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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금고시장에 열린 공간 하나, 민재’C 카페
토지금고시장 입구
인천시 남구 용현 2
· 5동을 토지금고라고 부른다. ‘토지금고’라는 말을 아는 사람들은 인천에서 오래 살았거나 이 동네의 토박이와 택시운전기사 분들 뿐이다.
토지금고는 전형적인 주거 밀집지역이다. 1975년 정부와 기업과 개인이 소유한 비업무용 토지의 효율적 활용을 유도하기 위해 설립한 공기업의 이름이다. 1976년 토지금고가 용현동에 있는 대우실업 소유 비업무용 토지 4만5000여 평을 매입해 구획을 정리하고 서민주택용지로 다시 매각하면서 그 지역을 ‘토지금고’라고 부르게 되었다.
토지금고 시장 역시 역사를 오래 가진 시장은 아니다. 토지금고에 있는 주택들 이외에 1980년대 후반에 아파트가 밀집하게 되고 1990년대 후반에 현재 토지금고 시장에 있던 주택들이 하나씩 상업을 위한 점포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골목형 시장의 형태로 바뀐 것이다.
지난해 인천시립박물관은 인문 도시 지원사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토지금고를 열어라>라는 인문학 강좌를 열었고, 이와 더불어 용정근린공원에 토지금고에 대한 마을의 역사를 녹아낸 마을 박물관을 세웠다. 마을 박물관을 운영하는 운영진 역시 토지금고에 사시는 마을 큐레이터 분들로 구성되었다.
토지금고 시장 안에 있는 민재’C 카페 앞
토지금고 시장에 <민재 ‘C 카페>를 운영하시는 이민재 님은 고향은 충북 증평이지만, 결혼 후 인천으로 이사, 토지금고에서 2남 1녀를 키우며 토지금고 토박이가 되었다. <민재 ‘C 카페>는 토지금고 시장 중앙 골목에 위치하였고, 이 카페 역시 원래 살던 주택의 마당을 개조해 만든 어느 토지금고 시장의 상점처럼 만들어졌다.
시장이 파장할 즈음, <민재 ‘C 카페>에서 이민재 님께서 직접 담근 따뜻한 생강모과차를 마시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토지금고시장은 젊은 시장이지만 폐쇄성과 개방성이 동시에 있다
– 토지금고 시장이 다른 시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인가요.
토지금고 시장은 동네 분들이 필요해서 만든 자발적인 시장이에요. 주택가 작은 골목에 마당을 허물고 점포를 만든 거지요. 지금 이 곳 역시 마찬가지에요. 저희 마당에 가게를 낸 거예요. 타 시장보다 젊은 상인 분들이 있어서 이렇게 카페에 젊은 분들이 오시잖아요. 50대 분들, 50대 초반 분들이지요. 다른 시장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찾아오는 고객도 젊은 분들이세요. 연세가 많으신 토박이 분들도 계시지만 아파트도 많고 주택이 빌라나 다세대 주택으로 바뀌면서 유입된 인구도 젊은 층이 많아요. 그래서 시장 상인이나 시장을 이용하시는 분들이나 대부분 젊은 분들이에요.
-토지금고 시장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이어서 마을에 필요한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보통 이야기하기를 용현5동을 항아리 상권이라고 해요. 시장이 한복판에 있고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지요. 마을 박물관 큐레이터로 설명하자면 토지금고는 폐쇄성이 있고 개방성이 함께 있다고 해요. 이 동네는 전철도 있고 고속도로가 2개가 있으면서도 사방팔방 마을버스나 일반버스도 다니고 송도신도시와 공항도 가깝고 그런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지만 항아리 안에 있는 것처럼 여기에서 365일을 있어도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어요. 폐쇄성과 개방성이 양 쪽이 다 있으면서도 제가 보기에는 폐쇄성이 심한 것 같아요. 그래서 외부인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요. 동네 장사거든요. 동네 분들에게 더 친절하고 진짜 단골들만 오고가는 뜨내기가 없는 시장이더라고요. 일부러 나와서 내 동네 사람들을 상대하는 거라서 조금 불편하면 말이 나올 수 있는 거라 조심해야지요. 그런 것을 잘 잡아주는 시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항아리 안에 있는 동네 시장이기 때문에 상인들이 이런 고민들을 조금 더 해야 될 것 같아요.
우리 동네는 도서관이 곧 생길 예정이고 신창 아파트 근처에는 공동체정원이 생기고 있어요. 그렇지만 늘 이야기하는 건 주차장이 협소하다는 겁니다. 시장 안에도 좁고 동네 전체가 주차장이 없어요. 여기에서 조금만 나가면 먹거리 상권이 있잖아요. 거기는 저녁때가 되면 난리가 아니에요.
정치인들이 선거철이 되면 늘 주차장에 대한 공약을 내세우는데 주차장도 필요하기는 해요. 스포츠센터나 영화관 같은 큰 빌딩이 들어오는 것도 좋은데 동양화학 자리에 신세계 백화점이 들어온다 복합 쇼핑몰이 들어온다 등등 소문은 무성하거든요. 그렇게 되면 주차난이 해소되려나 모르겠는데 동네 발전에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 토지금고 안에서 지키고 싶은 자산은 무엇인가요?
울타리 안에 있는 동네이고 얼마 안 된 동네라서 역사가 없다느니 그러는데 그렇지 않아요. 굉장히 소중한 것들이 많아요. 아파트만 보면 다 신식 건물인 것 같지만 하나로 쇼핑센터도 명물이구요. 용정공원에 있는 인공폭포 역시 자체가 돌산의 느낌이 나는 폭포여야 하는데 너무 인위적인 모양이라서 문제지만 역시 지켜나가야 할 것이지요.
낙섬 표지석 역시 미래로 마트 안에 있는데 찾아봐서 역사가 짧아도 아이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것을 잘 정리를 해 놓으면 내가 사는 작은 동네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마을 박물관이 생겨도 토지금고의 유래에 대해서 아는 퍼센티지는 얼마 되지 않아요.
그리고 용현 2동 용마루가 없어졌지만 용현 5동 뿐만 아니라 용현 2동까지 합쳐서 사라져가는 것들을 알고 진행하면 현실도 보고 미래도 보고 그럴 것 같아요.
– 자녀분들에게 토지금고가 어떤 마을로 기억되었으면 좋으시겠어요?
재미있는 동네여야 하는데요. 돌산도 가고 게임방도 가고 방방도 뛰러 다녔던. 이사 가자는 이야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할머니도 여기 계시고 딱 동네 들어서면 “내 집이다”라는 느낌이지요.
민재’ C 카페의 주인, 이민재 님
함께 배우고 나누는 게 좋아 시작한 카페
– 토지금고 시장에 <민재 ‘C 카페>를 언제 어떻게 문 여신 건가요?
2013년에서 2014년 즈음에 열었어요. 처음 목적이 토지금고에서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역주민들이 차 한 잔 마시고 각자 취미 활동도 하고 소통의 장소가 마련되는 게 시장 안에서 있으면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로 동네 여자 분들은 옷가게나 뜨개방 가서 소일을 하면서 그렇게 놀다가 수다만 떨다가 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것보다는 취미활동을 하면서 배움의 장소가 되면서 소통이 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내가 이런 걸 하고 싶다 라고 생각을 하면 누군가 와서 같이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요. 이런 분들이 모이고 모여 내 마음을 움직여주는 거예요.
– 이곳을 열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그리고 하셨던 일들이 지금 <민재 ‘C 카페>를 운영하시면서 작용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그전에 저는 토지금고 시장 상인회 회장도 했었고요, 그리고 남구청 문화 예술과에서 진행하는 남구 생생문화 강사를 하고 있어요. 살다보니까 제 성향을 몰랐는데 이렇게 문화 예술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었나 봐요. 그래서 저희 또래나 아이들을 웬만큼 키운 여자 분들이 어느 정도 그런 문화 예술적인 것을 원하시는 걸 느끼게 되어서 함께 하게 되었어요. 결혼 전에 기자 생활한 것과 결혼해서도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해서 그런 게 연결이 되는 것 같아요. 개인적인 성향과 어찌 보면 잘 맞물리는 것 같아요.
– <민재 ‘C 카페>에 오시는 마을 분들은 어떤 분들이 오시나요? 그리고 마을 분들이 이 공간에서 모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배우고자 하는 것과 봉사하고 싶어 하는 분들, 두 부류인 것 같아요. 취미활동을 하려고 모이는 거예요. 바리스타, 명화 그리기, 오카리나, 퀼트, 도자기 등등의 수업입니다. 여기는 그냥 오는 게 아니라 목적이 있어서 오는 거예요. 커피만 마시고 가는 게 아니라 처음에는 바리스타 자격증에 대한 관심이 많다가 와서 보니까 이것저것 하고 싶어 하는 게 있어요. 다음에는 도자기랑 우쿠렐레를 배우는 목적을 가지고 오셔요. 여기 오면 개인적인 취미활동이나 봉사, 마을 박물관이나 아직 도서관이 생기지 않았지만 도서관 자원 활동가 모임 등 동네에서 같이 봉사를 하시는 분들이 소문에 소문을 내서 같이 대화를 나누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민재’ C 카페에서는 바리스타 교육을 시작했다
– <민재 ‘C 카페> 는 시장 중앙에 자리 잡은 사랑방 역할인데 여시면서 힘든 점과 좋은 점이 무엇인가요?
특별히 힘든 것은 없어요. 개인적인 공간이지만 활동을 해 주시니까 오히려 좋고요. 오시는 분들은 사람이 많을까봐 오히려 걱정들을 하셔요. 그리고 개인적인 수익에 대한 어려움이 큰 장애물이 되지는 않더라고요.
사람들이 계속 해서 와 주는 게 고마운 것 같아요. 다른 분들도 소개 시켜주면서 함께 오시는 게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바리스타 자격증을 여기에서 많이 따서 커피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취미생활을 충분히 할 수 있게끔 제가 자리를 마련해 준 게 기분이 좋아요. 앞으로도 죽 그랬으면 좋겠어요.
– 마을 안에서<민재 ‘C 카페>의 역할 중 강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강점은 시장 안에 오시는 분들이 언제든지 들릴 수 있는 열린 공간이구요. 단점은 시장 안쪽에 완벽하게 열린 공간은 아니에요. 일부러 시장까지 나와야 하는 상황이니까 왔다 갔다 하는 게 불편한 상황이구요.
– 가게 소모임 이외에도 하시는 활동이 있다면 어떤 게 있으신가요?
토지금고 마을 박물관 큐레이터, 남구생생문화 강사, 지금은 시립박물관에서 자원봉사자 교육 받고 있어요. 남구청 자원봉사센터에서 환경활동가 교육과 지혜로운시민실에서 진행하는 도서관자원활동가 교육이 다음 달부터 이루어져요. 내년부터는 마을박물관과 시립 박물관 활동, 환경활동, 도서관봉사에 관해서 계속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 마을 활동을 하시면서 선생님께서 주축이 되시는 것 같아요. 어떤 생각을 가지고 마을일에 참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여기 카페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적인 욕구나 문화적인 욕구를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잖아요. 마을 박물관 같은 경우에도 자원봉사에요. 동네에 대한 역사를 배우고 큐레이터 역할을 하는 것도 내가 배운 것에 대해 공유하고 싶고 나누고 싶어서이지요.
지금은 마을 박물관 큐레이터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데 남구청 문화예술과에서 하는 남구생생문화 강사 분들도 마찬가지로 남구의 역사를 누군가에게 전달해주고 싶어 하는 분들이에요. 내년에 할 환경활동가들도 마찬가지이에요. 카페에 오시는 분들 역시 배우고 싶은 걸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 마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여기 오시는 마을 분들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시나요?
제가 작년까지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을 했는데 통장 자율회나 새마을 부녀회, 하나로 쇼핑센터 상인회나 적십자단체회장님과도 지속적으로 지금도 같이 소통합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으면 서로 연락해서 동네일에 대해서 해결해 나가는 게 있어요.
동네에서 작은 연주회를 열고 싶어요
– <민재 ‘C 까페>가 하나의 동네 거점이 되었어요. 이런 점은 지켜가면서 카페를 운영하겠다, 마을 활동을 이렇게 하고 싶다 라는 철학이나 바람이 있으시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지금부터 쭉 누구라도 와서 원하는 것을 배우고자 하면 같이 이끌어 나가고 싶고 그 배움을 배우는 것만 말고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제가 계속 이야기를 하면 요즘 분들은 그렇게 하고 싶어 하니까 잘 되는 것 같아요. 배우고 나누는 것으로 봉사도 하면서 그렇게 지내고 싶어요.
동네 연주회 같은 걸 열었으면 좋겠어요. 오카리나 강사님과도 이야기를 좀 했는데 주로 악기를 배우고자 하는 분들이 있으니까 오카리나 연주회를 열어 동네 분들이 편안하게 연주를 듣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배울 예정인 우쿠렐레도 마찬가지이구요. 그리고 인하대 동아리 학생들이 와서 연주회를 해도 좋고요. 학생들이 사실 연주회를 열 공간이 없어서 못 하는 거잖아요. 학생들이 늘 연습하는 것이 있는데. 재능대 실용음악과 학생들도 아니까 지금은 계획이 없지만 내년쯤에는 작은 연주회 식으로 대학생들과 교류를 하고 싶어요. 아니면 마을 박물관이 용정공원에 있으니까 거기에서 연주회를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인천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 한 말씀해주세요.
마을 공동체가 사실 법인 형태여야 하고 비영리 단체가 되야 하는 등 그런 게 절차가 있어서 어려워요. 인천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지원을 해주셔서 마을을 예쁘게 꾸밀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같이 교육을 받으면 좋을 것 같아요.
“토지금고”라고 일컫는 용현 2·5동은 용현 2동 용마루 마을 철거와 더불어 대단위 아파트 입주로 인해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좁은 1차선 도로에 마을버스와 시내버스들이 요령껏 움직여 다니면서 교통체증으로 인한 불편함이 가중되는 시점이다. 토지금고에 있던 오래된 주택들을 허물고 세워진 상가와 빌라들은 물론이고 올해 6월 입주하는 SK 스카이뷰 또는 인천지하철 인하대역이 생기면서 변화의 바람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 안에서 지켜나가야 할 마을의 소중한 자산들을 어떻게 유지하고 가꿔 나가야 할지 그리고 마을 공동체를 성숙시키는가는 오롯이 동네에 애정을 갖는 분들의 작은 손길로 이어질 것이다. 토지금고시장에 열린 공간 하나, <민재‘C 까페>가 토지금고에는 있다.
글
· 사진, 인터뷰 정리/ 홍보지원 양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