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 of contents
구월동 아시아드 선수촌 아파트 1단지
<북틀꿈틀 도서관>
▲ <북틀꿈틀 도서관> 남유미 대표와 함께 도서관을 만드는 자원봉사 회원 엄마들
<북틀꿈틀 도서관>이 생기기까지
“아이들 크는 만큼만 컸으면 좋겠어요.” <북틀꿈틀 도서관> 남유미 대표의 말이다. 도서관을 만든다는 것은 어찌 보면 책을 단순히 대출하고 반납하는 것은 아니다. 도서관 안에 중심은 사람이어야 하고, 그 중심에는 책을 접하는 대상에 대한 고민이 없으면 도서관은 숨 쉬지 않는다.
위의 말처럼 <북틀꿈틀 도서관>은 이름 역시 책을 통해 아이들 꿈이 “꿈틀꿈틀”하라고 고민 끝에 만든 공간이다. 구월동 아시아드 선수촌 아파트 1단지에는 아이들의 꿈과 엄마들의 고민이 함께 성장하는 도서관이 있다. 입주한 지 얼마 안 된 아파트에는 한 군데씩 도서관 자리가 있다. ‘활용을 하면 좋은 공간일 텐데.’라는 생각부터 시작하여 도서관을 중심으로 엄마와 아이들한테 성장하는 것을 봤기에 방치되기에는 아까운 생각이 들어 친목모임부터 시작하였다. 회원들이 모이면 삼삼오오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또 다른 집에서 모임을 하고, 엄마들 집에서 점심도 먹고 집 구경도 하는 와중에 아는 엄마들을 추천하면서 같은 단지 내에 엄마들은 도서관을 개관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구월 아시아드 선수촌 아파트 1단지에는 중간에 언덕과 조그마한 산을 중심으로 1, 2단지가 있고 나머지 8단지가 있다. 주변으로 구 시가지라 하여 조금만 건너가면 다세대 빌라와 10년 이상이 된 옛날 아파트가 있다. 그래서 새로 온 이주민들과 기존의 주민들이 충돌하거나 어울려 살아가야하는 것이 숙제이다. 구 시가지와 신 시가지의 중간에 <북틀꿈틀 도서관>이 있다. 앞으로 1단지가 마을 주민들과 어울려 통합할 수 있고 공동의 가치를 창출해내기에 특색이 있다.
책이 꿈틀, 아이들 꿈이 꿈틀
▲ 구월동 아시아드 선수촌 아파트 1단지 커뮤니티 센터에 위치한 <북틀꿈틀 도서관> 전경과 현판
<북틀꿈틀 도서관>의 회원은 모두 16명의 엄마들이다. 주로 30대에서 40대의 엄마로 0세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다. 아이들을 혼자 키우면서 느꼈던 힘듦에 대해 공감했고, 육아와 교육과 관련된 정보는 많지만 혼자서 선별하는 것이 힘에 부쳤다. 그래서 엄마들 간의 모임 속에서 아이와 엄마가 어느 정도에 서 있는지 바라보게 되고 아이들과 놀이를 함께 하면서 연대감이 생겼다.
도서관을 열면서 바탕이 된 책들은 인천도시공사에서 입주 초에 아파트 8단지에 천 만원어치의 책을 기증한 것들이다. 그러나 <북틀꿈틀 도서관>의 경우에는 책 목록을 다시 작성하고, 1단지 인터넷 카페에 공지를 올려 신청할 책을 주민들로부터 받는 것으로 시작하여 장서들을 마련했다. 책 라벨 작업 역시 도서관 사서 경험이 있는 엄마와 컴퓨터를 잘 다루는 엄마들과 함께 작업하여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아이, 성인, 청소년 도서로 나누어 번호를 붙였다.
▲ 도서관 회원 엄마들이 인천도시공사에서 기증받은 책들을 함께 라벨링하는 모습
책 구입의 경우에는 아파트 내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 약간의 기부금을 받기도 하고 회원엄마들이 책을 십시일반해서 모아둔 것으로 책을 놓았다. 1단지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에 홍보를 하여 엄마들이 책 기증을 해 주기도 했다. 동 대표님들도 관심을 기울여 기부금을 선뜻 내 놓아주셨다.
도서관 운영 인원은 단체 카톡방에 공지를 항상 띄어놓고 그달 월 일정표를 작성하여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평일 월, 화, 수, 목요일에만 문을 여는데 수요일은 두 시부터 여섯시까지 하고, 두 팀으로 나누어 두 명씩 엄마들이 자원봉사를 한다. 월, 화, 목에는 세 시부터 여섯 시까지 자원봉사를 하는 것으로 운영이 된다.
지금까지는 열람만 가능하게 운영했지만 6월 13일부터 수기로 대출이 가능하게 운영한다. 아이들은 책을 보고만 가도 되지만, 도서관을 이용하는 엄마들은 정작 책을 읽을 만한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 대출하기로 했다. 도서 대출반납 시스템을 들여놓기에는 비용이 부담되기도 하고 매년 관리를 하는 게 힘들다고 판단, 도서관을 이용하는 분들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수기로 대출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 그동안 엄마들과 함께 정리한 서가
<북틀꿈틀 도서관>은 이렇게 만들어가고 싶어요
<북틀꿈틀 도서관>의 운영철학은 소박하다. “편안하게 가깝게 책 읽는 공간 정도였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가방 매고 쓱 와서 한 20-30분 책을 읽다가 집으로 가는 안식처였으면 해요.”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금전적인 문제이다. 아이들이 자주 찾는 공간이라 벽과 바닥을 조금만 예쁘게 꾸며주고 싶단다. 도서관이 시각적으로도 너무 휑한 느낌이 들어 아쉬운 점이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자원봉사 하는 엄마들이 안 힘든 만큼 16명의 회원들이 한 달 계획을 짜서 저녁시간은 빼고, 평일 3시에서 5시까지만 운영하지만 운영시간이 늘어난다면 도서관을 총괄할 수 있는 엄마라든지 사서가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도서관에서 꾸준히 하고 있는 활동은 재능기부로 진행 중인 성인대상으로 인형 만들기 수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단기간 특강 식으로 5살에서 초등학교 1~2학년까지 짧게 책 놀이 수업을 한다. 도서관의 중심은 프로그램 반, 장서개발 반이라고 생각한다. 아파트 중심에 있는 터라 주민화합을 무시할 수 없어서 이번 6월 11일에 열 벼룩시장 같은 경우도 책과 직접 연관은 없지만 한번 다 같이 모여서 도서관을 소개하고 자꾸 익숙하게 오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짠 행사이다.
<북틀꿈틀 도서관>은 두 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 한다면 그 아이가 세 살, 네 살, 아홉 살 될 때 그만큼의 책을 충분히 다 거쳐 갈 것이고 도서관에서 충분히 어른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책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주변에 어른들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도서관에 단골로 오는 아이가 있는데, 모든 자원봉사 이모들을 알고 아파트 관리소장님 뿐 만 아니라 동네 어르신들을 다 알아 그게 기쁘다 한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을 알아가고 어른을 알게 되면 어느 도움이나 받을 수 있고 꿈도 찾을 수 있기에 아이가 커 가는데 책보다도 소중한 자양분이 될 거라 믿는다.
▲ 성인 대상의 인형 만들기 수업과 아이들의 책 놀이 사진
도서관을 통해 나누는 행복과 즐거움 그리고 마을과 함께
도서관은 어떻게 지켜나갈까, 라는 점에서 회원 열여섯 명이 무언가를 진행하고자 할 때 기둥으로 삼는 것은 “욕심을 내지 말라, 라는 거예요. 이번에 벼룩시장을 할 때 처음에는 먹을거리를 어묵에, 떡볶이에, 너겟에 이것저것 넣어서 팔아보려고 했어요. 이게 수입도 크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 중에 가장 큰 역할이잖아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일단 주민을 떠나서 이 엄마들이 즐겁게 힘들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조금씩 욕심을 접었는데 그건 참 잘 한 것 같아요. 항상 어느 선을 넘지 않고 오래갈 수 있게 그게 모든 모임의 기본인 것 같아요. 욕심 부리지 말고 힘들면 안 된다고 강조를 해요.”
▲ <북틀꿈틀 도서관>을 여는 날 남긴 축하 메시지들
올해 초, 1월에 만나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지금은 에너지가 있고 시원시원하게 일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지원사업의 도움을 받게 된 것을 크게 생각한다. 뭐든지 자기한테 이익이 없으면 어떤 일을 하는데 동기가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그냥 내 것 좀 나누어보자, 열정을 바칠 수 있지만 장기간으로는 그게 좋지도 않을뿐더러 나중에 서로 흩어졌을 때 그 허무함이 굉장히 크다. 그런 것보다는 조금씩 성취하는 게 좋고 이익이 돌아갔으면 한다. 그래서 중요한 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다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나중에는 큰 공동체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그마한 행복, 이익, 자기 성취감이 없으면 하면서 힘이 들 것이다. 전체적인 이익으로 환원되었을 때 나누는 행복과 즐거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들이 되어 아이들이 본받게 될 것이다. 그런 삶을 일상 속에서 살아간다면, 그리고 함께 뜻을 모은 16명의 엄마들이 모두 선하고 마음이 예뻐 만남 자체가 축복이라고 감사해 하며 일을 한다. 멀리 본다면 마을공동체 도서관 모임을 통해 마을 전체가 함께 움직이고 같이 멀리 보며 갔으면 한다.
글
· 사진 : 양지나 (홍보지원)
도서관 활동 사진 : 남유미 (북틀꿈틀 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