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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의 명소인 ‘홍예문’의 이름을 가진 회사. 그것도 문화예술을 콘텐츠로 하는 사회적 기업이라니, 작명에 얽힌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홍예문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 있다. ‘문’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과 물류가 통과하는 소통채널이지 않은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목표를 잘 드러내기 위해서 ‘홍예문 컴퍼니’라고 이름 짓게 되었다. 홍예문 컴퍼니는 주로 작가와 사용자 간의 네트워크, 다시 말해 작가와 작업을 잇는 역할을 한다. 서울의 아티스트 매칭 프로그램 같은 것을 떠올리면 쉽다. 대개 이런 일을 하는 벤처회사는 디지털 영역에 한정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주로 손으로 작업하는 사람과 많이 만난다.
현재는 사회적 기업에서 일반 법인으로 바뀌었다. 이익 창출과는 다른 이유 때문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섭외해서 작품을 진행하고, 그 결과물이 지역 안에서 실질적인 소진(쓰임)이 되게 하려면, 작업할 수 있는 현실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한데, 재능기부와 같은 방식으로는 지속이 어렵기 때문이다.
작가와 작업을 잇는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오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비즈니스를 말하는 건가요?
예술가 중에는 사업적으로 밝은 사람이 있는 반면, 재능은 있지만 그 재능을 사업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프로젝트가 생기면 거기에 따라 도안이나 브로슈어, 현수막 등이 필요한데, 업체에 그냥 덜렁 맡기는 것보다 동네를 잘 파악하고 있는 지역 작가를 섭외해서 자료를 만들면 ‘작가를 지원하는 일’도 되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수익까지 창출’하는 공생의 작업이 될 수 있다.
이런 일은 작품 활동만 열심히 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작가가 직접 영업을 할 수도 없는 부분이다. 그것을 이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또, 기업체가 원하는 작업과 지역 작가의 성향이 서로 달라서 생기는 문제가 있다. 이는 상업적인 행위는 하지 않는 지역작가의 특징과 맞물려 있다. 그럴수록 문화예술에 관해 기회를 만드는 (회사의) 안목이 중요하다. 전문적으로 작품을 만들지 못해도 대중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작품을 선별해 낼 수 있는 감각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 <타이타닉>을 보면 피카소의 작품을 아무렇게나 굴리는 젊은이의 모습이 나온다. 지금 피카소 작품의 가치는 세계에서 손꼽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스페인 지방의 그저 그런 화가인 피카소라는 신인을 누군가가 발굴을 해 내고 가치를 끌어 올린 것이다. 요즘 한류 콘텐츠를 이야기할 때 “중국에 드라마, 음악을 수출해서 경제효과가 얼마다.” 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자국 콘텐츠 개발이 시급한 곳(동남아시아)에서는 한류를 노출시키기를 꺼린다.
반면 순수미술의 한 해 거래량은 한류로 인한 경제효과를 상회한다. 단순히 이득의 관점에서도 순수미술이 더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의 가치가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뿌리박고 있으면서, 지역의 것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문화예술이 지역, 나아가 세상에 공헌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지역사회가 이러한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은 안 되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꿈꾸는 은하수>는 신포시장 안쪽 골목길을 따라 들어와야 들어올 수 있는데요, 장소가 주는 느낌이 독특하게 다가옵니다. 소통의 공간인데 꽁꽁 숨은 아지트 같기도 해서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단순하게 ‘카페 프로모션’의 측면이라면 당연히 문화의 거리로 나오는 것이 낫다. 그럼에도 이곳에 정착하게 된 까닭은 아직은 도전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장이라는 공간 안에서 사람들의 표현과 인식을 다듬어 보자, 그리고 문화예술을 공급해 보자”와 같은 취지였다.
‘독특한 장소에서 꿈꾸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홍예문 컴퍼니가 생각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란 무엇인지 궁금해 졌습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란 보통 “지역공동체에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제공’보다는 ‘받고 있다’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지역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은 그냥 두면 낙후되기 마련이고, 그런 것들을 극복하고 표출할 방법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잘 다듬어서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들은 외부와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가능하다. 이를테면 동네에서 30-40년 동안 정주하며 살던 분에게는 지역 내의 ‘휴먼 네트워크’가 가장 큰 리소스이고, 홍예문 컴퍼니는 그림이나 음악을 재료로 삼아서 표현하고자 한다. 이 둘이 서로의 역할을 각각 잘 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서로를 돕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매력적인 것들이 생겨난다.
‘필요할 때 서로릅 돕는다!’ 재미있는 작업들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문화예술 분야에서 어떤 구체적인 활동들을 하시는지요.
가장 큰 축은 ‘공연기획’과 관련된 부분이다. 올해에는 문화공작소 ‘세움’과 함께 전통문화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월대보름 행사를 준비했다. 신포시장 내에서 풍물 공연을 했다. 그리고 작년에는 클럽 ‘버텀라인’과 함께 재즈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총 7팀으로 구성해 진행했는데 4팀은 한국, 3팀은 일본 뮤지션을 섭외했다. 한국팀 4팀 중 1팀은 신인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서 열어 두었다. 인천에서 실용음악과 관련된 재원을 연결할 수 있는 곳인 재능대학교와 자원 교류 차원에서 오디션을 보고 선발했다. 이런 방식으로 자매회사인 ‘버텀라인 플레이’와 협력사업을 하고, 버텀라인이 음악공연을 주관할 때 나는 사진작업을 기획한다.
그리고 작년에는 전시를 꽤 많이 진행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치유에서 나온 결과물들을 모은 ‘여밈’이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있었다. 학교폭력, 왕따, 청소년 자살방지 디자인 운동의 일환으로 어린이, 청소년 작가 47인의 일러스트, 한글 타이포그램 티셔츠 디자인을 전시했다. 편견을 가지고 볼 수도 있겠다는 우려완 달리 의미있게 잘 진행되었다.
그 밖에도 회사 아트 디렉터인 조우 작가 전시회도 있었고, 제물포구락부에서 내 사진전도 있었다.(http://project-bym.com/my-exhibitions/the-soundscape) 순회전시차 송도 트라이볼에서 재전시도 했었는데 당시 작품도 꽤 소진되었다. 그동안은 기획전시 형태로 진행되었는데, 프로젝트를 가져와서 항시전시로 갈 수 있게 하려고 한다.
또 우리 분야는 아니지만 소통 차원에서 ‘다문화 지원사업’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인천문화재단의 ‘무지개다리 사업’에 컨소시엄 단체로 참여했는데, 네팔․일본의 전통음악을 콘서트 캐스트로 제공했다. 우리나라에 와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전통음악(문화)을 선보이는 것으로 문화적 자부심을 갖게 하고, 문화적 공헌을 할 수 있었다. (http://rainbowpodcast.tistory.com/18)
‘아트 리사이클’과 ‘아리랑 프리마켓’도 진행했다. 지역 작가의 수공예품을 garage sale 형태로 판매했는데, 공연과 함께 진행했다. 더 이상 프리마켓이 새로울 게 없다고들 얘기하는데 수요도 미리 파악하고, 지역 특성에 맞게 병행해서 준비한 덕에 호응이 좋았다. 또 ‘꿈꾸는 은하수’의 카페 운영은 지역사회 안에서 상업적 활동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많은 사업들을 진행하시면서 고민이나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지원사업을 많이 한다. 그런데 기획안을 작성해서 하는 사업을 보면 지자체와 단체 간의 사고방식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관공서가 원하는 것’은 실적 위주지 ‘지역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인상을 준다. 행정이 하고 싶은 것과 지역에 필요한 것이 다른 거다. 동화마을만 봐도 그렇다. 동화마을이 생기고 나서 길이 좁아졌다. 왕복통행이 불가해졌다. 거기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불편이다.
주민생활권 침해에 가깝다. 이건 관광논리로 볼 수 없는 문제다. 뭔가 보여주려고는 했는데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다 보니 생긴 결국 이런 결과다. 송월동 사례에 비추어 보면 올바른 균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도시에 대자본이 들어서는 만큼 원도심에도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양적 균형’이 아니라 ‘특성에 맞는 균형’이다.
양적 균형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특징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핵심은 각 지역의 개성과 여건을 고려하는 것이다. 재즈 페스티벌을 진행할 때 오랜 시간 대화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공연은 송도에서 했지만 뮤지션의 커뮤니케이션은 여기서 했다. 원도심에 적합한 도시계획은 개발만이 아니다.
청년이 도전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주고 싶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사업처럼 운영할 수 있게끔 돕는 거다. 여기에는 자본이 필요한데 수월하게 갈 수 있게끔 돕는 것이다. 지금 운영하는 공간(꿈꾸는 은하수)이 역할을 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이 어떤 프로젝트를 해 보고 싶은데 공간이 필요하면 공간을 제공해 주고, 세팅해 준다.
어떤 점에서는 교육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는 ‘주는 것’이 아니라 ‘장을 여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그래! 한번 해봐라”가 되어야 하는데 이런 게 공모 형식과는 맞지 않는 것이다. 하향식이 아니라 상향식으로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게 나름의 사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홍예문 컴퍼니는 찾기 쉽고 가까운 곳에서, 오랜 시간 축적 해 둔 노하우 등으로 같이 진행할 수 있는 일들은 함께 해보도록 제안하려 한다.
앞으로의 계획들이 궁금합니다.
지역에 필요한 콘텐츠를 제작하려 한다. 나라가 먹고 살려면 무역을 해야 하듯이 지역사회, 지역공동체에서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인천을 벗어나서 거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여유가 있다면 세금을 많이 내서 환원할 수도, 공간을 무료 개방할 수도 있다. 문화예술사업의 측면에서는 인천에서 발굴한 아티스트가 서울이나 외국에 공급되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도 있겠다.
이 때문에 홍예문컴퍼니의 정체성을 고민하기도 한다. “지역 안에 있지만 지역 안에만 제한시키지 않고, (자연스럽게 활동하며) 지역을 넘나들면서도 지역성을 고려하는” 형태에 대한 고민이다.
현재 꿈꾸는 은하수가 위치한 시장의 2층, 3층 쪽방은 보증금 없이 월세 세입자들이 기거하고 있다. 4층에 안 쓰는 공간이 있는데, 커뮤니티비즈니스의 하나로, 지역아티스트가 재능기부 형태로 행사할 수 있게끔 하려 했었다. 큰 돈 들이지 않고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행사였고,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과도 연관될 수 있었는데 연기되어 실행하지는 못했다.
또, 전 세계에 인천을 알리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OGQ라는 이미지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하는 회사와 협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공헌사업의 일환으로 각국의 명소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는데, 홍예문 컴퍼니의 사진 자선활동과 방향이 맞아 공동 작업을 하게 된 것이다.
OGQ 서비스 이용자는 현재 전 세계 4천만명 정도로 많은 편이며, 이로 인해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 순위에서 10위권인 콘텐츠가 되었다. 1일 트래픽이 8만에서 15만(접속자 숫자)에 이르는데,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국가가 러시아라고 한다. 마침 송영길 인천시장이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인천을 알릴 수 있는 광고 아닌 광고인 ‘콘텐츠형 광고’가 된 것이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천의 풍경과 명소를 보고 접속할 수 있도록 관련 링크를 거는 알고리즘을 제안하게 되었다. 현재 홍예문 컴퍼니에서 한국어와 영어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미지를 통해 이용자에게 해당 기관에 연결해주는 효과적·효율적인 홍보를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는 행정이 각국의 언어가 지원되는 정보사이트를 제공하고, 홍예문 컴퍼니가 에이전트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도 진행해볼 수 있겠다.
- 홍예문 컴퍼니 페이스북 페이지 : http://www.facebook.com/hongyeamoon
- 버텀라인 공연 관련 Flickr : https://www.flickr.com/photos/119256523@N02/
- 홍예문 컴퍼니 블로그 1 : http://blog.naver.com/hongyeamoon
- 홍예문 컴퍼니 블로그 2 : http://blog.naver.com/korea830312/20206694152
글 : 이광민(사업지원팀)
사진 : 홍예문 컴퍼니, 인천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