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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미추홀구에 위치한 용일시장은 주변의 주민들이 주로 찾는 작은 시장이다. 오래되기도 하였고 상권이 쇠퇴하면서 겉모습만 보고 미처 시장인 줄 모르는 사람도 있다. 이곳에 뭐가 남아있을까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조용한 가운데서도 은은하게 느껴지는 생활의 모습이 계속 살아숨쉬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사담공간 소담’(대표 이성민) 역시 지역에 숨을 불어넣는 것들 중 하나이다.
용일시장은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72년에 만들어졌으며 과거 인하대학교 학생들이 자주 오고가면서 굉장히 북적거리는 시장이었다. 그러나 지하철역에서 인하대학교까지 곧바로 이동하는 마을버스가 생기면서 그 중간에 위치하고 있던 용일시장의 입지는 줄어들기 시작했고, 상권이 쇠퇴했다. 그렇지만 이성민 대표는 “용일시장 자체도 매력이 있다”면서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시장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 못할 것 같은 공간에 시장이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사담공간 소담’(이하 소담)은 용일시장 안에 있는 공유공간이면서 청년들의 문화거점이다. 중앙홀과 사무실 5개, 그리고 공유할 수 있는 부엌으로 공간이 나뉘어져 있고, 중앙홀과 한쪽 공간에는 사회적기업 ‘재미난나무’가 제작한 목공품이 전시와 판매를 위해 놓여져 있다. 현재 사무실 공간은 전부 입주 계약이 완료되어 여러 업체들이 이 공간 안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사무실을 제외한 중앙홀은 운영시간 안이면 언제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다만 소담의 자체행사나 대관 신청이 있을 경우에는 공간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소담은 원래 ‘공유공간 팩토리얼’이라는 이름으로 2016년에 시작되었다. 이성민 대표를 포함해 당시 마을 안에서 활동하고 있던 청년 4명이 버려져있던 공간을 활용하여 재미있는 것들을 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의기투합해서 만들었다. 만들 때만 하더라도 굳이 특별하게 무엇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지만, 임대료가 싸고 넓은 공간은 이 4명의 청년들에게 청년을 위한 문화프로그램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와 희망을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팩토리얼에는 무한하다는 뜻이 담겨있다. 공유공간에 팩토리얼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도 무한하게 공유공간을 만들어가자는 바람이 있어서였다.
2016년 이후로 소담(전 공유공간 팩토리얼)에서는 여러 활동들이 진행되었다.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와 문화예술교육, 지역청년 네트워크, 지역축제 등이 소담을 포함한 근처 지역에서 전부 이루어졌다. 또한 최근에는 이끼를 이용한 그린플러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유공간 운영의 어려움, 경험 부족, 정체성 모호 등의 애로사항이 생기면서 운영의 방향을 다시 점검하고자 했고, 그 결과로 ‘우리들이 가꾸어나가는 공간과 사소한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가진 사담공간 소담으로 재탄생했다.
소담의 중요 목표는 소담을 ‘청년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성장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소담에서는 지원사업에도 공모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기획해서 일반인들을 모집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인문학 강의나 청년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들을 재미있게 풀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마련하여 지역 청년들의 관심과 활동을 이끌어내려고 하고 있다.
지역 안의 청년들이 모여서 함께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네트워킹 프로그램인 ‘청년소담회’, 학교나 직장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것 중 청년들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정보들을 전문강사를 통해 배워보는 강연인 ‘청년 사담학교’,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청년들의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돌볼 수 있는 시간인 ‘청년 감성연구소’가 2019년에 소담이 청년문화공간을 위해 집중적으로 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한 달에 2회 정도 운영될 예정이다.
이렇게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청년문화공간으로 발돋움하려는 이유는 청년들이 자주 찾는 공간이 되어 청년들과 주변 지역을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이성민 대표는 “청년들이 살아가는 고민들을 다듬으면서 힘든 점들을 함께 의논하는 공간”이면서 “청년과 어르신들이 같이 이어질 수 있는 공간”으로 소담을 운영진과 같이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이성민 대표에게는 소담말고 한 가지 꿈이 더 있다. 바로 용일시장이 새로운 문화예술시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금은 거의 죽어버린 용일시장이라는 공간에 청년이 더해지고, 문화가 더해지고, 지역 주민들이 더해지면서 문화와 예술이 있는 활력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에는 여러 고민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그 고민들은 이성민 대표가 공유공간 팩토리얼 시절부터 겪어왔던 어려움과 고민들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이성민 대표는 “공간을 내가 원한다고 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이 단지 같이 모여 재밌는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 것인데, 활동을 하면 할수록 주변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더이상 청년들만의 공간으로 머물 수 없겠다는 압박이 심해졌다. 지역 안 공간에서 활동하면서 지역 주민들과의 연계가 부족해 겉돈다는 느낌이 생겨났고, 그것은 청년이 즐기는 공간과 지역과 연계하는 공간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해야 하는데, 마음 속으로는 할 자세가 안되어 있었다던” 이성민 대표의 말처럼 지역과 연계해야 할 필요성은 느끼면서도 당장은 공간 안에서만 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에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공간이 붕 떠버렸다. 그로 인해 내부에서도 갈등이 생겨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그래서 이성민 대표는 애매하게 둘 다 추구하는 것보다는 먼저 이뤄야할 목표를 하나 정해 그것으로 아이덴티티(identity)를 확고히 하고자 했다. 그것이 청년문화공간으로서의 소담이다.
청년이 지역에서 활동하려면 먼저 지역에서 활동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당장 청년들에게 지역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지역과 연계하는 활동들은 강요가 되어버린다. 그러니 먼저 청년이 재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청년들과 소통하고, 그 후에 지역에 서서히 관심을 가지게 만들어 지역과 같이 어울리고, 그 바탕을 통해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서 용일시장이 재탄생한다. 이것이 이성민 대표와 소담이 공유하고 있는 비전이자 향후 계획의 기반이다.
이런 비전을 꿈꾸는 배경과 궁극적인 목적은 소담의 이성민 대표가 인터뷰 마지막에 했던 말로 대신하고자 한다.
“인천은 정주의식이 좀 옅은 것 같아요. 서울도 가까워서 인천에 대한 정주의식이나 자부심이 많이 떨어져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고취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용일시장이 그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계속 소담에서 죽치고 앉아서 뭔가 해보려는 이유는, 용일시장을 인천하면 떠오르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서에요.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서 용일시장이 용일문화시장으로 재탄생하는 게 제 꿈이에요. 오래 걸리겠죠. 그래도 꾸준히 하다보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원센터에서도, 마을에서도 많이 도와주세요. 청년들이 하다 보면 실패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청년이잖아요 아직 경험이 미숙한. 그럴 때 상처가 되는 비난보다는, 격려를 해주세요. 부족하면 부족하다고 얘기도 해주시고, 지켜봐주시고, 항상 성장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봐주세요. 그럼 저희는 꾸준히 해나갈 수 있습니다.”
글 사진 홍보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