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업데이트 : 27/09/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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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마을살이: 4단계 전략

글 | 김혜영(스무살이 협동조합 前이사장) 3년 전 처음 독립했다. 가족들과 함께 지내 온 집은 ‘살았다’라는 표현은 괜찮지만 ‘생활했다’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
Written by: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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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혜영(스무살이 협동조합 前이사장)

3년 전 처음 독립했다. 가족들과 함께 지내 온 집은 ‘살았다’라는 표현은 괜찮지만 ‘생활했다’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어딘가 적절하지 않다. 해당 아파트에 10년 넘게 살아오면서도 옆집, 위 아랫집을 포함하여 단 한 명의 이웃과도 교류한 적이 없었다. 복도식 아파트라 옆집과는 벽이 나란히 붙어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민의 얼굴조차 모른다.

청년 사회주택에 입주 후 운 좋게도 같은 건물 1층에 사무실을 얻었다. 일터와 삶터가 동일한 생활권역 안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제야 동네는 통으로 나누어져 있고 ‘통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마을에는 주민자치회, 부녀회, 바르게 살기 운동, 청소년지도협의회 등 생각보다 많은 주민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이제는 골목에서 이웃을 마주치면 인사를 나누고, 오며 가며 들른 주민분들에게 반찬이며 과일을 나눔 받기도 한다. 이전부터 마을공동체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이때부터 진정한 마을살이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마을, 청년, 정주. 이제는 세 단어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지만, 여전히 대부분 청년에게는 생소한 개념이다. 도시에서 자란 청년 중 ‘마을’을 피부로 느껴본 청년, 이웃의 의미와 가치를 경험해 본 청년이 몇이나 될까? 당연히 ‘주민’으로서의 당사자 의식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청년들에게 마을에서의 정주와 정착은 무슨 의미일까? 청년은 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정립하기 전에 ‘자기 자신’으로서의 정체성을 정립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을에서 주민으로 살아가는 것과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은 언뜻 별개의 문제처럼 보일지 몰라도, 하나의 맥락 안에서 답을 찾아볼 수 있다.

관계 중심, 경험 중심, 질문 중심

청년들은 바쁘고 시간이 없다. 동시에 무엇을 하면 좋을지 갈피를 못 잡기도 한다. 대체로 친구들끼리 모이면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 어디 갈까(장소 중심), 뭐 하면서 놀까(소비 중심), 재밌는 거 뭐 없나(수용 중심).

청년들의 마을 정주 지속을 만들어내려면 이 질문들은 다음과 같이 달라져야 한다. 누구를 만날까(관계 중심), 무엇을 경험해 볼까(경험 중심), 나는 무엇을 재미있어하며 어떤 일을 만들어볼까(질문 중심). 즉, 장소 중심적, 소비 중심적, 수용 중심적이었던 청년들의 패턴이 관계 중심, 경험 중심, 질문 중심으로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2017년도부터 약 7년간 운영해온 의정부시 청년 협동조합 ‘스무살이 협동조합’의 슬로건은 “우리가 자란 곳을 우리가 살아갈 곳으로”이다. 지역의 청년정책, 청년사업, 청년 공간이 전무한 때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기로 하여 서로의 삶을 지원하고 지지하는 공동체를 결성하였다. 이후 청년의 정주성을 높이고 질문의 전환을 이루어내기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우연히 발견한 4단계 이론에 영감을 받아 우리만의 방식으로 단계적 실천 전략을 수립하고 적용하였다. 그중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청년의 정주 지속을 위한 단계별 전략

1단계 관심 : 마을살이에 대해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는 단계

2단계 창작 : 참여자에서 창작자로 자신의 역할을 전환하는 단계

3단계 확장 : 자기 질문과 활동 영역을 확장하는 단계

4단계 자립 : 자신의 관심 분야의 전문가로서 성장하는 단계

1단계 관심

마을 안에서의 ‘놀 거리’ 혹은 ‘놀 친구’를 처음으로 발견하며, 마을살이에 대해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는 단계이다. 놀 거리의 경우, 꾸준한 참여가 요구되는 활동보다는 비교적 부담이 적은 프로그램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전국의 청년센터에서 원데이클래스가 성황을 이루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스무살이 협동조합에서도 청년들이 자신의 관심사와 흥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가벼운 형태의 프로그램들을 운영해왔다. 갓생(신을 뜻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이 합쳐져 남들에게 모범적이고 부지런한 삶을 뜻하는 신조어)에 지친 청년들이 낭만을 추구하는 <나는 베짱이로 살란다>, 한 끼를 먹어도 제대로 먹자며 서로의 요리를 나누어먹는 <작다이닝>, 마을을 산책하며 필름 카메라로 담아보는 <필름 카메라로 본 세상>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호응이 높은 프로그램은 ‘놀 친구’를 발견하는 <어른들은 어디서 친구를 사귀나요>, 일명 <어친사>이다. 지역에서 오래 살았지만 동네 친구가 별로 없는 청년, 타 지역에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외로운 청년, 새로운 관계가 필요한 청년들이 모인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부터는 같은 지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를 사귀기가 어렵다. 그래서인지 청년들 사이에 동네 친구와 관계 맺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어친사>는 조합 사업 중 신규 유입되는 청년이 가장 많은 프로그램으로, 2021년 이후 매년 연례 행사로 진행하고 있다.

공공에서 운영하는 청년 대상의 프로그램은 단순히 교육 또는 흥미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참여자들 간 관계망을 연결하는 구조까지도 고려되기를 기대한다.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보다, 그것을 누구와 했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전문가의 비싼 스테이크를 혼자 먹는 것보다 친구와 라면을 끓여 먹는 것에 더 만족을 느낄 수도 있다. 장소 중심에서 관계 중심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마을 안에서 웃고 떠들고 대화하는 시간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긍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의 기억이 늘어갈수록 마을에 대한 긍정적 인식 또한 쌓여가며 청년의 정주의식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청년들 스스로 마을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이들을 연결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2단계 창작

참여자였던 청년이 삶의 창작자로 자신의 역할과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단계이다. <어른들은 어디서 친구를 사귀나요>에서 한 가지 실험을 해 보았다. 참여자들의 대화를 유의 깊게 들으며 관심사나 취향, 욕구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관련 키워드를 포스트잇에 적어보았다. 표면적으로 <어친사>는 아무런 프로그램 없이 편하게 대화하는 자리였으므로, 참여자들에게 직접 내용을 적어달라는 요청은 하지 않았다. 대신 술잔 옆에 포스트잇을 두고, 건배와 동시에 펜으로 끄적이면서 작성한 포스트잇을 벽에 부착하는 등 은밀하고도 자연스럽게 작업하였다. 청년들이 자신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던 욕구를 시각적으로 포착해 보고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직접 만들어내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놀랍게도 포스트잇을 통해 자신과 공통된 취미와 관심사를 가진 사람의 존재를 확인한 청년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자발적으로 다음 만남의 주제를 논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적극적인 청년들에게는 말뿐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로 다음 모임을 개최해 볼 것을 적극 권유하였다. 행동으로 즉시 이어질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기획, 홍보, 장소, 재료 등을 지원해 주기로 약속하였다.

<어친사>에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 왔던 청년들은 드로잉, 역사 스터디, 작곡, 등산 등 매우 다양한 <소모임 띰>의 주최자로 공간을 재방문하였다. 직접 모임을 기획하고 운영한 청년들에게서는 이후 더 적극적인 참여 태도와 깊어진 관계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비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소모임 띰>은 현재까지도 수시로 진행되고 있으며, 하고 싶은 게 있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언제든 모임을 열 수 있다.

그 밖에도 <방황하는 청년들을 위한 자아탐구 지침서>에서는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걸까?’, ‘퍼스널 브랜딩이 뭐 별건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기반으로 삶의 방향을 탐구하고 자신을 소개하는 개인전을 직접 개최하였다. 또한 생활문화 기획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일상적인 영역에서 지속적인 힘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작당대학교>를 개교하였다. 참여자들은 작당 대학교에서 자기만의 학과를 통해 커리큘럼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배움을 실천하는 동아리를 운영하였으며, 자신의 언어를 되찾기 위한 논문 작성도 병행하였다.

3단계 확장

마을 ‘주민’으로 스스로를 명명하는 단계를 거쳐, 자기 질문과 활동성을 가지고 정체성을 확장하는 단계이다. 이전까지는 타인의 질문을 수용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답을 고민했다면, 해당 단계에서는 스스로 자기 질문과 답을 모두 설정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내 생각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내가 사는 마을, 사회, 세상에 대한 질문을 품을 줄 알아야 한다. 수용 중심에서 질문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청년들이 스무살이 협동조합이나 중간지원 플랫폼의 개입 없이도 자발적으로 문화를 만들어 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풀어가는 단계이다.

활동 및 마을의 정주 지속을 고민하는 14명의 멤버를 모아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삽질, 뻘짓, 쓸모없는 짓을 함께 하자고 꼬드겼다. 자기 안에 있는 두려움을 깨고 선을 넘어보자고 말이다. <같이 삽질할 사람, 띰> 프로그램으로 게임을 싫어하는 청년은 ‘나는 정말 게임을 싫어하는가?’라는 질문을 만들어 게임을 즐겨보며 자신의 답을 찾아보았다. 목적 없이 거리를 걸은 적이 없는 청년은 목적 없는 산책을 같이 해보며 ‘나는 왜 목적 없는 산책을 싫어했을까?’라는 질문과 그 답을 생각해 보았다. 매번 같은 라면만 먹는 청년은 라면 신제품을 잔뜩 사와 함께 맛보는 방식의 라면 오마카세 프로그램을, 사랑한다는 표현이 어려운 청년은 사랑을 외쳐보는 알게띰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못할 바엔 시작을 안 하겠다는 청년은 미완성의 그림책을 발간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여 운영했다.

이 단계의 청년들은 ‘더 나은 나의 삶’에 있었던 자신의 초점을 ‘더 나은 마을’, ‘더 나은 세상’으로 확장시킨다. 다른 세대의 이슈, 지역사회의 의제, 범국가적인 문제들에도 함께 연대하여 행동한다. 의정부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밝히는 의정부 대책 회의>에 관심 있어 하는 지역 청년들을 초대하여 기억식 행사를 함께 기획하였다. <마을축제 준비 위원회>에 함께 할 청년들을 모집하여 중장년 세대와 소통하고 마을 행사를 직접 만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시니어 세대와 펜팔을 진행하는 <할머니네 편지가게>에서 청년 세대는 다른 세대를 더욱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갖출 수 있었다.

창작의 영역을 생활문화에서 지역 문화로 확장하다 보면, 청년은 이제 마을이 자신의 놀이터, 삶터가 되는 것을 넘어 일터까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들에게는 지역에서 먹고사는 청년 문화예술인들과의 커뮤니티에 초대하여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의정부 외 경기북부 다른 지역의 활동가들과 만나는 네트워킹 행사나 서로의 자원을 공유하는 축제, 체육대회 등을 개최하며 친목을 도모한다. 마을살이를 하고 있는 각양각색의 청년 활동가들과의 연결을 통해 다양한 사례를 듣고 자신만의 자립 계획을 세우거나 마음 맞는 동료를 찾아보기도 한다.

마을공동체를 운영하는 청년이라면 해당 단계에서 지속과 확장을 위해 수익 구조를 고민하는 순간이 오게 된다. 마을공동체와 청년창업 양 담당 부서의 연계 및 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거나, 몇 년간 지속된 마을공동체의 경우 창업 지원 사업 및 교육 지원 사업에서 우선 선발될 수 있다면 청년 마을공동체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4단계 자립

마을에서의 경제적 자립을 꿈꾸며 자신의 관심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는 단계이다. 마을 정착에 대한 의지가 강하더라도 결국 경제적인 문제로 떠나는 청년들을 많이 보았다. 지역에 많은 기업이 유치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청년들의 마을 정주성을 높이기 위한 또 다른 현실적인 방법은 청년들이 각자 전문가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각종 교육이나 워크숍보다도 직접 실무를 경험하며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청년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실험해 보고 실패해 보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감사하게도 정량적인 성과보다도 마을 주민이 직접 주도한 사업이라는 게 더 중요한 성과로 여기는 기관과 일을 할 수 있었고, 많이 부딪혀가며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지역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 및 축제를 개최하며 동료 기획자로, 영상 감독으로, 음향 감독으로, 사진작가로, 디자이너, 공연자 및 시각 아티스트로 지역 청년들을 섭외하여 역량을 펼칠 기회를 나눌 수도 있었다.

청년 마을 전문가 양성을 위해서 기존 성과 지표의 틀을 과감히 깨보는 시도를 제안한다. 성과 지표를 새롭게 설계하는 과정은 청년의 마을살이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마을에 정주하는 청년으로 어떤 변화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는지,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그려보는 작업이다. 특히 청년 당사자가 설계 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청년 개인의 변화, 공동체의 변화, 마을의 변화를 직접 이끌어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년들에게 변화의 씨앗, 즉 너무 작아 눈에 띄지 않지만 충분히 싹을 틔워볼 씨앗을 포착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정량적 성과가 부족하거나 행정이 요구하는 속도에 미치지 않더라도 거듭하여 시도하고 확장할 기회를 준다면 청년은 어느새 전문가가 되어 지속 가능한 마을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경기도 마을공동체 지원센터는 ‘경기 마을 임팩트’라는 별도의 성과 지표를 개발하였다. 또한 이를 주민이 직접 측정할 수 있도록 ‘마을 연구원 양성 과정’도 진행 중이다. 비영리조직이나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조직에서는 영리기업용 재무제표가 아닌 대안적 재무제표, 사회적 회계를 적용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모든 지자체에서 이와 같은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청년창작공간 작당

우리 집과 사무실이 입주해있는 사회주택 건물 <작당>은 2021년 3월에 개소하였다. 작당에서는 다양한 소재를 매개로 청년들이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하며, 프로그램 목적과 방향에 따라 공간을 자유롭게 변형하여 사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대부분 프로그램은 물론, 물건을 매개로 교류하고 관계를 만드는 <작당 플리마켓>, 예술과 휴식을 함께 하는 <작당다방>, 좌식 공간을 이용하여 소규모 라이브 공연을 진행하는 <작당 공연장>, 각종 게임 기기를 두고 즐기는 <작당 PC방>, 겨울철 실내에서 텐트와 캠핑의자를 펼쳐 휴식하는 <작당 캠핑> 등을 진행하였다.

마무리하며

부모님이 선택한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청소년기와 달리 청년은 자신이 사는 집과 동네를 선택할 수 있다. 여기서 선택은 주체적인 ‘행동’을 의미하며 이는 주체적인 ‘생각’이 기반이 되어야만 가능하다. ‘자신이 원하는 삶’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알아차리는 사람만이 ‘자신이 원하는 마을’ 또한 알아차리고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청년들에게 ‘살고 싶은 마을’에 대해 질문하고 싶다면, 그에 앞서 ‘살고 싶은 삶’에 대한 물음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기 질문과 답이 없다면 그것을 찾는 과정으로서 마을공동체 활동이 지원될 수 있다. 청년을 둘러싼 많은 정책은 여전히 일자리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마치 일자리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 같지만, 마을에서의 정주지속에는 경제적 자립만큼이나 정서적 자립도 중요하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청년들은 버티며 살아남기가 아닌 살아가기를 원한다. 사람답게 살기를 원하고 나답게 살기를 원한다. 청년이 마을에 정착하도록 하는 한 가지의 특별한 방법이 있진 않다. 100명의 청년이 있다면 100가지의 방법이 존재할 것이다. 통계 자료에는 담기지 않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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