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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인문학> 맥주와 샘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06-27 11:13
조회
312


 


장한섬|플레이캠퍼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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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천역 앞에는 6차선 도로가 있다. 질주의 공간이다. 1㎞가 넘는 긴 차도지만, 사람을 위한 공간(횡단보도)은 없다.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그런데 이 도로명은 의미심장하게 우현로다.


인천시립박물관에 도자기를 든 동상이 있는데, 이분이 바로 한국 최초의 미학자 우현(又玄) 고유섭(高裕燮, 1905~1944)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학과 생명 대신 효율과 질주의 공간인 도로에 고유섭의 호 우현(又玄)이 붙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현재 대한민국 지명은 마을 중심에서 도로 중심으로 바뀌는 혼란기다. 사람들 의식 속에는 마을 이름이 자리 잡고 있는데, 행정상으로는 바뀌었다. 역사적 ․ 문화적 맥락이 무시된 개악이다. 예산만 4000억이다. 혼란은 물론 정체성까지 파괴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동인천역 앞 6차선 도로에 지명(地名) 대신 인명(人名)이 붙었다(명품도시를 지향하는 인천청라에는 갯벌을 메워 만든 도로 이름이 에메랄드와 사파이어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공단도시 인천 ․ 군사도시 인천에 드디어 미학도시 인천이라는 씨앗이 심어졌다. 그것도 질주의 공간에서 심어졌다.


우현 고유섭은 인천중구 용동에서 태어나 인천동구 창영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우현의 미학은 생활과 예술을 분리하지 않은 민예적인 것이 근간으로, 산업화로 생산과 생활이 분리된 인천시민의 문화를 생활과 생산을 통합함과 동시에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인천의 비전을 찾을 수 있는 뿌리이다.


인천 중구와 동구는 인천의 근대도시를 형성한 곳이지만, 현재 구도심으로 낙후되어 주민과 상인의 공동체 의식은 물론 지역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저조하다. 더욱이 인천의 명문이었던 학교들도 신도시로 이전하거나 이전을 계획하고 있어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그런데 산업화 열풍을 문화적 향수를 적셔주었던 30년 넘는 문화공간(인천의 대표적인 맥주집) ‘마음과 마음’이 헐리고 주차장이 된 장소에 있는 용동우물터에 우현 고유섭 생가(生家)기념비가 세워졌다.


산업화의 문화적 향수인 맥주집은 없어지고 질주의 상징인 자동차의 쉼터가 생긴 곳에, 정주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전근대의 우물터가 신성시 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맥주라는 산업화의 상품 대신 생명화의 상징인 샘물을 찾는 문화현상으로 해석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현 미학은 근대도시의 구획화로 단절된 구도심(舊都心)을 인천구심(求心)으로 재생시킬 수 있는 인천정체성과 비전의 샘물이다. 기존 도시재개발의 부수고 짓는 방식이 아닌 도시재발견을 통한 공존과 순환, 자생과 상생을 이룰 수 있는 평화로운 통합이 있다. 무엇보다 자본의 논리와는 다른 공생(共生)의 언어가 있다.


 


 



살아갈수록 빌 것이 많아지는


여정의 길에서


샘물이 공유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이종복 詩 「황해, 또는 사막에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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