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업데이트 : 26/07/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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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공간에 사람과 이야기를 채우는 마을 아카이빙

글 | 양월운(아카이빙기획소 대표) 전국적으로 마을단위의 아카이빙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을 통해 동네, 골목, 지역주민의 모습을 담아 사진 아카이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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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월운(아카이빙기획소 대표)

전국적으로 마을단위의 아카이빙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을 통해 동네, 골목, 지역주민의 모습을 담아 사진 아카이브로 구축하거나, 주민들의 이야기 또는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한 구술채록으로 구술 아카이브가 구축되기도 한다. 이러한 아카이빙 활동은 공공기관이 중심이 돼서 프로젝트 형식으로 운영되기도 하지만, 마을공동체, 주민협의체 등의 단체를 통해서 진행되기도 하며 때론 개인이 마을아카이빙 작업을 하기도 한다. 마을아카이브는 공공기록물이기 보다는 민간기록물로서의 성격이 강하므로 이처럼 다양한 형태와 활동으로 생산된다. 그렇다면 마을아카이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마을아카이브는 사람이다

[본인촬영, 2024.5.28. 인천 동구 만석동 마을아카이브 구술채록 중]

공간이 존재한다고 해서 그 곳을 마을이라고 하지 않는다. 마을은 사람이 그들의 삶을 살아가고 그 공간에 의미를 담음으로서 ‘장소’로 승화된다. 그 공간을 구성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목적을 부여하고, 질서와 배치, 규칙을 만들고 의미화하여 장소성을 가지게 함으로써 공간은 마을로서 기능을 하게 된다.

마을아카이브는 이야기이다

마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은 경험과 기억에 대한 향유, 미래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남기는 작업이 마을아카이브 인 것이다. 마을이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것인지 귀를 기울여 적극적으로 수집할 필요가 있다. 마을의 이야기는 그 장소에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가 되거나 가족, 이웃, 친구, 동료 등의 다양한 사람들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야기를 어디에서 어떤 주제로 수집할 것인지 마을아카이브의 목적과 수단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

마을아카이브는 공간이다

우리가 아카이브 활동을 할 때 쉽게 간과하는 사실중의 하나가 바로 ‘공간’이다. 바로 이야기를 채워 넣을 수 있을 바구니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을아카이브에 있어 공간이 가져야 하는 특성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다른 지역과의 차별성을 가지는 ‘경관’으로서의 공간이다. 외관에서 보이는 그 지역만의 특징과 공간에서 질서에 따라 배치된 시설물과 사회 구성원으로서 식목되어 보여주는 자연경관 등 외부인들이 가장 흥미를 가지고 관심을 보이게 되는 외관적인 요소에 대한 공간 아카이브가 필요하다.


[인천도시경관아카이브, https://cityscape.incheon.go.kr/archive/main.do] 

둘째,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스토리텔링’으로서의 공간이다. 서울 건축자산으로 평가되는 세운상가, 옛 미군기지를 그림책 동화작가의 공간 및 시립미술관 건립 등의 문화공간으로 재활용계획을 세운 원주 캠프롱, 일제강점기시기 조병창에서 미군정시기 캠프마켓으로 활용된 부평 캠프마켓과 인근 미쯔비시 줄사택에 담긴 이야기 등 공간 자체가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마을아카이브에서는 이렇게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발굴할 수 있어야 한다.

[미쯔비시 줄사택, 글로벌경제신문 https://www.ge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20448]

셋째, 마을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소’로서의 공간이다. 마을 아카이브를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구심점이 될 장소가 없다는 것이다. 민간에서의 활발한 활동이 필요한 마을 아카이브에서 활동할 장소가 없다는 점은 기록자치 실현을 위한 자생적인 아카이브 환경에 치명적인 문제점이 된다. 공공행정기관에서 주체가 되어 진행되는 민간 아카이브나 기업체, 단체 등의 경우는 고정된 일정한 장소가 존재하여 그곳에서 진행하면 되지만 개인이 모여 구성된 모임에서 마을 아카이브 활동을 하고자 하면 모일 장소가 없어 카페, 도서관 등 공간을 옮겨가면서 미팅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인천에서 실시하는 청년공간 유유기지라든지 스마트타운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공간을 임대해주는 부분은 마을아카이브활동을 위한 큰 힘이 될 수 있다. 다만 홍보가 부족하여 공공에서 민간에 제공하는 이러한 장소를 사용하는 이가 적다는 것이다. 일례로 24년 1월 31일 경기신문 기사에 의하면 인천 청년인구는 85만 명인데 반해 운영 중인 7곳의 유유기지에 대한 전체 이용자 수가 6만 여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유유기지는 청년의 취업, 창업 및 스터디공간 뿐만이 아니라 교육․문화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하여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마을아카이브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도 적절한 장소이다. 그러나 홍보가 부족하여 운영사실조차 모르는 청년들이 많거나 접근성이 떨어진다든지, 건물 안에서도 찾기 힘든 공간에 위치한다는 등의 문제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공공에서 제공하는 공간을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 ‘마을 아카이브’라고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인천시민들이 활동하는 방법을 통해 홍보의 수단이자 지속적인 운영가능성을 보여주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유유기지 연수청년자리,https://www.kgnews.co.kr/news/article.html?no=780149]

마을의 의미와 모습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모하고 사회구성원도 달라지겠지만,

그 공간에서의 삶에 대한 기억은 마음속에 남아 우리의 아카이브가 된다.

도시재개발, 재건축 등으로 현재의 모습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도시의 이야기, 마을의 이야기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를 수집하여 미래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천은 개항도시인 만큼 드나드는 사람이 많고 다양하며, 그만큼 도시의 모습이 시시각각 변모하기 쉬운 도시이기도 하다. 마을 아카이브는 사라져가는 마을 공간에 대한 기록이며, 새로이 생겨나는 공간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하는 작업이다. 누구나 반드시 참여할 의무는 없지만, 누구나 언제나 쉽게 접근 가능한 인천 마을 아카이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하여 우리는 지속적인 고민과 노력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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