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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하는 삶과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모색하다
남구 숭의동 <뿌리깊은 나무>
‘숭의 목공예마을’은 지하철 1호선 도원역-제물포역 구간에 위치한 마을이다. 이곳에는 경인선 철길 따라 25호 정도의 가구가 살고 있는데, 바로 곁에는 목공예점 10여 곳과 20여 곳의 목공소가 목공예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주민들이 이곳에 터를 잡은 지는 40~50년 정도. 상권도 20년 전부터 형성되었다고 하니 그만큼 유서가 있는 곳이다. 목공예 거리는 원래 동구 배다리 쪽에 형성되어 있었으나, 철길과 도로가 확장되면서 도원동을 거쳐 이곳으로 옮겨오게 되었다고 한다. 점포가 자연스럽게 모이면서 특화 거리가 된 것이다.
다만 지금은 상권이 많이 약화되고, 주변 일대도 낙후되어 가는 실정이다. 현재 남구청에서는 고유 문화자원인 이곳을 활성화시키고자 2012년부터 ‘숭의동 목공예마을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은 ‘상점 외관 정비’, ‘공예체험장 조성’과 더불어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인, 주민들이 협의체를 구성하여 사업 계획과 진행에 함께하며 재기를 모색하는 중이라 한다.
▲철로변 경계면 안쪽부터 주택이 모여 있는 마을 모습(좌), 길가에는 목공상이 늘어서 있다.(우)
이곳에서 활동하는 단체인 <뿌리 깊은 나무>는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봉사단체로, 2014년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공모)사업을 통해 취약계층의 집수리/환경개선 활동을 하며 주민의 생활환경 개선을 돕고 주민-상인 간의 화합과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나무에는 따뜻한 성향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향도 따뜻한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 활동이 진정성 있게 진행되고, 단편적이지 않게 깊게 뿌리내리자는 뜻에서 ‘뿌리 깊은 나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박승화 대표가 모임을 소개하며 미소를 지었다.
▲ 뿌리깊은 나무 회원인 <들꽃 목공교실> 수강생 어머니들.
특별히 이곳에서 환경개선 활동을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박 대표는 지역의 상황을 설명하며 이유를 들려주었다. “이곳은 철로변 마을이고, 동네가 도로와 철길 경계면(모서리)에 위치해 있어서 섬처럼 분리되어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고립되면서 낙후된 곳이에요. 그리고 마을에는 25가구에 30명 정도 살고 계시는데, 대부분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세요. 생활이 불편해도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죠.”
“살면서 필요한 가구를 제작하거나 집수리 등은 목공으로 일부 해결할 수 있어요. 공방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는 거에요. 그런데 공방에서 나오는 소음이나 연기 때문에 상인과 주민 간에 갭이 좀 있었거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지금처럼 이웃 간에 필요를 채워 주다 보면 서로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그러다 보면 입장 차이도 좁혀지겠죠?”
마침 이 날은 할머니들 댁으로 찾아가 낡은 형광등을 LED 등으로 교체해 드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자원활동에는 실생활 가구를 만드는 ‘들꽃 목공교실’ 수강생(회원)들이 함께 참여했다.
▲낡은 형광등을 LED 등으로 교체하는 작업 모습. 주거환경이 취약한 곳은 밤에 많이 어두운데, 독거노인들이 작업하기 힘들기 때문에 진행했다 한다. LED 등은 전기료가 절약되면서 더 밝고 수명이 영구적인 장점이 있다.
어떻게 목공을 통해서 마을활동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IT산업에 종사하다가 목공 일을 하게 되었다”며 말을 이어갔다. “IT는 변화가 빨라요. 새로운 발견을 인정하게 되면 기존 것을 폐기하는데 그게 저랑 맞지 않았어요. 여태까지 쌓아온 것들이 몰가치해지는 것은 상실감이 크죠. 또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습득해야 하는데, 여기서 오는 피로감도 있었고요. 반면 목공 일은 오래 할수록 노하우가 쌓이고, 쌓인 것들이 모이면 나중엔 장인이 되잖아요. 무엇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같은 일을 하며 시너지를 내고 싶었어요. 개인 공방에 머물지 않고자 한 거죠. 목공예를 하시는 분들 중 봉사정신이 강한 분들이 많아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 이들은 마을에 필요한 물건들을 제작하기도 한다. 특히 할머니들은 화분을 가꾸는 걸 좋아하시고, 또 뛰어나다고 한다. 좌측 상단부터 순서대로 화분 거치대, 지붕 보수, 경로단 화분 선반, 골목길 울타리
▲세대주 이름이 새겨진 명패를 제작해 집집마다 걸어 드렸다 한다.
밝고 생기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어서 “목공은 나무가 가진 무늬결이 주는 자연스러움과 따뜻함, 친환경적인 지점이 매력”이라며 “물성 자체가 재료로서 용도의 제약이 적은 게 장점이라, 생각한 대로 제작이 가능해 다양한 분야에서 시제품을 만들 때 나무를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과거의 목공은 일이나 산업이었지만 요즘은 생활이 되었어요. 플라스틱이 일반화되면서 나무의 쓰임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건축 자재 등으로서의 의미가 큽니다. 집을 지을 때 실제 용도가 떨어지더라도 일부는 나무를 반드시 쓰게끔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잖아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지요.”
더불어 “DIY와 같은 제작 가구가 인기를 끄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사람들의 문화적 욕구가 커지면서 자기가 생각하는 모양, 좋아하는 디자인을 구현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었어요. 이왕이면 실제 제작과정을 경험하면서 구매한 것과는 다른 애착과 자부심을 갖고자 하는 거죠.” 창작공방의 프로그램들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다. 목공 작업이 단순히 고된 작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내 손으로 무언가를 창조해 낸다는 가치의 관점, 예술적 관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 숭의 목공예마을에는 남구청 사업뿐 아니라 안행부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2012), 국토부 도시활력 증진사업(2013)등 국비보조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중인데, 작년 ‘희망마을 창작공방’ 준공 이후 본격화되고 있다. 또한 2015년에는 도로개발공사 사업으로 3층 규모의 ‘목공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목공센터에는 목공 제품과 목공 자재 등의 전시․판매장과 전문가들의 공동 작업장이 들어설 계획이다. 센터 운영을 위해 목공예거리의 상인 중 8명이 협동조합을 꾸려 운영조직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진 : 창작공방 외부 모습. 1층은 주민 커뮤니티 공간, 2층은 목공 공방으로 쓰이고 있다.)
박 대표는 목공예마을에 적용될 사업에 대해서도 설명을 했다. “사업은 구도심 활성화의 측면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마을 주민들의 생활편의를 개선하고,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상생하는 공동체적인 삶과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목공예거리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관건이지만, 지역 활성화를 통해서 젊은 층이 많이 찾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주민과 상인 모두 60-70대가 대부분인 이곳에 세대교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앞으로 창작공방 및 센터가 전문교육기관이 되어 목공예 체험교실을 지속 확대할 예정이라 한다. 이를 위해 30년 이상의 베테랑 상인들이 지도사 과정을 밟아 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공방에 손님이 줄면서 수입도 줄어들자 상인 간에도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업을 통해 지역이 활성화 되는 것에 대한 비전을 상인들과 공유해 가며 협동조합을 구성했습니다. 지역 상인들을 근간으로 한 협동조합 법인이 주체가 되어 운영을 맡게 될 예정입니다.”
▲ 숭의 목공예마을 협동조합 조합원들
관계와 소통에 있어서 어려움은 없는지 묻자 그는 “관계를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와 작가들이 이곳에 입주해 주민과 네트워크를 갖는 경우이기 때문에 주도할 수는 없고, 마을 주민, 공방 상인들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남구 사회적경제과, 지역활성화센터의 도움으로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뿌리깊은 나무 : 인천광역시 남구 숭의동 124-188
창작공방 : 인천광역시 남구 숭의동 124-68
글/사진 : 이광민(사업지원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