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 of contents
주민의 힘으로 세운 어린이도서관
‘청개구리 어린이도서관’은 2003년에 부평 여성회․청년회, 그리고 동화 읽는 엄마모임이 함께 만든 도서관입니다. 올해로 13년이 되었는데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우리 아이들, 통통 튀는 아이들을 묘사해서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90년대 후반부터 도서관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늘어나면서, ‘주민들의 공동체 활동 중심에는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주민들과 함께 도서관을 세우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당시에는 행정이 주도해서 만든 도서관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주민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직접 만든 도서관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마을을 고민하고, 함께 성장하다
신선희 관장님께 도서관 소개를 부탁드렸습니다. “청개구리 어린이도서관을 주로 이용하는 대상은 어린이와 주부 여성들이에요. 처음엔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히기 위해서 도서관을 찾았다가 엄마들끼리 친구가 되었죠.” 관장님은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우자’ 라는 생각에 엄마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여러 활동들을 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아이와 어른이 함께 성장하게 되고, 나아가 마을과 함께하는 활동들을 모색하게 되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도서관이 위치한 산곡3동은 예전에는 대우자동차에서 근무하던 노동자 가족들이 주로 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1인가족이 주로 살고 있다고 하네요. “1인 가족, 아니면 잠만 자고 가는 청년들이 많이 살게 되면서 동네가 점점 활력을 잃는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작년에 신협, 산곡3동 성당, 자생단체와 함께 <상인과 주민이 함께하는 골목축제>를 기획했죠. 준비한 기념품 200개가 1시간 만에 동이 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참여했어요.”
주민 500여명이 참여했던 지난 축제에는 특별히 지역 상인들의 재능기부를 통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미용실에서는 염색을, 방앗간에서는 떡 만들기 체험을, 꽃집에서는 빈 화분을 가져오면 예쁘게 채워 주는 일을 했어요. 그 밖에도 정육점에서는 고기를 시식하는 행사를, 공방에서는 소품을 만드는 일을 함께 했죠.”
“비록 지속적인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관계가 생기고, 동네에 어떤 가게가 있었는지 서로 알게 되었어요.” 축제를 통해 동네가 활기를 띄자 동네의 한 어르신께서는 “20년을 이곳에서 살았지만 축제와 같은 행사는 처음이다.”라며 “아이들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았다.”며 소감을 말해 주셨다고 하네요.
▲부평구 전래놀이 동아리와 함께한 전래놀이 모습
엄마와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의 프로그램들
그 밖에도 도서관에서는 엄마들과 함께 동화 읽는 엄마 모임, 주부 생태학교, 예비 학부모 교실, 도서관 사서학교 등을 운영하고,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글쓰기 교실, 생태놀이, 찰흙 만들기 모임, 과학교실 등의 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가까운 곳에 부영공원이 위치하고 있어서, 좋은 지역자원이 될 것 같아 관련된 활동 사례를 여쭤보았습니다. 관장님은 “3년 전까지는 부영공원에서 영화제, 전래놀이 등을 했어요. 그런데 최근 미군기지의 폐기물 문제 때문에 그 일대에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게 드러났죠. 지금도 주민들 사이에서도 건강권과 집값 문제로 입장이 첨예한 부분이 있어요.”라고 하셨습니다.
▲ 부평도서관 지원사업으로 시작한 독서치료 프로그램 ‘나를 찾아 떠나는 힐링 독서’ 모습
“아이들이 몸으로 놀 때 얼굴을 어른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도서관 활동을 하기까지의 개인적인 동기에 대해서 여쭤봤습니다. “예전엔 시민단체 활동을 했어요. 책모임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2007년부터 청개구리에 오게 됐죠. 지금까지 도서관에서 활동하면서 사람들과 만나고, 책 문화 프로그램, 교육 소모임을 하면서 나도 많이 성장했다고 느껴요. 예전에 전 자기주장이 센 편이었고, 편협한 부분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들이 많이 좋아졌거든요.”
덧붙여서 “아이들이 몸으로 놀 때의 얼굴을 어른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아이들은 제도 안에서 경쟁하며 살고 있잖아요. 정말 몸으로 놀 때는 그러한 중압감이 없어요. 그 때의 얼굴, 몰입하고 있을 때의 얼굴, 그 눈망울이 계속 활동하게 만드는 힘이에요.”
청개구리 어린이도서관에서 주로 활동하는 선생님은 3명입니다. 이 분들도 회원으로 시작해서 소모임을 통해 도서관 운영자까지 되셨는데요. 원래 도서관 활동가에 뜻이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관장님은 “어떤 사람이 사명감을 가지고 와서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된 거죠.”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 도서관 전경
도서관 운영과 앞으로의 계획들
도서관 공간은 신협에서 무상으로 임대해 주고 있는데요. 설립 때부터 13년째라고 합니다. 그 밖에 운영 경비는 마을과 부평구에서 후원회를 통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어도 이렇게 긴 시간 지속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위해 뜻을 모았기에 가능한 결과인 것 같습니다.
2007년에는 한겨레․삼성․책읽는 문화재단의 ‘전국 작은도서관 지원’을 통해서 내부 시설을 마련했습니다. 도서관이 지향하는 바를 설계에 반영해서 책만 읽는 딱딱한 도서관이 아니게끔 만들었다고 하네요.
청개구리 도서관은 인천에 있는 작은도서관 협의회와 2004년부터 쭉 교류해오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민간도서관은 대략 170개가 있는데,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거의 없다고 하네요. 마침 인천시에서 조례가 제정되어서 이제 막 지원이 시작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관장님은 “일반운영비(프로그램비, 상근비, 도서구입비)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로 도서관 지원은 아름다운 재단에서 프로그램/도서구입/시설개선 분야로 나누어 1년에 20개 도서관을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기자재, 시설 부분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지원센터에서 시설 지원을 할 수 있다면 그런 방향으로 고려해 달라고 의견을 남겨 주셨습니다.
<청개구리 어린이도서관>
인천광역시 부평구 산곡동 317-119 (산곡3동 신협 2층)
http://cafe.daum.net/treefrog5212040
글 : 이광민(사업지원팀)
사진 : 청개구리 어린이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