이유가 있다면?
생각이 말을 지배하고, 말이 행동을 지배한다. 우리가 제일 먼저 하려고 했던 것도 교육이다. 우리가 같은 마인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도 각자가 관심 있는 부분을 꺼냈을 때 이게 모여질 수 있어야 나비짓이라는 흐름으로 함께 갈 수 있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교육을 받아서 같이 가야 공감이 되고, 함께할 수 있다.
이러한 지향 설정이 되지 않으면 공동체가 삐꺽거리기 쉽다. 간혹 활동하다 보면 원칙을 잊고 갈 때가 생기는데, 이걸 먼저 점검해야 한다. 공동체는 그 다음이다. 공동체가 다음 단계로 갈 때 우리가 가진 생각을 공유하는 부분들 없이 다음 단계로 가면 생각의 차이가 크겠다는 생각을 한다. 교육은 기능적인 교육보다 사람의 생각을 바꾸어 내는 교육이어야 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생각에 대한 공부도 해야 되고, 윤리적 소비나 사회복지의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으니까 그런 교육도 필요하다.
▲나비짓에서 진행한 파자마 마켓
ⓒ의미있는 지역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 <나비짓>
Q) 이러한 일들은 직접 안 해보면 이 일이 주는 기쁨이나 보람을 모를 것 같습니다. 나비짓 활동을 계속하게 만드는 힘, 또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돈을 받으며 하는 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재미가 있다. 상담하는 일도 일정 정도 봉사료정도가 있기 때문에 그런 일과도 다르다. 지금껏 너무 재미있었다. 다만 공모사업을 받고 회원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생기니 재미가 없어졌다.(웃음) 우리가 하는 일은 변함이 없는데 공모사업을 업고 가는 순간 끌려가는 느낌이 들면서 같은 일인데도 급하게 맞추어 가야하고, 정산을 해야 되고, 그 자체로 일이 되다 보니 “왜 이래야 하는 거지?” 라는 마음이 자꾸 드는 거다. 공모사업을 관둔 가장 큰 이유는 재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큰 의미를 가져가야만 이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복지관이 언덕 위에 있어서 여름에 올라올 땐 무척 더운데, 그럼에도 일부러 찾아와서 텃밭에 물을 주고, 일주일에 두세 번씩 회의하러 오는 건 그 일이 즐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즐겁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게 주는 행복감이나 만족감은 이런 거다. 직접 기른 고추를 따서 먹고, 집에 가져가서 식구들과 먹다 보면 시장에서 사서 먹는 것과 다른 느낌이 있다. 그냥 먹더라도 “이거 엄마가 기른 거야.”, “회원들이 길렀어. 원래는 파랬는데 이렇게 빨개졌다?”, “오늘은 몇 개 땄는데, 그 와중에 호스가 터져서 너무 재밌었어” 같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밥상에서 대화가 풍성해졌다. 돈 주고 사먹는 상품이 아니라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데서 오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아! 그리고 텃밭의 매력은 너무 화나고 속상할 때 흙을 만지고 있으면 그런 감정이 사라지게 해 준다는 것이다. 아마 모든 사람이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우리 활동을 매개로 지역에 관심있고, 애정 있는 사람들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이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