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 of contents
“마을정책, 듣다”
일코노미 청년들을 위한 전통 시장의 변화 필요해
남동우 (인하대학교 문화경영학과)
대형마트들이 문을 닫는 둘째 주 일요일. 바쁘게 지냈던 평일 아침보다 여유 있게 일어나 미뤄두었던 집안일들을 하나둘 해치우고 나면 끼니 걱정이 앞선다. 주말이라 문을 여는 가게도 적고, 간편하게 배달음식을 시켜먹으려 해도 1인분만 주문하려하면 거절당하기 일쑤다. 재료를 사서 직접 만들어 먹으려해 보아도 문을 닫은 마트 대신 시장에 가기에는 꺼려진다. 현금계산, 위생문제, 남은 재료 처리 등 신경써야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궁리만 하다가 편의점 행. 구매경쟁이 치열해 구경조차하기 힘든 도시락은 포기하고 반 조리된 레토르트 식품과 몇 개와 저녁에 먹을 컵라면을 골라 집으로 돌아온다. 학업이며 알바며 모임이며 주중 내내 이리저리 치이다가 맞은 평온한 주말, ‘엄마 표 집 밥’은 아니더라도 맛있는 밥 한 끼 먹고 싶은데 그것마저 힘든 일상에 한 번 더 실망하고 아쉬워할 뿐이다.
“일코노미”. 1인(일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혼자만의 소비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로 인해 생기는 경제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주위를 조금만 살펴보아도 학교 문제로 또는 직장 문제로 혼자 살면서 1인 소비를 하는 일코노미 청년들이 다수이다. 하지만 일코노미 청년들이 경제 주체로서 마을에서 자리 잡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주말에 식사 한 끼 때우기부터 여러 난관에 부딪히는 것처럼 말이다. 전국적으로 1인 가구가 500만인 시대. 그에 맞추어 사회적으로도 1인 가구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음식, 금융, 여행 사업 등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살고 있는 마을에서는 혼자 지내기에 불편한 점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게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이러한 모순이 마을과 청년들을 점점 멀어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을과 멀어지게 된 청년들을 위해 마을에서 지원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며 청년들에게 부족했던 부분을 충족시켜주며 마을과 청년들이 다시금 가까워지게 할 정책은 무엇인가? 이것을 찾아 실행하는 것이 청년들을 마을에 다시 끌어들일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일코노미 청년들을 위해 마을정책 차원에서 생각해볼 것들 중 하나는 전통시장을 대형마트에 견줄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미 대형마트에 익숙해진 청년들에게 시장은 불편함이 많은 곳이다.
휴대전화만 있으면 가격과 할인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보고 지갑 없이도 결제를 하며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도 받아볼 수 있는 대형마트들에 비해 현금 거래가 주를 이루고 때때로 적은 금액으로 인해 카드 사용조차 눈치가 보이는 시장에는 청년들이 다가가기엔 요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직접 방문해 본 남구의 시장에서는 카드리더기가 없어 카드결제가 불가능한 점포들도 있고, 일정한 액수 이상의 금액부터만 카드를 사용해주길 권유받는 점포도 꽤 있었다. 현금만 받으시는 이유를 물으니 카드사용이 가능한 가게로 등록하기도 또 리더기 사용법을 배우기도 너무 어려워 계속 미루는 상태라며 하소연을 하는 사장님도 계셨다. 시장에서 사용한 카드에 한해 수수료를 지원해 주거나 공용 카드리더기 설치 등 시장 운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만한 방안을 마을정책으로 마련해준다면 시장 활성화와 현금소비가 점점 줄어드는 청년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위생 문제와 함께 포장문제도 청년들이 시장에서 느끼는 불편함 해소를 위해 개선해야할 것들 중 하나이다. 1인 가구 청년들은 식재료를 사더라도 많은 양이 필요하지 않다. 때문에 일코노미 청년들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저렴하긴 하지만 지저분하고 양이 많은 시장 대신 조금 거리가 멀어도 작은 용량으로 포장되어 있고 손질이 거의 끝난 상태로 진열된 대형마트로 간다. 가격이 조금 높은 것을 감수하면서도 편의성이 높은 것을 찾아 소비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위생교육이나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대형마트와 같은 소분포장을 방법을 전수하거나 그것을 위한 도구들을 지원한다면, 이것 또한 시장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1인 소비에 익숙한 청년들이 시장과 마을에 더욱 가까워지게 할 방법이 될 것이다.
단순히 시장만을 예시로 들었지만 청년들이 마을에서 멀어지지 않게 할 마을정책은 더 많이 존재할 것이다. 마을에 살고 있지만 마을공동체 구성원이기에는 힘든 청년들. 시대가 변화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마을도 청년들을 위해 작은 것부터 변한다면 청년들도 마을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1인 가구에 일코노미 소비 세대이지만 청년들의 마음가짐마저 개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꿈과 현실에 사이를 저울질하면서 고민이 많을 청년들에게 마을이 더 가까이 다가오면, 마을 속에 어우러지고 자 하는 것도 사회의 따뜻한 배려가 반가울 청년들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