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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인문학> 소통과 보존의 이중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06-30 20:44
조회
305




소통과 보존의 이중주


박인규 │(사)시민과대안연구소 소장




부평구 부평2동의 한 조그만 마을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4월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로부터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총 40억 원의 예산으로 생활환경개선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지역이 두 가지 이유로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하나는 열악한 주거환경에도 불구하고 재개발이 불가능하거나 추진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도심 지역에 대한 주거환경개선이 지향해야 할 철학과 사업방향에 대한 것이다. 또 하나는 일제강점기에 군수물자를 생산한 미쓰비시 중공업의 노동자들이 거주했던 줄사택이 대상이 됨으로써 개발과 보전이라는 가치충돌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불량주택에 대한 불안감과 생활의 불편에 더하여 그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로부터의 불편한 시선으로 인해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주변 주민들의 생활 형편이야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빌라를 중심으로 비교적 양호한 주택들에 둘러싸여 고립된 섬처럼 존재하는 이 지역은 주변 주민들로부터 경관을 해치고 결국 부동산 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우범지대로 인식되어 불안감마저 불러일으키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 한 지붕 두 가족 아니 한 마을 두 집단으로 나뉘어 주민간의 불통과 공간간의 단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일제 강점기에 건축된 미쓰비시 줄사택이 갖고 있는 역사성과 장소성이 주는 의미와 주거의 쾌적성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가 상충되어 발생할 문제가 결코 작지 않다. 단순히 주거환경의 개선이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낡을 대로 낡은 이 주택들을 모두 매입해서 현대식의 주거형태를 갖추고 원주민들을 입주시킬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비용의 문제로 쉽지 않다. 아울러 줄사택이 문화재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제의 잔재라는 부정적인 인식까지 덧붙여져서 단지 철거되어야 할 대상으로 쉽게 규정해 버리는 것도 섣부른 판단처럼 보인다.


이처럼 그 어느 것 하나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를 별개의 문제로 보고 개별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마을공동체만들기를 통해서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주민참여에 기초한 민관협력이 초기 기획 단계부터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업의 추진주체를 잘 구성해서 운영해야 한다. 부평구청을 포함하여 지역주민과 관련 전문가 및 마을공동체 지원기관 등이 참여한 협력기구를 구성하여 창의적인 제안을 반영하고 구체적인 계획수립과 집행논의를 해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대상 지역 주민과 주변 주민들 사이의 갈등과 단절을 치유하고 함께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주변 지역 주민들을 구경꾼이 아니라 사업의 주체로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대상지역 주민들은 주거환경이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함께 하기에는 불편한 주민집단으로서 주변 주민들에게 인식될 뿐이다.



그리고 논란이 될 수 있는 줄사택을 슬기롭게 마을공동체 형성을 위한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해 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의 조병창(현 부평미군기지)에서 일하던 한국인 노동자들의 숙소로서 온갖 애환이 서려있는 줄사택은 단지 개발시대에 사라져야 할 낡은 주택이 아니다. 2016년까지 반환될 예정인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는 활용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공감을 얻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줄사택이 갖고 있는 의의와 가치 또한 재조명되어서 한다. 이러한 줄사택이 어느 수준에서 보존되어야 할지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그 역사성과 장소성에 비추어 본다면 지역 주민들 사이에 상호 의미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가치는 충분히 있어 보인다. 일부는 주택으로서의 개량이 이루어져야 하고 주민공동이용시설이 들어서지만 나머지는 가능한 원형을 보존하면서 사업대상주민과 주변 지역 주민들의 공동의 문화 향유와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이 지역이 고립된 섬이 아니라 주변과 잘 연결된 육지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이 지역이 어떤 관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업이 이루어지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는 상이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러기에 부평은 말할 것도 없고 인천 전체적으로 도시재생과 마을공동체만들기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 상황에서 이 사업이 갖고 있는 보편성과 지역적 특수성이 함께 어우러져서 돈과 행정이 지배하고 주도하는 사업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면서 공동체가 유지되고 살아나는 사업이 되는 모범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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