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업데이트 : 30/0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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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지 않아도 놀면서 깨닫는 공동체 의식

      동구 만석동 <전래놀이in> 정경숙, 이진숙, 최현미 선생님을 만나다   아이들과 소통하려는 엄마들, 삼삼오오 만나다. 정경숙(정) : 2012년, […]
Written by: doo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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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만석동 <전래놀이in> 정경숙, 이진숙, 최현미 선생님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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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소통하려는 엄마들, 삼삼오오 만나다.

정경숙(정) : 2012년, 자모회 센터에서 봉사를 하다가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전래놀이를 접하게 되었다. 시작은 <전래놀이 자원봉사단>을 만들기 위해 강좌가 열린 것인데, 배워 보니 전직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놀이 위주의 일들이 많이 생겨나서 즐거웠다.(웃음)

최현미(최) : 나는 동화구연을 하던 중에 시작했는데, 사람들 대부분이 아이들과 소통하려고 하는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아이들과 관련된 분들이 자기 역량을 높이기 위해 삼삼오오 오셨던 거다. 그래서인지 다들 놀이에 대해 마음이 열려 있었다.

: 교육 과정이 끝나자 너무 아쉬웠다. 어떻게 지속할까를 고민하다가 자격증 과정을 알아보게 되었고, 독서치료 공부를 할 때 만난 선생님들을 아름아름 불러서 자격증 과정을 개설해 학습을 해 나갔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서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지원을 조금 받아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그걸 계기로 프로그램 진행 제안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고, 마을공동체 사업으로도 이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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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다.

: 놀이의 장점은 가르치지 않는데도 교육이 된다는 것이다. 주입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놀면서 깨닫는다. 규칙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것은 도덕시간, 사회시간에 배우지만, 배운 것이 얼마나 습득되고 실천되는지는 알아볼 수 없다. 그런데 놀이에서는 그게 다 보인다.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놀이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규칙을 만들기도 하고, 지키자고 타협(약속)을 하기도 한다. 이게 참 신기한 것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지켜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가 말하지 않은 룰 까지도 지켜질 때 놀라움을 느낀다.

놀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동체의식이다. 평소 공동체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당장 내 가족, 나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살지 않나. 하지만 놀이에서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둘이 있으면 놀 수 있는 놀이, 셋이서, 열 명이서, 30명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놀이가 다 다르다. 인원이 갖춰지지 않으면 못 논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놀이를 못하는 아이가 있고,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다가 놀이 때 눈에 띄는 아이들이 있다.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친구, 번뜩이는 재치로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는 친구들의 모습은 공부할 때는 절대 드러나지 않는 능력들이다. 공부는 들어갔던 것들이 고대로 나오는 것만 검증하지만, 놀이는 들어간 것도 어떻게 조합해서 내뱉느냐는 데에 달라지니까 아이들의 새로운 능력들도 볼 수 있고, 공동체적인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때그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 들이 발휘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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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의 매력(1) : 친구와 나는 서로를 살리는 관계

: 살면서 실패를 경험해 볼 일이 별로 없는데, 학교에서의 실패는 대개 좌절이다. 성적이 떨어진다는 것은 옆 사람보다 못하다는 비교를 통해 생기는 것인데, 놀이는 이번에 못해도 다음에 잘 하면 되고, 이번에 떨어져도 친구가 도와주면 다음 판에 다시 할 수 있다. 그러니 친구를 경쟁상대가 아닌 상생의 관계로 볼 수밖에 없다. 놀다 보면 “나 좀 구해줘”, “살려줘” 이런 얘기를 자주 하게 되는데, 그래서 술래가 되고 싶어 하는 아이도 있다. 일부러 지고 싶은 아이도 있다는 것이다. 이기고 지는 게 없다. 그게 놀이의 장점이다.

평상시 남에게 구해주고 살려달라고 말하는 건 창피한 일로 여겨진다. 하지만 놀이에서는 그게 없으면 못 논다. 서로가 서로를 살려야 놀 수 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필요한 친구들이다. 그런 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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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의 매력(2) : 자신 스스로를 넘어서는 경험

: 놀이를 하다 보면, 아이들이 자기 한계를 알고 장애물 앞에서 딱 멈출 때가 있다. 고무줄놀이를 할 때 이 단계를 뛰어넘어야 다음으로 넘어가는데 “나는 못한다”고 엄마를 끌어안고 울기 시작한다. 그러다 엄마랑 하나 넘고, 다시 혼자 넘었을 때 굉장한 성취감을 느낀다. 다시 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 출발선으로 돌아와  자기 자리를 지키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놀이에는 단계가 있어서 순차적으로 한계를 넘으며 고차원적인 놀이로 이어지게 되는데, 거기에 이르기까지 부단히 연습하고 노력해서 자기 한계를 극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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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의 매력(3) : 상품이 없이도 재미있게 놀기

: 또 다른 매력은 작은 소품만으로도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무줄 하나, 돌멩이, 나뭇가지 하나 가지고도 얼마든지 다양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다. 작은 소품이지만 같이 하니까 재미있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비싼 장난감을 사줘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크고 더 비싼 장난감을 원한다.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환경 차원에서도 쓰레기를 양산하는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 오빠 교과서를 찢어서 딱지를 만들었다가 엄마에게 혼났던 기억이 난다. 그럴 정도로 내 주변에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노는 놀이가 전래놀이다.

  어렸을 때 공기놀이를 하려면 일정한 크기의 돌멩이를 찾아야만 놀 수 있으니까 정성스럽게 돌을 골라 오면 나무 밑에 묻어두곤 했다.(웃음) 별 것 아닌 게 보물이 된다. 내게 의미 있는 물건이 보물이 되는 것이다. 돈을 주고 사서 보물이 아니라.

 

전래놀이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 전래놀이의 범주가 넓다. 전통놀이와 민속놀이를 포괄하는 범주가 전래놀이이다. 전통놀이는 풍악놀이, 차전놀이, 줄다리기 같이 큰 이 마을 저 마을이 함께 놀 수 있는 놀이를 말한다. 민속놀이는 농사와 관련된 놀이이고, 이 둘에 근대의 놀이까지 포괄한 것이 전래놀이이다. 즉 아주 옛날 놀이부터 나 어릴 적 놀이까지 포함한 것이 전래놀이인 것이다. 아마 아이들이 유희왕 장난감을 몇 년 더 가지고 놀면 전래놀이가 될 것이다.(웃음) 다만 시중에서 판매하는, 공장에서 찍어낸 상품에 의한 놀이가 아니라 순수 자연놀이. 내 주변의 것을 가지고 만드는 놀이가 전래놀이다.

 

놀이는 본능이다

: 요즘엔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자극적인 놀이도 많지만, 스마트폰을 아예 없애거나 아이에게서 뺏을 수도 없다. 이젠 어른들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이 안되는데 아이들에게 뭐라고 할 수 없지 않겠나. 그냥 각각의 장점을 활용하면 된다. 단지 아이들은 노는 방법을 모를 뿐이다. 요즘은 학교나 학원이 놀게 내버려두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다.

예전에는 사계절 내내 밖에 나가서 놀았다. 지금은 예전 같은 마당, 골목이 잘 없다. 차가 많아지면서 안전 문제 때문에 그런 공간을 만들기도 어렵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더 놀 줄 모른다. 그런데 가르쳐 주면 금방 잘 논다. 너무너무 신기하다. 아마 놀이는 본능인 것 같다. 몰랐던 놀이인데도 한두 번 가르쳐 줄이면 며칠 놀아본 애들처럼 논다. 며칠 전에도 도화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달팽이놀이를 하는데 여럿이 하는 놀이임에도 두 명이서 땅바닥에 그려 놓고 열심히 뛰더라.(웃음) 애들이 놀려고만 하면 어떻게든 다 논다.

 

: 요즘은 학교에서 교과마다 전래동요, 전래놀이가 포함되어 있다. 선생님들도 전래놀이 연수를 받고 오신다. 그럼 강사들에게 더 특이한 것, 신기한 것, 못해본 것을 알려 달라 하신다. 그런데 ‘할 줄 안다’는 정도는 한 번 해본 것, 체험한 것이다. 놀이는 체험이 아닌데… 노는 것은 일상이고 그 자체로 재미이다. 그 시간만큼은 신나게 놀고 땀 흘리며 뭔가를 느꼈으면 좋겠는데, 그걸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그럴 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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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도 전래놀이를 하면서 재미있었을까?

: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해서 <놀이이모 양성과정> 사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젊은 엄마들과 베테랑 엄마들 나이 차이가 많아야 7~8살인데도 아는 놀이가 많이 다르더라. 젊은 엄마들은 처음 알게 된 놀이가 많았다.

: 혼자서 하는 실뜨기가 있다. 그런 것도 되게 신기해하고, 망줍기라고 해서 그림을 그려서 하는 놀이가 있는데 재미있다고 신나서 아이를 안은 채로 하기도 했다. 몇 살 차이도 나지 않는데 한 엄마가 딱지를 어떻게 접는 거냐고 물어봐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세대가 다른 것도 아닌데 많이 모르더라. 부산이 고향인 분이 좀 놀 줄 아시는데(웃음) 같은 놀이도 지역별로 부르는 방법, 방식이 달라서 서로 알려주며 살을 붙여 가며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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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못해도 함께라면 가능하다!

: 학교에 가면 주눅들어있는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은 놀이할 때도 주눅이 들어 있다. 기를 펴지 못하고 마지못해 한다. 그런데 그 친구가 점차 웃기 시작한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다. 자기가 평상시 교실에서 느끼지 못한 희열감을 놀이에서 찾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놀이를 하다 보면 왕따가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어느 날 비리비리했던 애가 가위바위보 한번으로 그 팀을 이기게 해주면 영웅이 된다. 평상시에는 잘 드러나지 않던 아이이여도, 놀이 한번으로 그 많은 무리 중에 자기를 드러낼 수 있다.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이다.

우리는 늘 공동체 속에서 살지만 전혀 느끼지 못하거나 알아도 아무것도 안 하면서 산다. 학교가 그렇다. 체육대회 외에는 함께 하는 게 없잖나. 누가 어디에 있는지를 잘 모르고, 저 친구가 뭘 잘하는지 모른다. 그런데 놀이를 통해서 알게 되는 것이다.

: 작년에 마을공동체사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놀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결과물로 보여준 것 같다. 아이들과 오전시간에 놀이를 해 보면 끝날 때까지 집중을 잘 하더라, 선생님을 통해서 학습에도 집중이 높아지고, 친구들 관계도 좋아졌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런 것들이 학교에 정착되어서 체험이 아닌, 즐길 수 있고 맘껏 행동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 아시안게임 때 전래놀이 부스를 운영했는데, 한 아빠가 자녀 앞에서 “아빠 어릴 때 하던 건데 잘 봐!” 하면서 투호놀이 시범을 보여줬다. 그런 과정 안에서 가족 관계도 좋아진다. 아빠가 영웅이 되는 순간이 오잖나. 그런 면에서 놀이가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물꼬인 것 같다. 놀이는 일방적일 수 없다. 가위바위보는 누가 이길지 모른다. 사회적 지혜, 지식, 경험 나이가 필요 없이 동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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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가 주부들의 일자리로 나아갈 수 있을까?

: 놀이를 통해서 사람들과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싶고, 나아가 주부들의 일자리도 창출해 낼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문화가 돈으로 연결되지 않으니 일자리는 별개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엄마들도 전직들이 있어서 능력이 없는 게 아닌데, 주부로 있다 보면 사회활동을 멈출 수밖에 없게 된다. 엄마들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시간대가 있다. 그런데 그 시간만 직장에 나갈 수는 없는 구조다.

전래놀이로 컨설팅을 받는다고 하면 다들 당황스러워 한다. ‘길바닥에 윷놀이만 있으면 할 수 있고, 귀퉁이에 투호를 설치하면 할 수 있는 것인데 저게 돈이 되겠나?’, ‘누가 비용을 치러가며 그걸 하겠나?’는 것이다. 나도 그 고민을 오래 한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 내면 되지 않을까?

송월동 동화마을이 생기면서 사업장을 통해서 “전래놀이 이렇게도 할 수 있습니다.”하고 알려줄 사업을 하고 싶은데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원래 있던 거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으니까. 컨설턴트들 입에서 “전래놀이는 돈이 안 돼요”부터 나온다. 근데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해를 한다. 필요를 느낀 몇 분은 동의를 하고 생각을 바꿨다. “설명하려 하지 말고, 내가 만들어서 이걸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빠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 엄마들이 살림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시간만 일을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이를 위해서는 여기에 필요한 밑작업과 후반 작업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왜 축구장에서 경기는 2시간동안 치러지지만, 경기를 위한 밑작업과 후반 작업을 해줄 사람이 있지 않나. 이를테면 경기장 관리자, 정리자 말이다. 일도 마찬가지다. 일 하는 사람 앞뒤로 메꿔 줄 사람이 어딘가에는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간 그건 누군가의 가정이 희생되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웃음) 힘들지만 또한 누군가의 숙명이지 않을까.

 

인천의 ‘진주’ 동구가 빛나길

: 놀이활동을 하면서 지역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공동체가 보이기 시작하니 동구, 중구, 남구도 새롭게 보이게 된 것이다. 그전까지는 동구는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 동네였다. 우리 아이만 해도 안과는 부평에, 한의원은 남동구에, 내가와 이비인후과는 남구로 갔었다. 교육도 동구에서 시킨 적이 없었다. 여건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관심이 없어서 당연히 없는 줄 알고 지낸 탓이다. 아이 초등학교가 근처에 있지 않았다면 아직도 바깥으로 돌아다녔을 것이다.

지역이 새롭게 보인 건 사업을 하면서부터다. 작년에 동구의 초등학교 아이들하고 <마을을 품는 아이들>이라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동네를 30바퀴 돌았다. 같은 공간을 계속 돌다 보니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도 보이더라. “동구가 정말 매력적인 도시인데 내가 몰랐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찰나. 문득 “동구가 마치 인천의 진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천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위치상으로도 조개 속에 진주처럼 작게, 한가운데에 박혀 있다. “내가 이 동네를 떠나지 않고 여전히 살고 있다면 언제까지나 내 동네인데, 내가 관심이 없었구나. 그게 나 뿐만은 아니겠구나. 어쩌면 동구 주민들은 낙후된 동네를 떠날 생각만 하지는 않을까? 동네의 매력이 왜 발산되지 않고 있을까?”, “내가 하는 일로 어떻게 이게 사실은 진주였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하는 고민과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놀이는 어디에나 담을 수 있는 ‘물’이다

: 사업이 없으면 활동할 일이 많지 않았다. 사업을 통해 꺼리들이 생겨났는데 그 외에는 대부분 행사였다. 정월대보름 행사, 전통놀이 행사. 축제 등등. 조금 더 발전하면 학교 아이들의 연합행사 때 놀이를 기획해 주곤 했다. 나는 놀이를 설명할 때 ‘물’이라고 표현한다. 어디에 담아도 담을 수 있고, 그릇 모양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하는 물처럼 놀이 또한 상황에 맞게 맞출 수 있다. 행사의 테마와 구성에 따라 얼마든지 적용이 가능한 것이다. 단순히 실뜨기를 하며 노는 것이라 해도 이야기를 접목하면 실뜨기로 동화구연을 할 수도 있고, 실로 화살을 만들어서 과녁에 대고 쏠 수도 있다.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 요즘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많이 놀고 있다. 치매노인이나 몸이 많이 불편한 분들이 계신 곳으로 가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밖에 나가지 못하니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앉아 계신다. 저번에도 시간을 잘못 알아서 한 시간을 기다리셨단다. 어렸을 적 기억을 찾는 것 같다고 되게 반가워하시더라. 거기서 놀고 오면 우리도 정말 기분이 좋다. 유치하게 느낄 수도 있어서 아이들만 좋아할 줄 알았는데, 어르신들도 단순한 놀이를 좋아하신다.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다. 그걸 어떻게 만드느냐가 앞으로 고민해야 될 부분이다. 전래놀이는 매뉴얼도 있고, 연구를 통해 만들어가는 부분도 있다. 얼마든지 변주가 가능하다. 트릭을 넣으면 마술처럼 놀 수 있다. 마술/이야기/노래 등 함께 엮을 수 있는 것을 분류한 다음, 우리만의 것으로 가공해서 보여준다. 있는 것들을 어떻게 재가공할 것인가가 숙제다. 전래놀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젊은 엄마들이 하니까 다르네?”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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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가 슬픔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도구가 되지 않을까

: 우리도 함께 놀 대상을 정할 때 고민을 한다. 지금은 어린이가 주 대상이긴 하다. 최근 “앞으로 노인의 삶이 어떻게 될까”를 살짝 고민해 보게 되었다. “저분들이 즐겁게 지내면 안 되나?”, “재밌으면 안 되나?” 하는 고민들이다. 뇌경색이라 행동도, 말도 불편한 할아버지가 계신데, 우리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부르시며 함박웃음을 지으시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한 번도 그분의 얼굴표정이 변하는 걸 본적이 없었는데.. 평상시에는 전혀 없던 반응이다. 그분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어르신들이 가지고 있는 한과 아픔이 굉장히 많다고 하더라. 놀이가 그런 것들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도구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나마 요양원에 계시는 분들은 누군가가 돈을 써주니까 있는 것이다. 하루하루 삶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는 분들이 더 많다. 남겨진 숙제다.

 

“우리 활동에 공감하고 교류하는 이웃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 하다 보니까 네트워크가 중요하더라. 지원센터를 통해서 넓혀가는 중인데 그런 관계망이 확대되면 좋겠다. 우리랑 같은 분야에 일하는 그룹과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 그 사람들은 어떻게 활동하고, 모임을 유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중 · 장기적인 비전이 하나씩 이루어 나가다 보면 “이걸 이렇게 해낼 수 있구나” 하는 사례를 상징처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엄마들이 저렇게 만들어서 전문가가 될 수 있구나”, “잘 될 수 있구나”를 보여주고 싶다.

: 그리고 여유롭게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라에서 공가를 매입한 다음 지원한다던가 하는 시스템이 많았으면 좋겠다. 또 서울에는 청년 지원조직이 많은데, 인천에는 창업센터가 있기는 해도 한 분야의 창업에 국한되어 있어서 나머지에는 해당사항이 없어 아쉽다. 남구에도 예비사회적기업에 한해서만 지원을 하는 등 구획이 딱 나누어져 있다.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갈 수 있는 일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겨나 일상의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울타리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글 : 이광민(사업지원팀)

사진 : 전래놀이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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