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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또다른 가족, 다문화가정을 돌보는 ‘다문화가정 보듬이’
서구는 산업공단이 위치해 있어서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가정이 많은 동네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문화 차이가 있을지라도, 그들 또한 인천광역시 안에서 마을을 이루고 있는 일원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나 다문화가정에게는 사회와 공동체 속에 녹아드는 일이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보다 더욱 힘들다.
이런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도와주고자 뜻을 모으고 계속해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한 측은지심이 아니라 다문화가정 아이들 또한 마을에서 사는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 잡는 것을 바라는 더 깊은 뜻이 있다. 그 뜻을 가슴에 품고 활동을 하는 서구의 ‘다문화가정 보듬이’ 공동체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는 5월 10일에 인천 서구 외국인사회 복지센터에서 김정옥 대표와 한미자 선생님, 전영옥 선생님과 같이 진행했다.
본인과 단체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정옥 대표 (이하 김) :저는 서구 ‘다문화가정 보듬이’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정옥입니다. 저는 100세 시대에 보람 있는 일로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2006년부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다문화가정 관련 일을 시작했어요. 우리 기관은 2009년 4월에 인천광역시로부터 다문화 관련 기관으로 인가를 받아서 다문화가정과 지역사회 내 한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글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로 다문화가정과 관련한 활동들을 계속 해오다가 2018년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다문화가정 보듬이’ 공동체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다문화가정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 : 인천 서구에는 산업공단이 있어서 남동공단 다음으로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가정이 많아요. 2004년부터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글 교육을 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그 여성들도 아이들을 낳았죠. 다문화가정 2세들도 걱정이 되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한미자 선생님 (이하 한) : 마침 인천시에서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공고가 나서 김정옥 대표님으로부터 같이 해보자고 권유를 받았어요. 저도 어린이집을 하다 보니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게 돼요. 그래서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동참했습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공동체 속에서 또래들과 잘 어울리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 : 잘 어울리는 편이지만 문제도 있어요. 교육적인 측면에서, 물론 부부가 같이 아이를 교육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아무래도 다문화가정의 엄마들이 한국 문화라던가 음식 등에 익숙하지 않아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기존 한국의 아이들에 비해 문화나 언어 구사력 측면에서도 조금씩 부족한 모습이 보여요. 이런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다문화가정 아이들도 우리 사회의 민주 시민으로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키워주고 돌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 예를 들어 엄마가 중국인인 다문화가정을 방문해보면, 엄마가 중국 문화에 익숙하다보니 아이는 가정에서 한국 문화를 익히기가 힘들어요. 그러면 아이가 한국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또래들 사이에서 소외되기가 쉽죠.
전영옥 선생님 (이하 전) : 육아는 유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엄마가 옆에서 계속 아이를 챙겨줘야 해요. 그러나 다문화가정의 엄마도 한국의 언어나 문화를 잘 모르기 때문에 아이를 방치해요. 그러면 그 아이도 또래들과 어울리는 것이 쉽지 않아요. 그 문제의식에서 활동이 시작됐습니다.
‘다문화가정 보듬이’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나요?
김 :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교실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문화체험, 역사교육, 예절교육, 학습지도 등을 합니다. 한국에 대하여 아이들이 학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어요. 자원봉사 선생님들도 재능기부를 해주기 때문에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다문화가정 엄마들도 제가 옛날에 가르쳤던 학생들이라서 아이들도 잘 맡겨주는 편이에요.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들이 마을 내에서 나타나고 있나요?
전 : 유치부까지는 그런 것들이 표시나지 않고 아이들끼리도 잘 지내요. 편견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 나타나기 시작해요. 원래 보통 가정이라면 엄마가 옆에서 아이의 학습도 도와주고 준비물도 챙겨주는 등 이것저것 신경을 써주거든요. 그런데 다문화가정 부모일 경우 한국의 문화나 언어에 익숙하지 않아 이해력이 떨어져서 아이들을 잘 챙겨주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요. 그래서 아이들이 그만큼 부족한 면이 생기니까 아이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하죠.
한 : 내 아이만 잘 키우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아이들 모두가 잘 성장해야 사회의 기반도 단단해진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소외계층이 생기고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그들은 공동체 안에서 제대로 어울리지 못할거예요.
김 : 지금 우리가 ‘소외계층 방과 후 교실’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창의성이 풍부하고 다양한 생각과 사고를 가진 인재교실’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외계층이라고 하면 언어적인 부분부터 편견이 생겨 아이들이 소외될 것 같은 걱정이 들거든요. 앞으로는 좋은 이름으로 더욱 교실을 활성화시켜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은 무엇인가요?
김 :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더 성장하고 발전했으면 합니다. 다문화가정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외국인 관련 복지가 더욱 활성화되며, 지역 내 복지사업도 순조롭게 성장한다면 지역사회는 자연스럽게 통합되고 성장할 것입니다. 우리 기관도 복지를 담당하는 지역사회의 거점으로 성장하는 것이 바람이고요. 또한 지금 같이 활동하는 지역사회 어린이집 원장님들과 더불어 더 많은 분들이 활동에 참여해서 다문화가정에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씀해주세요.
김 : 그동안 조국 근대화와 산업화라는 명분 아래 지역 개발 위주의 정책을 펼치다보니 상부상조하는 우리 전통의 미풍양속이 사라지고 경제성장의 가치만 추구하는 사회로 발전했어요.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앞으로는 도시 지역이라고 할지라도 마을 단위로 지역 주민이 동참하는 소규모 공동체 사업이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정이 넘치는, 마음의 문을 여는, 내가 사는, 사람 냄새나는 마을이 곳곳에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 마을공동체라는 것은 말마따나 어느 하나 그 마을에서 소외되는 사람 없이 하나로 어우러져야 해요. 우리 마을이, 그리고 서구 지역사회가 정말 행복하고 멋진 삶을 이루는 그런 가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홍보담당 / 사진 ‘다문화가정 보듬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