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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남시장 <베트남 음식점> 레티흐엉 인터뷰
베트남이 고향인 레티흐엉(huong le) 씨는 남편과 결혼하면서 3년 전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 “주안동 신기시장 쪽에 살면서 시댁과 함께 2 살배기 아들을 키우고 있어요. 언어가 다르다 보니 타지 생활이 쉽지는 않았어요.”그녀가 한국 생활을 소개했다. 언어의 장벽을 넘고자 남구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한국어 교육을 받던 그녀는, 인연이 닿아 인근 사랑병원에 입원 중인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음식 봉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베트남 음식도 그렇지만, 한식도 한번 보면 따라서 만들 수 있어요. 한국 음식과 과 베트남 음식을 어르신들께 대접하다 보니 보람을 느끼게 됐고, 사람들이 맛있다고 기뻐하니까 자신감도 생기게 됐어요.”
그녀는 요리하는 게 취미이자 가장 좋아하는 일이라고 했다. 또 잘한다는 평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고국에서는 식당을 운영한 경력도 있었다고. 한국에 온 뒤로는 주말에 친구·지인들을 집에 초대해서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데, 맛있다는 평판 덕에 많이 만들어서 나누어 먹고, 남으면 포장해서 전해주었다고 한다. 그러다 나중에는 지인을 통해 원하는 곳에 음식을 보내는 식으로 소소하게 판매를 하기도 했다.
요리할 때가 가장 즐겁다는 그녀는 작년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용남시장 다문화 요리경연대회>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잘 하고 좋아하는 일이 주는 힘일까. 남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용남시장 상인회 등의 주최로 열린 경연대회에 참여한 그녀는 베트남 음식인 ‘반권’(쌀가루 피에 갖은 야채와 고기, 버섯을 감싼 음식)을 선보여 우승을 했다. 이를 계기로 남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남구형 사회적기업 구상(일자리 창출을 통해 다문화가족의 정착을 돕는)*에 따른 다문화 식당 오픈을 제안받게 되었다.
*남구에는 다문화가정(남구 인구 41만5천여명 중 2657명)과 유학생(전체 2245명 중 1245명)이 많이 있다. 그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이주해 와서 사는 이웃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기 위한 다양한 고민들이 있다.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지내기 위한 프로그램과 다문화 가정의 정주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들이 진행중이라고. 남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여성인력개발센터, 용남시장 상인회, 인하대학교 등에서 주최한 <용남시장 다문화 요리경연대회>는 다문화 일자리창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진행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외국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요. 언어적인 한계도 있겠지만 외지인에 대한 높은 벽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일자리 측면에서 많이 막혀있다는 인상을 받아요.”
“집에서 노는 것이 더 힘들다”는 그녀는 집에서 가사 일만 하는 것보다 일하며 사는 것이 더 건강하다고 말했다. 용남시장 안에서 다문화여성들이 함께 식당을 운영하면서 자립을 모색하고, 시장 활성화를 통해 어울려 사는 지역공동체를 꿈꾸게 된 것이다.
다만 함께 운영하기로 했던 엄마들이 육아로 인해 점차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간헐적으로 일을 도우며 그녀에게 요리를 배우고 있다고. 하지만 결국 식당은 혼자 운영하게 되었다. 그녀 역시 2살배기 아들을 키우고 있지만 시댁에서 아이를 봐주고, 또 어린이집에 보내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한다.
실제로 식당을 운영하면서 어땠는지, 이웃들과 소통이 늘어났는지 궁금했다. “베트남과 한국의 입맛이 달라요. 향신료를 많이 넣어야 제 맛이 나는데 고수나물 등의 향은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죠. 그래도 손님들이 맛있게 다 드셨을 때 기뻐요. 한 손님은 베트남에 여행가서 먹었던 맛과 똑같다며 고맙다고 하신 적이 있어요. 그 손님에 의해서 블로그에 식당이 소개되어 일부러 멀리서 찾아온 손님도 있었어요. 신기했죠.”
“식당이 시장 안쪽 주차장에 있어서 잘 안보여요. 입지가 좋은 편은 아니라서 사람들이 찾아오기 어려워해요. 시장 상인들도 자주 오시지는 못해요. 아직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식당은 올해 12월까지만 운영해요. 올해가 지나면 주차장 사업으로 인해 공사가 시작되거든요. 그때까지 열심히 해봐야죠.(웃음) 나중에는 인하대학교 후문이나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남동공단에 가서 포장마차를 차려 음식을 만들면서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요. 아이가 조금 더 크고 나서 해보자는 남편의 의견도 있었는데, 그래도 멈추지 않고 일을 하면서 음식을 소개하고 싶어요. 그리고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노인회관 등에 가서 음식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흐엉 씨는 작년 10월에 식당을 오픈해서 지금까지 생긴 수익 전체를 기부했다고 한다. 그녀는 그저 음식 만드는 일이 행복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어서 다문화 가정 간의 네트워크나 유관 단체와의 교류는 어떤지 물었다. “식당 활동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어요. 친한 엄마들과는 계속 만나고 있고요. 여러 기관에서 도움을 주시기도 해요.”
남구 사회적경제 지원센터에서는 앞으로 남구형 사회적기업을 모색하며 장기적으로 학익시장 내의 다문화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함께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안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문화 이웃들의 정착과 어울려 사는 지역공동체를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이니만큼 앞으로 좋은 모델이 되어 지속할 수 있었으면 한다.
글 : 이광민(사업지원팀)
사진 : huong 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