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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동네, 새롭게 도약하다
남동구 만수동 만부마을 양순식 주민대표 인터뷰
2013년 4월, 인천시의 <원도심 활성화 선도사업>으로 선정된 만부구역에는 현재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이 진행 중이다. 환경개선과 공동체의식은 따로 분리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저층주거지 관리사업과 함께 공동체의식을 만들기 위한 교육이 함께 진행되어 왔다.
작년 4월과 5월에는 ‘찾아가는 마을컨설팅’을 통해 마을공동체는 왜 필요하며, 지역 여건에 맞는 마을을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컨설팅이 이루어졌고, 그 연장선에서 8월부터는 2014 인천시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을 통해 <만부마을 마을학교>를 진행했다.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의 주 내용은 ‘기반시설 신설/정비’, ‘주민공동이용시설/안전시설물 설치’인데, 사업을 위한 실시계획 안에 <지역 특성에 따른 기초조사>나 <주민 의견수렴과정>이 담겨 있지 않아 문제가 있었다. 사업계획서 안에 마을의 스토리도 없고, 운영 및 유지/관리에 관한 고민도 들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마을의 이슈를 발굴하고, 직접 문제를 진단하고 도출하여 개선하려는데 뜻을 모으게 되었다.
주민협의체에 참여하는 주민분들은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협의체 구성원의 절반 이상은 집을 가지고 있는 소유주거나 가족이 만부마을에 사는 가족들이다. 만부마을은 공기가 좋고, 집들이 열 평 단위로 작은 편이라서 어르신들이 살기는 좋은 조건인데 젊은 사람이 살기에는 좁고, 시설이 노후되어 불편하다. 그러다 보니 동네에는 80대 이상의 노인들이 많이 산다. 조금 큰 평수는 집세가 저렴해서 저소득층이나 외국인 근로자가 주로 거주한다. 마을컨설팅 이후 행정과 협의하여 올해 주민공동이용시설 및 기반시설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건물의 연식이 오래된 만큼 오래 거주하신 원주민이 많이 계시는 것 같은데요.
오래 거주한 분들도 계시지만, 그런 경우는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라 좁은 곳에서는 못 산다. 옛날부터 이곳은 철거민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형성된 동네다 보니 이전의 건축법대로 열 평씩 분할을 받아 살았다. 식구가 늘어나면 방이 좁으니까 떠나고, 오래 산 사람은 하나 둘 고쳐 가며 산다. 원래 이 일대는 달동네, 산동네 같은 곳이라 만부마을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외에는 밭이나 나대지였다.
오래된 동네, 그 일대에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공적 자금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개발 바람이 불었을 때 주공, 민간 업자가 마을에 들어왔는데 개발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모두 떠났다. 동네는 작은데 세대수는 많다 보니 평수가 작은 집들을 일일이 보상해 주는 것이 타산에 맞지 않아서 지연된 것이다. 또한 세입자든 건물주든 받을 수 있는 보상이라고 해봐야 도시로 나가면 전세값도 안 된다. 그러니 개발을 반대하기도 했다.
이 일대에는 건물 높이의 제한이 있다. 4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없다. 그러니 4층까지 올린다 해도 8가구밖에 거주하지 못하는데, 기존의 건축법에 따라 지어진 집들이라면 허물고 다시 지었을 때 타산에 맞지만, 세 집을 헐어야 한 집이 나오니 아무도 바꾸려 들지 않는 것이다. 건축업자도 타산이 안 맞으니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재개발 바람이 불고 업자가 들고 날 때마다 부동산 가격이 들썩였다. 투기 목적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집을 구입하긴 했는데 집들이 딱 붙어 있어서 함부로 고치지도 못하고,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세를 놓지도 못하니 공가가 늘어나게 되었다. 게다가 마을 중앙에 있는 교회는 사유지이기 때문에 정부 주관 가로환경정비사업이 진행될 때도 백지화되었다. 이래저래 조건이 안 좋은 상황이다.
앞서 말했듯 사는 사람은 원주민이거나 세입자다. 세입자 대부분은 저소득층이나 외국인 노동자 분들인데, 먹고 사느라 바빠서 동네에 별 관심이 없고 개발이 되면 월세도 오를 테니 개발을 반대했다. 원주민은 80~90대의 노인들이라 갈 곳이 없으니 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냐고 반대를 많이 했고, 그럴 바에 공적 자금을 개인에게 나누어 주라고 요구하는 등 상황이 복잡했다. 주민협의체에서는 사업이 능사는 아니지만, 마냥 반대하는 것이 좋은 것만도 아니며, 주변 환경이 깨끗해지면 한 집 두 집 고쳐나가게 될 것이고 여유가 생길 때마다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음을 알리곤 했다.
컨설팅으로 인해 변화된 것이 있다면?
저층주거지 관리사업 담당인 인천도시공사와 시공사인 (주)이락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사업이나 공동체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이미 다 결정된 상황에서 거수기 역할만 하는 상황이었다. 주민은 그저 들러리였다. 그래도 컨설팅 덕분에 정해진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와 윤전우 선생의 조언이 없었더라면 “아 구청에서 이런걸 하나보다” 하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었을 것이다.
컨설팅을 통해 주민의 역할과 권리를 알게 되니 아무리 상황이 결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의견 제시를 하는 등 간섭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반영이 될지 여부는 행정 소관이니 어쩔 수 없지만 큰 틀에서 변화는 만들지 못해도 정해진 방향 안에서 방향과 범위를 결정하는 등 주민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행정 주도의 사업만으로는 주민의 실제적인 생활 편의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민협의체 결성 이후 만부 마을학교와 주민축제를 진행하셨는데 어떠셨나요.
이웃들과 잘 지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 한 잔이라도 나누어 먹을 수 있는 분위기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특히 동네 어른들은 대접을 해 드려야 한다. 이 동네에서 주민잔치가 열린 적이 거의 없었다. 잔치 소식에 주민들은 나와서 청소를 하고, 집기를 나르고, 일손을 거들었다. 잔치 이전과 이후의 마을 분위기가 변화된 것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에서 진행되는 행사라도, 공적 자금을 쓸 수는 없고, 사비로는 한계가 있다.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을 잘 활용한 덕에 지원금에 비해서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었다. 주민 간에 대면하는 상황이 생기고, 가까워지니 개발과 관련된 불신을 씻을 수 있게 되었다. 주민협의체가 왔다갔다 말만 떠들고 별볼일 없었으면 문제가 되는데, 결과물이 나오니까 신임을 얻게 된 것이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서로 묻기도 하고, 소통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마을공동체 사업을 진행하는 부분만 봐도 시간을 내고, 고민을 하고, 회의를 거치는 과정들이 지난한 과정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마음을 비워야 하는 것 같다. 마을 일이라는 게 실리를 생각한다면 못할 일이다. 해 보니까 봉사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축제 이후 동네 이웃들 간에 관계가 생겼으니 다른 계획도 생겨날 수 있겠습니다.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은 공공시설 비중이 높으니까 공동이용시설을 주민들이 함께 이용하게 된다면 불신이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사업 경과 과정에 따라 보고회도 열고, 가능하다면 마을잔치를 한 번 더 열고 싶다. 공모사업이 없는 것보단 낫지만, 훈련되지 않은 사람이 하기엔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축제는 한번 더 열고 싶다. 너무 잘한 일인 것 같다. 잔치 문화를 엄두도 낼 수 없던 마을이었다. 마치 남쪽과 북쪽이 휴전선을 경계로 둔 한반도 지도처럼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만부마을 축제를 잘 치르게 되니까 인근의 신동아 아파트에서도 공모사업을 통해 축제를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무엇보다 마음이 좋았던 것은 어르신들이 팔 걷고 나서서 청소도 다 해주고 짐도 옮겨주는 모습을 보면서였다. 그럴 땐 더 힘이 나서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계기가 하나 둘 이어져 가면서 동네가 활력을 되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