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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진
인천시 마을활동가
마을활동이 가지는 사회적 가치와 이러한 사회적 가치에 대한 경제적 전환에 대한 부분들이 점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와 관련한 연구들이 심도 있게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마을활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라는 표현은 실제로 마을에서 수 년 혹은 수십 년을 다양한 모습으로 활동해 온 마을활동가들에는 조금은 낯간지럽게 느껴질 수 있는 표현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것은 아마도 각자의 마을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마을활동가분들이 본인들의 활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거창한 ‘사회적 명분’을 가지고 활동을 이어온 것이라기보다는 마을에 대한 애정과 그것에서 비롯한 따뜻한 가치와 신념이 바탕이 되어 지금의 마을활동과 그 명맥들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 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마을 활동이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되고 있고, 동시에 여러 갑론을박이 발생하는 현 시점에서 ‘마을활동의 사회적 가치’는 우리가 진지하게 던져 볼 수 있는 화두가 아닐까 생각이 된다.
[마을활동과 그 가치]
우선, 마을활동이 가지는 사회적 가치를 논하기에 앞서, 지금 우리사회가 직면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들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2016년 현대경제연구원의 ‘사회적 갈등의 경제적 효과 추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7번째로 사회적 갈등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2009년 삼성경제연구소의 ‘한국의 사회갈등과 경제적 비용’이라는 보고서 내 사회갈등지수의 국제비교 수치(27개 OECD 회원국 중 네 번째로 사회갈등 심함)와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사회적 갈등은 정치적인 이념의 갈등을 비롯하여 사업주와 노동자, 연령에 따른 세대 갈등, 지자체와 주민간의 갈등, 교육 불평등의 갈등 등 사회전반에 걸친 다양한 갈등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이러한 수치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높은 이혼율 그리고 바닥수준인 국민의 행복지수로 다시금 확인 된다.
이러한 경제보고서들의 결론은 결국 이러한 사회적 갈등을 줄일 경우 그 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당하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 사회적 갈등과 경제성장은 반비례(음의 상관관계) 하기에, 한국의 사회갈등지수가 OECD 국가의 평균 수준까지 하락한다면 실질 GDP 성장률은 약 0.2%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G7 국가들의 평균인 0.50 수준으로 사회갈등지수를 끌어내릴 경우 연간 33억달러(약3조9천억원)의 사회적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실질 GDP 성장률은 약 0.3%포인트 상승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활동은 국가나 자본이 해결하지 못하는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조금은 더딜 수 있지만 꾸준히 지속되어야 하는 중요한 전략으로 분석되고 있다. 즉, 공동체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많은 활동들이 일부 사회적 갈등들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임에는 더 이상 의문을 가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적 비용의 절감에 마을활동의 기여도는 어떻게 산술적으로 나타낼 수 있을까? 마을활동이 가지는 이러한 사회적 기여도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이고 산술적인 계산은 전문가들의 고민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실제 마을활동에 대한 정부차원의 투자가 시작된 것도 그리 긴 시간이 아니기에 그 가시적 성과를 수치로 나타낸다는 것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마을활동가와 그들의 역할이 암울한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희망의 원동력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우리 마을활동가들과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관계부처의 담당 공무원들은 이러한 자부심을 함께 가져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을활동에 참여하는 활동가로써 스스로의 사회적 가치를 확인받을 수 있는 척도 중의 하나는 배정된 예산의 규모이다. 전국적으로 마을공동체 관련 예산은 증가 혹은 유지의 기조를 보이는 있는데, 서울의 경우(자치구 제외) 마을지원센터 예산이 2015년 총 예산 26.3억에서 2016년에는 51.9억, 2017년 52.2억, 2018년 56.6억으로 매년 증가추이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인천시의 경우는 일부 지자체가 이러한 방향성을 함께하며 예산을 새로 편성(2019년 기준, 인천 서구 마을공동체 지원 예산: 3억 원)하거나 조금 늘리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마을활동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가치를 인정한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수준의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마을공동체와 관련한 예산확대는 마을활동에 대한 가치 인정의 척도로 받아드릴 수 있다. 마을공동체 사업은 ‘사람에게 투자’하는 예산을 통해, ‘사람이 중심’이 되는 활동이 펼쳐져야 한다. 그래서 주민과 관계부처의 신뢰가 중요하며, 기존의 제도적 장치와 관습이라는 틀을 과감하게 벗어던질 수 있는 그 시작점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아파트 마을공동체 활성화의 의미]
대한민국 국민의 75% 이상이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아마 이변이 없는 이상 이 비율이 앞으로도 일정부분 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파트는 우리에게 거주공간인 동시에 대부분의 개인에게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산이기도 하다. 통상 아파트의 마을공동체 활동은 정감이 넘치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거주자들 간의 긴밀한 접촉과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집단적 유대감을 형성하여, 생활환경을 다양한 방식으로 개선해 삶의 질을 높여가는 아파트 주민의 집단적인 활동으로 정의된다. 삶의 터전인 동시에 중요한 자산인 아파트에서의 공동체 활동은 이 독특한 주거공간에서 발생하는 여러 갈등을 치유하고, 동시에 아파트의 자산 가치도 높이는 효과를 제공한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2019년 공동주택 시가총액은 약2,650조, 평균 수명은 27년이다.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면,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통하여 아파트의 유지관리가 잘 되어 아파트의 연한을 평균보다 10년 정도 연장할 경우, 그 수익금액만 약 1,280조가 된다고 한다. 참고로 2020년 정부 예산안은 전년 대비 9.3% 증가한 513조5천억이니, 절대 적지 않은 금액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 사회가 갈등으로 인하여 치러야하는 경제적 손실이 매년 수백조원에 달한다고 추정되고 있는데, 아마 이 비용 중 공동주택, 즉 전 국민의 대부분이 살고 있는 아파트와 관련되어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부분도 간과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닐 것이다. 결국 이러한 사회적 비용과 문제들의 해결방법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가를 생각해 본다면, 마을활동의 사회적 가치는 더 중요하게 인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갈등과 그로 인한 과제는 기존의 획일적이고 권위적인 시스템으로는 쉽사리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당장 아파트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갈등들을 정부나 지자체에서 나서서 조정하는 데에도 많은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회문제들을 시민과 시민사회의 영역에서 새로운 관계와 문화 정치시스템을 형성함으로써 해결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이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아파트는 너무도 차갑다. 그 차가운 아파트 안에서 웬만해서는 문 밖으로 나오지 않는 사람들, 공적예산으로 수억을 뿌리고 떡과 음료를 나눠준다 한들 장기적으로는 누구하나 크게 관심이 없는 시대, 굳게 걸어 잠근 문을 박차고 나와 주는 것만으로 감사해야하는 시대,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문고리를 걸어 잠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단순한 참여를 넘어 주민이 주도가 되는 주민 주도형 공동체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는 활동가들과 이들의 행적에 대한 사회적 가치는 과연 무엇인가? 그들이 과거에 해 왔고, 지금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해 나갈 그 무한한 일들의 가치를 어떻게 인정해 줄 것인가? 마을이 움직일 때 나라도 움직일 수 있다. 주민들은 똑똑하다. 마을 활동은 모두의 소통의 장이 되고, 주민은 진정한 민주주의의 주체가 된다. 갈등을 마주하고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들의 가치란 무엇인가?
아파트 공동체의 지원사업 참여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인천시의 경우(자치구 제외), 2014년 사업 참여 공동체 69곳 중 단 11곳만이 아파트 공동체였으나, 2019년에는 총 69개 참여 공동체 중 24곳이 아파트 공동체로 2014년 16%에서 2019년 35%정도로 비중을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인천의 지역적인 특성(원도심, 신도시, 섬 등의 다양한 환경)을 고려한다면, 아파트의 마을공동체의 참여도에 대한 의미는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감사하게도 많은 아파트에서 연락을 주고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 달라고 문의가 오고 있다.
아파트 공동체에서 바라본 마을활동은 두 마리 토끼가 아닌 세 마리, 네 마리토끼도 잡을 수 있는 공동체 사업이다. 그 가치는 유수의 경제연구소에서 이야기하는 사회적 비용 절감을 통한 경제성장률 몇 퍼센트 포인트의 성취를 넘어서는 그 이상의 가치창출을 보여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직 그 곳에 가보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 멋진 미래를 마주할 용기는 가져 볼 수 있지 않은가? 내가 사는 곳이 행복하면 마을이 행복하고, 도시가 행복하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행복하게 될 것이다. 이것의 바로 우리 마을활동가들이 바라보는 마을활동이 가지는 사회적 가치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