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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울 마을극장 「나무」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센터장 이혜경
들어가며
서구청과 주민조직 <마을n사람>이 주관하고 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가 지원하는 <가재울마을 소규모재생>사업이 지난해 겨울에 마무리되었다. 그 결과 지역사회가 원하던 마을극장<나무>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졌고 가재울마을 매핑작업을 한 마을지도가 제작되었다.
지원센터는 2018년 소규모재생 공모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저층주거 밀집지역인 가좌4동 328번지 일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좌4동 주민자치위원회, 행정동장, 주민조직인 마을n사람에게 제안을 했고 토론과 합의를 거쳐 사업에 응모하였고 최종 선정 되었다. 국토부와 행안부의 협업사업으로 인해 심사과정에서 부처간의 관점차가 존재하는 등 여러 가지 해결과제들이 있었지만 서구청 도시재생경관과의 높은 주민이해도와 가재울마을의 주민 결합력 등이 요소요소에서 발휘되어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하면서 실행과정에 이르게 되었다. 무엇보다 마을에서 뿌리 깊게 활동을 해왔던<마을n사람>이 마을플랫폼의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지역사회 조직을 연결하고 사람을 알게 하는 다양한 주민 연결의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본 원고에서는 지역조사 결과물인 <가재울마을 이야기>출간을 목전에 두고 가재울마을 소규모재생과 관련한 흐름과 시사점 등을 공유하도록 하겠다.
살아가는 장소, 가재울 그리고 주민활동
가재울은 골목이 살아있는 마을이다. 저마다의 손맛을 가지고 있는 식당들,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철물점까지 다양한 가게들이 삶터를 구성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주공아파트가 헐린 자리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종합상가거리가 활력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 최근의 변화이다. 해마다 오월이면 마을 완충녹지 공원에서 어린이날 축제를 일곱 해째 해오고 있는 가재울은 주민들이 저마다 공동체의 가치를 가지고 이웃과 나누고 있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사업과 활동이 되었든 주민의 역량과 공동체가 기반이 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가재울 크리스마스 축제>
정부 협업사업으로 처음 시작된 소규모재생사업은 주민역량을 강화하는 과정을 토대로 향후 도시재생 뉴딜로 이어지는 기회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가재울마을은 정주율이 높은 지역으로 기존 단체의 활동과 주민들의 욕구에 기반한 다양한 활동들이 지속되는 있는 지역이다. 대표적으로 릴레이 장학금 운동을 이어가고 있는 <가좌4동 주민자치위원회>부터 어르신 돌봄 활동과 동네골목 청소 등 탄탄할 결집력으로 활동하는 <부녀회>, <콘체르트아트하우스>와 <인형극단 하늘>, 도예공방 <아바노스> 등 다양한 네트워크와 문화공간이 주민들과 다양한 소통을 하고 있다. 특히 2011년 주민의 힘으로 만들고 운영해오는 청소년인문학도서관 느루는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2019년 11월 마을극장 <나무>가 만들어지면서 주민거점 공간이 더 늘어났다. <나무>는 가재울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역사회 네트워크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커뮤니티 공간으로써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인천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센터는 주민들과 소통과 합의를 통해 소규모재생사업을 결정하였고 주민들의 욕구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컨설팅 등 지원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 사업은 가재울 주민들의 역량이 기반이 되었기에 시도해볼 수 있었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주민조직과 행정의 만남
가재울 소규모재생의 주관단체인 <마을n사람>은 마을극장 만들기, 지역자원 발굴조사단 운영, 청년기획단 운영 등 주민주체를 만나고 학습을 하고 관계를 맺기 위한 콘텐츠를 입체적으로 구성하였다. 실제로 사업을 실행하기보다는 과정에서 주민 사이의 관계를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주민들이 얼굴을 마주하게 되고 동네의 골목길 사정을 알게 되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들이 축적되면서 가재울 주민들의 관계가 확장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로 꼽는다. 주민조직은 <나무>를 만들기 위해 <청소년 건축워크숍>을 진행했다. 청소년과 어른이 어우러진 다섯 개의 팀이 구성되었고 다섯 개의 극장 모델이 완성되었다. 이 극장모델은 이후 건축가의 마을극장 설계시 주민참여 기반이 되었다. 특히 청년기획단이 꾸려져서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재능들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해냈다.
1단계 거점공간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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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운영주체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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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뉴딜예비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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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위원회, 행정 협력 거점공간 후원회 조직 거점공간 토론회 운영위원회 구성 청년 기획단 운영 |
거점공간 임대, 리모델링 지역사회네트워크구성 커뮤니티프로그램 운영 – 지역단위 문화예술교육 – 지역단위 인문학 프로그램 – 지역단위 프로젝트 기획 – 지역단위 콘텐츠 개발 지역단위 축제 운영 |
전문자문단 위촉 및 자문 커뮤니티프로그램 운영 지역자원조사 커뮤니티매핑 지역스토리 발굴 지역이슈조사 뉴딜 사업계획안 작성 예비 뉴딜주민협의체 구성 지속화 방안 검토 |
(출처: 2018 가재울마을 소규모재생 사업계획(안))
가재울마을 소규모재생사업은 2018년 하반기부터 3단계에 걸친 계획을 수립하였다. 애초에 국토부에 제출했던 사업계획은 2018년에서 2019년에 이르기까지 주민역량강화에 집중하고 이를 토대로 2019년 하반기에 뉴딜예비활동을 하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공의 뉴딜공모사업 응모를 위해 가장 나중에 진행을 하려고 했던 뉴딜예비활동을 먼저 실행해야했다. 이 때문에 자원발굴과 의제선정, 도시재생대학, 주민공청회 등이 급하게 진행이 된 시기가 있었다. 덕분에 도시재생 뉴딜에 대한 주민의 기대감은 커졌지만 국토부에서 인천 서구의 뉴딜사업 집행률 20% 이상으로 제시함에 따라 결국 가재울 서구청의 뉴딜사업공모는 제출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던 주민조직과 행정은 주민의 역량을 기반으로 한 주민의 시간에 맞추어 재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고 사업계획과 예산을 변경하며 탄력적으로 사업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나무>의 지속성을 위한 서구청의 공간지원에 대한 약속은 커뮤니티를 회복하는데 훌륭한 버팀목의 역할을 해주었다. 이는 서구청 도시재생과의 지역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커뮤니티공간의 공공성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유지할 것인가의 고민 속에서 서구청 도시재생경관과의 역할은 공공의 역할에 대한 모범을 보여주었다. 민관의 수평적인 협업과 신뢰가 커뮤니티의 지속가능한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기본적인 힘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재능공유를 통해 만나는 주민의 탄탄한 관계망
어느 마을에나 재능 공유를 통해 공동체성을 회복해 나가는 활동들을 해나가고 있다. 가좌4동 역시 마을강사단을 발굴하여 주민과의 연계활동 콘텐츠를 만들어냈고 주민들은 지역사회에서 풍성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웃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역자원조사에서 보듯이 가재울 사람들은 여름에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가좌공원과 가좌완충녹지 공간을 마을의 가장 소중한 장소로 생각하고 있다. 이 녹지공간과 더불어 주민이 만든 다양한 문화공간인 느루, 콘체르트아트하우스, 아바노스 등에서 주민의 재능공유를 통한 공동체 프로그램을 다수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서로 마주했고 새로운 관계망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콘텐츠를 구성했고 마을사람들이 마을강사가 되어 서로학습의 장을 만들었다.
사 업 명 | 사업내용 |
물감으로 표현하는 마음, 수채화 | •지역예술가와 연계한 마을강사를 통해 주민대상의 수채화 교육 진행 |
청소년과 함께 하는 마을재생 : 미니정원 만들기, 겨울나무 옷 입히기, 가재울 마을을 맵핑하라~ |
•가로변 공간 환경개선을 위해 쌈지공간을 정비하는 게릴라 가드닝, 양말 목공예(양말공장 폐기물)를 활용한 겨울나무 동해 예방 및 해충방지 활동, 동네한바퀴 등 지역의 청소년들과 함께 마을의 곳곳을 재생하는 활동 진행 |
쿠킹클래스 | •음식나눔 활동을 위한 교육, 봉사와 나눔을 통한 주민관계 확대 유도의 장으로 운영 -요리쿡, 앙금플라워 떡케이크, 초코쿠키와 마들렌 만들기, 강정만들기 |
마을극장 객석의자 | •‘나무’에서 활용하기 위한 객석의자를 만들기를 위한 목공예 체험프로그램 진행 |
행복한 정원사 | •우리집 작은 화분부터 골목과 담의 경관, 마을의 버려진 공간 가꾸기까지 ‘마을정원사’ 양성의 입문단계 진행 |
사랑방뜨개질 | •뜨개질 동아리와 연계, 뜨개질의 기초 교육 및 모자, 목도리 뜨기 진행, 마을 나눔 계획 |
집수리 프로젝트 | •지역기술자를 마을강사로 하여 난방과 단열, 누수와 동파 관련 집수리 교육 및 노인정 등 재능나눔 진행 |
우리마을 도예공방 역사와 문화가 함께하는 세계음악기행 |
•우리마을의 예술공간에서 이웃주민들과 함께 도예체험과 세계음악여행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음악적 소양을 쌓아가는 공동체교육 진행 |
우체통 만들기 | •낯선 공구들을 사용하여 재단된 우체통을 조립하고 색칠하는 과정, 수강생이 2개씩 만들어 이웃과 나눔을 실천하고 골목길의 미관을 돋보이도록 한 공동체 활동 |
사회적경제기업 협동조합 강의 | •주민들이 경제공동체의 개념을 이해하고 동시에 관련 교육으로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함 |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 (기본) | •퍼실리테이터 양성과정을 통해 교육받은 주민들이 주민총회에서 퍼실리테이터로 활동 |
(출처: 가재울 지역자원조사 자료집 <가재울 마을이야기>, 가재울도시재생 현장센터)
이러한 학습의 장은 주민의 관계망 형성과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마을에서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주민주체를 형성하는 계기가 된다. 공간 <나무>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도 운영위원회는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주민 구심점의 역할은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집중되어야한다. 가재울마을은 주민들의 다양한 재능공유를 통해 주민참여를 확대해왔고 운영주체, 즉 구심점을 만드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특히 지역의 자원조사를 함께 하면서 지역사회의 공간, 환경, 이웃 등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되었고 ‘지속가능한 마을’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2019년 5월에 100여명의 주민이 참석한 주민공청회 결과, 다섯 개의 주제에 대한 주민의견을 정리하였고 이에 따른 결과물을 마스터플랜에 얹을 수 있었다. 이러한 주민의견과 참여를 바탕으로 2020뉴딜이 준비되고 있다.
[주민공청회 결과] (출처: 가재울 지역자원조사 자료집 <가재울 마을이야기>, 가재울도시재생 현장센터) |
나가며–자치와 재생의 결합
가재울 소규모재생사업은 사업을 주관했던 <마을n사람>의 역량과 서구청 도시재생경관과의 탁월한 마을인식과 공공지원, 뉴딜대응으로 만들어진 가재울 도시재생현장센터의 역량, 그리고 인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와의 결합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서구청 도시재생경관과의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와 주민에 대한 신뢰는 사업완료 후에도 마을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큰 영향력을 끼쳤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가재울 소규모재생은 주민, 행정, 중간지원조직, 자문단의 완성된 형태의 협업관계의 모델을 모범적으로 보여주었다.
가재울 소규모재생사업이 마무리되고 있는 시점에서 서구청 도시재생경관과는 주민주도성을 중심으로 지역재생을 하기 위하여 ‘재생과 자치’를 연결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재생과 주민자치를 연계하는 지원체계로 <서구도시재생연구원>을 설치했고 신현‧원창동의 원마을과 가좌4동의 가재울마을을 지원할 예정이다. 공동체 의식을 토대로 한 주민이 주민자치조직의 분과활동으로 참여해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마을의제를 선정하고 주민이 주체가 되어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데 그 목적이 있다. ‘건물이 중심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재생’을 키워드로 재생과 자치를 연결하기위해 부서간 협업, 서구 중간지원조직과의 간담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센터는 가재울마을 소규모재생사업을 지원하면서 다시 한 번 몇 가지 중요한 원칙들을 되새겼다. 탄탄한 주민조직, 주민조직을 플랫폼으로 한 새로운 주민과의 관계망 확장, 민‧관의 신뢰기반 협업체계가 구축되어 있을 때 명확한 방향성과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
가재울 주민들은 소규모재생사업이 계기가 되어 일상의 시간을 마주하고 있다. 주민들은 함께 만든 마을극장 <나무>에서 이웃들과 함께 생활을 풀어내고 시간을 공유할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사는 마을에 대해 즐거운 상상을 할 것이다. 재생 역시 사람이 출발이고 사람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