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센터
명예블로그(SNS) 기자
선문주
6월 24일 연희동 주민센터 지하에는 달콤하고 포근한 카스테라 향이 가득했다. 오늘은 바로 7남매의 가족이 한 달에 한 번 모여 자원봉사자들과 빵을 만드는 날이다. 2009년 조경사업을 하던 조병상 사장님은 일곱 번째 막내 은성 양이 태어났을 때 받은 출산장려금 백만 원을 의미 있게 쓰고 싶어 고민하다가 청년 시절 배운 제과 기술을 생각하고 돈을 보태어 제과 오븐을 사서 7남매와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매달 만들어진 빵은 독거노인과 노인정 등 불우한 이웃에게 사랑의 빵으로 전달되었다. 빵 만들기 사업은 어느덧 9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막내 조은성 양은 10살이 되었다.
[빵 봉지 테이프 붙이는 달인이 된 은성 양]
아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고, 누구의 지시 없이도 몸을 바쁘게 움직였다. 아무리 어려도 9년이란 시간은 아이들의 손끝에 숙련된 기술을 달아준 것 같다.
7남매에게 연희동 주민센터는 가족이 함께 모여 화합하고 추억이 한 겹 한 겹 쌓이는 소중한 장소가 되었다. 이제는 매달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봉사 참여로 보통 20명 정도 함께 빵을 만든다고 한다.
오늘 처음 왔다는 여대생과 엄마와 동행한 초등학생들 쉬면서 하라고 해도 재밌다며 집중해서 하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많은 자원봉사자들도 고맙지만 제과 기술이 있는남자 봉사자님이 오셔서 사장님이 여유 있게 빵을 만들 수 있어서 좋다고 하셨다. 평일엔 회사일 하시니 주말엔 쉬고 싶으실 텐데 주말에 봉사하는 남자분들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빵 만들기는 오후 3시가 되어 끝났다. 아이스크림으로 잠시 더위를 식히는 시간. 뜨거운 오븐 앞에서 고생하는 아버지를 먼저 챙기는 중3 큰아들의 행동이 기특하다.
[시작할 때의 인연으로 지금까지 봉사하는 조근분님]
아무리 좋은 취지의 일이라도 혼자의 힘으로는 어려움이 있다. 2009년 빵 봉사를 하고 싶었지만 장소가 없었던 조병상 사장님은 연희동 주민자치위원으로 봉사하면서, 그 당시 주민자치위원장이었던 조근분 위원장님과 이정배 동장님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하셨다.
세상이 각박하고 험하다고 하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 사회엔 아직도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향기가 모락 모락 피어나고 있다.
어떻게 아빠와 빵 봉사를 하게 된 걸까 궁금했다. 10살부터 21살까지 일곱 명의 아이들이 한 달에 한 번 모두 모이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처음엔 케이크 만들어 볼래? 하면서 저희들을 데리고 오셨어요. 그런데 케이크는 한번 만들고 계속 카스테라만….”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이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기다려지는 시간은 아니란 걸 알지만, 아빠의 마음이 어떤 건지 알기에 따르고 있는 건 아닐까. 축구를 좋아해서 11명을 낳고 싶었다는 조병상 사장님. 일곱째를 낳고 가족의 화합과 아이들에게 세상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알게 해주고 싶어서 빵 봉사를 시작했다고 했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빵 봉사는 가족이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추억이 될 거라고 했다.
경로당으로 빵전달 하러 가는 길에 동행했다. 매달 보는 손주 같은 아이들이라 어르신들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빵만 전달해주고 나오는 줄 알았더니 아이들은 빵을 작게 잘라서 어르신들께 드리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고 조 사장님은 커피를 타서 대접한다. 오랜 시간 쌓여온 마음의 교류가 있어야 가능한 모습이다. 막내딸의 출산장려금 백만원이 씨앗이 되어 아버지의 바람이 얹어지고 이웃사람들의 작은 손길과 마음이 뭉쳐져 만들어진 사랑의 빵은 그렇게 맛있는 향기를 내고 있었다.
얘들아 힘들 때도 있겠지만 너희는 정말멋진 유산을 받은 거란다그동안 뿌려진 봉사의 시간들이 너희 삶을더 따뜻하고 빛나게 해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