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9일(목) 오전 10시, 제 9기 주민자치대학 <자치하는 인간Ⅰ> 3강이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진행되었다. 이호(더 이음 공동대표) 강사는 참여자와 아파트에 살 때 좋은 점과 살고 싶지 않은 점을 간단히 공유 한 후 아파트에서 겪는 갈등, 불편한 점을 자세히 이야기 나누었다.
아파트에 살 때 좋은 점
◦ 주차와 쓰레기배출이 편하다.
◦ 관리를 안 해도 된다. 실내 공간만 신경 쓰면 된다.
◦ 단독주택에 살 때는 계절마다 페인트칠 수리 등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 치안문제, 다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 살고도 집값이 오르는데 단독은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 (투자가치가 있다.)
아파트에 살고 싶지 않은 이유
◦ 답답하다(사방이 막혀있다).
◦ 아이들을 키우는데 아이들에게 뛰지 않도록 조용히 시켜야 해서 주택으로 옮겼다.
관리, 안전, 보안에 어려움이 있지만 좋은 점이 훨씬 많다. 돈이 많이 생기더라도
더 넓은 주택으로 가고 싶지 아파트고 가고 싶지 않다.
◦ 앞마당이 있어서 야채를 키울 수 있다. 나무도 심고. 정서적으로도 낫다고 생각한다.
◦ 관리비용이 비싸다.
아파트에서 겪는 갈등과 불편한 점
▸ 권력남용
예전에 살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주민들과 의사소통 단절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 동 대표 간에도 파가 나뉘어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서 그 아파트는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았다.
▸ 공유지의 비극
아파트마다 공유지가 있는데 몇몇 관리자들이 관련된 자들이 편취한다거나 관리가 안 되는 것 같더라. 소소한 금액이라 신경 안 쓰는데 나중에는 큰 비리로 연결되는 경유가 있다.
▸ 소통의 부재
이웃과 교류가 적어들면서 외로움을 겪는다.
▸ 관리비 의심
관리비를 보면서 이건 대체 다 어디다 쓰는지 궁금하다. 입주자대표회의가 활성화가 안 되어 있는데 회장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총무도 물어보면 자세히 설명을 안 해준다.
▸ 애완동물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다. 이웃 중 한 사람이 캣맘 활동을 하는데 복도에 고양이 사료를 쌓아두거나 배설물을 며칠씩 복도에 둔다. 또 강아지 목줄을 안하는 이웃이 있을 때 아이들이 다칠까 불편하다. 대놓고 말하기에 싸울까봐 불편해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 남자를 게으르게 한다.
아파트에서 사는 남자들은 할 일을 찾지 못한다. 아파트를 벗어난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부지런하고 가족들을 위해서 일을 재미있게 한다. 그리고 사는 비용이 비싸다.
이호(더 이음 공동대표): 아파트는 사람들이 같이 사는 곳이라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아파트는 참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일상생활이 불편한 것도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권력관계, 관리비 문제, 입주자 대표회의, 부녀회와의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지만 아파트 단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자치단위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회장이 비리를 저지르면 그것을 해결하기 쉽지 않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대책이 없더라.
또한 아파트는 마을공동체 공유지가 있고 공동체적 욕구도 갖추고 있어 자치와 공동체가 같이 어우러질 수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반대로 나쁜 쪽으로 폭주할 수 있는 곳이 아파트인 것 같다. 마을공동체, 자치와 관련해 아파트 사례는 마을과 자치가 한데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것에 시사점이 있다고 본다.
심재철(석관두산아파트 前 입대위 회장)
앞서 참여자들이 말한 아파트 거주의 장, 단점을 온 몸으로 겪었다. 앞서 강사님이 말씀한대로 아파트는 주민들의 의견, 욕구가 있어도 동 대표에서 그 의견을 무시하면 그만이다. 구청 주택과에 민원을 넣어도 특별하게 법을 어기는 일이 아니라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석관두산아파트도 그런 갈등 끝에 비상대책위원회가 생겼고 그 비대위와 기존 동 대표 사이에 그룹이 나뉘어 1997년에부터 2007년까지 약 10년간 치열하게 싸웠다. 당시 석관두산아파트는 서울시 성북구에서 가장 골치 아픈 아파트가 석관두산아파트라고 할 정도로 갈등이 심한 곳이었다.
석관두산아파트는 1,908세대에 지하주차장이 있고 연간 예산 60억을 집행한다. 경비원이 50명이 있다. 2007년에 새로운 동 대표를 구성했는데 입주민들은 무관심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또 공동체의식을 찾기도 어렵다. 주차, 쓰레기, 관리를 하는데도 주민들이 비용 부담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분은 차가 없는데 왜 주차장 전기료를 내야하는지, 50세대와 100세대 경비원수에 따라 비용을 내는 문제, 음식물 처리비용의 불합리함 등을 다 따지면 아파트가 운영되지 않는다. 많은 세대수가 사는 만큼 목소리도 다양하고 갈등도 크지만 결론은 주민들이 같이 결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석관두산아파트에서 중앙난방시스템을 개별난방시스템으로 바꿀 때 가장 큰 갈등을 겪었다. 중앙난방시스템에서는 각 집에 열량계, 컨트롤이 안 되고 열량을 보내주는 대로 받았다. 보일러 옆에 있는 집은 더워서 못살고 끝에 있는 동은 다 식어서 겨울에 너무 추웠다. 정해진 기준 외에 더 틀게 되면 난방비가 1시간에 몇 백 만원이 더 부과된다. 주민들이 민원을 넣어서 난방을 더 가동하게 해달라고 해도 관리소에서 이후 관리비 문제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문제였다. 개별난방을 추진하는데 주민공청회하는 과정에서도 엄청 싸웠다.
당시 겨울이면 집이 추워서 아파트 커뮤니티 카페에 개별난방을 해야 하는 이유를 열심히 적었다. 같은 동에 살던 부녀회장님이 홈페이지에 내가 쓴 글을 보고 공청회에서 한 마디만 해달라고 했다가 그 인연으로 나중에 동대표가 되었다. 아파트 개별난방으로 마지막 공사하는 날 성북구의 경찰 600명이 투입되었다. 가스공사를 400명이 잡고 있는데 말릴 방법이 없다. 위험하기도 했다. 당시 부녀회, 동 대표님들이 석관두산아파트를 바꾼 사람들인데 내가 조명을 받는 것 같다. 그 분들이 용기 있는 분들이었다.
아파트에서 신뢰받는 입주자대표회의가 되려면 주민들의 힘을 빌려야
동대표회장이 되고 아파트의 모든 일을 나 혼자 결정하고 책임질 수 없으니 동대표에게 다 알려주었다.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함께 결정하면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일을 해보니 내가 하고 싶은 방향이 정해져 있으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객관적으로 듣지 못한다. 주민들이 믿어줘야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더라.
동 대표 17명 중 과반수가 찬성하면 안건을 의결해서 관리비를 집행할 수 있다. 그런데 3분의 2가 무너지면 재적과반이 필요하다. 17명이 회의를 하면 9표만 있으면 되는데 25개 동이니 당시 동 대표 14명 중 13명이 찬성해야 한다. 즉 2명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의결을 못하면 관리비 집행을 못한다. 관리소장 월급문제, 전기세를 못 내면 한전에서 전기를 끊는다.
첫 회의를 2시까지 했다. 무조건 반대하는 그 분을 설득하기 위해서. 밤 11시 넘어가니까 그 이후부터 본인이 스스로 생각을 하시곤 결국 찬성하셔서 안건을 새벽 2시에 통과시켰다. 그렇게 3개월을 했다. 입주자대표회의를 매월 넷째 주 금요일 8시 반에 했고 주민들 중 관심 있는 사람은 오게 열어두었다. 또 케이블로 회의과정을 집집마다 송출해 투명하게 공개하려고 했다. 그렇게 6개월을 하니 주민들 사이에 입대위에 조금씩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다. 적어도 이익을 두고 그룹이 나뉘거나 몰래 처리하지는 않는다고.
그리고 우리 스스로 개인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곳이 아니라 동의 대표라는 것을 잊지 않고 회의에 임할 수 있도록 했다. 동 대표는 회의 전에 주민들의 의견을 물었고 다음 회의에서 공유했다. 안건을 1년 이상 회의하고 결정한 것도 있다.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동 대표 토론방을 열고 입주민과 홈페이지로 소통했다. 모든 글에 댓글을 달았다. 또한 관리사무소에 말로 지시하지 않고 중요한 것은 메일로 다른 동 대표 3명을 꼭 포함해서 주고받았다.
아파트와 민주주의
어린이집 원장이 찾아왔다. 이전 어린이집 선정을 두고 가격입찰을 했는데 조건은 ‘가격’이었다. 우리 아파트에 생기는 이익이니 주민들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임대료를 높이고자 한다. 결국 어린이집은 임대료를 높게 책정해 선정되었고 그마저도 지속적으로 올랐다. 나는 이걸 나쁜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다 같이 모여 과반이상이 찬성한 결과라 하더라도 그 내용이 다른 사람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이라면 나쁜 민주주의 아닐까? 60억 원을 집행하는 아파트에서 임대료 몇 십 만원 더 받는다고 얼마나 수익금이 올라갈까? 더군다나 이 어린이집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이 다니는 곳이다. 어린이집 선정위원회를 만들어 입찰경쟁하고 싶은 어린이집은 프레젠테이션을 해서 주민들이 직접 선정했고, 나는 적정 시세를 따져 기존 임대료를 180만원에서 60만원으로 내렸다. 마찬가지로 아파트에서 관리소장, 경비원의 임금을 내리거나 해고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한다고 한다. 대부분 주민들이 동의한다. 나쁜 민주주의다.
경비원과 동행하는 석관두산아파트
두 번째 동 대표 회장이 된 후 아파트 주민들과 관리비를 내리고자 먼저 분석을 했다. 관리비의 70%가 가스, 전기 등 에너지 비용이었다. 경비, 청소, 관리사무소 월급이 30%가 되지 않더라. 따라서 그 분들의 월급을 줄여봐야 관리비 절감 효과가 미비하다. 관리사무소장, 과장, 전기 과장들은 아파트 전문가다. 인건비를 줄여서 관리비를 절약하는 것은 나쁜 관리비 내리기다.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관리비 내리는 방법이다. 전기, 가스를 줄이면 관리비를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석관두산아파트의 경우 도시가스는 개별난방으로 바꾸면서 한 번에 많이 줄였고 절수기를 공동구매에서 집집마다 설치했다. 온수 사용량이 30%이 줄면서 가스비가 많이 절감된다. 그 외에도 9월부터 6월까지 에어컨 전용 누전 차단기 내려놓기, 냉장고 온도 조정하기, HDTV의 절전 단계 활용하기 등 여러 방법을 통해서 비용을 절감했다. 그 결과 에너지 절약 이전에 수도, 가스비가 37억 원, 이산화탄소 발생량 1만 2천 톤이었는데 2013년부터 8년간 도시가스 45%, 전기 21%, 이산화탄소 발생량 1세대 당 2톤 절감, 연간 16억 절감했다.
이렇게 비용이 절감되면서 6년간 관리소장, 경비원의 임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퇴직금 문제로 11개월마다 관리소장이 교체되지 않고 고용이 보장되었다.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경비를 교체할 수 없다는 것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경비아저씨 30명과 바뀐 계약서를 주고 주민을 위해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60대 넘은 경비원들의 눈망울을 잊을 수 없다. 아파트 주민들의 에너지를 아껴서 경비원의 임금을 올린 사례로 석관두산아파트가 오마이뉴스에서 한국사회를 바꿀 100대 키워드에 선정되었다.
질의응답
소병순(신촌문화마을)
아파트에서 활동을 할 때 사심 없이 하면 잘된다 했는데 반대로 사심이 있거나 무조건 반대하는 주민이 있을 때 어떻게 하나? 그리고 나쁜 민주주의를 바꾼 사례는?
심재철(석관두산아파트 前 입대위 회장)
주민의 힘을 빌리는 방법밖에 없다. 지하주차장 조명을 LED로 바꿀 때 반대가 심했다. 몇 억이 드니까 저 동대표가 관리비를 어떻게 하려는 게 아닐까라는 말도 나왔었다. 그 신뢰를 얻기 위해 동대표 회의마다 이야기를 했다. 하기로 결정을 한 후 주민과 관련된 업체, 전문가로부터 연락이 많이 왔었다. 그럴 때마다 동대표 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들었고 또 CCTV로 송출하니 주민들의 눈이 있지 않나.
강의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어린이집 같은 경우 전체투표를 하면 어린이집 안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임대료 올리자고 한다. 처음 설득한 건 관련된 사람들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설득했고 어린이집을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 곧 다닐 자녀를 둔 부모, 민주주의에 관심 있는 사람이 모여 임대료를 무조건 올리는 것에 대한 장단점을 이야기하고 그 사람들의 투표로 결정했다.
시사점 중심으로 토론할 시간이 부족할 만큼 석관아파트 사례를 보며 참여자들은 아파트 거주에 대한 생각, 질문들을 쏟아냈다. 사례가 우리 마을에 주는 시사점은 5강 집담회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로 하며 강의를 마쳤다. 4강은 4월 26일(목) 오전 10시, 유상용(진강산마을교육공동체 운영위원) 이야기 손님과 <도시공동체의 새로운 가능성, 일본 에즈원커뮤니티>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