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 : 마을에서 사유하다 : 조한혜정 교수
<경쟁과 적대를 넘어 우정과 환대가 있는 마을을 만들자>
“세월호 이전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가 ‘안녕한지’를 물었다.
이는 우리가 안녕하지 않은 구조 속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질문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와중에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세월호와 마주하다 – 우리 시대의 문제를 성찰하다
‘세월호 참사’ 이야기로 어렵게 말문을 연 강사님은 대학생들의 ‘안녕들 하십니까?’나 ‘밀양 송전탑’ 등을 예로 들며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로 인해 모든 사람이 곳곳에서 규칙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을 목도하고, 시스템의 문제와 마주하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안산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문제이며, 우리 삶에 짙게 배어 있는 일부분이라는 지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사안들이 드러내는 우리 시대의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먼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어서 참사의 원인인 ‘이윤 추구’와 (이를 위한)‘속도’와 ‘경쟁’이 이미 우리 삶에 내면화되었음을 지적하고, 이를 알면서도 기존의 방식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가지고 삶을 사는 것이 문제라고 하셨습니다.
강사님은 “먹고 사는 일상의 문제부터 시작해 자기 삶을 스스로가 꾸려 가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합니다.”라며 “그 대안은 마을”이고, “우리를 믿고, 무기력해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문명사를 둘러보다 – 인간사회의 핵심은 ‘사람’이다.
현실 인식에 대한 이야기에서 출발해 문명사회의 발전양상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2008년 뉴욕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2011년 3.11 후쿠시마 사건>을 예로 들어 “이러한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물신주의․맹목적인 과학기술주의․토건주의가 초래한 결과”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돈만 벌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 돈이 돈을 버는 금융자본주의로 넘어간 결과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생겨났다는 뜻이었습니다.
세계의 질서가 자본주의로 재편됨에 따라 공적 영역들마저 시장에 위임하게 되었고, 그 결과 모든 것(개인의 삶을 포함한)을 시장이 주관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사람들은 수동적인 개체로 전락합니다. 시키는 대로 중노동을 하고, 주말이 되면 대형마트에 가서 많은 재화를 소비하도록 사는 것이지요. 이런 현실이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서도 결국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그칩니다.”
IMF를 겪은 우리나라는 완전히 신자유주의화 되어 모든 사람이 ‘도태되면 큰일 난다.’는 공포감 때문에 서로 경쟁하고, 손해볼까봐 조심하고, 스스로를 단속하게 되었습니다. 노동 강도와 불행지수를 포함한 여러 OECD 지표가 말해주듯 근대화 과정을 압축적으로 경험한 한국에서 그 위기의 정도는 매우 심한 편입니다. 강사님은 “지금 마을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게 된 것은 이러한 위기를 직시하고 소통하려는 의지이며 지역적 삶의 회복력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성장과 효율만 강조한 역사는 곧 멈출 것이며, 그것을 멈출 힘은 지속가능한 전환마을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로부터 나올 것입니다.”
제도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 일상부터 변화하라 : 3M에서 3E로
또 <후쿠시마 사태>가 자연재해인 줄 알았는데 해결하는 과정을 보니 자연재해가 아니었다는 것, 국가 간 협력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상황을 목도하며 “국가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 묻게 되었다고 하셨는데요. <독일 윤리위원회>의 사례를 들어 소통과 합의가 이루어지는 공동체에 대해 강조하셨습니다. “다음 세대의 일에 관여하는 일은 윤리적인 일이기에, 이를 위해서는 소통과 합의가 이루어지는 형태의 공동체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공동체를 어디에 가지고 있을까요? 지금의 국가는 이런 형태가 아니기에, 오직 마을에서만 가능합니다.” 즉 제도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일상의 변화가 훨씬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강사님은 “우리 자신을 바꾸고, 일상을 바꾸는 것은 문화와 태도를 바꾸는 일이지 프로젝트가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즐겁게 밥 먹자’가 중요한 전략 중 하나라고 하네요. 밥 먹으며 관계를 맺고, 생각도 나누면서 시작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개개인이 존중되어 누구나 자기를 내놓을 수 있는 곳에서는 창의적인 것이 나올 수 있습니다.” 강사님은 이곳을 ‘창조적인 공유지대’라고 부르셨는데요. 이 안에서는 ‘나’와 ‘내가 하는 일’이 하찮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공적인 인정을 통해 깨닫게 되고, ‘관계적인 자아’로서의 ‘나’일 때는 비교에 의한 콤플렉스가 사라져 물질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인간이란 굉장히 탁월한 존재입니다. 상상하고, 사유하며 남으로부터 끊임없이 배우면서 진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이죠. 그 배움은 자기가 누군가와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기 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 관계성이 끊어지면 탁월해질 수가 없습니다.” 강사님은 화폐를 대가로 받는 노동이 일생의 전부가 아니라, 타인을 위해 하는 ‘활동’이 살아 있는 장소/사회가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하는 활동은 자신을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요. 그렇게 되면 직함이나 직장이 나를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일들이 우리 삶을 만들게 되죠.” 그래서 품앗이 육아, 소셜 다이닝, 공동 작업장과 같은 공용공간을 갖추는 것으로 시작해 지역사회권주의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를 위해 (효율, 이윤을 말하는 ‘보이지 않는 시장의 손’이 아닌) ‘보이지 않는 가슴’을 강조하셨습니다. “‘살아남기에도 벅찬’ 세상에, 남을 돌보는 것은 주책이라고 말해요. 이러한 단속사회에서는 보이지 않는 가슴을 인정하지도, 대우해 주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주권자로 살기 위해서는, 나를 꼼짝하지 못하게 만드는 기제가 사회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고, 여러 사람과 함께 경쟁과 적대를 넘어 우정과 환대가 있는 마을을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