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업데이트 : 29/10/2017
조회수 :

청년과 마을정책_”마을을 배우는 과정이 대학교에 있었으면”

마을정책, 듣다 마을을 배우는 과정이 대학교에 있었으면 청년, 다리를 넘어라! -독쟁이 마을 최지안 (문화 ․ 예술기획자) 추석 동안 많이 쉬어서 […]
Written by: doogak
  •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table of contents

마을정책, 듣다

마을을 배우는 과정이 대학교에 있었으면

청년, 다리를 넘어라! -독쟁이 마을

최지안 (문화 ․ 예술기획자)

추석 동안 많이 쉬어서 근질근질이라도 한 걸까, 갑작스럽게 날씨가 한기를 내뿜는다. 거기다 비까지 부슬부슬 오니 괜스레 으슬해진다. 늦은 밤 몇 안 되는 가로등 빛에 의지한 채 일을 마치고 거리를 홀로 걷고 있었다. 물웅덩이에 가로등 빛이 비추고 또 그게 안경에 반사되니 나에게는 이 거리가 휘황찬란하다. 30m정도 걷다보니 어디서 누군가에 시선이 느껴진다. 낮은 건물들을 이리저리 살피고 있는데 백발에 흰 소복을 입은 사람이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니 할머니께서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드신다. 인심 좋은 동네, 용일시장이다!

“거기 가면 깜깜하고 만날 술 취한 아저씨들이 돌아다녀서 무서워요”

일하는 공간에 학교 후배를 잠깐 데리고 갈 일이 있었다. 학교 다니면서 이 다리 밑을 지나가는 게 처음이라고 말한다. 이유를 물으니 갈 일이 없고 안 좋은 소문이 돈다고 한다. 나 역시도 기억을 되짚어 보니 옛 선배들에게 그런 소문을 들었었다. 밤에 깜깜하니 범죄가 많고 동네 주민들 역시도 불친절하고 무섭다는 내용이었다.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사실 나 역시도 밤에 이 거리를 오다가다 하다보면 가끔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인하대학교와 마을을 긋는 굴다리

오해의 원인

앞서 말한 소문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말 그대로 소문이자 오해이다. 근 1년 가까이 용일시장 안에서 작업한 사람으로서 책임지고 말할 수 있다. 분식집 사장님은 내가 올 때마다 최 씨가 왔다고 반겨주시고 슈퍼 아주머니는 항상 미소로 대해주신다. 요즘은 마을 입구에 있는 고양이와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밤이 되면 상대적으로 연령층이 많은 이곳 주민들은 일찍 잠자리에 들고 드문드문 옛 향수를 찾아 온 아저씨들이 선술집에서 고단한 하루를 안주삼아 술을 한잔씩 걸친다. 사실 취객들은 용일시장보다 인하대 상권인 문화의 거리에 더 많다. 하지만 더 이상 마을에는 서로를 지켜줄 사람들, 청년들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에 더 으슥해 진다. 선을 그어 구분이라도 하듯 떡하니 자리하고 있는 고가도로가 야속하다.

마을과 학교를 잇고 세대 간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제안

청년들의 발걸음을 돌리고 세대 간의 소통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마을 정책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독쟁이 고개에서 약 15분 정도 걸음 거리에 있는 인하대학교 학생들은 적게는 4년 많게는 5~6년을 이 지역에서 살아간다. 누군가에게는 제 2의 혹은 제 3의 고향이 될 수도 있다. 적지 않은 세월을 이곳에서 보내는데 나를 포함한 인하대 학생들은 이 지역의 배경과 역사도 모른 채 학교와 문화의 거리만을 넘어 다니다 이곳을 떠나게 된다. 우물 안 개구리와 다를 게 없다. 필자의 제안은 이 학생들에게 마을을 공부할 수 있도록 대학교 커리큘럼 과정에 넣는 것을 제안해본다.

학교 학생들에게 마을의 역사나 유래, 배경 등을 가르친다면 적임자는 누굴까. 바로 그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다. 대부분이 마을에서 오래 살았을 뿐더러 수다로 단련된 그들의 경험은 충분히 학생들에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컨텐츠를 갖고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마을 주민들과 학생들이 소통할 수 있는 물꼬를 틀 수 있다. 한 학기의 수업 끝에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계획하고 실현하면서 학생들 역시 실무에 대한 경험과 지혜가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민들과 청년들이 함께 만든 추석선물세트

재능 교환

용일 시장만 하더라도 아름다운 자수를 놓는 사람, 한식을 기가 막히게 만드는 사람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주민들이 있다. 심지어 한식을 하시는 아주머니께서는 얼마 전 청년들과 함께 추석선물 프로젝트를 하여 완판 신화를 기록하셨다. 인하대학교 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학교 안에서는 사진, 캘리그라피 등 시선을 빼앗을 수 있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동아리들이 즐비하다. 서로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재능들을 교류를 통해 배움을 나누다보면 분명 더 나은 결과물들이 나올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행정은 그들의 소통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결과물들을 토대로 마을 축제나 전시를 청년과 행정이 결합하여 진행한다면 양측 다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사실 제안한 정책들은 행정의 중간다리 역할이 중요하다. 청년과 기성세대들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청년들의 이러한 경험들이 경험으로만 그치지 않고 지역에서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력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지켜 볼 필요가 있다. 청년과 마을이 이어져 시간이 멈추어버린 듯한 조용한 이 동네에서 떠들썩한 사건이 일어나 다시 활기를 되찾고 많은 사람들이 이 굴다리를 넘나들기를 희망해본다.

답글 남기기

RELATED POSTS

Check other posts you may like
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의 새로운 소식을 가장 빠르게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crosschevron-downchevron-down-cir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