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업데이트 : 25/05/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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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정책_원도심과 함께 가는 디자인은 어떻게 실현 가능할까

민운기ㆍ스페이스 빔 대표   서울이든 전국 어디든 골빈 개발을 하느라, 그 넓고 그 긴 길을 뚫고 잇고 깔고 하며 땅을 […]
Written by: doo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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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운기ㆍ스페이스 빔 대표

 

서울이든 전국 어디든 골빈 개발을 하느라, 그 넓고 그 긴 길을 뚫고 잇고 깔고 하며 땅을 엎고 버려 놓는 것을 보네. 건물이야 안 들어가거나 안 쳐다보면 그만이지만, 길, 다리는 그 크기와 육중함 덕에 안 쳐다 볼 수도 없고, 그 위로 지나다니지 않을 수도 없어. 그래서 사람들은 토목 구조물을 자연 지형처럼 일단 그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길바닥을 부정해 봐야 구멍 몇 개 뚫는 거 외에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아, 폭파시킨다고?)

이 중요한 구조물을 전국 어디나 엄청나게 마구 만들어 놓았는데. 그 중에 또 많고 많은 것이 서울에 있지. 맥락이고 나발이고, 식민지니까 막 까고 부수고 세우고 하면서 생긴 것이 있고, (군산은 작고 이쁜 언덕 수백 개를 모조리 다 없앴다고 함) 그 다음에는 내 맘대로 독재를 할테니 막 까고 부수고 세우고 하면서 생긴 것이 있지. 근래에는 산업을 무한히 발전시킬 수 있다며 도로를 마구 내더니, 또 최근에는… 자기 취향이 독특하니까 외국 것들 막 만들어 보자며 소화도 못할 온갖 스타일을 흉내 내며 세운 것도 많아.

희한한 사람들이지. 나랏돈으로 꼭 반드시 필요한 것을 꼭 필요한데다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필요 없는 것을 쓸데없는 스타일로, 필요 없는 곳에다가 만드는 것이야. 그야말로 동기 그 자체가 틀려먹은 것이지. 게다가 다들 알다시피 잘못된 기획에는 잘못된 사람들이 잘못된 시간에 모여서 세워 재끼고 도망가기 마련이라. 이게 이젠 제 무게를 견디지도 못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협하기까지 하는 것이야.

요즘, 이걸 추억이니 기억이니 하며 아쉽다 하던데. 이런 형편없는 구조물을 아쉬워할 것이 아니지. 정말로 아쉬운 것은 그걸 세우면서 죽거나 다치거나 터전에서 쫓겨난 사람 그리고 그걸 세우면서 없애 버린 장소, 곳, 데, 터, 자리, 지형, 물길, 나무, 풀, 벌레, 짐승, 물건, 귀신? … 을 아쉬워해야 하는 것이지. -유한짐ㆍ생태건축가 페이스 북에서. 2014.

 

“디자인(設計, design)이라는 용어는 지시하다·표현하다·성취하다의 뜻을 가지고 있는 라틴어의 데시그나레(designare)에서 유래한다.”고 하는데, 그 만큼 다양한 분야와 영역에 걸쳐 사용되고 있다. 이를 아우르는 표현을 필자 나름대로 내리자면 “어떤 목적을 구체화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행하는 일련의 계획 또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도시나 마을을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만들어가는 일련의 행위 또한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기존에 많이 사용해 온 도시 ‘계획’이나 요즘 많이 행하고 있는 마을 ‘만들기’도 어찌 보면 디자인의 또 다른 표현이랄 수 있다. 이렇게 보자면 도시 디자인이나 마을 디자인은 사실 이름만 바꾼 것뿐이지 그 내용에 있어서는 위의 이름을 붙인 기존의 접근과 달라진 게 없다. 그렇다면 이 글에서 필자에게 주어진 또 다른 내용적 차별성은 ‘원도심’이라는 대상지의 특성을 제대로 읽어내고 반영하여 바람직한 접근을 이루도록 하는 일일 것이다.

원도심 문제의 발생 원인

‘원도심’ 또는 ‘구도심’은 그 상대 개념인 ‘신도시’ 또는 ‘신도심’이 생겨남으로써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의 도시를 두고 여기에서 떨어진 또 다른 곳에 새로운 도시-주로 아파트 단지 형태로–를 건설하며 특정한 곳에 행정 및 상업, 문화, 교통의 중심지를 형성시키는 일이 특정 지자체만을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보편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존의 도시는 보다 ‘쾌적한 환경’과 ‘생활 편의’-일부의 부동한 투기-를 찾아 떠나는 인구의 이탈과 이로 인한 각종 기반시설과 편의시설의 축소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쇠퇴할 수밖에 없으며 그야말로 ‘구도심’으로 전락하게 된다.

사실 ‘원도심’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잘못 시작되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오래되고 낡고 불편하면 그곳에 새로 집을 짓거나 고쳐가면서 더 나은 삶의 여건을 만들면 될 터인데, 그렇게 하지 않고 방치하며 위에서 말한 것처럼 또 다른 곳에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것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당연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서 원도심을 또 ‘다시’ ‘살리겠다’고 나서는 형국이다. 즉 도시 ‘재생’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도시 재생의 세 가지 유형

그렇다면 더 이상 인구 유출이 되지 않는 가운데 떠나간 사람들을 다시 불러올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 도시 재생의 과제이다. 여기에서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두 가지, 또는 세 가지의 사고와 태도, 유형이 발견된다.

그 중 첫 번째는 원도심 자체를 아파트 단지화 하는 것이다. 기존의 주거지를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아파트로 바꿈으로써 새로운 인구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재생’의 이름으로 벌이는 ‘재개발’ 방식이다. 그러나 모두들 알다시피 이는 인구 유입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전면 철거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오랫동안 이어온 생활공동체가 파괴됨은 물론, 높아진 지대로 인해 원주민이 대부분 재정착을 못하고 떠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마저도 최근에는 공급 과잉으로 인해 주춤해지고 있는 상황이나 개발주의 행정은 이러한 방법 외의 다른 방안에 대한 관심이 없다보니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곳곳에서 많은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두 번째는 오래된 삶의 형태나 자취, 흔적을 ‘활용’하고, 여기에 예술가들이 결합한 벽화나 조형물 설치 등의 문화 코드를 덧입혀 관광지로 만드는 것이다. 적지 않은 지자체들이 이러한 방식을 선택, 많은 사람들이 다시 몰려오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성공사례’(?)를 만들고, 이를 배우려는 또 다른 지자체들의 벤치마킹으로 인해 이러한 방식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해당 지역 주민들 삶의 본질적인 개선이 아닌데다가, 해당 지역만의 역사ㆍ문화를 왜곡 또는 박제화시키는 가운데, 이곳 또한 마찬가지로 상업화로 인한 지대 상승으로 원주민 둥지 내몰림 현상,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곤 한다.

이에 제3의 방안으로 ‘마을 만들기’ ‘활동’이 일부의 지역에 한해 뜻 있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민간 차원에서 벌어지던 것을 지자체 행정이 수용하여 전국적인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고, 이와 맞물려 최근에는 ‘도시 재생 뉴딜’이라는 이름의 사업이 정부 주도 하에 기존의 재개발 방식을 대체하는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물론 명분과 형태는 기존의 주거지는 물론 역사, 문화, 공동체를 잘 보존하면서 해당 지역이 지닌 인적ㆍ물적 자산을 활용, 주민 주도의 사업으로 일자리 창출 및 경제 활성화를 이루고자 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진행 과정에서 도시 또는 마을을 바라보는 접근하는 다양한 시선과 입장, 욕망이 존재하고, 행정 주도 또는 민ㆍ관 협력, 자기 실적을 위한 경쟁 관계 형성 등의 다양한 양태가 드러나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참고그림] 2014 스페이스 빔 레지던시프로그램 ‘배다리 디자인 컨퍼런스’ 접근 개념도

바람직한 원도심 재생 디자인 방안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번째 방안을 선택하면서 그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문제를 최소화시키는 방안으로 나가야 한다고 본다. 즉 정부나 지자체 주도의 ‘사업’이 아닌, 주민들의 자발성에 기초한 ‘활동’으로 나아가면서 행정과 전문가들이 이를 도와주는 방식 말이다. 그리고 이의 성패는 아파트를 선망하며 떠나갔던 위에서 소개한 이유 이외에 우리가 지속가능한 도시를 꿈꾸며 함께 만들어가야 할 생활 생태 공동체의 가치와 의미, 재미와 즐거움을 얼마나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즉 아파트 신도시에는 없는 이곳만의 그 무엇을 추가해야만 하는 것이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원도심만이 지닌 남다른 특성을 잘 파악해서 지속 발전시키는 가운데, 미래의 새롭고 대안적인 삶과 사회의 가치를 이곳에서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이도 원도심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록 쇠락하고 침체된 면이 없지 않지만 역으로 우리가 살아온 과거의 역사와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는 소중한 유산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이를 낡았다고 없애거나 추억거리로 파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매개로 삼을 수 있으며, 창조적인 활용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장소와 공간으로 거듭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원도심에는 시대가 바뀌며 잃어버린 공동체적 삶의 원형이 남아 있다. 그리고 저 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오며 채득한 주민들의 삶의 경험과 지혜가 생활 및 공간 속에 깃들어 있다. 우리는 이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계속 이어가야 할 공유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 분들의 삶의 형태와 관계를 존중하고, 그러한 능력들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 제공해야 할 것이다. 즉 주민 스스로의 삶에 밀착한 풀뿌리 디자인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원도심 재생 또는 디자인은 신도시 계획 또는 설계처럼 일부 전문가가 만들어 놓은 획일화된 공간에 서로 다른 정신적, 신체적 특성을 지닌 사람들을 불러들이며 일사불란한 관리시스템 속에 두는 것이 아닌, 해당 지역이 지닌 고유한 자산을 바탕으로 저마다의 가치 있는 삶의 형태와 방법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가운데 그것이 어우러지며 독특한 경관과 문화적 특성 및 활력을 만들 수 있다고 보며, 자연스레 이를 공유하고 교류하고자 하는 또 다른 차원의 관광 효과도 기대하며 제대로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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