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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군 양사면은 북한과 맞닿아 있는 최근접지역 중 하나다. 들어갈 때도 민통선을 지나야해서 외부인의 발길이 뜸한 곳이다. 지나다니는 차도 별로 없고 인적도 드물어 조용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한다. 얼핏 보면 이런 곳에도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살짝 긴장감을 주는 검문소를 지나고 나면 곧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깨끗한 자연 풍경과 맑은 공기가 있고, 눈앞으로 논밭이 쭉 펼쳐져서 마음에 평안을 준다.
길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면 양사초등학교가 나온다. 양사면에서 하나 밖에 없는 초등학교라서 마을의 아이들은 모두 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다. 학교로 들어서면 넓은 운동장과 높지 않은 학교, 그리고 빛이 바랜 동상이나 구조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학교 계단을 올라가서 도착한 양사초등학교 2층 한편에 자리잡고 있는 ‘산이골 도서관’. 이 곳이 바로 강화군 양사면의 마을공동체인 ‘양사탐험대’가 있는 곳이다. 이번 인터뷰는 양사탐험대 안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이현정 님, 홍선영 님, 서수경 님, 김혜영 님, 김상이 님과 함께 했다.
양사탐험대는?
양사탐험대는 양사초등학교 학부모회가 중심이 되어 만든 양사면의 마을공동체다. 15명의 학부모들이 학부모회에서 활동을 하고 있고,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나 프로그램이나 온라인을 통해 활발하게 소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현정 님은 “교육 때문에 터전을 옮겨왔기 때문에 아이들 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며 “학부모 모임을 활성화해서 아이들 교육에도 참가하고 학부모 자체의 활동도 활성화시키고 싶었다”고 활동의 취지를 설명했다.
과거에는 교류도 뜸했고, 학부모회의 활동도 미약했지만 이런 생각을 가진 학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작년 교육청 모임을 시작으로 올해에는 더 활발한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 그 결과로 학교의 교육이나 행사에도 협력하고, 학부모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학교 교육과는 별도로 즐거운 학습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학부모들 자체의 교육에도 관심을 가져서 학부모 교육이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다양한 주제로 학습을 하여 자녀 교육의 노하우도 공유하고 서로의 고민을 나누면서 소통하는 자리도 마련을 했다. 그래서 지금도 양사탐험대 속 학부모들의 관계들이 돈독해지고 있다.
원래 양사면은 젊은 인구가 많은 동네가 아니었다. 이현정 님은 “새로 태어나는 아이가 없어서 행정 직원이 사망신고만 하다보니 출생신고를 굉장히 낯설어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만큼 아이가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학교의 학생 수도 줄기 시작했다. 결국 2015년 말에 학생 수가 38명이 되면서 폐교 위기가 찾아왔다.
폐교 위기를 극복하고자 양사초등학교에서는 내부 프로그램이었던 ‘사계절 자연학교’를 인천광역시 내 다른 학교들에 개방을 했다. 외부에서도 자연과 어울릴 수 있는 위탁체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이 결정은 양사초등학교를 되살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인천의 다른 학교에서도 ‘사계절 자연학교’를 알고 찾아오는 학부모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양사탐험대의 회원들 중에서도 자연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양사면에 왔다가 깨끗한 자연 환경과 아이들의 밝은 모습, 그리고 학부모들 간에 오고가는 따뜻한 소통을 보고 이주를 결심하여 합류한 사람들이 많다.
이현정 님은 “자연학교 프로그램도 좋고 동네에서 다함께 어울리는 분위기들이 좋아서, 단지 아이만 체험을 시키러 왔다가 학부모 본인들도 같이 체험하고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강화로 오고 싶어하는 마음이 커진 것 같다. 마을에 대한 이해도 늘어나서 본인들이 확신을 가지고 이주해오기 시작했다” 고 말했다.
그렇게 학교와 학부모들이 노력한 끝에 유치원생을 포함해 학생 수가 55명까지 늘어나서 폐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학교-학생-학부모가 같이 하는 마을교육공동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하나의 큰 성과다.
사계절 자연학교는 아이들에게도, 학부모들에게도 삶의 긍정적인 변화들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자연을 맛보고 나서 삶의 모습이 완전히 바뀐 경우도 있고, 자연과 어울리는 교육에 대한 생각이 더욱 강화되었다.
김혜영 님은 “자연에서 어울려 노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계절도 느끼고, 흙도 만지고, 색감도 느끼는 등 생명이 숨쉬는 곳에서 같이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서수경 님, 김상이 님 또한 자연친화적인 교육을 원해서 강화군으로 이주했다. 와서 보니 학부모들의 교육관이 대부분 비슷했다.
특히 아이들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서수경 님은 “처음 강화에 왔을 때는 비도 오고 군인들도 있으니 아이가 낯선 환경을 싫어하면서 울었다. 그런데 지금은 군인 아저씨를 보고 경례하고 모르는 할아버지와도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할 정도로 경계심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도시에서 지낼 때는 뭐든지 바쁘게 하고 경쟁을 하던 모습이었는데 시골로 와서 서로 어울리다보니 배려도 할 줄 알게 되었고, 스스럼없이 인사도 하는 등 여유를 되찾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만 변하지 않고 엄마들도 살아났다
사실 자연친화적인 교육을 꿈꾸고 작은 학교에 대한 희망이 있어서 강화로 들어왔지만 처음부터 마냥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도시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으니 며칠 동안 자연체험을 한 것으로 시골 생활에 적응하기에는 부족했다. 열심히 일을 하던 중에 갑자기 찾아온 여유는 오히려 외로움으로 돌아왔다.
서수경 님은 “나와 아이들 모두 만족도가 높아 양사초등학교로 전학을 왔지만 나는 늘 일을 하던 사람이라서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니 처음 한 달 동안은 고립된 느낌을 받았다”고 과거를 고백했다.그만큼 적응이 쉽지 않았던 시골 생활이지만 학교로 전학을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점차 학부모들의 모임도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학교와 교육을 매개체로 해서 학부모회의 활동이 늘어났고, 새로운 이주민들도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람을 잇는 모임들이 지속되면서 아이들 뿐만 아니라 엄마들도 만족도가 높아지고 활동 영역도 늘어났다.
김상이 님 또한 “모임이 활성화되던 시기에 이사를 왔는데 회원 분들이 잘 챙겨주셔서 무리없이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양사탐험대’는 이주민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훌륭한 장이 되었다.
양사탐험대의 활동으로 도움이 되었던 부분들이 또 있다. 올해 인천시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양사탐험대에서 자체적으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평소 아이의 엄마로 불리던 양사탐험대의 학부모 회원들이 그 시간만큼은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면서 아이의 엄마와는 별개로 자신의 존재를 재인식할 수 있었다. 나라는 존재와 여유를 되찾으면서 회원들 간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져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등 한 가족이 된 것과 다름없는 공동체가 만들어졌다.
2018년 한 해 동안 양사탐험대는 방과후 수업, 급식모니터링, 자연학교 지원, 학교도서관 명예 사서, 인문학 수업, 양사갯벌탐험대, 학부모기자단 등 다양한 활동들을 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참여의식과 만족도가 높아졌다.
양사탐험대는 올해의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도 모임을 지속해가면서 여러 가지 계획들을 가지고 있다. 올해 리모델링을 한 산이골 도서관을 마을아지트로 확장시켜 학부모들의 활동을 더 증진시키고 지역사회와의 연계도 더욱 강화할 생각이다. 과제로 남아있는 원주민들과 이주민들의 소통도 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이현정 님은 “어른들이나 아이들이나 강화도가 제2의 고향이 된 느낌이다. 시골 사회가 살려면 학교가 잘 되어야 하고, 그래야 젊은이들도 오고 서로 어울려서 마을의 미래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학교와 양사면, 부녀회, 주민 모두가 모여 학교를 어떻게 가꾸어나갈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의견을 말했다.
작은 학교와 자연이 좋아서 강화로 찾아온 학부모들이 모여 만든 양사탐험대. 앞으로도 아이들의 교육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서로 보듬어주고 관심을 가지면서 마을이 발전할 수 있는 중간다리 역할을 해주면서 마을의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글 홍보담당 / 사진 “양사탐험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