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6일(목) 오전 10시, <자치하는 인간1> 4강이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진행됐다. 일본 에즈원커뮤니티 발표를 듣기 전, 어떤 공동체에 살고 싶은지 참여자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영진(청솔마을공동체)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모두 안전한 마을에서 살고 싶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랐다. 아이들끼리만 다녀도 동네 안 모든 어른들이 지켜보며 보호했다. 서로 보호하고 배려하는 마을공동체에서 살고 싶다.
박현영(가온누리)
친척 같은 공동체에서 살고 싶다. 동네 이모들이 아이들을 챙겨주는 게 가온누리의 장점이다. 친척 같은 공동체는 서로 일을 하더라도 누구 하나 더 했고 덜했고 생색없는 묵묵함이 있는 공동체를 의미한다.
홍성진(희망을만드는마을사람들)
20대인 내 또래는 ‘공동체’를 답답하게 생각한다. 반대로 나는 공동체라는 말이 편하다. 어릴 적 살았던 빌라에서는 다들 친밀하게 지냈다. 이웃집에서 밥도 같이 먹고. 사람 만나는 게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공동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서상희(염전골마을센터)
갈등을 무서워하지 않는 공동체에서 살고 싶다. 공동체 활동을 할 때 생기는 갈등, 문제점을 너무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문제점이 생기면 어떻게 하지?’ 이것만 고민하거나 빨리 해결하는데 급급한게 문제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의견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다.
유상용(진강산마을교육공동체 운영위원)
우리를,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돈이 필요 없어도 사이좋고 즐겁게 살 수 있는 곳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어디서든 갈등은 생긴다. 갈등은 어디서 생기고 어떻게 하면 사라질까? 오늘 발표할 이야기에 이러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한국에 있는 산안(야마기시)마을에서 1992년부터 2009년까지 18년 정도 생활하다가 강화로 이주했다. 생업은 유정란을 생산해서 푸른생협, 두레생협에 판매한다. 그 곳에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조금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시도해보고 싶었고 가장 근접한 게 스즈카커뮤니티였다. 지금은 지역에서 사이엔즈스쿨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인간 성장의 학교, 사무소를 개소했다. 또 진강산마을교육공동체에서도 함께 활동한다.
경계 없는 마을공동체, 에즈원 스즈카 커뮤니티
에즈원은 하나의 세계, 이 세계는 울타리와 경계가 없는 세계를 말한다. 결론적으로 전 세계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추구하는 게 인간의 본래의 모습이고 그 사회를 만들어가자는데 있다. 스즈카커뮤니티는 일본 미에현, 스즈까시에 있다. 에즈원은 스즈카커뮤니티와 이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개인들이 모여 손을 잡고 같이 간다. 여기서 에즈원은 존레논의 곡 ‘Imagine’ 가장 마지막 가사인 ‘as one(하나같이, 모두 함께)’에서 따왔다.
에즈원 스즈카커뮤니티는 일본에서 시작이 됐다. 한국, 브라질, 독일로 손잡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즈카의 경우 사람들이 1-2km 근방에 여기저기 흩어져 산다. 도시형, 개방형으로 표현한다. 함께 하는 사람을 멤버라고 부르는데 멤버에 대한 어떤 규약이 없다. 또한 물리적 영역도 없다. 처음에는 더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도 있는데 차차 가까이 이사를 오게 되더라. 싫으면 멀어지고 좋으면 가까워지듯.
스즈카커뮤니티가 2001도에 시작될 때 몇 십 세대가 함께 했다. 이들은 일본의 야마기시공동체 출신이었는데 조직이 굳어졌다고 판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자고 모였다. 지금은 야마기시 출신이 아닌 사람들도 많다. 야마기시공동체는 사유재산 없이 공동재산을 택하기 때문에 전 재산을 전부 내 건 의욕적인 사람들이었던 만큼 스즈카커뮤니티에서도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공동체에 열정이 있고 살다보면 어떤 문제점이 생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에 방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역시나 여러 문제가 차차 발생했다. 예를 들어 의견이 달라도 존중해주면 좋은데 개인의 의견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다. 그 갈등은 어디서부터 나오는가.
나를 위한 회사, 공동체를 지속하게 하는 구조
스즈카팜-어머니도시락-컬쳐스테이션
에즈원 스즈카커뮤니티는 스즈카팜(농장), 어머니도시락, 컬쳐스테이션으로 사람도 물자도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서 산다. 스즈카팜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도시락 가게로 가거나 커뮤니티 사람들의 식생활을 위해 쓰인다. 어머니 도시락은 회사 자체가 공동체의 이상이 실현되는 회사, 상하명령으로 사람을 묶지 않는 회사다. 출퇴근 시간과 급여를 직원과 대표가 대화를 통해서 결정한다. 컬쳐스테이션은 돈 걱정 없는 삶을 포기 하지 않고 가장 알기 쉬운 예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일종의 경제 시도로 70여 명 정도가 통장의 관리를 맡긴다. 통장의 명의는 각각 있고 도장과 통장을 허브역할을 하는 컬쳐스테이션에서 관리를 한다. 돈이 많은 곳에서 필요한 곳으로 흘러가게 하는 장치다. 돈이 필요 없는 가게에서 100명 가족의 반찬, 농산물, 쌀을 가져간다.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만큼 가져갈 수 있다. 돈을 내고 주고받고 사고팔지 않는다. 여기 엄마가 한 사람 있다. 무인가게가 좋다고 할 수도 있지만 가게의 엄마는 마을 사람들의 삶을 돌본다. 또한 포장이 없으니 환경에도 좋다. 물자만이 아니라 지혜, 기술, 능력도 경계 없이 순환하면 된다.
사이엔즈스쿨, 나를 알고 나답게 산다.
스페셜도시락 100개 배달을 갔는데, 약속한 날짜는 다음 주라고 한다. 어떻게 하지? |
2만원 도시락 100개 주문이 들어와 배달을 갔는데 그곳에서 배달한 적이 없다거나, 날짜를 잘못 알았다. 문제를 발생하게 해놓고 해결하기 바쁜, 근원을 처리하지 못하니 반복되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하지? 이후가 서로에게 중요하다.’ 에즈원도 방법내지 방향을 찾아내는데 5년 걸렸다. 2001년에 시작해서 2005년이 되어서야 해결될 방향성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참여의지가 높았던 에즈원에서도 갈등이 생겼다. 더 필요한게 무엇일까 고민하니 바로 ‘연구’였다. 이게 스즈카커뮤니티의 중요한 지점이다. 행복은 뭔지, 자유가 뭔지, 서로 이야기 나눈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그리고 무작정 생각한다고 능사가 아니고 연구가 필요하다. 사이엔즈 연구소에서 하는 일의 핵심은 인간을 알고 인간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 연구한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나를 알고 나답게 산다고도 표현할 수 있다. 도시락 100개 주문을 잘 못 받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질책하거나 책임을 묻지 않고 이것을 우리가 함께 어떻게 하면 좋을까?
도시락은 어떻게 됐을까? 커뮤니티에 연락해서 같이 나눠먹었다. 실수한 사람을 질책하면 방어하게 되고 변명하게 된다. 자기방어 때문에 왜 그런 일이 발생한 지 안보이게 되기 마련이다. 그 일이 발생한 것은 그 사람이 그때 너무 일이 바빠서 정신이 없다던지, 서로의 착오일 수 있고, 재차 확인하지 않은 시스템이 없다던지. 갖가지 상황이 있었을 것이다. 그 일이 다시 빚어지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여러 가지 얽혀있는 많은 것이 포함된 사태에 대한 원인을 그 사람이라는 한 점에 책임을 추궁한다고 해서 공동체가 사이좋아 질 리가 없다. 그 일도 잘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있는가. 무엇이든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 다른 사람을 묶거나 억압하지 않는 사람과 공동체를 스스로 생각하고 연구한다. 사이엔즈스쿨은 사회적인 기구를 만들어 나 자신과 사회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다.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사물도 제대로 모이고 내 마음도 풍성해질 수 있는 기회. 어른이 되어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은 다 같다.
질의응답
소병순(신촌문화마을)
- 스즈카커뮤니티에서 회원이라고 인정하는 기준이 있나?
- 이호 소장님은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이 구조가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 실제 지속가능하게 하는 정체성은 무엇인가?
- 본심으로 사는 인생, 그 개념이 무엇인가?
유상용:
- 사이엔즈스쿨 코스에 참여한 사람을 회원이라고도 하고 컬쳐스테이션에 있는 70명은 엔조이 멤버라고도 부른다. 다 겹쳐있다. 이런 경우도 있다. 부부 중에 아내는 스쿨 사무국에서 일하고 엔조이 멤버인데 남편은 그렇지 않다. 부인 앞으로 오는 활동비는 전체 통장, 허브에, 남편이 번 돈은 따로 관리한다. 개인이 중요하기 때문에 부부가 뭐든 함께 해야되는 거 아니냐는 간섭이 없다.
2,3. 정체성은 바깥에 기준을 만들면 묶이게 되는데 정체성이 안에 있으면 그 안에서 할 수 있는데 말로하자면 본심이다. 다만 방향을 바깥에 있는 외적 기준에 맞추지 말고 찾아간다. 내 안에 있는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면 전체가 망할지, 잘될지는 앞으로 실험을 통해서 증명할 수밖에 없다.
황미현(청솔마을공동체): 도움을 주기보다 받아야하는 조건에 있는 분들은 활동하기 어렵거나 제약이 있는지?
유상용: 주변에 나누고자 하는 사람이 비율이 적으면 유지하기 어렵다. 전에 경험이나 에즈원커뮤니티 사람들을 봐도 우선 이 일을 자신의 일로서 공감하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좀 더 늘면서 주위가 자연스럽게 혜택을 받는 방향 같다.
류제혁(마을학습네트워크):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거나 사유재산을 갖고 싶은 생각이 들 때는 없나?
유상용: 큰아이에게 말했다. 아빠는 나는 물려줄 유산이 많지 않지만 서로 사이좋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물려주겠다고.
5강은 그동안 학습했던 이론과 사례가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것을 나누는 집담회와 수료식으로 5월 3일(목),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와 지원센터 교육장에서 진행된다.
글 교육담당 / 사진 홍보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