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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구 마을사업’을 통해 인형극단 활동을 하고 있는 엄마들의 모임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습니다. 이 날은 부원초등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혁아 미안해>라는 제목의 인형극이 발표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맘스 인형극단은?
<맘스 인형극단>대표 김지혜 님은 10년 전 ‘포도나무 인형극단’을 운영하셨다고 합니다. 육아로 인해 부득이 극단 활동을 중단하게 되었지만, 작년부터 재능기부 차원에서 다시 활동하게 되셨다고 하는데요.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자녀와 또래 아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을 같은 반 학부형 엄마들과 함께 나누다가 <맘스 인형극단>소모임 활동을 통해서 풀어나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첫 공연은 자녀들의 학급 친구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기대한 것보다 반응이 좋아서 엄마들이 재미와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고 합니다. 학교 측에서도 인정을 하고 추가 공연 요청까지 있었다네요. 그 덕에 빈 교실을 제공받아 모임도 하고, 소품도 제작해 가며 연극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멤버들 대부분이 살림하는 주부들이다 보니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고, 활동 자체가 수익이 발생하지 않다 보니 지속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하네요.
▲공연 전 엄마들의 무대인사
<주혁아 미안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그러던 중 부평구에서 시행하는 마을사업 공모를 알게 되었고, 이를 활용해 인형극을 계속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바로 <주혁아 미안해>인데요. 본 공연은 ‘학생들 간의 따돌림 문제’를 가지고 구성한 교훈적인 내용의 작품으로, 숲속 동화 이야기’와 ‘친구들 간 따돌림’에 대한 내용이 병렬적으로 이어지다가 결론부에서 합쳐지는 입체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공연은 1~3학년과 4~6학년을 대상으로 각각 수업 시간을 활용해 보여주었습니다.
극중 “어떠한 경우에서도 남을 괴롭히면 안 돼. 괴롭히는 일은 가해자의 욕구만 있을 뿐이고, 잘 들여다보면 대부분 자기가 가진 상처 때문이거나 부러움(열등감) 때문인 경우가 많아.”와 같은 대사가 나오는데, 초등학생들에겐 다소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김 대표는 “저학년과 고학년의 수준 차를 고려하여 구성을 짰다.”며 극의 구성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왕따 문제는 주로 고학년 때 생겨요, 저학년 땐 그런 걸(남과 나의 구분을) 잘 모르잖아요. 교육적인 부분과 학년별로 이해하는 정도의 차이, 양쪽을 고려했어요.” 다시 말해 교훈적인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내용을 탄탄히 채우는 부분을 놓치지 않으면서, 이로 인해 극 전반이 무거워지지 않도록 재미의 요소를 챙겼다는 뜻이었습니다.
▲동화 속 이야기에 푹 빠진 아이들. 귀여운 인형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사뭇 신기했는지 인형극에 열중해 있는 모습이다. 명랑한 노래와 위트 넘치는 엄마들의 더빙도 몰입도를 높이는 데에 한몫했다.
극이 끝날 때마다 저학년, 고학년 학생들에게 각각 극중 내용이 무엇을 말하는 것 같은지 물어 봤는데요. 아이들은 수줍어하면서도 “왕따 이야기요!”, “친구를 괴롭히고 따돌리면 안 될 것 같아요”라며 감상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엄마들이 나가신다!
엄마들은 7~8월 방학 기간을 이용해 스토리부터 연출까지 모두 직접 준비했습니다. 그러니까 대본, 소품/무대제작, 연출, 기획 등 전 과정을 손수 해결한 것이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장면마다 쓰일 배경음악을 작곡가에게 의뢰해서 새로 만들고, 대본도 성우를 통해 녹음해서 수준을 높였다고 하네요. 당일 연기, 연출 모두 엄마들의 힘에 의해 이루어진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주혁아 미안해>는 앞으로 4개의 초등학교에서 총 8회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여러 학교에서 공연할 수 있었던 것은 입소문 덕택이라는데요. 학교에서 인형극을 본 교사가 전근을 가서도 공연을 요청하고, 다른 교사에게 소개하고 추천하는 과정에서 생긴 결과라고 합니다.
김 대표님은 “이렇게 지속적으로 인형극을 진행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극에 필요한 일이라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시간과 품을 내서 해야 하는 일이라 힘들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또 문화적 여건이 녹록치 않은 곳을 위해 공연을 하다 보면 봉사하는 마음이라 뿌듯하다.”고 하셨습니다. 때론 관객들이 “축제나 소극장에서 하는 유료관람보다 수준이 높다”는 평을 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 자부심을 느낀다고 합니다.
맘스 인형극단은 현재 8명의 맘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공연을 통해서 보람을 느껴 애정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도 있겠지만, 시작 단계에서부터 끈끈하게 관계를 갖게 하는 힘, ‘내 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생기는 데에는 다른 요인이 있지 않았을까 궁금했습니다.
“글마루 도서관 같은 ‘작은 도서관’은 5-6세의 아이를 둔 젊은 엄마들이 대부분이에요. 문화봉사 차원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아이들이 즐거워 하니까 엄마들도 좋아해요. 아직까지 인형극을 ‘보는’ 엄마들은 관객으로서 동참하는 입장이잖아요. 그러다 직접 하게 되면 자신이 만든 결과물이라 애착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웃음)”
당일 강당에서는 아이들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보는 이의 마음도 따뜻해졌는데요. 이러한 벅찬 감정을 틔울 수 있게 해준 씨앗은 ‘내 아이만이 아닌 우리 아이들’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공연을 통해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계속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 이광민(사업지원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