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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역사회에서 ‘공유’라는 단어가 인기를 얻고 있다. 점차 개인화되고 파편화되는 사회에서 타인과 같이 나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공유’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혼자 있는 것이 편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소외감이나 외로움은 결국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해소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이야기하면서 웃고 떠들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도 삶을 지속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2018년 11월, 가좌2동에도 공유부엌이 생겼다. 가좌2동 주민들이 같이 사용할 수 있는 부엌이다. 2017년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구축사업에 선정되어 계속 진행해오던 공유부엌 조성사업이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렇게 만드는 과정 속에는 가좌2동 주민자치위원들의 노력과 헌신, 그리고 그를 지원하는 전문가들과 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센터의 컨설팅이 녹아들어 있다.
주민들이 기획하고 스스로 일궈낸 공유부엌. 어떻게 이뤄졌고, 어떤 바람들이 담겨져 있는 공간인지 궁금하여 가좌2동 공유부엌 추진단에서 열심히 활동했던 위원들 중 한 분이셨던 김태영 주민자치위원을 만나 인터뷰를 청했다.
공유부엌이 무엇인지 궁금한 독자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주민들이 같이 이용할 수 있는 부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맞나요?
김태영 : 같이 이용할 수 있는 부엌이라는 점은 비슷해요. 저도 검색이나 벤치마킹을 통해서 여러 공유부엌 사례들을 찾아봤는데, 가좌2동 공유부엌과 딱 맞아떨어지는 환경이나 쓰임새를 찾지는 못했어요.
공유부엌에도 여러 형태가 있었는데 고시원같이 생활 공간이 좁아 거의 강제적으로 공유를 하는 부엌도 있었고, 사오거나 배달을 시킨 음식들을 펼쳐놓고 먹는 정도의 부엌도 있었어요. 아니면 행사 때 대량으로 조리를 하는 정도의 부엌 정도였거든요. 소규모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가족, 친구, 이웃과 같이 공유부엌에서 다른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용도의 공유부엌은 아직 많지 않더라고요.
가좌2동 공유부엌은 다른 부엌들과 어떤 점이 다른 건가요?
김태영 : 처음 공유부엌을 기획할 때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시를 실시한 적이 있어요. 그 결과, 주민들이 공유부엌에서 ‘친목’을 제일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왔어요. 결국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는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 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어요.
근데 친목과 교류가 그냥 편한 사람들하고 음식을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을 가지고 같이 나눠먹으면서 이뤄진다고 생각했고, 그 때문에 부엌의 최종 형태는 지금과 같이 조리 공간과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식탁이 배치된 공간이 함께 붙어 있는 모습으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김태영 : 가좌2동 공유부엌은 2018년 11월 말에 개관식을 진행하고, 12월 한 달 간은 시범운영을 했어요. 그리고 2019년 1월부터 정식으로 문을 열어서 운영 중이지요. 일단 시범운영기간엔 써보고 싶은 사람이 쓰게 했어요. 그래서 인근 어린이집 선생님들이나 송년 모임들이 주로 있었습니다. 정식으로 문을 연 후에는 사용료를 받고 개방을 하고 있어요.
현재는 사용을 원하는 주민모임이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요리체험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은 좀 더 고민과 보완이 필요한 부분인데 큰 방향은 있어요. 공유부엌을 통해 새로운 모임들이 자꾸 생겨나서, 그 모임 안에서 자발적으로 후속 활동들이 이뤄지는 것을 원해요. 가령 부엌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활동을 하다가 ‘다음 활동에서는 무엇을 해보자’라는 이야기들이 그 속에서 나오면 교류가 계속 이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유부엌을 조성하면서 기뻤던 점이나 힘들었던 점들이 무엇인가요?
김태영 :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은 공유부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주민자치위원님들과 친해지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점이에요. 원래는 회의만 하고 가고 다른 위원님들과 한마디 나눌 기회가 없었는데 공유부엌 추진단 활동을 하면서 같이 여기저기 다니기도 하고 대화도 하고 토의도 할 수 있었어요. 여태 없었던 새로운 일이 생기면서 주민자치위원분들도 그런 과정들을 즐거워하셨고요.
힘들었던 점은 공유부엌을 준비하면서 겪은 답답함이었습니다. 처음에 공유부엌 조성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는 잘 모르니까 ‘예쁘고 쓰기 편하게 만들어서 빨리 사용하고 싶다’라는 생각 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공사를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신경 쓸 문제들이 늘어나니 힘들었어요. 조성 후에도 관리 측면에서 힘든 점들이 있고요.
사실 개인적으로 마음 속으로는 사진도 찍을 수 있고 예쁘게 꾸며진 스튜디오 같은 부엌이었는데 예산의 한계로 스테인리스 부엌이 되었습니다(웃음). 잘 조성된 공간인 만큼 지금 우리 상황에 맞는, 가좌2동 상황에 맞는 공유부엌의 모습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김태영 : 사실 저도 예전에는 행정복지센터에 왔던 적이 거의 없었다가 도서관이 있어서 오기 시작했거든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어린이 강좌 때문에 행정복지센터에 찾아오세요. 그게 아니면 거의 올 일이 없고, 만날 일도 없는 사람들이에요.
하지만 어떤 기회와 공간이 있어서 행정복지센터에서 모인 것처럼, 공유부엌도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해요. 부엌이라는 것은 사실 집집마다 다 있는 것이고 익숙한 공간이고,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엌을 통해서 만나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재미있는 내용을 가지고 만날까 하는 기대감이 생겨요. 그런 모임 속에서 계속 후속 모임도 이어질 수 있는 장을 마련해보고 싶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요리를 해도 좋고, 아빠랑 같이, 혹은 아빠들끼리도 요리를 해서 교류가 일어나면 좋을 것 같아요.
2019년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유부엌에 찾아올 수 있게 하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이후에는 왔던 사람들이 여기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면 이 공간도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사례로 누굴 보고 따라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결국은 가좌2동 공유부엌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밀고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되려면 어떤 부분들이 필요할까요?
김태영 : 마을 활동을 하고 있다고 얘기하기가 상당히 부끄럽지만, 생각나는 일화가 하나 있어요. 제 아들이 지금 중학생인데, 어느날 학교에 롱패딩을 입고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거에요. 이유를 물어봤더니 롱패딩을 관리하기가 불편하다고 하더라고요. 의자에 걸자니 땅에 끌리고, 사물함 뒤에는 못 놓으니 안 입겠다고 하는 거에요. 그럼 그 문제를 학급회의 시간에 얘기를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을 했더니, 학급회의 시간이 없다고 아들이 말을 했어요. 그 때, 요새 학교에는 학급회의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회의 시간이 별도로 없다는 것은 학생자치 측면에서 얘기할 기회가 없다는 것 아니겠어요?
그와 관련해서 참여할 수 있는 시간과 장이 있어야 마을공동체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자리가 있어야 내가 평소에 했던 얘기들을 할 수 있고, 그곳에 온 사람들이 내 얘기를 들을 수 있어요. 그래서 참여할 수 있는 장들이, 학교나 아카데미가 아니더라도 여러 형태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좌2동 공유뷰엌에는 주민들이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을 함께 사용하며 교류가 이뤄지고 , 그것이 마을을 행복하게 할 것이라는 소망이 담겨져 있다. 공간은 마련되었고 그 안을 채우는 것은 이제 사람에게 달려있다. 주민들이 빚어내는 교류의 하모니가 가좌2동의 공유부엌을 가득 채워 온 마을에 울려퍼지기를 기대해본다.
글 홍보담당 / 사진 가좌2동 공유부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