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업데이트 : 25/08/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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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마을정책_”놀이터가 없는 마을”

마을정책, 듣다 놀이터가 없는 마을 정지은 (지역활동가)        놀이터에서 동네 친구들과 함께 삐뚤빼뚤한 숫자판을 그리며 땅따먹기 놀이를 하던 모습, […]
Written by: doo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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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정책, 듣다

놀이터가 없는 마을

정지은 (지역활동가)

 

     놀이터에서 동네 친구들과 함께 삐뚤빼뚤한 숫자판을 그리며 땅따먹기 놀이를 하던 모습, 나뭇가지로 칼싸움을 하던 모습, 돌멩이로 나뭇잎을 찧으며 소꿉놀이하던 모습……. 지금은 쉽게 마주 할 수 없는 그리운 모습들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예전과는 다르게 요즘의 아이들은 알록달록 예쁘게 꾸며진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그네를 타고, 시소를 타며 놀이터에 놓여 진 놀이시설들만을 이용하여 노는 것에 더욱 익숙하다.

    최근에 한 초등학교에서 바닥에 숫자판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친구들과 땅따먹기를 할 때, 돌멩이를 주워와 바닥에 슥- 슥- 판을 직접 그렸었는데, 이미 길바닥에 또렷하게 그려져 있는 판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숫자판을 그리기 위해 돌멩이를 찾는 과정에서, 판을 직접 그리는 데에서 생기는 재미있는 일들이 많은데 아이들이 이런 작은 재미들을 놓쳤을 거라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 외에도 여러 안타까운 모습들을 마주하며 나는 ‘아이들이 색색깔로 예쁘게 꾸며진 놀이터에서 정말 잘 놀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창영초등학교 숫자판

     ‘놀이터’라는 곳은 말 그대로 노는 공간이다. 논다는 것은 정해져있는 방법대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놀고자 하는 사람이 자신의 방법대로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많은 놀이터들을 살펴보면 전부 다 비슷한 구조로, 비슷한 놀이시설들을 설치하여 정해진 방식대로 그 틀 안에서만 놀 수 있게끔 만들어놓았다. 안전을 위해 놀이터의 바닥을 고무판으로 바꾸고, 주어진 놀이시설 외에 다른 놀이 활동들은 위험함을 포함한 많은 이유들로 제재당하는 놀이터가 정말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놀이터일까?

우리나라의 흔한 놀이터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담긴, 자연친화적인 놀이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프라이부르크에는 약 160개 정도의 놀이터가 있는데 그 중 46개가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협력해 자연친화적으로 개조 한 놀이터라고 한다. 이 곳의 놀이터는 전문가들이 설치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 놀이터의 콘셉트부터 만드는 과정까지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고 한다. 아이들이 흙과 잔디를 밟고, 그 지역의 바위, 목재 등의 자연물로 만들어진 놀이시설들을 가지고 놀면서 자연스레 놀 권리를 보장받고 진정한 ‘놂’을 실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원래 프라이부르크는 환경과는 거리가 먼 도시였다고 한다. 공업도시로 키우기 위해 원자력발전소를 세우려했고, 독일 내에서 자동차가 가장 많아 공해도 심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극심해지자 마을 주민들은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태양광 에너지를 아이디어로 내었고 그 아이디어가 채택이 되면서 ‘세계 환경의 수도’라는 결과물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환경을 해치지 않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놀 수 있도록 다양하고 건강한 놀이터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독일 놀이터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 주겠다고 하지만, 그건 실제로 ‘놀 사람’이 만드는 공간이 아니기에 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놀이터를 만드는 사람들만의 생각으로 만들어낸다. 아이들은 정해진 놀이터 틀에서 보다 흙 위에서, 돌멩이와 나뭇가지가 널려있는 곳에서 더욱 자신들의 방법으로 재미있게 ‘잘’ 놀 수 있다. 아이들이 진심으로 잘 놀기를 바란다면 번지르르 보기 좋게 만들어낸 놀이터보다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자유롭게 자신들의 방법으로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더욱 필요하다.

     아이들을 위한 자연친화적인 생태놀이터는 동구 배다리마을에서도 볼 수 있었다. 작년 10월, 배다리마을에서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친환경 놀이터인 ‘생태놀이 숲’이 문을 열었다. 이 생태놀이 숲이 만들어진 공간은 애초 인천의 남북을 잇는 가장 빠른 직선 길을 내기 위해 지난 2006년 말 마을 중간의 주택가가 파헤쳐 진 곳이었다. 당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인근 주민들과 인천 시민문화단체 및 활동가들이 이를 막으며 오랜 싸움 끝에 결국 지하화라는 성과를 일궈냈으나, 2015년 말 인천시는 주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 곳을 상당 부분 단절시키는 방향으로의 지하차도 건설 계획을 시도하면서 갈등이 재연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공간이 누구를 위해 어떻게 활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를 모아보고자, 지역의 아이들은 물론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환경 친화적인 장소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배다리 생태놀이 숲은 만드는 과정의 일부분에서 아이들의 참여도 있었으며, 그 곳에 만들어진 놀이시설들은 배다리마을에 있는 자연물로 만들어져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기존의 획일화된 놀이시설들과는 차별화 된 모습을 갖고 있었다.

 생태놀이 숲

     그러나 이 생태놀이 숲은 올 해 4월, 관에서 주도하는 ‘배다리 근대 역사문화마을 조성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무단으로 철거되어 안타깝게도 지금은 볼 수가 없다. 배다리 생태놀이 숲이 철거된 소식을 듣고 나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터가 무엇인지,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무엇인지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 아이가 되어 생각을 해야 한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어떠한 것들이 호기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 시킬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접근해야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뭇가지 하나만 쥐어줘도 여러 가지 놀이방법을 만들어 잘 놀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이 전형적인 놀이터의 틀에서 벗어나 놀 권리를 보장받고, 더욱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놀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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