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 of contents
계양구 효성동 <사랑과 나눔의 공동체 신나는 교실>
유미나 시설장 인터뷰
‘좋은 교사’에 대한 관심
이웃을 품기 시작하다
유미나 : <신나는 교실>은 인근의 경인교대 학생들이 마을의 어려운 아동들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면서 소소하게 시작되었다. 아무래도 교사가 될 분들이라 그런지 ‘좋은 교사’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그렇게 이어진 것 같다. 태생부터 교대생들과 밀접하게 있다 보니, 아이들보다 대학생들이 더 많았다. ‘총학 동아리’, ‘반딧불이’, ‘병아리’ 등 네 개 동아리가 든든하게 결합하고 있었다. 나중에는 직접 후원회원이 되기도 하는 등 자발적인 형태로 꾸려가고 있었다. 3년 전부터는 1, 2학년들이 광명캠퍼스로 옮겨 가다 보니까 현 캠퍼스의 3, 4학년들은 학업으로 인해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3년 전부터는 참여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많이 줄게 되었다.
2000년도 6월부터 민간에서 야학처럼 자생적으로 시작된 <신나는 교실>은 인천연대 부설기관이긴 하지만 운영은 분리되어 있다. 그리고 2004년부터는 제도권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제도권으로 들어갔다는 것은 급식비, 운영비 등 국가보조금을 받는 지역아동센터가 되었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지역의 어려운 아동. 그러니까 저소득 가정, 차상위계층, 기초수급 가정 아동이 주를 이루었다면 지금은 일반적인 맞벌이 가정을 대상으로 한다. 출발은 빈곤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었으나, 지금은 경제력이 되더라도 돌봄이 필요한 방치된 아이들에게 더 관심하고 있다.
경쟁교육 보다는
‘자기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길
처음에 민간에서 시작하다 보니 각자가 가진 가치관이 달랐다. 복지부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기 이전에는 시민단체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학습보다는 시민교육 쪽에 더 초점을 맞췄는데, 부모님들의 욕구는 오로지 보습 교육에 있었다. 지금도 강남 아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학원 교육을 원하신다. 하지만 <신나는 교실>은 아이들이 여기서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사회 일원으로서 자신을 발견하고,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자기다움을 잘 발현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고 있다.
인천에는 182개 정도의 지역아동센터가 있는데, 80%가 교회에서 운영된다. 지역아동센터마다 각기 색깔이 있다. 교회기관 중에는 성적을 많이 올리는 데에 관심이 있는 경우가 많다. 운영철학이 이처럼 다르다. 적어도 외부에 드러나는 것에 치중하지는 않으려 한다. 그렇다 해도 학교교육을 나몰라라 할 수는 없다. 다만 어디까지가 적당한 선인지 판단하는 것은 참 어렵고 애매한 부분이다. <신나는 교실>처럼 시민정신을 중심에 두고 주도적으로 하는 곳은 드물다.
경쟁해서 공부만 할 것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렇다면 그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따로 준비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제도권에 들어와서 일에 파묻혀 지내가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중간 단계쯤 와 있는 것 같다. “성적이 얼마나 올라갔는가?” 하는 부모님의 기대와, “정성평가”와 같은 수치화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는 것은 참 어렵다. 아이가 잘 자랐는지, 아이가 행복한지, 지역에서 잘 자리 잡고 있는지를 어떻게 지표화할 수 있겠나. 요즘은 같은 고민을 하는 몇몇 지역아동센터가 모여 지금 우리가 잘 하고 있는지를 논의하는 지점에 와 있다. 지금의 방향성이 맞는 것인지 우리 모두가 검증하고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원하지 않는데 어른들 고집에 의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는 중이다.
사회적 변화와 함께
풀뿌리 활동으로 주변을 변화시키기
개인적으로는 “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의 인생을 바꿔 보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 욕심이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던 것 같다.(웃음) 한 명의 아이에게는 여러 상황이 걸쳐져 있다. 이를테면 빈곤, 취업, 여성, 약자 등의 문제들 말이다. 이런 건 제도가 함께 바뀌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된다. 풀뿌리에서 열심히 해도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풀뿌리 활동을 포기할 수는 없다. 조금씩 애를 쓰고 바꾸어 나간다면 1%가 되기 위해 경쟁하고, 공부에 안간힘을 쓰지 않아도 나다움을 고민하며 스스로 행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 교사, 지역이 모두 행복할 수 있다면 마땅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원래 동네 주민이었고, 인천연대 사무국장을 우연히 알게 되어서 인천연대 회원이 되었다. 그전에는 가끔씩 과자를 사서 아이들을 보러 오는 정도였는데, 마침 상근교사로 있던 교대 학생이 일을 그만두면서 상근자 제안을 받게 되었다. 당시 교육부분에 관심이 많았고, 아이들이 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2003년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니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사람들은 힘들다는 말을 종종 하는데, 나는 힘든 것보다 재미있다고 느낀다. 처음 2년 정도는 아무 철학 없이 시작했지만, 생각을 가지고 아이들과 만나야 한다는 것을 공부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 다음부터 주체적으로 변하게 된 것 같다.
처음부터 가치관을 앞세워 시작한 게 아니고 놀아주러 왔던 거라, 아이들과 소소하게 함께 살아내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다 보니, 그런 것들이 점점 전파되는 듯하다. 지역 안에서 작지만 따뜻한 자리가 있으면 그 안에서 여러 가치가 응집되게 마련인데, 그런 것들을 아이들이 보고 자라면서 본인 것으로 만들어 체화시켜 잘 살아냈으면 한다. 그런 곳에 내가 몸담고 있다면 그 자체로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싶다. 서로가 서로를 살려내고, “같이 가자”고 하는 표현들이 참 좋다. 사업계획서에나 쓰는 가치들을 직접 살아내려는 것 말이다. 현실감각이 부족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상을 잃지 않고 현실을 거기에 맞춰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천천히, 놀면서, 함께 가자
지역아동센터가 된 이후에는 보조를 통해서 이전에 학생들끼리 할 때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요구도 많아졌다. 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 형태적으로는 지역아동센터지만 처음부터 ‘공동체’라는 표현을 썼다. 늘 공동체 속에서, 수업과 관심이 늘 그쪽이었다. 지금 하는 프로그램들도 검증된 매뉴얼은 없다. 다만 어른들이 우리 가치관과 맞는다고 생각해서 ‘인권수업’, ‘공동체수업’ 등을 진행한다. 문화수업 종류는 대부분 지역아동센터에서와 상이하다. 특이점이라고 한다면 ‘통일수업’, ‘생태수업’ 등을 진행한다는 점 정도? 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것은 아이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고르는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은 사업에 따른 프로그램을 가져와서 적용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요즘은 ‘천천히 가자’, ‘놀면서 하자’,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하자’, ‘아이들 공간이니 살림살이도 아이들 것이다.’ 등의 논의를 많이 한다. 계속 달려오던 속도가 있는데 갑자기 멈출 수는 없고, 다만 외부 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위해 천천히, 놀자 주의로 간 것이다. 노니까 애들도 좋아하더라. 사실 우리 어릴 땐 참 많이 놀았는데, 지금처럼 잘 컸잖나.(웃음)
그동안 어른들이 추구하는 가치관에 프로그램이 어울린다 생각이 들면 가져 와서 진행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맞는 일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믿고 달려왔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 조금 푸쉬를 하면 잘 따라오긴 하는데, 나중에는 “하기 싫어요”라고 의사표현을 하더라.(웃음)
신나는 교실과 함께하는 사람들
보건복지부 지침상 법정상근교사 2명이 있어야 한다. <신나는교실> 내에는 시설장과 생활복지사가 있고, 야간에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야간사업을 통해 와주시는 선생님이 한분 게시고, 구에서 파견되어 와주시는 급식선생님이 계신다. 시니어 클럽의 실버사업으로 어르신 세 분이 청소나 주방 일을 도와주시는 등 여러 형태로 결합 중이다. 교대 뿐 아니라 개인으로 참여하는 지역 어른들과 교회 자원봉사자들이 많다. 원래 공개되어야 하는 곳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중이다.
아이들은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낼까?
29명의 정원 중 현재 초등 17명, 중등 9명, 고등학생 2명이 다니고 있다. 다학년이 한 공간에서 학교와 형태가 다른 모습으로 형 동생 관계를 맺고 선후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은 사회복지시설이기도 하면서 교육도 필요한 곳이기에, 저녁 급식, 교육, 문화, 지역연계 활동 등을 한다. 기본적인 보습 교육도 하지만 요즘 하는 것은 토론수업이다. 수업 이후 아이들 반응에서 하길 잘했다는 감상을 받는다. 생각보다 아이들 느낌이 살아있더라. 열심히 공부해서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행복인 것처럼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다른 삶의 모습에 대한 공감을 넓히기 위해 상·하반기로 나누어 부모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밖에 연극, 풍물수업 등을 했었다.
교육은 꾸준하고 오래 지속되어야 하는데 공부방에서만 미약하게 진행하고, 공부방을 나가면 자극적인 것, 오락, 불안한 집안 상황에 노출된다. 그래서 끈기 있게 하는 일에 대한 훈련이 참 어렵다. 그런 점에서는 위로가 필요한 아이들을 데려다 두고 이런 저런 게 좋은 것이라며 불필요한 것들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마냥 놓고만 있을 수도 없고.(웃음) 적절한 지점을 찾기가 어렵다.
효성1동 주민자치센터 홈페이지가 말하는 효성1동은 “계양구에서 도시빈민거주자가 가장 많이 밀집한 곳”이다. 다른 동네보다 경제적인 면에서 어려움이 있는 편이고, 복지시설도 많이 몰려 있다. 그리고 외부 도시에서 유입된 경향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렵긴 해도 아이들을 방치하거나 가정폭력에 노출된 경우는 거의 없다.
이웃들에게 <신나는 교실>은 어떤 공간일까.
예전에는 대학생들의 열정과 상상력만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수업을 진행했는데, 지금은 제도 내에서 강사 시스템으로만 교육이 진행된다. 상근교사가 할 일도 거의 없어졌다. 교육이 달라져서 그런가? 예전에 동네에서 만났던 아이들과의 추억이 기억이 많이 난다. 아이들에게 이 공간이 따뜻했던 곳으로 남아있는지 군대에 갔다가도 한 번씩 찾아온다. 발표회 할 때 오라고 하거나, 결혼식 때 축가를 불러주기도 한다. 그럴 때 나를 비롯해 사람들이 느끼는 감동이 비슷하더라. 여기서 아이들을 길러낸 성과가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잘 성장한 아이들이 다시 자원봉사자가 되고, 다시 마을로 돌아오는 일이랄까. 그럴 때 기분이 참 좋고 보람있다.
북한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중2라는 말 들어봤는지.(웃음) 요즘엔 “사랑해”라고 아이들에게 말해주며 안아주곤 하는데, 밀어낼 줄만 알았던, 맨날 “싫어요”, “안해요”만 말하는 아이들이 “저도 사랑해요” 하면서 안긴다. 그게 너무 좋았다. 아이들이 여기 와서 특별히 공부가 늘거나 하지 않았지만, 오늘 있었던 일, 감사한 일 한줄 쓰고 가고, 따뜻한 저녁밥은 꼭 먹고, 함께 요리해서 나눠먹는 일들을 할 때 “아, 우리가 너무 공부에만 집중했구나.”를 느낀다. 사회에서 그 사람을 어떻게 평가하던 누구에게나 분명 잘 하는 것이 있고, 나눠먹을 줄 아는 심성이 있다. 이 아이들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아이들도 나중에 애들이 <신나는 교실>을 어떻게 생각할까. 신나는 교실이 누군가의 인생에서 조금은 따뜻했던 부분이었길 바란다.
노는게 밥이다.
맨 처음 관계 속에서만 움직일 때는 마음이 나서 움직이는 개인의 의지 외에는 다른 동력이 없었다. 지금은 교사가 볼 때 아이들이 못미더우니까 다 해주곤 하는데, 아이들 스스로 직접 기획하고 준비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으로, 예전처럼 가야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소소한 것에서부터 채워가고자 한다. 구체적인 방법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우선 잘 놀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강사가 아니라 교사와 아이들이 어우러져서 소소하게 같이 시작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 길에 주민과 어른들도 함께 가며 우리 가치들을 살려낼 수 있는 지역아동센터가 되길 바란다.
글/사진 : 이광민(사업지원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