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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마을학교추진협의회>와 인터뷰 약속을 하고 오전에 인터뷰 장소로 이동했다. 약간의 긴장과 기대감을 안고 들어갔을 때, 그곳에서는 공동체 회원들이 테이블에서 한창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갖가지 천과 다리미들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고, 공간 한 쪽에서는 재봉틀 소리가 바쁜 듯이 들리고 있었다.
그런 바쁜 와중에도 <동구마을학교추진협의회>의 이경옥 대표는 인터뷰를 위해 한쪽에 자리를 마련하여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이경옥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마을공동체와 교육, 학습, 공간 등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본인 소개를 간단히 부탁하자 ‘풀뿌리 여성활동가’로 자신을 소개한 이경옥 대표는 딸의 교육 문제를 계기로 해서 <동구마을학교추진협의회>의 활동을 시작했다. 동구에 있던 박문여자중학교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딸이 다닐 학교가 사라질 상황이 되자 격렬하게 반대를 했지만 결국 학교는 이전을 했다. 교육 여건이 나빠지니 사람들도 동네를 떠나기 시작했다.
“보통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주변 사람들과 같이 협력해서 교육과 관련한 것들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학부모들, 지역단체, 교육기관 네트워크 등에 의견을 계속 구했고, 2014년 말 마을교육공동체 모임을 추진하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공동체활동을 시작한 거에요.”
이경옥 대표는 교육을 학교에서만 한다는 인식을 벗어나 마을 안에서도 충분히 배울거리가 많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대표는 “아이들은 삶을 배워야 한다”면서 마을학교라는 것은 아이들에게 삶을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들을 동네에서 찾아내 연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학교 교육과도 연결되면 더 좋겠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마을에서 그러한 ‘마을 강사’를 많이 찾았는지 물어보자 이 대표는 처음 생각한 만큼 다양한 구성은 아니지만 홈패션, 마사지 등을 하던 주민 분들과 같이 마을 강의를 만들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연결하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부족한 점들은 존재하고 앞으로 강사 구성이나 재정적으로 지원이 필요함을 말했다.
<동구마을학교추진협의회>는 올해에도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에 신청을 하면서 사업 계획 중 공간 마련을 언급하기도 했다. 비록 올해 공모사업에 선정되지는 못하였지만 공간 조성에 대한 취지를 이경옥 대표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저희 강사님 중 한 분이 평소 고민하고 계시던 생각이 있었어요, 이 지역에는 작은 상가들이 많고, 그 중에는 1인 사장이자 여성이신 분들도 많아요. 그런데 이분들은 점심시간에도 쉴 틈이 없고, 책 한 권 읽을 시간도 없고, 하다못해 집에 들어가도 쉴 시간이 없는 거에요.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공유했어요, 이분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서, 쉬는 것만이 아니라 거기에서 배움이나 다른 활동들을 함께 하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런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한 것입니다. 물론 쉼만을 하고 싶으신 분들은 그냥 쉬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구요”
그러나 공모사업 선정에서 탈락하면서 공간 조성 계획은 변경될 수 밖에 없었고, 다행히 빈 집을 활용하여 주변의 도움을 받아 활동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 공간에서 정기적으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주민들에게 홍보해서 더 많은 주민들과 같이 이용하고 운영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 소중한 공간에서는 여러 가지 활동들이 이루어진다. 주민이 강사이면서 학습자가 되는 천원강좌, 리폼, 공예 등이 회원들의 모임에서 진행되고 있다. ‘주민이 강사이면서 학습자’라는 문구에 대해 물어보니 이경옥 대표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나 혼자 모든 것을 다 안다고 할 수 없어요. 그러면 서로 모르는 것을 채우기 위해 교류를 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마을 안에서도 단절이 되어버려서 내 것은 내 것, 네 것은 네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지식은 함께 나누고 공유해야 하는 것인데 그것을 누군가가 독점한다는 것이 별로 마음에 안들었어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서로 나누고 배우는 그런 과정에서 누구나 강사도 되고 학습자도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거에요.”
천원특강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도 의미가 있었다. 무료 강좌는 배우는 사람도, 가르치는 사람도 마음 한 구석에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천원을 주고 받으면서 지식을 공유한다면 그만큼 부담없이 배우고 가르쳐줄 수 있다는 것이 이경옥 대표의 생각이다.
리폼 작업 또한 서로 가르쳐주고 주변 이웃들과 함께 작업물을 나누고자 하는 것으로 인터뷰 내내 회원들이 열심히 진행했던 작업들도 그런 과정 중 하나였다.
공모사업계획서에도, 인터뷰에서도 교육과 학습에 대한 내용이 계속 나올 정도로 이경옥 대표는 배움을 소중히 생각했다. 좋은 교육이 무엇일까란 물음에 대한 이 대표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인간 대 인간으로 어떤 편견과 차별 없이 본성 자체가 존중되고 인정되는 사회를 만드는 교육이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의 됨됨이를 볼 수 있는 그런 인식들이 사회의 상식이 되도록 해야 돼요. 이런 생각들을 하는 사람들이 저를 포함해 더 많이 늘어난다면 미래 세대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서 인정도 받고, 훌륭한 사회의 주역이 되지 않을까요?”
인터뷰를 하면서 활동을 하면서 겪는 재정적인 어려움, 그리고 공모사업 개선 필요성도 이야기를 했다. 마을활동가들이라면 다들 한번씩 고민하게 되는 부분들을 이 대표 역시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게 갈등을 겪고 힘들어도 마을과 이웃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계속 활동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마을공동체가 이루어지려면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경제적인 여유도 좋지만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 더 가질 수 있거든요. 그런데 요새는 사람들이 너무 여유가 없어요. 왜 여유가 없는지 사회구조적인 부분을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여유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보는 시선이 생기고 마을을 보는 시선이 생긴다고 봐요. 그렇게 시선이 사람과 마을에 머물 때, 마을을 더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어가려는 작은 시도들과 맞물릴 때 마을공동체가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요”
글 홍보담당 / 사진 동구마을학교추진협의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