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업데이트 : 18/02/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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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골목에서 책으로 소통하다 – ‘골목도서관’

시장 골목에서 책으로 소통하다 ‘골목도서관’ 심혜숙 사무국장 인터뷰 심혜숙 사무국장은 “도서관이 이웃들이 편한 마음으로 찾아올 수 있는 공간, 아이들을 함께 […]
Written by: doo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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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골목에서 책으로 소통하다

‘골목도서관’ 심혜숙 사무국장 인터뷰

심혜숙 사무국장은 “도서관이 이웃들이 편한 마음으로 찾아올 수 있는 공간,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돌보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떻게 시장 안에 도서관이 생기게 되었나요?

  2012년 1월에 인천여성회 동구지회가 생겼다. 이때는 금곡동에서 활동했는데, 어느 날 구청에서 북카페를 운영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이를 계기로 송현시장 내의 지금 건물 1층으로 오게 되었다. 북카페에는 구에서 구비해 둔 책들이 꽤 있었는데, 마침 우리 안에서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동구에 있는 작은도서관들이 이름뿐인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들이 중심이 되어 작은도서관을 준비했다. 이름을 지을 때 시장골목과 관련이 있었으면 했다. 처음엔 ‘시장골목 도서관’으로 지으려다가 이름이 긴 것 같아서 그냥 ‘골목도서관’으로 결정했다.(웃음) 그리곤 2층에 골목도서관을 열었다.

송현시장 내 2층에 위치하고 있는 골목도서관.

골목도서관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지금 도서관이 쓰고 있는 건물은 구청 소속이다. 관리는 상인회에서, 운영은 인천여성회 중동구지부에서 하고 있다. 처음에는 상인보다 주민들이 먼저 찾아왔다. 주로 아이들과 엄마들이 온다. 편하게 와서 이야기하고, 간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원래 도서관은 기저귀 찬(어린) 아이들은 못 오는데, 사랑방처럼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4명이고, 모두 자원활동가들이다. 현재 7천권정도의 책을 구비하고 있다. 우수문학도서와 작은도서관 관할인 송림도서관(200권)에서 책을 지원해주고 있다. 작년엔 예산으로 970만원 정도를 지원받았는데, 다른 곳에서 3-4천만원 지원받는 것에 비해 알차게 운영한 듯하다.

골목도서관의 사업 안내.

도서관에서의 활동들이 궁금합니다.

  책읽기는 강요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 습관이 중요하다. 편하게 놀 수 있는 공간에 책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보게 된다. 그래서 ‘고사리손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엄마와 아이가 와서 요리책을 보고 음식 만들고 놀다 보면 자연히 책과 가까워진다.

  다음에는 상인들과 같이 뭘 해보자는 생각에 ‘골목장터’를 준비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상인회, 경찰서 등의 협조도 필요하고, 청소년수련관, 자원봉사센터의 도움도 필요해서 준비가 만만치 않았다. 끝내 협조가 잘 되지 않아 하지 못했다.

  “도서관이니까 책을 매개로 무언가를 해보자!” 해서 시작한 게 ‘시장골목 책수레’이다. 부평의 ‘달팽이 미디어도서관’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달팽이 도서관에서 “사업이 반응은 좋은데 꾸준하게 진행하기 힘들 것”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실제로도 쉽지 않았다. 매번 책을 선정하고, 들고 내려와 수레에 싣고, 다시 제 자리에 꽂는 일도 그랬지만 상인들이 낯선 상황에 의아해하고, “그게 뭐하는 짓이냐”며 핀잔을 놓기도 했다. 힘들어도 꾸준히 진행했다.

  그러자 서서히 변화가 일어났다. 병행해서 진행했던 ‘시장골목 탐험대’의 역할이 컸다. 어린이들이 시장을 돌아다니며 상인들과 가위바위보, 스피드게임 같은 놀이를 했다. 상인들의 표정이 갈수록 밝아지기 시작했다. 어쨌든 시장 안에서 움직임이 생기니까 좋아하신 것 같다. 지금은 “책 빌리러 갈 시간이 없는데 일부러 찾아오니 고맙다”고 하신다. “따듯한데 와서 쉬었다 가라”던지 “먹고 하라”며 음식을 수레에 실어 주시기도 한다. 심지어 책수레가 가는 날이면 먼저 나와 기다리시기까지 한다. 생각해보면 처음에는 상인들이 뭘 원하는지 몰랐던 것 같다. 어쩌면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강요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실적(성공/실패)에 연연했던 것 같다. 지금은 30점포 정도가 책을 빌려보고 있다.

  그 밖에도 아동을 위한 ‘그림책 읽어주기’, 초등학생(신나는 주말 놀이터 : 역사 문화 생태체험), 성인(심리강좌, 인문학 강좌, 자녀교육 강좌), 취미강좌(기타, 손뜨개, 외국어)활동을 한다. 엄마들이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재능기부를 해 준 덕이다. 또, 시민사서를 비롯한 동아리 모임들이 있다. 모임은 도서관에서 한다. 프로그램이 있으면 20명 정도, 평소에는 5명 내외로 공간을 사용한다.

책을 매개로 한 공동체 활동엔 어떤것이 있나요?

  처음엔 외지인이 시장에 들어와서 북카페를 한다니까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여성회에 대한 편견도 있었다. 카페를 반기는 건 주로 장 보러 시장에 왔다가 들리는 엄마들이었다. 지금은 주민들, 상인들 할 것 없이 자기 책을 주려고 일부러 오실 정도다. 이 변화의 의미는 무척 크다. 그 책이 쓸모가 있건 없건 말이다. 감동적인 일이다. 큰 포부를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웃어주고 있었다. 즐거웠다. 서로가 마음을 내어준다고 느낄 때 “아 이게 보람이고 사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가 서로의 공간으로 들어온다는 느낌이랄까? 내가 낯선 사람을 대할 때와 편한 사람을 대할 때는 분명히 다르다. 서로가 자연스럽게 섞여서 어울리는 분위기가 정착되자 “아, 이런 게 마을이 아닐까” 싶었다.

  작년엔 마을사업이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2013 동구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에 지원했다. 그런데 중간발표 때 호응이 좋았다. 나중엔 안행부 결과보고 대회에서 12등을 했고, 그 덕에 인천 대표로 부산에 가기도 했다. 근데 1등을 하기는 했어도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마을만들기에서 등수를 매기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행정에 연락해서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출전했던 24개팀이 모두 얼마나 애를 썼는데. 애석했다.

여러 사람과 소통하고자 하는 이유가 있으시다면.

  ‘아이를 같이 키우자’는 것이 시작이었다. 부모에게 문제가 있으면 아이들 성장 환경도 문제에 노출된다. 예전에는 공동체가 살아 있어서 부모가 놓치고 지나간 것도 이웃이 관심을 가지고 바로잡아 주곤 했다. 지금처럼 부모에게만 역할이 집중되면 부모도 힘들다. 엄마가, 옆집 아주머니가 선생님도, 친구가 되어주는 것은 아파트에서도 가능하다. 이전에는 ‘나는 집에 산다.’고 생각했는데 “아, 나는 마을에서 살고 있었구나.” 라고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같이 살자’라고 말하게 된 것이다.

  화려한 도시, 번화가가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어두운 밤길을 걸어 집에 가면서 “아 우리 동네라서 무섭지 않고 편하구나. 오래된 게(익숙한 것이)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에는 따듯함이 있더라. 결국 사람이 중요한 것이더라.

  소통에는 주체와 객체가 따로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섞이는 것이다. 마트에서는 계산만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야기를 해야 된다. 아이들이 상인들과 함께 놀이를 통해서 가까워지자, 상인들에게 이것저것 묻게 되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상인들 살아온 이야기, 노하우 같은 것들이 너무 소중했다. 그래서 강사로 모셔서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옛날 동네의 모습은 어땠는지, 자식을 어떻게 키웠는가 하는 자기 얘기를 하는 시간이었다. 모셔온 강사 뿐 아니라 그걸 보러 어른들이 도서관에 오셨다. 여러 사람이 음식을 가져와서 함께 나누기도 했다.

   한번은 터프한 정육점 아저씨를 강사로 모셨는데, 본인도 안 해본 걸 하려니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걸 보는 사람들도 새롭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게 되니까 어른들이 ‘내 꿈’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시게 되었다.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사람이 뿌듯해 하고 후원도 해주시고 그런다.

힘든 일, 아쉬운 일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행정적으로 처리할 일이 많아서 힘든 점이 있다. 그리고 아이들, 자원봉사자, 엄마들 등 사람과 일을 동시에 챙기려니 손이 달리는 점도. 센터에서 주최한 활동가 워크숍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다른 마을과 만나는 시간이 많았으면 하고, 우리 도서관에도 여러 사람들을 모셔보고 싶다. 자주 다니게 되면 교류가 생기리라 본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올해에는 ‘마을신문’을 만들어볼까 한다. 그래서 지역에 작은도서관을 알리고 싶다. 그리고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 교육감 선거가 중요하니까, 선거 관련해서 교육사업, 학부모사업도 해보고 싶다. 재정이 필요하면 운영하는 부분에서 후원회원도 받을 생각이다.

 

주소 : 인천시 동구 송현동 88-19 솔마루사랑방 2층
전화 032)766-3092 / 032)765-3080
http://cafe.daum.net/icwa-dong
e-mail: icwadonggu@naver.com
이용안내 : 화~토 10시~18시
휴관일 : 일,월,법정 공휴일
대출 : 도서관 방문하여 회원가입 후 누구나
회원가입 : 신분증 지참
대출권수 : 1인당 5권
대출기간 : 1주일

글 / 사진 : 이광민(사업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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