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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마을탐방인터뷰
부평구 가치&같이
이은옥 님을 만나다
주방에서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난다. 늦잠 자기 쉬운 토요일 아침, 부평구 삼산동 삼산종합사회복지관 별관에서는 떠들썩한 청소년들의 목소리와 어른들 소리가 들린다. 재료를 볶고 반찬을 만드는 과정에는 엄마들만 참여하는 게 아니다. 다소 서툰 아빠와 아이들도 한 몫 한다.
2018년 <인천, 마을을 잇다 마을탐방인터뷰>에서는 남구 지혜로운시민실 공동체지원팀과 부평구 나눔과더함 사회적경제 마을지원센터와의 협력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첫 번째로, 부평구 가치&같이의 이은옥 님과 인터뷰를 했다. 두산위브 아파트를 중심으로 모인 가족봉사단으로 주변 어려운 이웃과 반찬 나눔 봉사를 하는 가족 공동체이다.
“매일 시장 보고 시간을 더 내야 되는 어려움이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처음부터 과정을 겪고 흙 묻은 나물도 다듬고 씻으면서 드실 분들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는지 같이 느끼고 싶어서 그랬어요. 일부러 함께 했어요.”
오늘 바쁘셨지요? 재료 손질은 어느 정도 하시고 시작하시나요.
- 밑반찬 하는 날은 아침 일찍 시작합니다. 7시에 일어나 챙겨서 나갈 것들을 점검하고 준비해서 집에서 9시에 나가요. 밑반찬 재료준비는 전날 금요일에 미리 봐두고요. 토요일은 9시반까지 다 모여 준비 된 재료들을 파트별로 나눠서 손질합니다. 모든 재료들은 신선식품 위주라 미리 손질 하진 않고 당일 손질하는데 참여하는 가족봉사자들이 많아서 어렵진 않아요.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반찬 해 드리려면 이것저것 필요한 양념도 많으실 텐데 다 구비하고 요리 하시기는 힘드실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 맞아요. 밑반찬 재료구입비 마련이 가장 어려운 문제예요. 다행히 여러 단체에서 밑반찬재료구입비도 후원해주시고 삼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도 일정 비용을 부담하고 있어 재료구입에는 별 무리가 없어요. 다만 재료를 다듬고 조리하는 과정을 청소년들과 함께 하다 보니 다칠까봐 늘 조심조심 하죠
간단하게 이은옥 님 자기소개 부탁드릴까요. 부평구 “가치&같이”의 출발점도 궁금해요.
- 저는 삼산타운 2단지 두산 위브 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저희 “가치&같이”는 아파트 주민들끼리 만든 단체이고요.‘가치 있는 삶을 위해 같이 하는 사람들’의 준말입니다. 아이들 때문에 동네주민 서너 명이 차 마시며 친해졌는데 공통된 관심사가 있더라고요. 아이들이 청소년기라서 반항하고 대화가 안 돼 무척 힘들었는데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거지요. 함께 공부해보고 함께 헤쳐 나가보자 마음을 모은 게 첫 출발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다음부터는 활동이 어떻게 변하셨나요.
- 일 년 동안 하고 자체평가를 했어요. 좋은 부모교실을 해보니 내년에 하게 되면 어떤 것을 해볼까 고민하게 되었지요. 아이들과 함께 봉사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우리 이웃을 한번 돌아보는 시간과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평가들이 많아 활동의 폭을 넓혔습니다.
그 전에는 개인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도 궁금해요.
- 저는 주민자치위원회활동을 하면서 8년 동안 간사를 했어요. 주민자치위원회를 오랫동안 하다 보니 그런 게 있어요. 점차 안주하게 되고 거기에 관성과 습성이 생긴다고 할까. 활동이 하나의 권력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활동에 대한 회의도 들고 해서 간사 직을 내려놓았어요. 지금은 입주자대표회장을 하면서 아파트주민들과 함께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에 전념하고 있어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일도 힘드실 텐데 어떻게 활동하셨나요.
- 우리가 내는 관리비가 제대로 쓰여지는가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저희가 1,622세대이다 보니 일 년 관리비가 한 30억이 넘어요. 그 30억의 예산이 제대로 쓰여 지고 있는지 궁금했던 거예요. 12년차 아파트인데 아직까지 별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부족했어요.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부평구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사업과 연결이 되었던 거지요. 지금 주민들이 너무 좋아하세요. 오히려 주민 분들이 기다려요.“내년에 참여할 건데 어디에 신청하면 되나요”이렇게 묻는 분들도 계셔요.
사시는 부평구 삼산2동을 소개해 주신다면
- 부평구 삼산2동은 계획도시다보니 시설이 잘 되어 있어요. 부족함이 없지요. 특이한 것이 7개 단지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각 단지별 특색이 있어요. 그 특색을 잘 살려 서로 네트워크가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많이 아쉬워요.
한 달에 두 번 반찬 나눔 이외에도 “가치&같이” 주요활동을 이야기해주세요.
- 8월엔 밑반찬 가족봉사단 단체 워크숍이 있어요. 밑반찬 봉사하는 가족들 간의 친밀감 형성을 위해 준비했어요. 참여하고 있는 가족이 50여 가족이 있어요. 10월 달에 아파트 주민축제를 해요. 12월엔 가족봉사단 송년회를 하는데 찾아뵙던 어르신들을 모시고 공연도 하고 선물도 드리며 가족송년회를 합니다.
봉사하는데 청소년들이 부모님 말씀을 잘 안 듣고 오기 싫어할 수도 있는데 마음이 조금 바뀌는 계기가 있나요.
- 표정이 달라져요. 처음에 들어오면 딱 알아요. 저 녀석이 엄마한테 이끌려서 왔구나 다 나타나는데 한 달 되고, 삼 개월, 육 개월이 되면 표정이 밝아지고 바뀌어요. 자기가 스스로 설거지도 하고 거들면서 아이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보이더라고요. 변화가 보여요.
10월에 두산위브 아파트주민축제를 하시면 어떤 내용으로 꾸리시나요.
- 나눔 장터와 체험마당 그리고“가족요리왕을 찾아라”인데 첫해는 가족 참여 위주였어요. 작년에는 팀을 짜서 팀 이름도 세 자매 팀, 학교 엄마들 이름, 노인정 어르신 팀, 조카와 이모 팀 이렇게 가족이 아니더라도 가족이 되어 참여 할 수 있게 열어 놨죠. 10개 팀이 참여했는데 저희들이 떡볶이 재료를 드리면 맛있게 만들어서 주민들과 나눠먹죠. 가장 맛있는 팀을 100명의 아이들이 심사를 해서 인기상을 주는데 너무 재밌어 해요. 특히 나눔 장터는 신청자가 60가족이 넘어요 본인에게 불필요한 물건을 아주 저렴하게 팔고 그 수익금의 10%를 밑반찬 구입에 쓰라고 가족봉사단에 기부도하죠. 자원도 아껴 쓰고 나눔도 하고, 많은 것을 몸으로 배워가는 주민축제입니다.
아파트 공동체에서 활동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 예산지원과 주민참여예요. 쓸 수 있는 항목이 한정적인데다. 비전문가인 주민들이 모여 사업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진행 모두를 하죠. 그러다보니 일인다역을 해야 해요. 참여하는 주민들이 많다면 각자의 역할을 나눠서 분담하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해 힘들어요. 그나마 우리 가치&같이는 처음 5명이 시작하고 좋은 반응들이 오니 여기저기 함께 하겠다고 연락오시는 분들이 있어 다행이에요. 그리고 예산 사용에 있어 현금지출이 안되니 시장에 가면 더 저렴하게 재료들을 구입할 수 있는데 반드시 카드사용이라 어쩔 수 없이 마트를 이용해야 해서 좀 아쉽습니다. 카드지출인데도 건 당 지출영수증마다 첨부서류가 너무 많아요. 회계가 간소화 되었으면 좋겠어요.
회계 간소화 이외에도 행정과 구청에서 지원할 수 있으면 어떤 부분이 좋을까요.
- 지금도 충분히 도움을 많이 주시지만 저희가 행사하면서 각 행정기관 또는 삼산2동에서 빌려서 쓸 수 있는 물품이나 비품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을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반대로, 아파트 공동체의 장점도 있을 것 같아요.
- 어떤 사업을 하고자 할 때 홍보가 중요해요 아파트다보니 주민홍보공간을 적극 활용합니다. 아파트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개인적인 삶을 중시하고 이웃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외면하기도 하고 무감각해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때 가족봉사단에도 참여하고 워크숍도 가고 주민축제도 하고 자꾸 만나다 보면 정이 든다고 할까요? 아파트에선 층간소음으로 위 아래층이 원수지간이라고 하는데 자꾸 어울리다보면 어지간한 건 웃으며 넘어가요.
1,622세대가 꽤 많은 세대이고 공통점을 찾아서 가는 것도 참 힘든데 식당에서 함께 음식하시는 것을 보니 좋고 받는 어르신들도 감사하게 생각하실 것 같아요. 아파트 주민들의 참여와 반응은 어떠세요.
-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올해만 하고 말자 이게 늘 하는 생각이에요. 그런데 하고 나면 너무 보람됐다 평가를 해요. 지원 사업이 10월에 끝나고 11월, 12월은 저희가 자부담으로 어르신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송년파티를 했어요. 대상자 어르신들을 모셔서 아이들과 선물도 나누고 공연도 하고 그렇게 했어요. 활동한 것을 사진으로 보고 하니 스스로 마음이 더 따뜻해지니까 모두 표정으로 나타나고 참여율에서 나타나요. 그리고 만족감에서 나타나요.
향후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계세요.
- 올해 1월에 기획팀이 모여서 이야기했어요. 지속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으려면 활동비가 있어야 한다, 그것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적어도 우리 가족봉사단이 월 후원금을 내서 밑반찬 재료비를 직접 모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다행인 게 삼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정기후원 CMS를 하면 지정기탁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활동을 확대하는 것을 해보고 싶어요.
마을탐방인터뷰 지면을 통해 꼭 하시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 복지는 행정에서 책임지고 있다고는 하나 사각지대가 꼭 있더라고요 저희가 찾아뵙는 40~50대 장애독거남이 그런 분들 같아요. 사회안전망이 촘촘히 그물처럼 엮여 홀로 방치되는 이웃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가치&같이” 가 조금이나마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글 홍보담당 / 사진 부평구 “가치&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