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업데이트 : 23/05/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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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로 재능과 물건을 나누다. ‘인천평화레츠’

      요즘은 어딜 가더라도 지출을 하지 않고서는 시간을 보내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흔히 시쳇말로 ‘돈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한다’고 […]
Written by: doo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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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어딜 가더라도 지출을 하지 않고서는 시간을 보내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흔히 시쳇말로 ‘돈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한다’고 하죠. 이 말이 그냥 빈 말로 들리지 않는 까닭은 아무래도 우리 생활이 소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경제활동 자체는 중요하지만, 일상의 사소한 영역까지 경제활동의 대상이 되어 버린다면 점점 더 ‘거래’아닌 다른 방식을 상상하는 데에는 무뎌지지 않을지, 그래서 타인과 만나고, 관계를 맺는 순간마저 그렇게 채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우를 가져 봅니다.

  모든 사람이 최소한의 돈만 사용하면서도 원만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어떨까요? 지역화폐 활동을 시도하며 구도심으로 정체되어 가는 부개동 일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인천평화레츠’에 가 보았습니다.

 

지역화폐를 통한 ‘품앗이’

  지역교환(고용) 거래체계인 ‘레츠’(LETS : Local Exchange(Employment) & Trading System)는 주민들 간에 물건과 기술, 서비스를 교환하는 시스템입니다. ‘현대판 품앗이’ 라고 이해하면 쉬운데요. 무엇보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특별한 투자나 특정 자원을 개발하지 않아도 지역 안에서의 상호교환을 통해 수입을 얻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지역화폐 단위인 ‘평화’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마음을 교환하는 선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애인과 취약계층을 포함한 모든 주민의 재능이 지역 경제에 참여하고, 나에겐 필요 없지만 누군가에겐 필요할 물건이 선순환 되는 구조가 정착된다”면 말 그대로 서로 평화를 나누는 행복한 동네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인천평화레츠의 박양희, 김영미 두분 선생님과 만나 레츠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인천평화레츠 회원분들

 

  <인천평화레츠>는 ‘평화의료생협’의 조합원 50여명이 모여서 만든 자체 주민소모임 ‘희망엄마’에서 출발했습니다. “레츠가 협동조합과 가치와 방향이 맞다는 생각에 2005년부터 소규모 지역화폐 활동을 꾸준히 진행했어요. 따로 책을 보며 공부도 하고, 과천 품앗이에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구요.” <인천평화레츠>는 2011년에는 인천시와 부평구청의 마을기업 지원을 받아 이듬해 ‘평화나눔가게’를 열기도 했는데요. 지원이 끝난 뒤 유지가 어려워서 현재는 평화의료생협 건물 지층으로 옮겨 온 상황입니다.

 

여러 사람의 뜻이 모일 때 가능한 지역화폐

  지역화폐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자립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요. 지역화폐를 발행하려면 발권소와 거래소가 있어야 되고, 또 그걸 관리할 실무자도 있어야 되거든요. 애초에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가게를 오픈하니 사업자등록도 필요했고, 매월 거기에 필요한 고정 비용도 최소한 200만원은 있어야 되더군요.” 박양희 선생님은 자립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거래 중개료와 수수료를 받는 가맹점이 늘어나고, 회원들도 많아져서 간접거래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초기엔 수수료만으로 운영하기가 힘들어요. 후원금과 회비도 있지만 사실상 지원사업이 끝나면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에요. 소모임 회원 중심으로 시작했기 때문이죠. 지원받을 수 있는 창구는 많아졌지만, 알맞게 지원이 잘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지원에 기대지 않고 자립할 수 있도록 잘 뒷받침해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요.”

  지역화폐가 지역 안에서 상용화 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인적 자원’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먼저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 뜻을 함께 할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죠. 김영미 선생님은 “살면서 돈 없이도 무엇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게 좋은데, 몇몇 사람만이 함께 할 때는 필요로 하는 것을 바로바로 얻을 수 없는 한계가 있어요.”라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 평화나눔가게에서 회원들이 손수 만든 물건들. 손바느질 제품과 친환경 세제 & 비누

 

경제활동에 쓰이는 물품들

  중앙화폐 대신 지역화폐를 사용할 때, 평화나눔가게에서 판매되는 물건들이 (기성품의)대체품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경쟁력이 있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소모임 회원들이 취미활동을 통해서 만드는 물품들이 주 판매품이에요. 친환경 순면원단을 사용한 제품이나 퀼트, 천연비누 등이죠. 소모임 회원 2~3명이 만드는 물건들이라 대량생산을 하는 곳과 가격 경쟁을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품질에 따른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봐요. 일례로 여기서 만든 주방세제는 계면활성제가 없어요. 쓰시는 분들은 알아요. 소량 생산, 소량 구입에 따른 어려움은 있어요. 회원끼리 인적 교류를 하면서 수익까지도 창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교류의 측면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아직은 퀼트 소모임과 월례회 위주라 고군분투 하는 중이에요.”

  “처음엔 소규모로 물물교환을 하는 식으로 진행하다가, 가게를 내면서부터 활기를 띄었죠. 하지만 의료생협 자투리 공간으로 오면서 공간이 좁아져서 의류, 잡화, 가전제품을 전시할 공간이 없어지긴 했어요. 그 외에는 재활용품의 거래나 휠체어 같은 의료기구/도서 및 DVD를 대여할 수 있어요. 연에 1200건 정도의 거래량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천평화레츠와 평화의료생협 곳곳에 있는 책과 DVD들. 대여를 통해서 나누어 본다.

 

경제활동이 어려운 대상을 위한 지역화폐

  지역화폐를 다른 이에게 양도할 수는 없는지 물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품을 나누어 주면 내게 평화가 쌓여요. 그런데 환자나 노인 분들은 주로 도움을 받으시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이너스만 쌓이죠. 아직 평화를 증여한 적은 없는데, 의료기 대여 처럼 필요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양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런 경우가 있어요. 비즈공예를 잘 하시는데 하지불구 장애가 있으신 분은 판로가 없어요. 다문화가정에서 만든 물건들도 마찬가지에요. 그밖에도 성당 같은 곳에서 판매하는 친환경 물품들도 필요한 사람과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좋겠죠? 공감대가 확장되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져야 여러 시도가 가능해요. 나중엔 이웃이 남이 아니고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같이 할 수 있을 거에요.”

   “아직까지 회원 중에 책임을 방기한 사람은 없었어요. 지역화폐 활동은 기본적으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거든요. 한 사람이 계속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것은 시스템상 어려워요. 그리고 그런 부분에 집착한다면 애초에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사람 중심의 활동이라 힘든 부분들

  “처음엔 지역화폐 활동을 할인제도라고 생각해요. 물건을 기증한 대가로 2000평화를 받으면 그걸 마일리지로 이해하는 거에요. 가입 후 관심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에요. 거래 필요가 일시적인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다고 모든 경제활동을 지역화폐로 해결할 수는 없어요. 제작은 여기서 한다 하더라도 재료는 외부에서 들여오기 때문이죠.”

  “전반적으로 사람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중심인물이 바뀌면 축소되거나 중단되는 경향이 있어요. 예를 들어 지역화폐 협의회를 하려고 해도 큰 비중을 가지고 계신 분이 생업에 바빠서 빠지게 되면 진행이 힘든 거에요. 지역화폐 협의회를 꾸리고 싶어도 각자 자기 단체 꾸리는 데에 바빠서 유지가 어려워요. 앞으로 활동에 의의를 느끼는 회원이 늘어나면 나아질 수 있겠죠?”

 

지역화폐 네트워크

  “대전의 ‘한밭레츠’의 주도로 전국 지역화폐모임 워크숍을 해요. 참여자는 대부분 한밭 회원이고 다른 곳은 1~2명씩 오세요. 한 번은 한밭 회원이 이사를 가게 돼서 마지막으로 소감을 말하는데 우시는 거에요. 거기서 끈끈한 인간관계를 느꼈어요. 그 안에서 교류하고 모이는 활동을 거치면서 그 곳이 삶의 준거집단이 됐다고 할까? 레츠가 잘 발전하면 큰 규모는 아니어도 공동체처럼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수익과 재미를 얻으면서도 건강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다가 먹을 수 있는 쑥떡을 판매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이음’이라는 마을기업이 있는데 거기에 납품을 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에요.가능하면 수익을 내서 모임을 지속할 수 있으면 더 좋겠죠? ”  여기에 더해서 함께 일을 할 때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이 노동이 아니라 즐거운 일이 된다고도 덧붙여 말씀해 주셨습니다.  

 

 

인천평화레츠

부평구 부개동 266-2

http://www.icplets.or.kr

032-504-4545

 

글 : 이광민(사업지원팀)

사진출처 : 인천평화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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