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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7월 마을탐방인터뷰
이웃과의 인사 한 번, 작은 몸짓 하나로
연수2차 우성아파트를 사랑하는 주민모임(우사모)을 만나다
아파트는 한정된 면적에서 최대의 면적을 끌어올려 생활하는 모습이 현대인의 삶과 맞물려 있다. 아파트 내에서 벌어지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과의 다툼, 관리비를 둘러싼 잡음 등 각종 매체에서 회자하는 소식들은 종종 아찔하다. 연수구의 주거환경은 87퍼센트가 아파트로 이루어져있다. 지난 7월 6일, 아파트의 특징인 소외와 단절에서 벗어나 살기 좋은 마을과 나부터 좋은 이웃이 되자는 마음으로 활동하는 “연수2차 우성 아파트를 사랑하는 주민 모임” (이하 “우사모”)을 만났다.
아파트가 지어진 지는 22년 째이다. 그동안 아파트에서는 다소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아파트 내 공사와 관련하여 몇몇 대표가 연루되었던 일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 간의 다툼이 있었지만 이 안에서 출로를 다시 찾아낸 것이 “우사모”이다. 아파트에서 마을공동체는 무엇인가 그리고 자발적인 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마을공동체의 싹을 키웠다.
“우사모”의 라진규 님은 연수2차 우성 아파트에 이사 온지는 12년, “우사모”에서는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우연찮은 계기로 동 대표에 출마하게 되었고 본의 아니게 분쟁의 정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파트도 작은 정치, 작은 행정의 축소판이다 보니 아파트 관리운영에 대해서나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서 참으로 어려움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혼자 아파트 관리 운영 등에 대한 공부도 해보고, 답답함에 전문가라 이야기 하는 대학교수, 아파트 관련 저자나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자등을 만나보았습니다. 물론 그 분들의 공통의 이야기는 “주민들의 참여가 아파트를 건강하고 살기 좋게 만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였습니다. 맞지요.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주민들의 참여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방법은 제시되지 못하였던 것 같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아파트 분쟁과정에서 고생하고 애쓴다고 주변에 주민들께서 먹을거리를 싸다 주시고, 수많은 응원 메시지도 보내주었습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습니다. 이 분들이 불합리에 맞서서나 아파트 공동체를 위해 한발 내딛는 것이 너무도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만나야 길이 열린다는 말처럼 수도 없이 많이 만나고, 이야기 듣고, 토론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이 ‘함께 공부해보자’였습니다.
2014년에 “아파트 학교”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모여진 10 여분과 살기 좋은 아파트, 살기 좋은 마을이 뭐 별거 있느냐. 이웃 간에 싸우지 않고, 서로 소통하고, 소중한 관심과 나눔을 하는 좋은 이웃이 되는 것 아니겠냐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시작한 것이 바로 “우사모”입니다.
연수 2차 우성아파트 마을공동체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주민들과의 첫 만남을 준비하였다. 2015년 2월, 연수2차 우성 아파트 준공 이후 20 여 년만에 처음 진행한 “설맞이 주민 한마당”이다.
“우사모” 회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으고, 동 대표들과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설 선물을 내고, 아파트 상가에서는 미용실은 미용1회 이용권, 빈대떡 집은 빈대떡 2장 쿠폰 등을 경품으로 흔쾌히 내어주어 주민한마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준비하며 200명이 오면 성공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00명도 안 모이면 어떻게 하나란 설레임과 함께 걱정이 교차했었다.
“우사모”에서의 첫 마을축제는 성공적이었다. 행사 당일 음식 나눔으로 진행했던 떡국만 800여 그릇이 나가고 주민 1000여명이 모여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러한 큰 행사를 통해 “우사모”는 더욱 주민들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활동을 확대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2016년 행정자치부에서 1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아파트 공동체 공모사업이 나왔는데 “우사모” 안에서도 설왕설래하였다.
“우리라면 할 수 있으니 도전해 보자.”,“아니다”. “사업규모가 너무 크기도 하고 매달 마을신문을 만드는 것도 힘이 드니 우리 역량으로는 무리다”는 두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였다.
결국 주민들을 믿고 또 우리를 믿고 해보자고 결정되어 공모에 참가하게 되었고, 감격스럽게도 8천만 원이라는 전국에서 제일 많은 지원을 받게 되었다. 당연히도 처음 가는 길이다보니 좌충우돌하면서도 “시작하면 간다”는 낙관으로 추진해가고 있다. 아파트공동체 공모사업으로 한 활동은 마을학교 ․ 방학 돌봄 ․ 마을축제 ․ 북 카페 개관 등 총 네 가지이다.
첫 번째 활동은 마을학교이다.
마을학교는 학교 안에 네일아트, 캘리그래피, 풍물, 기타, 노래 교실까지 총 5개의 교실이 적게는 교실별 10명에서 많게는 30여명이 1주일에 한 번씩 20회 차 운영 중이다. 마을학교의 각 교실 운영진은 “우사모” 회원이다.
두 번째 활동은 초등학교 3․ 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방학 돌봄 교실이다. 인근 초등학교가 석면공사로 방학이 2주나 늘기도 했고, 특히 맞벌이 부부들은 대책이 없는 시기가 방학이다. 방학 돌봄 교실은 양질의 먹을거리와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세 번째 활동은 10월에 진행하는 아파트 마을 축제이다. 마을 축제는 “우사모” 회원뿐만 아니라 통 ․ 반장협의회, 자생 단체 등으로 마을공동체 리더들을 모아 주민들과 함께 하는 축제를 통해 주민 간 더욱 친밀해지는 계기로 만들고자 한다.
네 번째 활동은 아파트 북 카페 개관이다.
연수2차 우성아파트는 20여 년 전에 지어진 것이라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 하나 없다보니 주민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았다. 다행히 행정자치부와 인천시 ․ 연수구청의 지원으로 리모델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7월 1일, 성황리에 개관식을 하였다. 비어있던 책장은 주민들의 기증으로, 카페 물품 등은 십시일반 모금과 기부 등으로 채워가고 있다.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왜 어려운 게 없었겠습니까. 다만 ”우사모“의 정신은 ‘못해도 괜찮으니 해보자는 것’입니다. 아이도 걷기위해 몇 천 번의 넘어짐을 반복하듯이 실패하다라도 함께하는 이웃과 해법을 찾으면 되고, 그러한 실패가 우리를 더욱 성장하게 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는 6개월 동안 “우사모”가 최소의 활동만 하고 잠시 쉬기도 했어요. 물론 몇몇 “우사모” 회원들은 뭐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며 불안해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쉼의 시간이 올해 이처럼 왕성한 활동을 해내는 자양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조바심 내지 말고 천천히 가자. 내 마음이 가는 만큼, 우리의 생각이 합의되는 만큼 말입니다. 목표만 크거나 욕심을 많이 내면 부침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성과를 내는 것보다 이렇게 더디게 가는 것이 덜 지치고 오래갈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사업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사모”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의 성장과 함께 하는 주민들을 어떻게 한 명이라도 더 모을까 입니다. 우리들의 성장을 위해서는 함께 탐구하고 공부하려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매 활동을 사람 중심으로 고민하려 합니다.
또한 살기 좋은 마을이 되려면 아파트 공동체가 아파트 내에 갇혀서는 안 됩니다. 우리끼리만 좋은 것을 넘어 사회적 아픔에 공감하고 지역사회로의 기여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럴 때 진정으로 “우사모”는 한층 성장해 갈 것이고, 지속가능할 거라 봅니다.”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은 무엇일까. “우사모” 라진규 운영위원장은 “마음먹기”라 한다. 그리고 가장 쉬운 것은 “인사하기”라고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분들마다 인사를 하고, 그렇게 반복적으로 한 두 달 지나면, 눈인사도 하고, 간단한 대화에서 가족사까지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안에서 작은 소통이 시작되고 결국 그 소통은 좋은 이웃이라는 관계맺음이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음식도 주거니 받거니 하고, 막걸리도 한 잔 하고 나면 완성 단계가 집 문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소중한 마을 공동체의 성원 한 사람을 얻게 되기도 한다.
“안타깝지만 전문가들이 우리 사회를 불안사회라고 진단하지 않습니까? 대부분의 아파트 주민들도 콘크리트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는 옆집 윗집 이웃 또한 고독과 불안등 힘겨운 삶을 살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럴 때 따뜻한 눈빛 반가운 인사 하나가 그러한 이웃에게 아주 미세하지만 울림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비효과처럼 말입니다.”
“연수2차 우성아파트를 사랑하는 주민모임”이 이야기하는 살기 좋은 마을은 어떤 마을이고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일까? 살기 좋은 마을은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마을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어우러지려면 사람 관계가 좋아야 한다는 것이고, 사람관계가 좋으려면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마을에 살면서 제일 어려운 일은 이웃에게 내 집 현관문을 여는 일이기에 오늘도 자신의 집의 문을 열어줄 이웃을 찾기 위한 다양한 일들을 주저함 없이 활동해가는 “우사모”를 응원한다.
글 홍보담당 / 사진 우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