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목), 조영진 강사(서울시 금천구 마을공동체지원센터)와 10기 주민자치인문대학 3강 ‘주민투표, 민간인 동장과 마을의 변화’를 진행했다. 이호 강사는 우리 마을의 동장에게 바라는 점을 적어 서로 공유하는 것으로 강의의 문을 열었다.
‘자치의식이 있는 동장’
자치의식이 있는 동장을 만나 반발짝 앞서 주민들과 호흡했고 마을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 이후에는 사실 자치의식이 없는 동장님들이 오다보니 자치위원과 갈등, 다툼이 심하다. 동장은 반드시 자치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민의 말에 귀 기울이는 동장’
동장이 일을 할 때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주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했으면 좋겠다. 민투표와 민간인 동장 제도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한다. 이 사례로 ‘자치 활동을 하니 마을이 이렇게 변화되는 구나, 우리도 해볼 수 있을까?’ 라는 상상을 일으켰으면 한다.
민간인 동장이 마을에 오기까지
2016년 1월에 민간인 동장님이 독산 4동에 오셨다. 나는 동장님보다 6개월 전인 2015년 7월에 독산 4동에 발령이 났다. 당시 민간인 동장을 뽑는 것이 구청의 핫이슈였다. 민간인이 어떻게 단번에 5급이 될 수 있는지. 공무원 내에서 반발이 엄청 거셌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시험을 보고 들어와 30여년을 꼬박 근무해도 겨우 5급을 달지 말지 모르는데 외부에서 동장을 뽑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2014년 광주 수완구에서는 주민들이 스스로 동장을 뽑은 제도를 시행한 적이 있었다. 물론 동장 임용 대상자가 민간인이 아니라 동장 진급 대상 공무원이었고 그 동에 지원한 몇 명의 공무원 중에 정견발표를 한 후 한 명을 투표로 뽑는 사례였다.
공고는 2015년 7월쯤이었는데 거의 5,6개월 이상 행정 내부에서 민간인 동장이 오는 것에 대한 지난한 조정과정이 있었고 마침내 2015년 12월에 황석연 전 동장이 임명되었다. 누가 이 과정에서 조정자로서 역할을 했을까?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가끔 다시 민간인 동장이 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제도적으로 가능하려면 구청장의 의지로 만들어야 한다.
민간인 동장과 마을의 변화
나는 당시 활력소라는 마을공간을 조성하고 주민들의 관계망을 조사하고 마을에서 일어난 일을 공유하면서 우리동네를 알리는 활동을 했었다. 민간인동장과 일했던 경험을 나눠보면 포인트는 이거다.
◦ 동네의 문제를 발견하다
동장은 당시 우리가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끄집어냈다. 어떤 때는 가끔 너무 문제에 집중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문제를 발견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걸 주민들 사이에서 의제화했다. 동장의 전직이 기자였기 때문에 강점을 살려 사람들을 설득하는 글을 주민들이 소통하는 SNS에 남겨 주민들과 소통했다.
◦ 관점의 변화
대개 ‘당신은 주민, 나는 공무원’처럼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경향들이 많은데 당시 동장은 ‘나도 동네 주민’이라는 관점을 갖고 동네를 다녔다. 30분 일찍 와서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매일 다니니 마을의 문제를 찾았고 느낀 점들을 일기처럼 써서 공유했다.
◦ 방법의 혁신
공무원은 작년에 짜놓은 예산과 관련된 일 이상을 하지 못한다. 공무원이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올해 이렇게 하기로 했으니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식이다. 민간인 동장은 마을에 어떤 일이 생기면 어떻게든 해결을 하려고 했었다.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원을 찾고 연결했다. 만약 그 문제가 올해 풀리지 않았으면 그 이듬해라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마을의 문제를 발견했으면 그 자리에서 본인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분들을 모았다. 모아서 참여를 담으면서 솔루션테이블에서 같이 논의했다. 주민의 의견을 듣기도하고 의사를 표현하기도 하면서 네의 문제를 발견하고 변화된 관점으로 방법을 찾으니 마을에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 먼저 골목길이 바뀌었다. 먼저 한 개의 골목이 바뀌고 옆 골목이 바뀌고 그러면서 대로가 바뀌었다.
처음에 시작한건 독산4동 주민들은 금천구가 잘 못하는 동네라는 생각과 기반여건이 없다는 시각들이 있었다. 지지와 격려로 행복한 마을을 슬로건으로 마을 총회 첫해의 슬로건이었다. 서로서로 잘한다. 잘하고 있구나, 같이 하자고 하면서 마을을 만들었다. 독산4동 4년이 지나면서 총회 4회를 했는데 지금 주민들이 좋아하는 것은 독산4동은 실험하는 혁신중이고 모든 것을 해본다고 그때 이야기했던 것들이 거의 다 하고 있다. 돈이 있어야 하는 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일도 있더라.
◦ 동장실의 변화
독산4동 주민센터 3층 동장실에는 현황판에 붙어 있고 지도, 명패들이 있었다. 아침 회의 모습의 분위기가 그려지는 보수적이고 딱딱한 공간이었다. 지위나 명령이면 동장님의 말은 동에서 제일 힘이 있기 때문에 이견을 내지 못하고 따라야했다. 민간인 동장이 오면서 동장실 이름이 ‘뜬구름 다방’으로 바뀌었다. 색지를 오려서 구름을 만들고 뜬구름 다방이라고 오려서 붙였다. 주민센터에 가면 팀장이 끝에 앉고 직급별로 앉는데 그걸 바꿔서 팀장이 민원대 바로 뒤에 가게하고 주민이 누구나 오면 이야기를 나누고 할 수 있도록 했다. 일주일에 한번은 동주민센터 로비에서 테이블을 놓고 찾아오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1시간씩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주민들의 말에 경청하려고 했다. 동 단위 마을의 문제를 발견하고 어쨌든 해결은 주민이 주도적으로 관계를 통해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목소리 큰 한 사람이 주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같이 해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고자 했다. 서로 지지하고 신뢰하면 그게 삶의 질을 높인다고 한다. 먼저 동장실의 변화를 추구하고 주마다 솔루션테이블, 뜬구름 다방을 열었다.
◦ 주민들의 변화
동장이 온 지 14일 만에 지역에 사고가 났다. 독산 4동은 산 밑에 있는 동네이고 고도가 제한되어 있어 작은 골목길이 많고 단독주택이 많은 곳이다. 어느 날 레미콘이 후진하다가 전봇대와 부딪혀 부러졌다. 스파크가 튀면서 불이 났다. 그러면서 1월 14일, 한 겨울에 200가구 정전이 된 것이다. 25가구는 보일러에 과전류가 흐르면서 터져버렸다. 동네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4가구는 화재가 나고 물이 새고 주민들이 화상을 입었다.
마을에서 오지라퍼 역할을 자처하는 주민이 소화기를 가지고 얼른 뛰어가 초동진압을 했고 사람들에게 신고하고 주민센터에 전화를 하게 했다. 이 때 동주민센터 직원들이 정전이 된 집을 다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발견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서 혼자 있는데 정전이 되어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 아이를 데려다 안심시키고 활력소 공간에서 부모가 올 때까지 보호했다. 동장은 진행상황, 복구계획을 실시간으로 밴드에 올려 소통했다.
‘전봇대사고 주민총회’ 자리를 마련해 마을변호사를 소개시켜드렸고 보상 문제로 주민들이 참여했다. 보험회사 직원도 나와서 주민모임과 논의하면서 해결하고 거수로 주민대표를 뽑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주민들과의 관계가 끈끈해졌는데 위로금을 받으니 한 집당 39,000이었고 동장이 의미 있게 쓰자는 제안에 마을기금으로 형성하는데 합의했다. 동네에서 이웃이 이웃을 돌볼 수 있는 기금이다.
◦ 골목길과 마을공간의 변화
독산4동에 소망 어린이공원이 있다. 동장은 공원에 걸려있는 아이들이 조용하게 해달라는 현수막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민원을 넣은 분은 공원 안에 있는 조그마한 경로당 회장님이었다. 만약 어르신의 손자와 손자 친구들이 놀아도 그렇게 싫어하실까? 그래서 경로당 할아버지와 말걸기를 시작했다. 이야기를 해보니 실제 아이들이 뛰놀면서 그 분이 좋아하는 해바라기 꽃이 꺾이니까 아이들이 오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 엄마들이 놀이터 할아버지를 소개하는 소개말과 꽃을 꺾지 말자는 글과 노래를 만들어 공원에 붙였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어르신의 인사가 오가고 관계로서 이해되기 시작하더라.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동네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있어도 자유롭게 놀지 못하더라는 문제의식에서 아이들과 엄마들이 우리 동네 변화를 상상하는 지도를 만들게 된다. 아이들은 수족관, 수영장, 영화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동장은 아이들이 맘껏 놀 수 있는 수영장 위치를 염두하고 동네를 다녔다. 그러다 성당을 발견하게 되는데 하절기 2,3주만 실컷 놀 수 있게 빌려달라고 제안을 했으나 성당다니는 분들의 주차문제로 조율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그러다 흔쾌히 허락한 신부님 덕분에 독산4동의 첨벙첨벙 골목 물놀이터를 조성하게 된다.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4년 째 물놀이터가 여름마다 2,3주 정도 열린다. 대신 조건은 수도세는 금천구에서 제공하고 여러 단체들은 하루씩 날짜를 정해 안전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동네에서 협력하면서 고류가 생겼다. 이후 영화보기, 걷기 좋은 골목길 변화 사업등을 이어나간다.
금천구는 각 동마다 마을 사업을 할 수 있게 2500만원씩 2016년부터 주기 시작했다.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주민이 총회에서 의결, 투표해서 우선순위에 따라 쓸 수 있는 프로세스를 짰다. 그 예산으로 사용한다.
질의응답
질문1 그때 그 동장님은 재계약을 안하셨나? 금천구의 다른 동은 어떤가?
답1 승진해서 다른 곳으로 가셨고 현재 독산4동은 공무원 동장이 일한다. 구청장이 바뀌니 제도가 없어지는 아쉬움이 있더라.
질문2 구청장이 바뀌었어도 그 전에 했던 사업이 그대로 유지가 되나?
답2 그대로 운영된다. 주민주체가 세워졌기 때문이다. 사업을 없애고 만들 수는 있어도 한번 권한을 주면 그것을 뺏기는 쉽지 않다. 그럼 주민들이 그럼 가만히 있겠나. 반대로 구청장도 다음 행보를 고려했을 때 쉽지 않을 거다.
질문3 어떤 예산으로 그런 활동을 했나?
답3 물놀이터는 주민자치조직이 마을일을 운영하기 위해 세워진 2,500만원 내에서 마을총회를 거쳐 나눠 사용한다. 주민자치회는 반드시 참여하고 마을공동체 2개 이상이 결합하면 2,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모두가 다 잘되는 건 아니다 잘 안 되는 것도 있고 구청, 시설관리공단과 협치를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어려운 것도 많다.
질문4 힘들고 갈등도 있었을 텐데 에피소드를 들려줄 수 있나?
답4 수영장은 좋은 아이템이고 주민 만족도도 높은데 전년도에 예산을 짜놓지 못했던 활동이었다. 당시 서울시에 골목길 주민연계망사업이 있었다. 거기에 응모를 해서 3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그런데 돈은 동에 바로 오지 않는다. 시청에서 구청으로 내리고 다시 동으로 내린다. 그런데 동은 행정상 사업부서가 아니라 사업을 펼칠 수 있는 돈이 내려오지 않는다. 이걸 풀 수가 없더라. 구청에만 묶여있고 법적으로 동으로 내려올 수 없다고 하더라.
당시 동장님을 함께 하던 3명의 팀장님들이 구청 직원들과의 관계에 의해 풀어나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행정이 바뀌어야한다는 문제의식을 느꼈고 예산을 집행하는 권한을 동으로까지 갖고 내려와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런 갈등을 조율하던 팀장님이 구청 지역혁신과의 협치담당 팀장이 되었다. 그 이듬해 독산4동에서는 공유주차사업을 하게 됐다. 단독주택은 주차가 늘 문제인데 거주자 우선지역을 독점하지 말고 출근한 이후에는 독산 4동에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주차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사업이다. 그런데 구청과 역할과 업무를 조율하기가 어렵다. 그러면 지역혁신과에서 전년도 계획되지 않았으나 올해 진행되는 업무의 조율, 지원하는 부서와 현장에서 어떤 단위의 공무원하고 일을 해야 할지를 조율하는 일을 한다.
이호 강사는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구축사업이 처음에 혁신읍면동 사업일 때 민간인 동장제도 시범사업을 늘리겠다고 했었다. 이후 국회에서 예산이 삭감되면서 계획이 수정되었고 공무원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시범사업이 아예 빠진 것으로 안다며 관련해 지역사회에서 공론장을 통해 논의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강의를 마쳤다.
4강은 9월 13일(목), 함박마을, 마을과 행정의 역할을 주제로 김상배(연수구 연수1동 주민자치위원장)강사를 만날 예정이다.
글 교육담당 / 사진 홍보담당