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업데이트 : 25/10/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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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민주주의의 정착과 주민자치회

풀뿌리민주주의의 정착과 주민자치회 이 호 (더 이음 공동대표) 풀의 뿌리(풀뿌리)와 민주주의는 무슨 관계? 흔히들 풀뿌리민주주의를 바닥 민주주의 정도로 이해한다. 하지만 […]
Written by: doo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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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민주주의의 정착과 주민자치회

이 호 (더 이음 공동대표)

풀의 뿌리(풀뿌리)와 민주주의는 무슨 관계?

흔히들 풀뿌리민주주의를 바닥 민주주의 정도로 이해한다. 하지만 풀뿌리는 그보다 더 의미가 깊은 개념으로 사용된다. 풀뿌리의 사전적 의미는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다수 대중”이다. 사극이나 영화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민초’의 순 우리말인 것이다. 그리고 사전에는 이러한 해석 옆에 또 한 가지 의미를 추가한다. ‘보다 근본적인 원리“가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풀뿌리민주주의는 바닥 즉 지역에서의 민주주의라는 의미보다, 권력을 갖지 못한 일반 시민⋅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운영하는 민주주의란 의미다. 이는 오늘날 대의 민주주의가 ‘주권재민(主權在民)’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미흡하다는 비판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다. 즉, 모든 권력과 권한의 주인인 시민들이 민주주의 운영에 보다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지향을 풀뿌리민주주의는 강조한다. 따라서 풀뿌리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참여와 참여한 시민들에게 일정한 권한을 부여하는 작동원리를 실천하고 실현하는 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풀뿌리민주주의는 주민자치를 통해 실현된다. 주민자치는 지역사회에서 주민들이 자신들을 비롯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주체적으로 운영하는 과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위원회의 또 다른 형태?

주민자치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우리 사회에서 주민자치는 홀대 받아왔다. 우리나라의 법에서 주민자치라는 말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다만, 최근으로 오면서 주민자치가 내용적으로 강조되는 흐름은 매우 반갑다. 특히, 현 정부 들어서 추진되는 주민자치회는 이런 기대를 갖게 한다.

실제 지난 주민자치센터 및 주민자치위원회의 설치나 구성은 주민자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고민으로부터 나온 제도와 정책이 아니다. 1999년부터 시범적으로 설치된 주민자치센터는 당시 동의 기능을 대폭 자치단체 본청으로 이전하는 행정체계 개편으로부터 파생됐다. 당시 읍⋅면⋅동사무소의 업무를 대폭 자치단체 본청으로 이전하면서, 그 여유 공간을 ‘주민자치’센터로 활용하고자 했던 것이다. 여기에 주민자치센터라는 명칭에 걸맞게 그 운영 주체를 주민들로 구성해야 한다는 당위로 주민자치위원회가 함께 구성됐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주민자치위원회는 제도적으로 수강료 운용 관련한 것 이외에 아무런 권한도 갖지 못한 채 읍⋅면⋅동장의 자문 또는 심의 기구로서의 위상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 구성에 있어서도 폐쇄적 면이 강하다보니 주민들의 대표성을 가질 수 없었다. 이는 주민자치위원회에 보다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걸림돌이 됐다.

이런 문제는 지난 정부에서 전국 31+18개 동에서 시범실시된 주민자치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때는 읍⋅면⋅동을 통합하는 방향의 행정체계 개편으로부터 주민자치회가 파생됐다. 통합으로 인해 생긴 빈 공간을 주민자치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지난 정부 주민자치회 시범실시의 배경이었다. 그런데, 이 정책마저도 당시 안전행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전국 49개 읍⋅면⋅동 시범실시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던 와중에 현 정부 들어 주민자치를 활성화시키려는 목적을 갖는 최초의 정부 정책이 발표됐다. 이 정책은 전국의 읍⋅면⋅동에 주민자치회를 새로 구성해 운영하겠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또 다른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아야…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의 핵심적인 문제점은 위원회 구성의 폐쇄성과 실질 권한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주민자치회는 실질적 권한의 부여와 그 구성에 있어서 주민들의 대표성을 보다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 핵심이다. 권한 관련해서는 마을계획을 포함한 자치계획을 수립하고 확정하는 권한, 이에 필요한 일정 예산에 대한 결정권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권한은 실상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주민자치회가 이런 권한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와 달리 주민들의 대표성을 위임 받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 대표성 위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방성이다. 누구든지 주민자치회 위원으로 참여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내놓은 주민자치회 구성 방식은 공개모집-공개추첨이다.

누구든지 참여 기회를 보장 받고, 최종 선출 과정에서 시장이나 구청장 또는 군수 등 누구의 주관도 개입할 수 없는 방식이다. 이런 절차를 거쳐 구성한 주민자치회에 일정한 주민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은 적절하다. 그리고 이밖에도 주민총회를 최고의사결정기구로 둔다는 내용, 각 분과 구성에 있어 주민자치회 위원이 아닌 일반 주민들에게도 참여할 수 있다는 내용 등도 개방성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그만큼 주민자치회 구성과 운영에 개방성을 강화함으로써 주민들의 대표성을 높이려는 의도다.

그런데, 아무리 이런 장치를 마련해 두고 위원 수를 대폭 늘린다 해도 주민자치회의 운영은 여전히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와 같은 ‘그들만의 리그’가 될 위험이 크다. 만약 새로이 구성된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자기들끼리 모여 사업을 논의하고 기획하고 결정하고 집행하는 기존 방식을 과감히 버리지 못한다면 말이다. 따라서 주민자치회 구성과 운영에 있어서는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다양한 소모임, 단체 등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민자치회는 독자적인 사업기획과 집행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활동들을 연결시키고, 이들이 하는 일을 지원하는 역할 등에 보다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주민자치회가 이런 역할들을 잘 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사회에 이러한 활동 자원들을 꼼꼼하게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기존에 행정에서 파악하고 있는 활동주체들(소위, 직능단체들)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사회에는 알게 모르게 다양한 이해에 근거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주민 주체들이 매우 많다.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힘을 모아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 하도록 하고, 또 이런 활동들을 한데 모아 지역사회 발전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사회는 귀중한 다양한 구슬들이 존재하는데, 주민자치회가 이런 구슬들을 잘 꿰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지역사회의 다양한 활동 주체들을 찾고 이들을 네트워킹 하는 것이 주민자치회의 중요한 활동 및 운영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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