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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을공동체의 성장
인천을 포함해 전국에서 마을공동체가 주목받으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 자치와 같은 키워드가 부상한 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21세기 지구사회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천에서도 각 지역에서 주민들이 다양한 형태로 마을을 만들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는 정책적 지원이나 공론장, 교육 프로그램 등이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지원센터도 설립되었습니다. 2025년을 겨냥해 올해 수립된 제2기 기본계획에서는 지속성, 다양성, 연결성을 핵심 주제로, 보다 의미 있는 마을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유익한 실천 현황을 바탕으로, “마을의 완성”에 대해서 일상의 민주주의와 주민주권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전망해 보는 것이 이 발표의 목적입니다.
2. 일상의 민주주의
일상의 민주주의는 최근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강조할 정도로 주민자치나 지방분권 등과 관련된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론적 관점에서 보면 일상의 민주주의는 참여 민주주의론이나 숙의 민주주의론, 결사체 민주주의론과 같은 대안적 이론들 그리고 사회적 경제론이나 사회적 자본론, 로컬 거버넌스론 등에서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것으로서, 풀뿌리 차원에서 민주주의를 실천적으로 재구성하는 프로젝트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일상의 민주주의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포인트로서 다음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주변에서 시작하는 민주주의: 마을활동, 이웃관계, 학교생활, 직장생활 등을 민주적으로 운영, 경영해 가는 노력.
“일상”의 확대와 재발견: 기존의 활동을 넘어 보다 큰 관계성과 사회구조를 바라보는 시야. 바쁜 사회생활 속에서 본인의 삶의 목적과 기반을 다시 성찰하는 자세.
인간다움의 추구와 성장: 한사람, 한사람의 존재 가치나 노력을 서로 인정하고, 모두가 함께 성장해 가는 과정.
일반적으로 첫째 포인트를 중심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둘째와 셋째 포인트도 물론 중요합니다. 앞으로 일상의 민주주의가 보다 활발하게 논의되면 첫째 포인트를 기본으로 하되, 둘째, 셋째 포인트로 관점이 심화, 확대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보다 심층적인 이해를 위해 이 세 가지 포인트를 포괄적으로 논의한 사람이자 사상적 원류를 만들었던 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 1859-1952)의 민주주의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존 듀이의 일상의 민주주의와 깊이 관련된 그의 사상을 압축적으로 요약하고자 합니다.
- 민주주의(democracy)에서 “민” 개념의 심층적인 의미는 얼굴이 없는 불특정 다수나 지식 없는 대중이 아니라 일상의 노력을 통해 마을, 사회, 국가, 문명 등을 현실적으로 만들고 있는 인류(humanity)이자 인간, 사람이다.
- 민주주의는 제도가 아니라 가치관이다. 다수결 제도, 선거제도, 참여제도 등은 모두 가치를 효과적, 합리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가변적인 수단이다. 민주주의란 보다 인간다운 생활을 창조하고 축적해 가는 항구적인 노력이다. 듀이는 이를 일상적인 “경험”이라고 말한다. 민이 보다 인간답게, 사람답게 성장해 가는 사회 공동체의 현실적인 노력을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관이다.
- 인간다움의 가치로서 중요한 것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 속에서 살아간다는 의미로서의 공동체성, 서로 다른 사람들이 본인의 삶을 주체적으로 영위하는 자유와 다양성의 존중, 그리고 시민으로서의 도덕적 용기나 성장 자체 등이다.
- 민주주의는 목표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수단 속에 목표가 내포되고 있다. 즉, 각자가 인간다움의 가치나 보람을 실질적으로 느끼면서 마을, 사회, 국가 등을 장기적으로 만들어 가는 노력이다. 민주주의의 반대 개념은 인간이나 참여자를 도구화, 기계화, 수단화하는 특정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 특정의 제도나 정책 등이다.
- 사람에게 심리적으로 심층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외부적인 정보보다 다른 사람과의 직접적인 만남이나 깊이 있는 대화 등이다. 특히 지역공동체(마을, 이웃, 주민 모임, 가정 등)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면대면의 대화는 본인의 가치관, 인격형성, 인식 변화 등에 중요한 영형을 미친다. 시민성이나 인간성이라는 규범적 가치는 제도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의 대화, 일상의 경험을 통해 배워가는 것이다.
- 지역 공동체의 실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1) 각자가 본인의 삶의 목표나 활동의 목적을 명확히 자각하는 것, 2) 협력해서 활동을 추진하는 자세이다.
위와 같은 듀이 사상은 특히 민주주의를 특정 제도나 의사결정 방법과 같이 비교적 좁은 의미로 이해하는 일반적인 자세에 대해서 보다 넓고 깊은 시야를 제공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와 같은 사상적 원류에서는 주변에서 시작하는 민주주의와 “일상”의 확대와 재발견, 그리고 인간다움의 추구와 성장 모두가 일관성 있게 연결됩니다.
3. 주민주권
주민주권 또한 주권이론, 시민권 이론, 지방분권 이론, 지역사회론, 커뮤니티 발전론 등 다양한 이론과 관련되는데, 중요한 포인트를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주민의 권리 행사와 확대: 각종 정책이나 사업에 대한 주민 의견의 실질적 반영. 주민 의견을 존중한 협치나 각종 참여 기회의 확대와 개선. 권리 확대를 위한 운동.
- 사회적 유대와 능동적 시민: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약자, 위기가정, 이웃을 위한 연대와 지원 활동. 권리에 관심이 없는 이웃이나 사람들과의 접점의 모색.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민으로서의 능동적인 노력.
- 주권자로서의 주민: 주어진 권리의 구현과 제한적 확대를 넘어 지역사회의 기본 시스템을 스스로 재구성해 가는 주체자이자 주인으로서의 의식. 주민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원칙이나 현실적 방법을 정비한 포괄적 제도나 시스템.
역시 일반적으로는 첫째 포인트를 중심으로 주민주권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제적으로 혹은 영어로 주민주권에 해당되는 개념을 찾기가 사실 어렵습니다. 국제적으로는 국가권력을 지방으로 이양(devolution)하는 것이나 지역의 자율성을 최대한 중요시하는 지방주의(localism)가 있으며, 이 경우 분권제도의 효과적인 조정이나 주민참여의 활성화, 지역 발전이나 커뮤니티의 중요성이 강조됩니다. 즉, “주권” 문제를 굳이 언급하지 안 해도 됩니다. 최근 한국의 맥락에서는 이러한 이슈를 모두 포함하면서 주권이라는 용어가 추가되고 있습니다. 이는 그만큼 분권제도에 대한 근본적 전환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회심리나 제도적 현실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주민주권에 대한 이론은 국제적으로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영국, 유럽 지역에서 확산된 devolution론 중 일부 내용이나 현실적으로 도입된 직접 민주주의 제도들, 국민주권 개념을 사회적으로 확대 해석하는 헌법학적 학설들 그리고 일본에서 널리 논의되는 지역주권론이나 시민주권론을 실마리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세계시민권과 국민주권, 주민주권으로 다차원적 주권을 구상하는 사상도 있습니다.
주권 개념을 제대로 적용한 경우 자치 시스템의 기본 원리란 지방정부가 주민에게 각종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이 지방정부에게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됩니다. 이 원리를 바탕으로 주민과 지방정부의 새로운 관계를 다양하게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상상의 한 사례로서 주민을 주권자로 한 지방의회, 지방정부, 자치기구, 각종 참여제도 그리고 중간지원조직이나 공공기관들의 달라진 위상과 기능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와 같은 주민주권 시스템이 한국에서 실제로 도입 가능할지, 작동 가능할지에 대해서 많을 과제가 있을 것이라는 상상도 동시에 하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주권 개념에 유의한 경우, 역시 현재 한국의 분권 제도가 아직 많은 제도적 개혁 과제를 가지고 있고, 주민이나 공무원, 지방의회 의원들의 입장에서도 실험적으로 시작해야 할 과제나 더 강화, 축적해야 할 능력이 아직 많다는 것을 지적 활 수 있습니다.
주민주권을 실질적으로 실천해 왔다고 볼 수 있는 해외사례로서 일본 홋카이도에 위치한 인구 약 5000명의 니세코정(한국의 군에 해당)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사례에서는 기초 지자체 차원에서 독자적인 “헌법”으로 간주하는 지자체 기본조례를 제정하고, 의회와 정부, 커뮤니티에 대한 주민의 참여와 핵심기제로서의 정보공유가 2대 원칙으로 제도화되고 있습니다. 구체적 방법과 주기적 점검의 규정하고, 한 번 제정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가 장기적으로 운영해 가는 “살아 있는 조례”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례의 시사점은 1) 한국의 행정동 혹은 그 이하에 해당되는 소규모 권역에서, 2) 지역사회의 직접적인 경험에서 나온 주민자치와 참여의 핵심적 원리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도화했으며, 3) 주민, 공무원, 의회 모두가 이를 헌법 수준으로 의식해서 운영한 결과, 4) 제도와 실천이 결합되면서 ‘주민주권의 지자체’라는 실질적인 “역사”가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이다. 실제로 니세코정의 개혁은 2001년에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일본 전국 지자체에서 선구적이며 모범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4. “마을 완성”에 대한 시사점
일상의 민주주의와 주민주권에 대한 이상의 간략한 이해로부터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인 “마을의 완성”에 대한 시사점을 생각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마을의 완성”은 참여자 본인의 인간적 성장 과정과 같습니다.
- 마을의 가치나 시민성 함양은 언젠가 달성되는 정책적 목표가 아니라 오늘의 실천 문제로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시간이 걸리더라도, 참여한 각자가 본인의 정신적 성장이나 보람, 인간다움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목적의식의 공유와 면대 면의 소통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상의 민주주의의 반대 개념은 사람의 도구화이입니다. 마을에서 사람이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책 목표를 위해 사람이나 마을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 마을은 인간, 사회, 세계의 현실과 상호관계를 경험하고 통찰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성장 기반입니다. 모든 사람이 각자의 인생에서 우여곡절을 경험하듯이 마을도 반드시 우여곡절을 경험합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성장을 위해 노력한다면 더 소중한 가치가 만들어집니다.
둘째, “마을의 완성”은 주민주권의 이행기적 유동성으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 마을과 주민자치는 깊이 관련되며, 주민자치는 주권 개념, 분권체계와 깊이 관련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는 주민주권 이슈는 1) 국민주권에 대한 헌법상의 이해, 2) 국민주권과 주민주권을 어떻게, 어느 수준에서 구분할지에 관한 분권체제의 설정, 그리고 3) 주민주권과 지역발전 사이의 우선순위나 양자의 연결 방법론 등이 관련되는 복합적인 문제입니다. 전문가나 정부 차원에서 자세한 정리나 이해가 먼저 필요한 상황이기도 한다. 또한, 충분한 이해 없이 “주권” 용어를 남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 어느 정도 이해가 있는 경우, 국민주권을 지역 차원에서 심도 있게 구현하는 것을 “지역주권”으로 표현을 수정하기도 합니다.
- 현재 한국의 자치 시스템, 특히 주민이 직접 대리인을 선출하고 기능을 부여하는 기초 지자체 시스템은 인구 규모 측면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당히 크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주민주권을 실질적으로 제도화하여 쉽게 실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제도적 개혁이 필요한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 당분간은 “주권자 주민”을 추상적 목표로 의식하면서 “권리 확대”와 “능동적 시민”의 측면을 강조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주민주권을 부분적리라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나 “권리 확대”와 “주권자 주민”은 연속적 관계임과 동시에 긴장관계이기도 한 점에도 유의해야 합니다. 주권 문제를 잊으면 권리 확대는 형식화되고 현상유지에 머물게 됩니다. 결국, 이 컨퍼런스나 공론장 같은 주민들의 학습과 실험이 중요합니다.
- 전국적으로 보면, 제도가 아닌 혁신적인 활동이나 시범사업으로 주민주권을 실험적으로 구현한 읍면동 수준 혹은 마을 수준의 개별 사례가 이미 있습니다(예: 동장 선출제, 마을기금, 지역공동체 복지 시스템 등).
셋째, 공통적 시사점으로서 마을과 주민의 질적 성장을 지탱하는 행정문화의 고도화가 중요합니다.
- 주민의 성장과 권리 확대를 위한 지속적 노력에 대한 최근 확산된 현실적 장애 요인으로서 “양적 평가”를 중심으로 하는 행정문화나 관행을 들 수 있습니다.
- 일상의 민주주의와 주민주권의 실질적 구현은 모두 주민과 마을의 질적 성장, 정신적 성장, 종합적 상장 등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 마을의 자율적 성장이나 정책적 육성에 관해서, 단순한 양적 결과를 근거로 상황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민-관, 민-민의 대화를 통해서 형성되는 공감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행정문화의 고도화가 “마을의 완성”을 향해 필요하고, 현실적인 길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존 듀이가 남긴 말을 인용하면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민주주의는 대화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