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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골목! 안전한 마을!
<우리마을 안전지킴이> 인터뷰
지하철 1호선 백운역 근처(백운 1,2구역, 신촌구역 일대)는 부평구 안에서도 구도심에 해당된다. 이곳에는 재개발이 추진되다가 정체되면서 빈집 등이 늘어나게 되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방치되면서 각종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안전체계가 미흡하고, 공동체성이 점차 낮아지는 탓에 사건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게 된 것이다.
한편 주민들은 하루빨리 인근 아파트 단지로 이주하기만을 바라는 등 동네에 대한 애착과 개선 노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주민들, 특히 지역에서 유년기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마을은 어떤 인상으로 남아있을까? 여전히 불안과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과연 좋은 추억을 간직할 수 있을까?
<우리마을 안전지킴이>는 작년부터 ‘아이들이 안전한 마을만들기 사업’을 진행하면서 안전한 동네를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데, 변화된 마을의 모습과 활동 내용이 궁금해 <우리마을 안전지킴이>의 류부영 선생님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류부영 선생님과 ‘희망세상 어린이집’에서 만났다.
ⓒ인천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안전한 마을>이 필요하게 된 데에는 동네만의 특별한 상황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신촌구역 일대라고 부르는 이곳은 재개발지역이에요. 보통 재개발지역이 갖는 특징이 있어요. 주민들이 생활환경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건데요. 투자해 봐야 어차피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죠. 다만 부평구 안에서도 부평3동은 가장 열악한 곳 중 하나에요. 일단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데, 난방비가 어마어마하니까 주민들은 씻을 때만 잠깐 불을 때는 정도로 생활하세요. 이런 상황이니 이곳에 살기 위해 오는 세입자도 없고, 집들은 대부분 자가인데 투자 명목으로 들어왔던 집주인들이 대부분이라 여기 살지 않아요. 자연히 슬럼화된 경향이 있죠.
그러다보니 안전 문제가 생겼어요. 노숙자들이 공가에서 지내시면서 낮부터 막걸리를 드시기도 하고, 빈 집에서 불이 난 적도 있어요. 또 성범죄가 간간히 일어난다고 해요. 이곳이 아동기관이다 보니 아이들, 청소년,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자연히 동네가 우범지대화 되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되었죠.
작년 부평3동이 ‘여성친화도시 시범동’으로 선정되며 진행한 주민설문의 결과에서도 지역 주민들의 가장 큰 욕구는 안전 문제 해결이었어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큰 문제들이 풀려야겠지만, 재개발이 해제되는 것이나 도시가스가 들어오는 것은 요원한 상황이에요. 그렇다면 지금 조건에서, 사는 동안만이라도 쾌적하게 살 필요가 있겠죠?
<우리마을 안전지킴이>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주로 ‘마을’에 대한 의식을 형성하는 것과 ‘안전’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대상별, 세대별로 교육을 하는데, 의식 형성이라는 것이 금방 이루어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안전마을 서포터즈 활동사진
ⓒ우리마을 안전지킴이
<안전마을 서포터즈>는 주민 스스로 안전마을을 만드는 지지자/후원자가 돼서 사업을 홍보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해요. *세이프존을 관리하고 있고요. 성인 중심이고, 학부모 및 주민 20여명 정도가 참여하는데, 중간에 통장님들이 함께하시면서 확대됐어요. 주민을 만나고, 설문조사나 마을조사를 하며 참여를 독려하는 등 공동체의식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해요.
아동-청소년 서포터즈도 있어요. 초등학생들이 나름대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당부하는 표지판을 만들어 동네 곳곳을 다니면서 붙이는 활동을 했는데, 그 다음부터 아이들이 동네 환경에 대해서 예민해졌어요. ‘우리 동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달까요.
*부평3동 안전지킴이집 1호점(중앙슈퍼), 2호점(희망세상어린이집), 희망공원 입구 세 곳을 를 묶어서 세이프존 구역으로 지정했다.
▲안전한 통학로 조사활동중인 모습
ⓒ우리마을 안전지킴이
<안전한 통학로 조사활동>은 아동·청소년이 직접 통학로 주변 골목의 위험요소나 안전요소를 조사하는 활동이에요. 아이들 스스로 안전에 대한 자각을 갖게 하고, 마을에 관심을 갖게 하는 활동이죠. 나중엔 신촌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안전한 통학로 그리기’도 진행했어요.
▲골목놀이터 활동사진
ⓒ우리마을 안전지킴이
아이들은 몸으로 노는 걸 좋아해요. 어른들이 만든 환경 때문에 밖에서 노는 것이나 책읽기를 싫어하게 되었지만, 장을 잘 펼쳐주면 즐거워해요. <신나는 골목놀이터>는 가까이 있는 부평공원이나 희망공원에서 부모님과 함께 진행하는 토요 놀이프로그램이에요. 요즘 아이들 주말에도 학원에 가느라 너무 바쁘잖아요. 함께 뛰어 놀면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안전한 공간’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활동이에요.
▲인형극을 통한 성교육 활동모습
ⓒ우리마을 안전지킴이
<안전취약계층 성교육>은 안전문제에 쉽게 노출되는 안전취약계층(유아 아동 청소년 여성 노인)에게 안전에 대한 자각을 주고, 특히 올바른 성 인지관점을 고취시키기 위해 진행해요. 주로 ‘나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전달해요. “위험하니까 조심하라”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성, 행복한 성에 대해 알려주는 거죠.
대상에 따라 다른데, 영유아에게는 인형극을 통해서 내용을 전달하고요. 청소년에게는 성 자기개념을 알게 해서 성이 자연한 것이고, 즐겁고 행복한 것임을 교육하고, 이를 위한 부모의 인식개선, 고정관념을 깨는 교육도 진행합니다.
▲무지개희망길이 조성된 골목길
ⓒ인천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내용적 부분과 더불어 외형적 해결도 시급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마을의 외형적 문제요소는 주로 ‘2014 안전허브 인천’ 사업을 통해서 해결했어요. ‘무지개희망길’이라는 이름의 벽화거리를 조성해서 골목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 노력했어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은 동네에 애정을 갖지 않는다는 것과도 연결되거든요. 작년부터 무단투기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데, 매월 한 번씩 마을청소를 하는 날을 정해서 회원들이 조끼를 입고 청소를 하기도 해요.
사업은 보통 자생단체나 기관 등 소속이 있는 주민들과 많이 해요. 어떤 일이든 첫 눈뭉치가 필요해요. 앞으로는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을 얻어 나가는 과제가 남아 있어요. 부평3동 안의 다른 여러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님들과 만나서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를 하는 중이에요.
특히 이 근방에 시민단체가 많은데, 작년과 올해 17단체가 묶여서 2~3차례 네트워크 활동을 했어요.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안전마을과도 인연이 있어서 사례탐방도 가고, 작년에는 주민자치위원을 대상으로, 올해는 통장님들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어린이집 활동에서 그치지 않고 마을로 저변을 확대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지역사회에 대한 지향은 원래 있었어요. 단순히 아이를 맡기는 것만이 아니라, 지역의 힘이 건강해야 아이도 잘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지역사회를 바꾸는 일에도 자연히 관심이 많아졌던 거죠. 그래서 조합원(좋은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한 인천시민협동조합)중 이 일대에 사는 사람이면 함께 하도록 독려하게 되었죠. 건강해진 다음에야 다시 환원할 수 있으니까요.
조합 안에 부모협동 희망세상어린이집, 하제누리 방과후 어린이집 등이 포함되어 있어요. 조합원들의 고유 목적은 교육공동체지만, 앞서 말한 지향으로 인해 마을사업으로 확대된 거죠. 그래서 주민자치위원회, 시민단체 등과 함께 안전마을이라는 네트워크 안에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마을을 인식하자고 하게 되었어요. 그밖에 재개발이 지연되면서 표류하게 되니까 부평3동 재개발조합도 재개발해산동의를 시작했는데, 고무적인 일이라고 봅니다. 함께 마을 일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함께하는 일 속에서 같이 성장하기 때문에 더불어 살아간다.”
개인적으로는 사회복지사 활동을 했어요. 아이는 희망세상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고요. 사회가 자본화되고 개별화되니 혼자서 온전히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 키우는 문제는 특히 더 그래요. 조합원들도 그렇게 느끼고요. 부족한 점을 서로 채워야 나도 온전해지고 아이들도 잘 자랄 수 있어요. 함께하는 일 속에서 우리는 같이 성장하기 때문에 더불어 살아가는 것 같아요.
어떤 사업 한 건을 통해서 동네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지만, 손대기 힘든 현실 속에서도 무언가를 해보려는 모습이 기특했는지 어르신들이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한다고 해보겠다는데 힘 좀 보탭시다.” 하실 때 보람을 느껴요. ‘아, 시도하는 것 자체가 힘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요.
지역사업이나 마을사업을 2년간 해오면서 주민과 직접 만나다 보니 나완 참 다르다는 것을 느껴요. 좋은걸 만들어서 주는 게 능사가 아니더라고요. 나와 다른 주민들과 맞춰가는 과정이라는 것은 쉽지 않더군요. 한 동네 살면서 삶을 꾸려가다 보니 깨닫는 과정이었어요. 그래서 내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나완 뜻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모쪼록 앞으로도 마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만들어 가면서 잠시 머물러 살다가 떠나는 곳이 아닌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희망세상 어린이집
ⓒ인천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희망세상 어린이집
인천광역시 부평구 창휘로10번길 22
http://cafe.daum.net/heemangi2000
글 : 이광민(사업지원팀)
사진 : 출처 각각 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