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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장이정수(서울시 마을법인협의회 대표)
한국사회는 민주주의를 점차 사회의 모든 영역으로, 일상으로 확대해 온 역사적 과정을 갖고 있다. 전태일 이후 노동하는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노동조건과 삶을 요구해 온 운동이 있고 주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을 것을 요구한 87년 민주화운동, 합법적인 시민운동을 표방한 90년대의 다양한 시민사회 운동 속에서 여성운동, 장애인권운동, 문화운동, 정치운동, 환경운동 등이 각 의제별로 민주주의를 우리 사회에 확산시켜왔다.
민주주의는 또한 풀뿌리 지역사회에서 70년대부터 진행되어왔다. 개발과 철거, 집단이주 등에 저항하며 민주화운동에 참여하였던 풀뿌리 지역운동 역시 뿌리가 깊다. 빈민운동, 공부방운동과 협동조합 운동, 생활정치 운동 등이 지속되어왔고 2000년 이후에는 주민자치위원회에 참여하고 마을에 작은도서관을 만들고 생협과 자활 등을 통해 주민이 주인되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서울의 경우 풀뿌리단체들이 마을에서 했던 활동을 2012년부터 마을공동체지원조례를 통해 행정의 지원을 받도록 하였고 주민 세 명이 모이면 사업비를 지원했다. 이것은 토크빌과 퍼트넘의 주민들의 자발적 모임과 네트워크만으로도 사회적 자본이 증가한다는 사회적 자본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은 약 10%의 주민이 이 정책의 참여자가 되었다. 마을공동체 정책은 지난 10년 동안 양극화가 심화된 대도시의 중요한 도시정책 중 하나가 되었고 주민들의 자발성과 참여, 협치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프랑스의 15분 도시를 비롯해 디트로이트시 20분 도시, 바르셀로나 9분 도시 등 기후위기 시대에 주요 대도시는 에너지를 적게 쓰고 덜 이동하며 내가 사는 곳에서 일자리와 교육, 복지와 문화가 충족되는 건강하고 생태적인 도시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국제적인 흐름이다.
중랑의 경우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마을네트워크를 10여년 동안 구축하였다. 대부분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하고 있는 서울의 다른 자치구도 이와 유사한 포괄넷을 만들어가고 있다. 네트워크는 크게 아동청소년, 인권, 건강과 돌봄, 기후위기, 사회적경제, 청년, 문화 등이 있다. 각 네트워크는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네트워크 조직들로 그 안에 작은 모임들과 단체, 기관들이 협력하고 있다. 지역사회는 의제별 활동 단체들이 있고 동네별로 동네모임을 조직하고 있다. 앞으로 지역사회는 내가 사는 동네의 이웃들과 일상의 삶을 함께 하면서 지역사회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해결하는 다양한 공론장이 활성화되어야 하며, 주민자치회는 마을별 공론장을 만들고 주민들을 연결하고 협력하는 공간과 관계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은 10년동안 마을공동체 사업을 했고 이제 정치적으로 변화의 시기에 와 있다. 지난 10년 동안의 지원사업들이 대부분 중단되고 주민참여와 협치가 축소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 주민참여의 제도들을 통해 민주주의를 계속 지켜가야 하고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는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계속 될 것이고 민주주의야 말로 능력에 따른 차별이 당연하다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우리의 삶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연대의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