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업데이트 : 26/08/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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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마을과 연결을 통한 배움과 성장

글 | 이창렬(인성여자고등학교 한국지리교사)   인천광역시 중구에 있는 인성여자고등학교가 위치한 지역은 근대 개항기 역사와 문화가 많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학생들이 마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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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창렬(인성여자고등학교 한국지리교사)

 

인천광역시 중구에 있는 인성여자고등학교가 위치한 지역은 근대 개항기 역사와 문화가 많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학생들이 마을을 이해하고 마을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가는 교육 활동에 관심이 많았었고 이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마을과 청소년들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마을을 탐방하는 과정에서 인천마을공동체지원센터를 방문하여 개항장 지역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이곳에 인천의 문화 예술 관련 기관과 마을 활동가들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인천문화재단, 근대문학관, 아트플랫폼, 인천영상위원회 등). 각 기관은 과거 항구의 기능이 활발하고 인구 밀도가 높을 때 사용하던 건물에 있었습니다. 이는 현재는 원도심의 특성상 인구감소가 이어져 건물 사용 수요가 줄어들면서 공간적 여유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마을과 연결되는 가장 첫 번째 과정은 마을에 대한 이해였습니다.

마을을 이해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문화재를 보존하고 지키는 활동을 하는 사단법인 해반문화와 협업하여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1학년 반별로 한 분씩 해설사님을 배정해 드리고 사전교육을 한 뒤 마을 탐방을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그냥 둘러보기만 하면 알지 못했던 다양한 지식을 접하게 되었고, 근대 개항장이 갖는 우리 마을 안에서의 의미를 깊이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교육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문화재 지킴이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이 개항장 야행 행사에 해설사 활동을 하며 시민들에게 지역의 문화재에 관해 설명했으며 관계자들에게 호평받았습니다.

마을 교육자원 활용

인천영상위원회와 마을 연계 교육 방안을 협의하던 중 매년 디아스포라 영화제가 개최되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학생들은 청소년 캠프에 참여하여 직접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청소년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우리 마을과 만나 꽤 근사한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전문성 있는 현직 영화 감독님으로부터 시나리오 작성, 촬영, 편집 등을 배우며 학생들이 성장해 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보람이 있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지역의 명소인 ‘홍예문’을 알리기 위해 공포영화 컨셉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야간 촬영을 진행하며 겪은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의미 있었습니다.

인천문화재단의 추천을 받아 각 방면의 문화 예술 강사들을 초빙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주제로 학생들이 직접 창작한 노래 가사와 곡, 무용 안무, 무대 배경은 의미 있으면서도 완성도 높은 공연을 만들어 냈습니다. 청소년들의 시선으로 창작한 역사 콘텐츠는 또래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하였습니다. 마을의 전문가와 학생의 연결이 수준 높은 결과물을 만드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미디어와 문화 활동 이외 송림종합사회복지관, 해울봉사단과 함께 연탄 봉사에 참여했습니다.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조직된 비영리 단체 ‘사칙연산’ 구성원들이 함께했습니다. 학업에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연탄 봉사에 참여하여 진정한 나눔의 기쁨과 보람을 느꼈고, 코로나 펜데믹 기간에는 마스크 끈 등을 제작해 기부하는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인천시 주민참여예산제에 제안한 아이디어가 채택되어 운영되는 과정을 경험하며 청소년의 관점에서 마을과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었습니다.

진로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10개의 사회적 기업을 직접 찾아가 기업의 소셜 미션과 운영에 대한 강의를 듣고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진로와 연관성이 높은 기업을 방문하도록 편성을 했으며,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을 운영하시는 활동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많은 배움이 일어났습니다.

인성여고 로컬 프로젝트(인천 굿즈 제작)

마케팅과 디자인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인천 굿즈 만들기 프로젝트를 운영했습니다. 사전에 마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답사를 다녀왔으며 어떤 컨셉으로 제품을 만들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했습니다. 인천의 지역 이미지가 ‘마계 인천’으로 희화화되고 있는 상황을 안타까워 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름다운 인천의 모습을 담은 제품을 제작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최근 들어 인천을 상징하는 이미지는 쉽게 떠오르지 않으며 오히려 ‘마계 인천’이라는 지역의 정체성을 폄훼하는 표현들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인천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지역성을 상징하는 제품을 생산·보급하여 긍정적인 지역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구축하기 위해 로컬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마케팅과 디자인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과 인천 굿즈 만들기 활동을 진행했고 개항장 야행 아트마켓에서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며 제품을 판매하여 제작된 모든 제품이 완판되었으며, 인천마을공동체 한마당에 초청받아 추가로 제작한 굿즈를 나눠드리며 함께 공유하는 시간이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제작한 굿즈들은

인천의 메밀 꽃밭 풍경을 담은 패브릭 포스터와 나무 한 그루 사진을 담은 엽서가 있습니다.

경영 전공 희망 학생들이 선학체육관 인근에 있는 메밀 꽃밭을 인천의 아름다운 자연으로 선정하여 제품을 제작하였고, 직접 현장에 방문하여 지역주민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사진을 촬영하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인더로컬 협동조합과 함께 인천 지역의 가치를 알아가고, 답사하고, 토론하며, 상품을 기획하였습니다.

또한 인천의 아름다움과 추억이 가득 담긴 달력을 경영 전공 희망 학생들과 12장의 사진을 선정하여 엽서 형태로 제작하였습니다. 힐링이 가능한 장소를 가진 인천으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기존의 스탠드 달력과는 달리 이젤을 활용하여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마지막은 ‘마계 인천’이라는 이미지를 극복하고, 인천의 면(누들)을 소재로 인천의 상징성과 친근한 이미지를 담아보고자, 인천의 천과 바다 해를 담은 ‘천해’라는 도깨비 캐릭터와, ‘면’ 요리가 그려진 엽서 및 스티커를 제작했습니다.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제작한 굿즈에 대한 수익금은 ‘인천환경운동연합’, ‘세이브더칠드런’ 등에 전액 기부하여 마을에서 발굴한 가치를 마을에 다시 돌려주는 의미도 가졌습니다.

마을과 학교교육과정

2022 개정교육과정 고등학교 교육과정에는 <Ⅱ. 학교 교육과정 설계와 운영 1. 설계의 원칙 6) 학교는 학교 교육과정의 효율적인 설계와 운영을 위하여 지역사회의 인적, 물적 자원을 계획적으로 활용한다.>라는 내용이 추가 되어 단위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에서 지역사회와의 연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인성여고는 인천 교육청에서 ‘사회적 경제’ 과목이 개설된 유일한 학교입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민간 분야의 모든 경제활동에 관해 가르치고자 인천사회적경제 지원센터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현직 전문가의 협동조합, 공정 무역 강의를 진행하였고, 학생들의 실천 역량을 성장시키기 위해 공정 무역 박람회에 참가하여 공정 무역 실천 선언을 하고 학교 급식에 공정무역제품이 제공되도록 제안하고 시행했습니다. 또한 협동조합 창업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소셜 미션과 지역사회 연계 방안을 심층적으로 탐구했습니다.

자율적 교육과정(수업량 유연화) 시간을 활용해 1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마을연계교육과정을 운영했습니다. 1일 차에는 (사)해반문화와 협업으로 지역 이해 교육, 2일 차에는 인천대학교 인천학 연구원 교수님들로부터 인천의 설화와 도시 재생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인천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혔습니다. 또한 사회적 기업 ‘학교네’와 협업하여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 ESG 기반 수업을 진행했고 10개의 사회적 기업 대표님을 모시고 진로별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마을 활동가로서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로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함께 공유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마무리하며

전문적학습공동체 시간에 ‘학교와 세상을 연결하는 진짜 배움, 리얼월드러닝’ 이란 책으로 독서 나눔을 했습니다. 내용 중 ‘스스로 배움을 디자인하고, 진짜 세상에서 배우고, 학교에서 성장하라’는 문장이 와 닿았습니다. 교사로서 학생의 배움과 성장이 어디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리얼월드러너’로서 역량을 발전시켜나가면 하나의 답안을 작성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의 니즈를 파악하고 마을의 교육자원을 연결하여 마을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돕는 교육 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제가 경험한 마을은 언제나 따뜻하고 학교에서 손을 내밀면 흔쾌히 협력해 주셨습니다. 미래 마을의 주인공인 청소년에 대한 애정이 참 많다고 느꼈습니다. 청소년과 함께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마을 행사 기획 단계부터 청소년들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해 주시기를 제안드립니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은 그들의 눈으로 마을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훈련이 될 것이고 앞으로 마을을 이끌어갈 인재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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